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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노후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최근연재일 :
2014.09.12 14:24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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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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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1
글자수 :
146,771

작성
14.09.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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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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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노후던전 - 35

DUMMY

따르르르릉~

귀에 거슬리는 알람 소리가 나를 깨웠다.

평소라면 알람 소리 때문에 기분이 별로일 테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어제 구입한 장비를 드디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7시 30분.

8시에 던전에 가니 아직 30분이 남았다.

눈을 비비며 눈꼽만 떼고는 멍을 때렸다.

멍을 때리고 있자니 중요한 걸 깜빡한 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놈을 잊고 있었네?”

그 놈을 놔두고 갈 순 없었다.


“읏차!”

침대 위에 있던 나는, 등을 튕겨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옷도 갈아 입을 필요 없이 그냥 방을 나가 박알바의 방으로 갔다.


“야! 일어나야지!”

나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박시정의 방문을 열었다.


드르렁~ 퓨.. 드르렁~ 퓨..

박알바는 대자로 이불도 걷어찬 채 잠을 쳐 자고 있었다.


“팔자 좋구만.”

하긴.. 여기 와서 팔자가 피긴 했다. 나름 전세계에 얼굴을 팔렸으니까 말이다.


“그 팔자도 오늘까지다. 흐흐흐”

잠을 쳐 자고 있는 박알바에게 다가가, 어깨를 찰싹 때렸다.

“야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학.. 학교?”

박알바는 깊은 꿈나라에 있었지만 학교 가야 된다는 소리에 급히 꿈나라에서 빠져 나왔다.


‘아니 학교라니?’

하지만 그 의문을 생각한 찰나에, 꿈나라를 벗어나 잠이 깨버렸다.

주변을 돌아보곤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은 이른 아침임이 분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정체성이 조금씩 돌아왔다. 뇌에 들어온 정보로는 자신은 학생이 아니라 군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꿀을 빨고 있는 꿀보직이었다.

평소에 사장님이 잠을 깨우신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일찍 잠을 깨우는 것인가 말이다.


“아니 사장님! 꼭두새벽부터 왜 깨우세요?”

박알바는 나에게 화를 냈다.


“가야지?”

“?”

박알바는 주어와 목적지가 빠진, 동사만 있는 나의 말에 혼란이 왔다.


“던전 가야지, 이놈아!”

“아니 제가 왜 가요?”

박알바는 어이 없다는 투다. 하긴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테지. 어제는 나의 복수심에 학교 화장실 뒤로 끌려가듯이, 그저 끌려 갔을 뿐이었다.

“왜 가냐고? 푸훗.”

“네. 제가 왜 가냐구요!”

“나도 니 입장은 이해 한다만..”

나는 말을 잠시 쉬었다.

박알바를 지긋이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지금 성녀 파티는 베테랑뿐이 없는데, 나 혼자 초보자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 그래서 네가 같이 가주면 서로 힘이 되고, 도움이 되고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가고 싶지 않은데요?”

박알바는 나의 설득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에 없었다.

“나만 당할 순 없잖냐.”

“아 시ㅍ..”

“욕은 해도 좋은데, 가야 돼. 짐 싸든가 같이 내려가든가. 정해. 1분 준다.”

나의 필살기. 내 말을 안들을 거면 떠나라!

슈퍼 갑과 을의 차이였다.


고개를 숙여 박알바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머리 굴리는 소리는 나에게 들렸다.


1초. 2초. 시간은 흘러 한참 만에 박알바의 입에서 말이 흘러 나왔다.

“전 아무 도움도 안될 텐데요? 차라리 홍민이형 일행 분들 중에 한 명 빼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걔넨 베테랑이잖냐. 그리고 거기 파티에서 한 명 빼오기도 그래. 그리고 나랑 실력 비슷하고, 나랑 같이 사는 니가 제일 딱 일거 같은데, 안 그러냐?”

“으..”

박알바는 오만상을 쓰며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아악!!!!!!!!!!!!!!!!!!!!!!!!!!!!!”

박알바는 비명을 내질렀다.

박알바의 절규가 있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을 뿐.

‘나에게도 소시오패스의 기운이 흐르는 건가?’


“가죠. 대신!”

