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전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노후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최근연재일 :
2014.09.12 14:24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97,549
추천수 :
2,221
글자수 :
146,771

작성
14.07.13 16:33
조회
1,635
추천
37
글자
10쪽

노후던전 - 24

DUMMY

나는야 박시정. 내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무려 서울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한, 장래가 찬란한 인재시다.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국방부에 다니는 삼촌 덕분에 서울 내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에 배치되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한가한 문서관리대에 말이다. 이제 군대만 졸업하면 학교도 곧 졸업할 테고,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돈을 긁어 모일 일만 남았다.


하지만 전역 1달도 채 안 남기고 삼촌의 부름에, 그 유명하디 유명하신 성녀님과 성녀님의 신탁대상자인 지금의 사장님을 보필하게 되었다. 아니 사장님 집에 얹혀 살기 시작하면서 식모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아니다. 난 중요한 임무 중이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물어오는 사장님의 정보를 국방부에 전달하는 임무가 내 주된 임무였다.


요즘 삼촌은 이 정보 덕에 국방부 대변인도 하시고 한껏 전세계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 석자를 알리고 계셨다. 별 거 아닌 방법으로 전세계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토록 하시다니 대단하시다.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셨다.


그건 그렇고, 나는 최근에 성기사단의 기사단장인 헤론과 부기사단장인 브루노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무뚝뚝한 성격에 훈련과 전투에 관해서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말을 자주 트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전투에 관한 이야기에는 관심을 보이는 게 다행이랄까.


근데 한국어가 안 되는 둘과 어떻게 대화하느냐고? 지금 날 물로 보는 건 아니겠지? 난 그 잘난 서울대학교 1학년을 마친 몸이란 말이야. 사실 이건 중요치 않아. 학교라는 타이틀은 그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겉모습일 뿐이고. 사실 난 기억력이 대단해.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라던지 최근일만 기억한다는 사실만 알고는 경악을 했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충격에, 나는 멘탈에 금이 간 적이 있었어. 세상이 모두 무지에 찬 것 같은 느낌 이랄까. 사람들은 대단히 무식하다고 말이야.


물론 기억력이 전부이진 않아. 하지만 기억력은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의 바탕이 되곤 해. DNA 에 기억되는 유전기억처럼 말이야. 그만큼 기억력은 아주 중요한 거야. 그리고 난 그 기억력이 짱이고 말이야. 이제 학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이해돼? 난 나 자체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렇게나 대단한 내가 여기서 알바나 하고 있다니. 어쨌든 이건 중요한 건 아냐. 내가 성기사단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단거지. 영어는 수업 중 칠판만 봤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근데 저희 사장님 잘 싸우십니까?”

“사장님이요?”

성기사단장인 헤론은 되물었지만 망설이는 눈치가 보였다. 그래 먼가 있어!


“네 저희 사장님이요. 겉모습은 올챙이 배에 평소에 움직이지도 않으셔서 행동도 굼뜨시잖아요. 몬스터와 싸우는 모습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아서요.”

“그.. 그게..”

아 답답하네. 말을 해달란 말이야!! 좀 더 구슬려 보기로 했다.


“솔직히 여기 성녀님이나 성기사단 분들은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으십니까? 하루 일과가 포탈에 갔다 오고 난 후엔 어김없이 남는 시간을 훈련으로 보내시는데요. 하지만 사장님은 훈련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시잖아요.”

“네 보통은 그.. 그러시죠.”

“그렇잖아요? 그런 훈련도 안된 몸으로 어떻게 몬스터와 싸우는 건지 궁금하다 이겁니다. 혹시 아무것도 안하고 파티에 피해만 주시고 계시는 거 아니에요?”

“헉..”

그래. 걸려 들었어.


“맞군요? 파티에 민폐만 끼치는 거군요? 하하하하”

“아.. 아닙니다. 아니라니까요.”

두 손을 휘저으며 강한 부정을 하지만, 오히려 확신만 주는 모습에 쾌재를 올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냥 뒤에서 구경만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왜 발끈해? 크크크크크….


“성녀님을 봬야겠네요.”

“안돼요. 제발!”

