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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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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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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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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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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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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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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행사 무대부터 독식(2)

DUMMY

아침 식사를 마친 동생 안욱은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안욱과 다르게 내 방으로 향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핑계로 당분간 학교를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욱. 꽤 당황했을 거다.’


나는 책상 의자에 앉아 방금 전 아침 식사의 상황을 떠올렸다.

안치영 대표가 제안한 작은 지역 행사 무대에 내가 별안간 안욱과 함께 참여할 조건을 걸었더니, 못 잡아먹어 안달 난 녀석의 눈빛이 갈 곳을 잃게 되었다.

당연히 내가 본인에게 갑자기 손을 내민 이유가 계산이 안 됐을 거다.


‘놈이 아직 열살인 게 다행이야.’


물론 놈이 구사하는 술수라 봤자,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놈이 영특하더라도 아직 어린 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고 있으면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사이코패스이자, 소시오패스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기려 들 생각은 없다.’


놈은 전생의 안현처럼 힘으로 상대방을 누르는 게 아니다. 전생의 안현 같은 놈이라면 힘대 힘으로 부딪혀서 평정해버리면 자연히 서열정리가 된다.

허나 안욱은? 녀석을 겁준다고 두들겨 팼다가는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나를 매장시키려 온갖 술수를 쓸 것이다.


‘마치 놈이 카나리아를 죽였던 것처럼.’


전생의 안현에게 들은 얘기다. 안욱이 카나리아를 죽여 안현에게 누명을 씌운 사건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안현이 자신을 힘으로 제압하려 하자, 새장 안에 새를 집어 던진 다음, 안현이 당황한 사이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안현에게 불리한 알리바이를 만들었겠지.

만약 내가 동생 안욱을 찍어 누르려만 든다면, 결국 끝이 없어 보이는 진흙탕 싸움만 될 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놈을 이겨 먹으려고 해 봤자 부친인 안치영에겐 내 이미지에 좋을 것도 없다.’

내가 놈을 굴복시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안치영 대표는 제 자식이라면 자식이라면 누구든 끔찍하게 생각한다. 내가 안욱을 굴복시켜 그가 시름에 잠기게 된 들, 나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놈과의 전쟁을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기 때문에, 결심하게 된 것이다. 놈을 이용해 먹기로.


나머지 안욱에 대한 계획은 녀석이 학교를 간 관계로 오후에 이어서 실행할 예정이다. 내가 지역 행사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을 제안하는 떡밥을 던졌으니, 놈은 분명 제 발로 자를 찾아올 것이다.


철컥


생각 정리가 끝나고 나는 문을 열었다.

안욱의 하교를 기다리는 동안 내게는 또 하나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


이 곳은 시민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유명식이 동네 조무래기들과 섞여 공을 차다가 멈춰 서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하, 진짜. 축구들 정말 주옥같이들 하고 있네.”


원래는 녀석을 보자마자 끄집어 내려고 했지만 하고 있는 짓이 가관이라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야! 야! 이 꼬맹아! 네 포지션은 풀백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공만 따라다니면 어떡해?!”

“푸, 풀백?”

“그래! 풀백! 새꺄! 이렇게 전술 이해도가 없어서야!”


휘리릭!


어디서 났는지 녀석이 목에 걸고 있던 호루라기를 불었다.


“야. 이 한심한 초딩들아! 내가 아까 짜준 전술을 어다 팔아 먹은 거야!”

“초, 초댕? 초딩?”

“초딩이 무슨 뜻이야?”

“아 썅. 됐고! 다른 종목 하자! 다른 종목!”


녀석은 아이들 모두를 바닥에 앉히고 그나마 커 보이는 남자애 둘을 모래바닥 중앙에 끌어냈다.


“자, 니네. 작년에 88올림픽 봤지?”

“응, 봤어.”

“그럼 레슬링도 봤겠네?”

“그래, 형! 우리나라 금메달 땄잖아!”

“누, 누가 땄지?”

“김영남! 김영남 선수!”

“그래. 그 김영남인지 김용남인지 그 선수처럼 빠떼루 대결해보자.”