“먼데?”

“저도 안전장치는 있어야겠어요. 절대 무르기 없깁니다. 한번 하는 거 제대로 계속 데리고 가셔야 돼요. 너무 비실해서 못쓰겠다니 그런 거 없깁니다.”

박알바가 꼴에 엄포를 놓았다.


“알았어 임마.”

나는 고통을 같이 분담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전투? 그런 건 성녀가 알아서 하겠지.

사실 따지고 보면 나보단 박알바의 신체 스펙이 더 뛰어났다. 20대 군바리와 40이 다되어가는 배 나온 아저씨하고는 비교하는 게 실례였다.


“잠시만요 옷 좀 갈아 입구요.”

“그냥 와. 어차피 볼 사람도 없어.”

“하긴. 전쟁터에 옷을 따질 필욘 없지요. 챙길 방어구나 무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구요.”

“크크크. 그렇지. 그렇고 말고. 가자고!”

하지만 나는 챙길 방어구와 무기가 있었다. 물론 챙기는 것은 아니고 던전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나와 박알바는 잠잘 때 입던 옷 그대로 입은 채 던전으로 향했다.



* * *


던전 앞에는 성녀와 성기사단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성녀가 양손을 모으며 인사를 해 왔다.

“머 썩 좋지는 않네요.”

“안녕하세요. 성녀님..”

나와 박알바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았다. 던전에 막상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나는 성녀의 기분 좋은 아침인사도 달갑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어쨌든 가셔야죠? 아 박시정 알바님은 웬일로 여기에?”

“저.. 저도”

박알바는 말을 얼버무렸다.


“박알바님도요? 안 되는데..”

성녀가 박알바를 거부했다.


“저도 100프로 가기 싫었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이 가자고 하셔서..”

썩을 놈!. 아무리 내가 가자고 했지만, 100프로 까지 붙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이러면 내가 나쁜 놈이 되잖아?

“우리 사장님은 왜 연약한 박알바를 괴롭히실까~~~”

성녀가 말끝을 흐리며 나를 떠봤다.

“글쎄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좋은 건 함께해야지요. 안 그래요?”

“던전이 좋긴 하죠. 호호호. 하지만 전 반대에요. 인류가 멸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에 이건 사치에요. 물론 박알바님 본인이 가고 싶다면 다른 일반인들과 가는 건 환영해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누가 보면 나는 인류 구원엔 관심이 없는 줄 알겠네.”

“아닌가요?”

이게 확? 마음속으로는 주먹이 확 올라갔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싸움이 일어나선 곤란했다. 아무래도 내가 힘으론 밀리니까 말이다. 그래 릴렉스.. 릴렉스~


“내가 참여하는 거 자체가 인류 구원에 한발 걸치고 있다는 거 몰라? 그리고, 나랑 이놈이랑 비교하면 누가 더 나아? 전세계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내가 딸릴 걸?”

“그건 그렇죠.”

“뭐?”

“그건 그렇다고요.”

아나 진짜 저걸 확!!!

참자 참자.. 참을 인. 참을 인..


“어쨌든 저 놈 안 데리고 가면 나도 안가.”

“진심이세요?”

“그래. 진심이야. 그리고 너만 요구할거 요구하고 입 싹 닦으면 안되지. 너의 요청이 내가 몬스터 포털에서도 같이 다니자고 하는 것이라면, 나의 요청은 이 놈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거야. give and take알지?”

“음.. 사장님의 말씀은 알겠어요. 무르기 없기에요. 아셨죠?”

성녀가 두 눈을 부라리며 낙장불입을 물어왔다.


“콜!”

어차피 주사위는 어제 저녁에 던져졌다.


“그럼 가시죠. 헤론하고 로난! 따라와. 사장님 아무래도 어제 같이 했던 헤론과 로난이 낫겠죠?”

“네. 좋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었기 때문에 나는 성녀에게 다시 말을 높였다.

“그럼 진입하도록 하죠.”

성녀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나도 박알바 목에 팔을 두르며 발걸음을 떼었다.

“가자고~”

“..”

박알바는 몸을 움찔하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의 걸음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떼었다. 이제 와서 뺄 수 없는 건 당연했지만 막상 가려니 심정이 복잡미묘한 듯 했다.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던전 안쪽에 설치되어 있는 인스턴스 전장에 입장했다.