남자가 내 바짓가랑이를 잡다니. 맘이 약해졌지만 그 동안 내가 사장한테 당한 것을 갚아줄 절호의 기회였다. 절대 포기할 수가 없는 기회였다.


매몰차게 기사단장을 버리고 바로 성녀를 찾아갔다. 성녀가 계실 것으로 예상하는 4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면서 내 생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을 가졌다. 마치 진리를 평생 찾아 헤매던 승려에게 하늘에서 빛과 함께 계단이 내려와, 그 계단을 내가 오르는 감동과 비슷하다 랄까. 그런 감동이 나를 휘감았다.



4층에 올라가자 부기사단장이 경호를 서고 있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계시는 중이라나? 잠시 뵐 수 있을지 물어보자 기꺼이 응해줬다.


나를 괴롭히던 사장놈을 괴롭힐 수 있는 기회다! 그래 이제 마지막 한발자국만 더 내 딛으면 되었다. 닐 암스트롱이 나에게 잠시 빙의된 거 같다.



“성녀님! 감히 단도직입적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네 말씀해보세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급한 일이신 거 같은데 얼굴에 환희와 악의가 공존하시네요.”

헉. 얼굴에 다 쓰여있나? 잠시 표정을 관리했다.


“제가 방송에서 듣기로 성녀님은 저희 사장님과 함께 하시기로 하신 거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글쎄요. 신탁은 언제나 두루뭉실하니까요.”

“바로 그겁니다. 지금은 그저 말 그대로의 함께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래. 신탁은 언제나 간단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거처럼 신탁은 간단하여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신탁의 내용을 다르게 받아드렸다. 성녀를 설득해야 했다. 그래야 사장놈을 괴롭힐 수 있었다.


“몬스터가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시점에서, 망부석 같은 저희 사장님이 뭐에 쓸 데가 있을까요?”

“..”

그렇지. 성녀가 생각하기에도 쓸 데가 없다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대로 한달, 1년, 10년을 내다 보십시요. 지금과 달라질까요? 저는 그대로 일거라 봅니다.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성녀님을 뵐 때마다 온 몸에서 빛이나 정말 눈부십니다. 하지만 저희 사장님은…”

말을 흐렸다. 남은 생각은 성녀의 몫으로 남겨둬야 좀 더 사장놈에 대한 확신을 가질 거라 생각했다.


“그렇군요. 사장님도 저와 저희 성기사단과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는 거군요. 그래야 어느 몬스터포탈에 가든지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저도 같은 인류일 뿐입니다. 몬스터는 같이 헤쳐 나아가야 할 것이죠.”





다음날. 평소와 같이 성녀일행과 함께 첫 스타트를 던전으로 내려가 입장했다.


[차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번 인스턴스 전장은 ‘데스매치’ 입니다.]


[상대할 팀이 정해졌습니다. 곧 소환됩니다.]


[좀비 행성에서 ‘우리는 한가족’ 팀이 입장했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저 멀리서 상대편이 소환되는 모습은 가관이였다. 빛의 입자가 모이면서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입가를 츄릅~ 핧고 있는 놈도 있었고, 크앙~ 하면서 울음을 내는 놈도 있었다.


빛의 입자가 몸을 완전히 형성하기도 전에 놈들은 달려들었다.



“미안해요.”

맵 중앙으로 발을 내딛던 성녀가 말하며 안전지대로 몸을 뺐다. 성기사들도 성녀를 따라 안전지대로 몸을 뺐다. 나는 성녀가 왜 이러는지 몰라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렸다.


“뭐가요?”

이유를 물어보면서 안전지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성녀와 성기사들이 날 제지했다. 안전지대로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오게 막았다. 난 그저 장난이려니 했다.


지금 안전지대 밖엔 나 혼자였고 반대편에서 좀비들이 입가를 다시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좀비들이 가까이 올수록 점점 더 확대되는 좀비들의 흉폭함에 나의 다급함은 점점 온몸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뭐야? 뭐냐고! 왜 이래? 나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미안해요.”

온갖 말을 쏟으며 발광을 했다. 하지만 성기사들이 철저히 날 막았고 성녀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이유가 뭐야? 이유가 뭐냐고!! 왜 날!”

