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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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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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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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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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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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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일은 늦으리(3)

DUMMY

과외가 끝나고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다.


‘휴우.’


녀석과의 과외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회귀를 한 이후 가장 힘겨운 시간이었을지도···.’


녀석이 무식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과외 때 벌어졌던 상황을 곱씹으니, 다시 내 머리에 편두통이 밀려들었다.


『이 문장. 읽어 봐.』

『쉬··· 부스 노트···.』

『쉬 부스 노트? 지금 ‘쉬 더즈 낫’을 그렇게 읽은 거야?』

『······.』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알파벳은 다 알지?』

『아, 씨! 너무하는 거 아냐? 그래도 회귀 전에 캐나다로 유학도 갔다 온 몸이라고!』

『그래? 그럼 여기 a부터 z까지 소문자로 써봐.』

『···내 참. 그만합시다! 캐나다 유학 출신한테 알파벳 테스트라니!』


타닥!


녀석이 자존심 상한 양 볼펜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a부터 f까지를 쓰다 말고.


볼펜을 집어 던진 녀석을 보며 난 분명히 느꼈다. 놈이 알파벳을 자신있게 써내려갈 수 있는 범위는 a부터 f까지가 다라는 것을.


백미러를 통해 내 표정을 발견한 기사님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대표님. 혹시 두통 있으십니까?”

“아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기사님이 알아차릴 만큼 골치가 아팠지만, 수확이 있었긴 했다.


『네가 회사 쉬는 날을 모른다고? 아마 네 성격이었으면 매년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회사 전체가 쉬는 날이 있었긴 했지. 매년 10월 21일. 그날만은 손꼽아 기다리긴 했었어. 10월 21일. 친구들이랑 마음 놓고 나이트로 놀러가서 진탕 마실 수 있었던 유일한 날이니까.』


회귀 후, 난 나와 회사를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1994년을 잊지 않았다. 1994년은 바로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대참사가 일어난 해이니까.

가뜩이나 난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통해 나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란 걸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런 입장에서 대참사를 외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막아야하지 않겠나?


하지만.


‘정확한 날짜를 알아야 사고를 막건 말건 하지.’


그 사고가 터진 해, 1994년은 기억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사고가 일어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는 건 무리였다.

그런데 그 날짜를 회귀 전 안현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날짜는 바로 10월 21일!’

드디어 파악된 날짜.


1994년 10월 21일, 터졌던 그 사고.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고가 터질 ‘예정’이다. 내가 회귀를 했으니까.


그 사고는 바로 한강다리의 붕괴.


그 사고는 하필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아침시간에 터져버려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 대교의 위치. 신화 기획사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안치영의 마음은 더욱 슬플 수밖에 없었지.’


이 사건에 충격을 적지 않게 받은 안치영은 그 이후로 매년 10월 21일에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추모공연을 개최했고, 그 공연 당일마다 신화기획사의 사무실은 휴무일로 지정됐던 것이다.


회귀 전 안치영이 그 사고를 남다르게 여겼다는 걸 알았던 나는 당시 안치영의 장남이었던 놈에게 추궁하기로 마음먹었고, 다행히도 놈의 입에서 답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10월 21일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그런데 그런 날을 기회랍시고 흥청망청 놀 생각만 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회귀 전의 안현은 말그대로 인간 쓰레기나 다름없는 놈이다.


‘그래도 녀석에게 고맙다고 생각해야 하나?’


하지만 다행인 점도 있었다. 어찌됐든 놈의 기억으로 날짜를 파악했으니까.

이제 난 앞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이 비극적인 사고를 반드시 막으리라.


“대표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십니까?”


차가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기사님이 심심했는지 다시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며 웃어 보였다.


“아, 그냥. 앞으로 할 일들이요.”


언제나 나를 보며 신기해 하는 기사님. 이제 고1, 열 일곱 살. 아무리 봐도 애송이로 보이는 내가 대표랍시고 동분서주하니 어찌 신기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나저나, 곧 기획사에 심희철 씨가 방문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내일은 늦으리 출연자거든요.”

“오오! 정말이었군요! 싸인받으러 와야겠네요. 제 아들이 사실 가수 심희철 열성 팬이거든요!”