녀석은 아이들 앞에서 몸소 빠떼루 자세를 취했다.


“자. 너. 빡빡머리. 네가 지금 나처럼 엎드리는 거다.”

“아, 형! 왜 내가 엎드려. 얘가 엎드리면 안 돼?”

“아, 썅! 뭘 그렇게 따지는 게 많아?!”


말을 거칠게는 했지만 녀석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그럼. 둘이 가위바위보 해!”

“가위바위보!”


드디어 빠떼루의 공수가 정해졌고, 조무래기 두 명이 서로 뒤엉켜 모랫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우와!”

“빡빡머리 이겨라!”

“완전 캡짱이네! 캡짱!”


둘의 대결이 절정에 다다르자 구경을 하던 아이들도 하나 둘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대결을 주최한 유명식도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호! 그래! 이거야, 이거! 아주 아주 아밀라아제가 솓구치는구만!”

“아밀라아제가 아니고 아드레날린이겠지, 이 빡대갈아!”


퍽!

“크헉!”


보다 못한 나는 녀석의 뒤통수를 세차게 가격했다.


“아밀라아제는 침이라고, 침. 네가 평소에 흘리고 다니는 거말야!”

“·······.”


뒤통수를 문지르는 녀석. 나를 쏘아보았지만, 묘하게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더 맞을까 봐 걱정 돼서겠지.


“재밌냐? 어? 행복하냐고!”

“···낸들 행복해서 이러겠냐?”

“조무래기들이랑 놀 시간은 있고, 열심히 어머니 집안 일 돕고 공부할 시간은 없나 봐? 네게 붙여진 유명식이란 이름. 원래 내 이름이었다고! 똑바로 안 살면 내손에 뒤진다 했지?”

“······.”


나의 호통에 녀석은 미간을 일그려뜨리고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딱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초등학생 표정이었다.


녀석의 처지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을 이해할 마음도 없었다.


“따라와라.”

“어딜··· 가는데?”

“대중교통 이용하는 거 배워야 할 거 아냐!”

“아, 썅! 남이사 버스를 타든 말든 왜 네가···.”

“이런 우라질, 내가 널 걱정 해서겠냐? 네가 생활하는데 얼타면 우리 어머니가 고생할 거 아냐!”


내가 다시 녀석의 머리 쪽으로 손을 치켜들자, 녀석이 다시 움츠러들었다.


“어머니 속은 안 썩이고 있지?”

“걱정 마셔. 나도 이제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아들 노릇 하고 있으니까.”

“그건 내가 나중에 어머니 따로 만나서 확인한다.”


나는 녀석을 버스 정류장까지 이끌었다.


“동전은 있지?”


내 말에 녀석은 동전주머니를 꺼내 내게 보여줬다.


“음, 좋아. 함부로 쓰지 말고 아껴 써라,”


녀석의 지갑에 많은 동전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머니는 혹시 내가 기죽고 다닐까 봐 없는 살림에도 동전은 넉넉히 챙겨 주셨었다.


내가 버스가 오는지 고개를 빼서 확인하고 있자, 녀석이 나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저기··· 안욱은 너한테 해코지는 안 하든?”


나는 알고 있었다. 녀석은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인상을 구겼지만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녀석은 나와 안욱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한편으로는 나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궁금하냐?”

“응! 궁금해!”


아직 녀석을 완전히 믿을 수 없어 난 녀석에게 주로 안욱과 얽힌 사건들만 정리하여 설명해줬다.


“그래서 녀석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그래 인마.”

“푸하하! 그거 참 속 시원하군!”


아마도 녀석은 내 얘기가 많이 통쾌할 것이다. 자신은 항상 전생에 동생 안욱에게 당하기만 하면서 살아왔을 테다. 거기다 자신도 원치 않게 회귀하였고 더군다나 원래 살던 생활보다 지금은 많이 열악할 테니 인생에 낙이 없겠지.


“이제 버스 오니까 동전 준비해.”

“버스비가 얼마지?”

“국민학생은 70원이다, 외워 둬.”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타 자리를 잡고 뒤에 탄 녀석을 향해 뒤돌아봤다. 이번에는 내가 녀석에게 질문할 차례.