“저도 사장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하지만 사장님은 자격이 없으세요. 아직은요. 제가 그 자격을 맞춰드릴게요.”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나와!! 나오라고!!!”

“앞을 보세요! 앞을 보시라고요!!”

“너나 나와, 시팔년아!! 시발!!!!!!!!!!!!!!!!!!!!!!!!!!! 이런걸 원하는 게 아니라고!!!!!!!”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에요. 포탈에 참여하는 그 누구나 이렇게 몬스터에게 당하고 있어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나는 어느 순간 내 목덜미에서 좀비의 숨결을 들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첫경험이라 그런지 이 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다.

내 눈은 앞의 성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성녀는 미안한 맘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 모습에 기백이 어려 있었다. 옛날 잔다르크가 저랬을까. 전쟁에서 승리를 했을진 몰라도, 다 젓 같은 년으로 비춰질 뿐이었다. 지금의 나에겐.


좀비들이 나의 목과 팔 다리를 씹고 물고 뜯고 난리 났다. 평소에 인사돌이라도 먹나. 왜 이렇게 이빨들이 튼튼해.


“으아아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몸을 이리저리 꼬아가며 그렇게 지랄발광하며 죽어갔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원망이 담긴 나의 눈은 성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미안해요.”

“좆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99 버럭s
    작성일
    14.07.13 17:41
    No. 1

    쥔공이 던전개발안하면 안되는상황아닌가요?
    사장보고일선에뛰라니
    회사망하겠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captaink..
    작성일
    14.07.13 18:07
    No. 2

    고생해야해요. 그래야 많은걸 느끼게 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조카
    작성일
    14.07.13 18:27
    No. 3

    어데 다녀오셨나요? 폭염에 첫날부터 실종자 처리가 되셔가지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1 전학생
    작성일
    14.07.13 18:36
    No. 4

    폭염 시작할때 참여하고 싶었지만 알뜰던전이 갑자기 쓰고 싶어서요. 사실 연참대전이 쉽지 않은만큼. 중도하차가 100프로였던지라.. 알뜰던전이라는 것을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4.07.14 11:44
    No. 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푸른환상
    작성일
    14.07.14 16:50
    No. 6

    알바가 죽으려고 용트림을 하는 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사과[애플]
    작성일
    14.08.27 21:03
    No. 7

    헐~ 소설 접을 생각 이신가? 편몇후에 주인공 사망! -완- 이러는거 아님? 아님 던전운영 때려치거나?
    이제 아쉬운것도 없는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노후던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노후던전 - 38 +3 14.09.12 817 16 7쪽
37 노후던전 - 37 +1 14.09.10 578 11 8쪽
36 노후던전 - 36 <아스가르드의 출현> +1 14.09.08 820 10 13쪽
35 노후던전 - 35 +4 14.09.01 693 13 12쪽
34 노후던전 - 34 +3 14.08.22 1,001 18 8쪽
33 노후던전 - 33 +4 14.08.19 839 21 10쪽
32 노후던전 - 32 +2 14.08.09 919 24 8쪽
31 노후던전 - 31 +2 14.08.06 928 25 8쪽
30 노후던전 - 30 +3 14.08.02 1,017 24 9쪽
29 노후던전 - 29 +3 14.07.31 1,011 26 10쪽
28 노후던전 - 28 +5 14.07.29 1,223 27 8쪽
27 노후던전 - 27 +4 14.07.23 1,186 31 11쪽
26 노후던전 - 26 +4 14.07.18 1,151 33 9쪽
25 노후던전 - 25 +6 14.07.16 1,252 30 8쪽
» 노후던전 - 24 +7 14.07.13 1,636 37 10쪽
23 노후던전 - 23 +2 14.07.08 1,634 27 9쪽
22 노후던전 - 22 +4 14.07.07 1,597 32 8쪽
21 노후던전 - 21 +2 14.07.06 1,822 38 9쪽
20 노후던전 - 20 +7 14.07.05 1,769 40 8쪽
19 노후던전 - 19 +3 14.06.30 1,998 3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