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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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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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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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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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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타이지와 아이들, 드디어 데뷔하다

DUMMY

대형 멀티비전에서 ‘특종 TV 연예 통신’이 방영되자, 참석자 전원의 시선이 일제히 TV화면 쪽으로 집중되었다.


나의 손에 의해 발굴된 서현철.

그리고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두 명의 댄서가 더해진 3인조 그룹 ‘타이지와 아이들’.

그들의 데뷔무대가 펼쳐질 예정이고, 거기에 더해 소위 대중음악 전문가들에게 평점까지 매겨질 상황.

이는 곧 이 모든 일을 벌인 나에 대한 평가의 자리기도 했다.

하지만,


“······.”


긴장될 거라는 내 걱정과는 달리 난 의외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일란성 쌍둥이의 얼굴처럼 닮아 있는 회귀 전 타이지와 아이들이 데뷔 상황과 똑 닮은 지금 상황 때문이리라.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대형 화면에 집중돼 있는 동안,


‘흐흐흐.’


유일한 한 사람의 얼굴이 비열하게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바로 임경호 차장.

내가 타이지와 아이들을 데뷔시키는 일을 벌였다면, 임 차장은 지금의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 순간을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나를 향해 대놓고 비열한 웃음을 날리는 걸 보면, 뻔했다.

지금의 이 방송이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망칠 목적이라는 것을.


‘그래, 지금 실컷 웃어 둬라.’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는 동안, 나도 똑같이 그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


그러자 급속히 굳어버린 그의 표정.

나는 회귀를 하고 터득한 것이 있다. 나를 조롱하는 사람에게 나도 똑같이 돌려주면 그 상대의 데미지는 두 배가 된다는 것을.

내 모습은 지금 12살 어린이 모습이다. 그러니 상대의 분노가 증폭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건 회귀하고 생긴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 다음 코너는 오늘부터 새로 선보이는 코너죠? 신인가수를 초대하여 신곡을 들어보고, 평가 위원들의 점수도 매겨보는 시간입니다.


타이지와 아이들이 나올 코너가 시작되었다.

불과 저번 주까지만 해도 없었던 새로운 코너.

아마 이것도 임경호 차장의 입김으로 급조됐을 것이다.


좌아안 좐 좌안 좐~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핀 조명 3개가 대형을 갖춘 각 멤버를 비췄다.


-날 아나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난 그 날이~


그리고 쏟아지는 서현철의 A파트의 랩. 드디어 1989년의 TV 전파로 전국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양원석과 이준호의 수준 높은 안무가 어우러졌고, 그 가운데에서 울려 퍼지는 서현철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회귀 전의 ‘날 아나요’의 목소리보다 훨씬 앳된 톤이었다.


그리고 클로즈업이 되어 화면을 가득히 채우는 서현철의 얼굴.

그의 표정에는 긴장과 자신만만함이 공존하는 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원래의 나이보다도 더 어린 탓인지 더욱 강렬한 매력을 뿜고 있었고 말이다.


징징 징지징 징징 지지지징~


서현철이 1절 랩이 끝나고 이어지는, 디스토션이 깊이 걸린 짧은 기타 리프.

이는 내가 섭외한 밴드 시나브로 백대현의 연주다.

회귀 전에도 랩음악과 헤비메탈 사운드가 절묘하게 섞인 ‘날 아나요.’ 곡.

지금 내가 프로듀싱한 곡에는 시나브로가 직접 연주한 걸 녹음하여 훨씬 제대로 된 헤비메탈 사운드를 녹여낼 수 있었다.


어디 그 뿐이랴.

그 메탈 사운드에 이어지는 이준호의 브레이크 댄스.

전체적인 안무는 시대상의 차이로 회귀 전 안무와 디테일이 다르지만, 곡의 포인트가 되는 이 브레이크 댄스만은 신기하게도 회귀 전과 똑 닮아 있었다.


‘이거 심상치 않겠는데?’


뚜겅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의 퍼포먼스. 느낌이 왔다. 뭔가 사고가 크게 터질 듯한 느낌말이다.


“······.”


막상 타이지와 아이들의 퍼포먼스가 보여지자, 아까까지만 해도 기고만장해져 입꼬리가 올라간 임경호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반쯤 벌어졌다.


- 자, 타이지와 아이들 멤버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평가단의 심사를 들어보도록 하죠.