“저번에, 그 카나리아 사건.”

“응? 그 사건은 왜?”

“아직도 그 사건에 대해 기억하냐?”

“물론이지.”

“얼만큼 기억하는데?”

“충격을 많이 받았거든. 어제일 처럼까진 아니어도 꽤나 상세하게 말해줄 순 있지. 근데 그건 왜?”

“그건 지금은 알 거 없고, 자세히 얘기해 준다면 다음에 또 재밌는 얘기를 안겨주지.”


내 말이 끝나자 녀석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졌다.


***


유명식과의 용무가 끝나고 나는 지체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안욱이 집에 도착할 때가 됐는데.’


오늘은 무슨 일 때문인지 안욱의 하교시간이 평소보다 늦는 듯하다.


“······.”

나는 안욱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팔짱을 끼고 아까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회귀 후 내 모습인 유명식과의 버스 타기 연습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녀석은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안욱의 만행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 녀석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안욱 녀석은 열살짜리 인간쓰레기다. 물론 인간쓰레기는 녀석도 마찬가지. 허나 지금 녀석과 나는 회귀하여 몸이 바뀌어진 바람에 뜻하지 않은 전략적 동반자가 되었다.

처지가 신화 음반 기획사 가문에서 팽 당한 처지였기 때문에 망나니가 된 사연도 머리로는 이해했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녀석을 용서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무리 본인 처지가 딱하다 하여도 망나니 짓으로 피해 본 자들이 수두룩하다. 더군다나 나의 후배 오미영까지도 피해자 중 한 명. 난 녀석을 활용할 방법을 정리했다.


‘다만, 녀석을 조련할 뿐이다.’


녀석의 머리가 지극히도 단순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조련이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똑, 똑


노크소리다.

드디어 안욱이 도착했나 보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큰 도련님.”

“누구시죠?”

“신화기획 황영달 전무입니다.”


문을 여니 모습을 나타낸 건 안욱이 아닌, 안경을 끼고 제법 풍채가 있는 중년의 사내의 모습.


“··· 무슨 일로?”

“안욱 도련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습니다.”


안욱이 나에게 접근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런 방법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황영달 전무?

얼굴을 본 적은 있다. 회귀 첫날, 안욱의 라흐마니노프 연주 때 기립박수를 열렬히 치던 무리 중 하나였다.


“아니, 전무님이시라면 일도 바쁘실 텐데?”

“도련님들의 일이야말로 중요한 업무입니다.”


도련님’들’이 아니고 안욱 도련님이겠지.

안욱은 정말 나의 예상을 뛰어 넘는 녀석이었다.


‘머리가 희끗한 자신의 간부급 라인을 메신저로 이용하다니.’


본인은 나랑 노는 급이 아니니, 함부로 도전하지 말라는 뜻인가?


“전할 말씀은?”

“제안하신 지역행사 무대 연주를 거절하신다고 합니다.”

“그게 다인가요?”

“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자신의 할말을 직접 전하지 않고, 사람을 시킨 안욱도 이해가 안 갔지만, 10살 코흘리개에게 라인을 타서 이런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은 이 사내도 딱했다.


“메시지는 잘 받았습니다.”

“그럼 큰 도련님께서는 따로 전하실 말씀은 없는걸로···.”

“아뇨. 전할 말 있는데요?”

“무슨?”

“동생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네요.”

“기쁜 소식이요?”

“네. 제가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는 거 같다고 전해주세요.”


내 답에 황 전무라는 사람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네. 특히 카나리아에 대해서요. 죽은 카나리아요. 기억이 생생하게 돌아왔다고요.”

“아··· 그건!”


황 전무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이 얘기를 전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메시지가 반드시 도착하도록 쐐기를 박아 줘야겠다.


“왜요? 곤란하신가요? 그렇다면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카나리아에 대해 기억이 돌아온 건 제가 아빠한테 직접 말씀 드릴게요.”


나는 황 전무에게 최대한 활짝 웃는 얼굴로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제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아빠가 무척 흐뭇해 하시겠죠?”


<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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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금수저를 빼앗다. +1 22.09.19 45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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