* * *



[차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인스턴스 전장은 ‘데스매치’ 입니다.]


[상대할 팀이 정해졌습니다. 곧 소환됩니다.]


[거미 행성에서 ‘귀갑묶기’ 팀이 입장했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저 멀리서 상대편이 소환되는 모습은 가관이였다. 빛의 입자가 모이면서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거미로 보이는 몬스터가 소환 되어졌다. 키는 50센티미터나 겨우 될까? 하지만 다리가 8개 달리고 붉은 털이 수북했다.



5마리의 거미들이 일행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팔. 거미네.”

“으.. 거미라니..”

나와 박알바는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차라리 화염 임프가 낫지. 거미라니.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근데 사장님 그거 뭐에요?”

박알바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내뱉었다.

“이거? 활이지!”

“그거 아이템이에요?”

“그 동안 모은 골드 다 털었다. 크크크. 이젠 나도 무기로 때릴 수 있다 이거지.”

“혹시 이 추레한 옷도?”

“뭐? 추레한 옷? 니가 무시하는 이 추레한 옷도 방어력이 있는 방어구란 말씀이지. 이거 나 혼자 방어구랑 무기 들어서 미안하네.

하지만 어쩌겠냐? 나도 널 돕고 싶은데, 골드나 아이템은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어서 말이야.”

“그.. 그렇군요.”

“짜식 힘내!”

나는 박알바의 어깨를 팡팡 두들겨 줬다.



우리의 대화를 듣던 성녀가 끼어들 타이밍을 잡고는 한발 앞으로 나섰다.

“우선 기본적인 진형을 알려 드릴게요. 어제 진형과 같아요. 하지만 2마리 남을 때까지 제가 앞장서서 처리할게요.“

성녀는 나와 박알바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나머지 2마리는 각자 1마리씩 맡으시면 됩니다.”

“이런. 씨발. 또 좆 같게 구네!”

“아니 성녀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전 사장님처럼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혹하신 거 아닌가요? 칼이라도 쥐어주고 그런 말씀하시면 이해라도 하죠!”

나와 박알바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럼 그렇게 하죠. 1마리만 남길게요. 물론 사장님 혼자 싸우셔야 합니다.”

텅~

나는 들고 있던 활을 내팽개쳤다.

“뭐? 아나 씨발. 좆같아서 못해먹겠네.”

장비 없는 박알바는 열외시키고 오히려 장비가 있다고 나만 하라니! 괜히 장비를 샀잖아!! 어제 밤새 쇼핑한 내가 너무나 억울했다.


“…”

내가 땅바닥에 던진, 애꿎은 활이 데굴데굴 굴러갈 동안 전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성녀는 어색한 분위기도 별로 개의치 않는지 내 모습을 훓어봤다.

“활도 있으시고, 방어구도 얼핏 보아 3군데나 장착하셨네요. 음..“

성녀는 찰나의 시간동안, 고민을 마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아무래도 무기 및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근접전은 힘드시니까. 헤론을 붙여드릴게요. 헤론은 탱킹만 하고 사장님이 거미 잡으시는 걸로 합의 보죠. 어때요?”

‘조.. 좋은데?’

나는 못 이기는 척 성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았어. 성격 착한 내가 참아야지. 에휴..”

느긋한 말과는 달리, 나는 급히 활을 들었다. 활을 살펴보았지만 다행이 활에 상처는 없었다.



“그럼 가보죠! 전진!”

우리는 안전 지대를 벗어나 뚜벅뚜벅 걸으며, 다가오는 거미들을 향해 걸어나갔다.


거리가 어느 정도 되었기에, 걸음을 걸으면서 성녀는 뒤에 있는 박알바를 돌아보며 한마디를 했다.

“여기 끝나고, 오늘 포털 4군데도 돌 거에요. 여기를 포함해서 2군데 더 돌면 칼 하나는 살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편하게 구경하세요~”

“..”

박알바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짜증에서 화남, 그리고 마지막엔 애원하는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내가 저 맘 알지. 크크크.’

여유가 된다면 도와주고 싶지만, 내 코가 석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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