타이지와 아이들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진행자의 멘트가 시작되자, 다소간 초조해 보였던 임경호의 표정에 다시 기대감이 묻어났다.


- 글쎄요. 타이지와 아이들이라는 신인. 랩 뮤직이란 장르를 들고 나왔는데요. 그런 바람에 멜로디가 너무 약하네요. 앞으로 성공할지는···미지수입니다.

- 저는 작사가로서 타이지와 ‘날 아나요’의 가사를 유심히 들었는데요. 가사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지 않나 싶네요.

- 타이지와 아이들. 전문가분들의 말씀 잘 들으셨죠? 따끔한 충고니 잘 새기시기 바랍니다.


“이런···.”

“흐음···.”


연이은 전문가의 악평.

임경호의 밝아진 표정과는 달리 회의실 여기저기서 낮은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 그럼, 점수발표를 할까요?

- 네, 타이지와 아이들의 점수는···58점입니다!’


“······.”


전문가의 악평에 호응이라도 하듯, 누가 봐도 턱없이 낮은 점수가 매겨지자,

회의실 전체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특히 안치영 대표와 왕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진 건 말할 것도 없었고.


그 와중에 혼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하는 임경호.

난 그런 임경호가 있는 쪽으로 슬며시 자리를 옮겼다.


“잘 봤습니다. 멋진 쇼였네요. 기획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

“에이. 근데 58점은 너무했네요. 너무 낮으니까 조작한 티가 살짝 나잖아요. 78점 정도가 적당했을 텐데요.”

“너 씨! 쉿!”


나는 임경호의 입장을 생각해서 목소리를 충분히 낮춰줬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남이 들을까 신경 쓰여선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임경호.


“다 알아요. 이거 사실 내가 안욱한테 시켜서···.”

“뭐, 뭐?”


의혹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자 임경호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우리 둘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 시선들이 따가워서인지 임경호는 급기야 내 팔을 붙잡고, 대회의장의 뒤편으로 나를 끌고 갔다.


“무슨 헛소리지?”

“모든 일은 본인이 꾸미셨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제가 동생 욱이를 통해 시킨 일입니다.”

“그게··· 무슨?”


내 설명에도 임경호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뭐 이해 못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결국은 모든 일이 저한테로 유리하게 돌아갈 테니까요.”

“···오호라. 네 놈 일이 다 망쳐줘 버렸으니 이젠 아예 현실부정을 하는구나.”

“하아. 좋으실 대로 생각하세요.”


어깨를 으쓱하는 내 모습에 더는 할 말이 없다는 판단인지 임경호는 노기를 거두고 셔츠 깃을 가다듬으며 무선 마이크를 챙겨 들었다.


“뭐하시게요?”

“방송 끝났으니 정리하는 멘트를 해야 할 거··· 제발 신경 꺼!”


“······.”


본인이 나가겠다고 하니 난 굳이 만류는 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은 임경호가 무슨 말을 할지는 뻔하다.

하지만 난 결정했다. 굳이 임경호가 하는 행동을 말리지 않기로.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 안현 군이 어린 나이에 당찬 도전을 했으나, 역시 준비 부족으로 아티스트 육성에 큰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안현 군! 이번 기회를 인생의 추억으로 삼고, 앞으로 학교 공부에 매진하는···.”


임경호가 하고 있는 뻔한 말.

정리하자면 결국 나의 패배 선언을 하는 것.

좌중은 안치영 대표의 장남인 나를 위로하려는 듯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아! 안 그래도 궁금했었는데 결과가 벌써 나왔나 보네요! 현재 타이지와 아이들 앨범 판매 현황이요.”


그가 마이크로 멘트를 이어가던 도중, 대외협력부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임경호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역시나 주도면밀한 임경호 차장. 아마도 끝까지 나의 패배에 결정타를 날릴 심산으로 아래 직원에게 시킨 일이리라.


하지만.


“어···어?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발표를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임경호 차장.

제 눈을 의심하는 건지 안경을 고쳐 썼다, 벗었다 하면서 쪽지의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아니, 임 차장. 지금 뭐하는 거야?”


그 모습에 보다 못한 조용탁 감독. 단상으로 올라가 임경호 손에서 쪽지를 빼앗아 들었다.


“응? 뭐지? ‘타이지와 아이들’ 1집 카세트테이프 전체 물량 1만개 전량 판매 완료?”