심희철.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에 빛나는 그 이름.

그리고 1994년 현재, 자신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펼치며 대중음악계 최고의 거물이 된 그가 ‘내일은 늦으리’ 참여 뮤지션에 포함되었다.


물론 그런 심희철이 내가 기획하는 ‘내일은 늦으리’에 참여하는 건 무조건 기뻐해야 할 일이나,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일 심희철과 윤환 형님의 출연자 1:1 미팅이 있다는 것이다.


‘휴우. 괜찮겠지?’.


대중음악계의 최대 거물 심희철과의 미팅을 무대뽀 돈키호테가 별명인 윤환 형님 혼자 해야 하는 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까지 내가 개입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음악감독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 윤환 형님의 권위가 떨어지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내가 희철 형님께 살짝 거짓말을 해놓긴 했지. 윤환 형님에 대해 말이야.’


***


김윤환이라는 사람과의 1:1 미팅장소를 하기위해 현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한 심희철.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스튜디오 컨트롤 부스.

현 엔터의 대표 안현에게 직접 건네받은 명함을 다시 꺼내든 심희철. 그는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윤환?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보통 대형 행사에서 만나는 음악감독은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일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나 이번의 이벤트 ‘내일은 늦으리’는 공중파 방송국에서 공식 방영될 정도의 큰 행사다. 그런데 그런 큰 행사의 음악감독 자리에 이름을 처음 들을 정도의 신인 이름이 떡하니 있으니, 어찌 심희철이 의아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 만나보시면 아실 겁니다. 이 김윤환이란 인물. 음악 천재 중 최고 천재니까요.』


의아한 상황 속에서 다시 떠오른 안현의 설명. 심희철은 안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혜성같이 나타난 안현이란 존재. 무려 국민학교 5학년의 나이에 타이지와 아이들이란 팀을 발굴하여 일약 천재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린 친구가 안현이다.

처음에 심희철은 한 기획사에서 어린 아이 하나를 잘 포장한 쇼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서현철의 생생한 증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열 두 살짜리 꼬마가 제 데모곡을 들으면서 디렉팅을 해 나가는데··· 어후. 그 꼬마가 마치 제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니까요.』


천하의 서현철이 칭찬할 정도라면 일단 안현이란 인물은 인증이 된 셈. 그런데 그런 안현이 본인 입으로 직접 김윤환이란 인물을 음악천재라고 추켜세우니 걱정하던 심희철의 마음엔 동시에 기대감도 스물 스물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심희철 형님이시죠?”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생각에 빠져 있던 심희철의 고개가 출입문이 있는 뒤쪽으로 돌아갔다.


“헤헤! 유명인을 보니 신기하군요!”


저 사람이 김윤환?


“헉! 그···.”


심희철은 방금 나타난 남자에게 선뜻 인사를 하지 못했다.

김윤환을 추정되는 자의 몰골.

그의 머리엔 밖에서 쓰고 다니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커다란 헤드폰에, 셔츠의 단추 채운 순서가 하나씩 밀려서 채워져 있어서 왼쪽의 카라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저, 저기. 셔츠 단추가···.”

“앗, 이런!”


심희철의 지적에 화들짝 놀란 사내. 황급히 뒤를 돌아 셔츠의 단추를 풀고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이거 초면에 죄송합니다. 이번 내일은 늦으리 음악감독을 맡은 김윤환이라 합니다!”


김윤환이 단추를 다시 채웠음에도 심희철은 여전히 난처한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김윤환의 단추가 반대로 밀려 채워져 셔츠의 칼라가 오른쪽으로 밀려 올라갔으니까.


‘이 사람이 정말 천재라고?’


김윤환의 실물을 본 심희철은 오히려 더더욱 마음이 불안해졌다. 지금의 김윤환의 모습은 천재라기 보다는 바보에 더 가깝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형님. 제가 일단 형님이 보내주신 데모곡은 잘 들었습니다.”


드디어 음악에 대한 얘기가 시작됐다.

상황이야 어떻게 됐든, 심희철을 마주보고 앉은 김윤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심희철을 마주했다.

그런 김윤환을 바라보는 심희철. 애써 침착한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일단 이 작자가 무슨 소리를 할까 얘기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음, 일단, 전체적으로 다 좋았는데 제가 판단하기엔 여성 보컬 애드립이 추가됐으면 해요. 그래서 저희 기획사 소속 가수를 썼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여성 보컬이요? 갑자기요?”

“네. 여성 보컬이요. 핑크 레이디라고 노래한번 들어보세요. 실력 쥑입니다!”


전혀 염두해 두지 않은 여성 보컬 추가. 심희철의 표정에 의혹을 넘어서서 불쾌함이 번지기 시작했다.


“에이, 형님. 표정 왜 그러세요. 제가 이 자리에 불렀으니 한 번 들어나 보시고 판단하시죠!”


당황한 심희철. 막무가내로 나오는 김윤환에게 뭐라고 항의라도 하려 했으나, 김윤환은 어느새 출입문을 열고 여성 가수 두 명을 마중 나가고 있었다.


“이쪽은 제가 소개 안 해줘도 알겠죠?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어머! 안녕하세요! 저 핑크 레이디 민오경이라고 합니다. 심희철 씨 팬이에요! 호호.”


핑크 레이디라는 여성 듀오가 자리를 잡자, 김윤환은 심희철의 존재를 잊었는지,이제는 아예 심희철을 등지고 핑크 레이디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끝나고 저랑 차 한 잔 하시죠.”

“아니, 왜 윤환 씨는 만날 차 한 잔 타령이세요? 싫다니까요!”


그들의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자, 심희철도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 천재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서현철의 증언까지도 있고 말야. 그런데 지금은 천재는커녕, 어딘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보이기까지 하니···.’


김윤환과 핑크 레이디의 대화가 끝을 보이지 않자, 심희철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심희철. 자신에게 등을 지고 있는 김윤환의 등을 쿡 찔렀다.


“저기요. 제 음악은 안 들어 보십니까?”

“아차차! 이런 실례를!”


그제서야 심희철에 플로피 디스크를 받아 든 김윤환.


‘휴우.’


심희철은 지금 이 상황에서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심희철의 데모곡이 시작하고 3분여가 지났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심희철의 곡이 끝나자, 김윤환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헉. 뭐지? 저 미소는?’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탄 이후로는 자신의 곡을 듣고서 저런 표정을 지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심희철.


자신이 집에서 만든 데모곡.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이후, 심희철은 그 데모곡이 어떤 곡이든 자신이 만든 곡이라면 누가 들어도 찬사에 찬사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단 한 곡도 빠짐없이 말이다.

심지어 자신의 기획사대표 마저도 자신의 곡을 듣고 딴지를 건 적이 없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저 미소는 뭘까?’


혼란스러운 와중에 드디어 김윤환이 미소를 거두고 입을 열었다.


“들어보니까 곡 구성 상 간주 기타 솔로는 빼야겠네요. 노래는 1절 끝내고 바로 2절로 넘어갑시다.”

“네?”


거침없는 김윤환의 의견.

심희철의 데모곡 미디파일을 연 김윤환이 마우스를 드래그하여 간주 부분을 삭제했다.


“그리고 드럼 필인은 8마디마다가 아니고 16마디마다로 할게요.”

“······.”


이번에는 드럼트랙의 8마디마다 필인을 삭제하는 김윤환. 과감한 그의 행동에 심희철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지막으로 건반이요. 스트링 화음은 다 뺄게요. 기타랑 겹치네요.”


총 5분도 체 걸리지 않은 김윤환의 디렉팅.


“한 번 플레이해 볼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


“······!”


말문이 막혀 닫혔던 심희철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희철 선배님. 그거 아세요? 음악이란 건 축구와 같아요. 감독의 지휘가 어떻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은 180도 달라진다고요! 우리나라 축구도 어떻게 지휘하는냐에 따라 월드컵 4강도 가능하단 걸 모르시면 안 되는 겁니다!"


디렉팅이 끝나자, 알듯 모를 듯한 말을 덧붙인 김윤환이 심희철을 향해 잇몸을 드러내 웃어 보였다.


‘김윤환이라는 사람, 뭐지? 정말이지··· 처, 천잰데?’


<24화 끝>


작가의말

제 작품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호작과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독자님들의 관심이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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