“뭐, 뭐라고요?”

“전량 판매 완료면··· 만개가 다 팔렸다고?”

“아니. 방송한지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그랬다.

한마디로 타이지와 아이들 데뷔는 초 대박인 상황.


“······.”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굳어진 채로 서 있는 임경호 차장.

그는 모를 수밖에 없었다. 타아지와 아이들 만큼은 첫 방송에서의 굴욕이 곧, 초 대박 히트의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란 것을.


“······.”


거기에 동생 안욱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


최 교수, 그리고 오병수 대리. 모두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 건에 손발을 걷어붙이고 내 일을 도와줬다. 그런데 안욱은?


‘안욱도 결정적인 일을 해줬지.’


아까 내가 임경호 차장에게 넌지시 말했던 것.

아직까지도 카나리아 사건을 내가 안치영 대표에게 언제 폭로할지 걱정하는 안욱은 여전히도 내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리 없는 임경호 차장은 안욱을 덥썩 물고, 데뷔방송까지는 가자는 안욱의 요청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서현철의 데뷔를 망치는 조건. 반드시 데뷔무대 만큼은 세우고 망쳐라.’


바로 이런 안욱의 요청.

내가 안욱에게 지시한 것이란 걸 모른 채로 말이다.


“대표님!”


갑작스레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또 다른 직원 한 명이 이번에는 안치영에게 다급하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밖을 못 나간다니?”


언성이 높아진 안치영 대표의 목소리에 어수선해진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밖을 못 나간다니요?”


안치영 측근이 하나 둘 질문을 하자, 귓속말을 전해준 직원이 앞에 나섰다.


“지금. 사람들이 우리 사옥 정문을 가로막고 시위를 하고 있답니다!”

“아니, 왜요?”

“타이지와 아이들 앨범 추가분을 당장 풀라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답니다!”


전국 앨범 1만장 완판. 타이지와 아이들의 돌풍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못 구한 학생들이 우리 사옥의 위치를 알아내서 시위를 하듯 포위를 한 상황.

나의 기대를 뛰어 넘어도 한참을 뛰어 넘은 분위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런. 우리 신화 기획사에 앨범을 더 내 달라고 사람들이 몰린 적 있었나?”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왕회장님.”

“아이고! 우리 현이! 현이가 또 일을 냈네. 일을 내버렸어! 껄껄껄!”

“그러게 말입니다! 큰 도련님이 정말 대단하네요!”


어수선해진 좌중의 분위기와는 달리 왕회장과 안치영 대표는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


“아이고, 회장님. 또 이러신다.”

“쓰읍! 가만 있어! 이 할비가 하는대로 해!”


회귀 후 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다시 내 손목을 잡고 치켜든 왕회장.

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왕회장의 흥분된 분위기를 맞춰주느라 마치 금메달리스트라도 되는 양 박수를 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


그런 와중에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은 임경호 차장과 한명희 여사.

본인들이 나를 망신주기 위해 깔아 놓은 판이었지만, 상황은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그나저나 지금 상황은 어떻게 하죠?”

“음, 그러게.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지?”

“휴. 그럴 수밖에요. 대표님이 나가셔서 일단 추가 앨범 발매 약속을 하실 수밖에요.”


조용탁과의 대화를 하던 안치영 대표. 밖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던 참이었다.


“음,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안치영 대표를 막아선 사람이 안치영을 향해 명함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임경호 차장 소개로 온 대한일보 문화부 송주필 기잡니다.”


<20화 끝>


작가의말

제 작품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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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타이지와 아이들(7) 22.10.05 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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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타이지와 아이들(5) 22.10.03 85 5 12쪽
16 타이지와 아이들(4) 22.10.02 102 5 13쪽
15 타이지와 아이들(3) 22.10.01 107 4 13쪽
14 타이지와 아이들(2) 22.09.30 124 4 11쪽
13 타이지와 아이들(1) 22.09.29 152 7 12쪽
12 류 부장의 몰락 22.09.28 169 6 13쪽
11 행사 무대부터 독식(6) 22.09.27 170 6 14쪽
10 행사 무대부터 독식(5) 22.09.26 16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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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뒤바뀐 운명 +1 22.09.20 367 11 13쪽
3 금수저를 빼앗다. +1 22.09.19 450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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