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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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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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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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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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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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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일은 늦으리(2)

DUMMY

이곳은 현 엔터테인먼트에 마련된 스튜디오 컨트롤 부스.


“어때요? 형님?”

“어, 글쎄···.”

“아니, 형님. 음악감독 맞아요? 어, 글쎄가 뭐예요?”


내 옆에 앉아있는 김윤환. 머리만 긁적이고 있는 통해 핀잔을 좀 줬더니 세상 억울한 표정이 돼서 날 쳐다봤다.


“아니, 대표님.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음악감독 제가 시켜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반 강제로 시켜 놓으시고는···.”

“반 강제요? 송주필 기자님 전화번호를 누른 손가락은 누구 손가락이었죠?”

“······.”


나와 김윤환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동안 컨트롤 부스의 유리창을 통해 밴드 시나브로의 멤버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우뚱하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곧 있으면 ‘내일은 늦으리’ 공연에 발매될 앨범 녹음작업이 시작된다.

이에 대비하여 난 김윤환을 붙잡아 놓고 앉혔다. 나를 대신해 '내일은 늦으리'의 음악 총감독을 맡아줄 그에게 특별 과외를 해주기 위해.


“제 귀에는 말이에요. 지적할 게 없는데요? 시나브로 형님들이 워낙에 연주들을 잘하시니···.”

“형님. 디렉팅하는데 지적을 꼭 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그, 그럼요?”

“훌륭하면 아티스트들한테 ‘훌륭합니다!’ 한 마디 날려주면 되죠.”

“아···.”

“그런데 형님. 진짜 저대로 괜찮을 거 같아요?”


지금 김윤환의 특별 과외를 위해 시간을 내서 참여해준 밴드는 무려 대한민국 최고의 락밴드 시나브로.

타이지와 아이들의 서현철을 영입하는데 나와 인연이 됐던 그들. 그들이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나와 함께하고 있는 건, 내가 그들의 원 소속사에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영입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나브로의 리더 백대현도 나와 계약하길 원했었고 말이다.


“아니, 저렇게들 연주를 잘 하시는데 뭐라고 디렉팅을···.”


난감해 하는 김윤환.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밴드 시나브로 멤버들 하나 하나 연주력이 워낙에 출중하니 딱히 지적할 것이 안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윤환이 계속 우물쭈물해 하니 역시나 밴드 시나브로의 리더 백대현이 마이크 연결을 해달라는 손짓을 했다.


딸깍.


-아, 뭐하세요? 계속 시간이나 끄시고. 저 분 저래가지고 정말 음악감독 할 수 있겠어요?

“아, 대현 형님. 죄송해요. 아직 처음이라 이해 좀 해주세요.”


딸깍.


난 다시 녹음부스와 연결되는 마이크 버튼을 내리고 김윤환을 쏘아보았다.


“이것 봐요, 윤환 형님. 뮤지션들이 다 저래요. 조금만 틈을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든다고요.”

“······.”


큰일이다. 백대현이 저러는 바람에 김윤환이 더 풀죽었다.

이럴 땐 별 수 없다. 내가 직접 보여줄 수밖에.


“형님. 이제부터 제가 하는 거 잘 보셔야 해요.”


난 녹음 부스와 연결되는 마이크 버튼을 다시 눌렀다.


“대현 형님. 들어보니까 곡 구성 상 간주 기타 솔로는 빼야 할 거 같아요. 노래 1절 끝내고 바로 2절로 넘어갑니다.”

“그게 좋을라나? 오케이. 알았어.”

“그리고 드럼 필인은 8마디마다가 아니고 16마디마다로 넣어 주시고요.”

“어, 그래.”

“마지막으로 건반이요. 스트링 화음은 다 빼 주시고, 탑노트만 옥타브로 연주해주세요.”

“화음을 빼라고? 그럼 사운드가 너무 비지 않을까?”

“아뇨. 들어보니까 기타 배킹이랑 겹칩니다.”

딸깍.


내 거침없는 디렉팅에 놀랐는지 김윤환이 두배로 커진 동공으로 날 쳐다봤다.


“막 그렇게 해도 돼요? 백대현님 기타 솔로 엄청 준비하셨는데요?”

“형. 그런 거 다 따지면 나중에 앨범 엉망으로 나와요.”

“아니, 그런데 원곡 폼을 다 바꿔 놓으면 이게 편곡 작업이지. 어떻게 녹음 디렉팅 작업이에요?”

“전 그렇게 합니다. 제가 곡을 다 뜯어고치든, 뒤집어 놓든 결과물만 좋다면 그렇게 해야죠.”


나의 디렉팅으로 다시 시나브로의 연주가 다시 시작됐다.


“오오. 확실히 더 정리되게 들리네요.”

“그것 보십쇼.”


연주가 끝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건 윤환 형님 뿐 아니었다. 녹음부스에 있는 시나브로 멤버 전원들도 다들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회귀 전에도 개최된 ‘내일은 늦으리’.

당대 최고의 대중음악 스타들이 모여 함께 공연도 하고 앨범도 발매되는 일종의 올스타 콘서트 이벤트다.

마치 1985년 미국에서 아프리카 난민 구호를 위해 진행된, 한국판 ‘위아더 월드(We Are the World)’랄까.


“자, 형님. 이제 감이 좀 오셨어요? 오늘 과외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내가 과외를 끝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윤환 형님은 더 궁금한 게 있는지 내 팔을 끌어다가 나를 다시 앉혔다.


“대표님. 근데 이렇게 큰 행사가 우리한테 배정된 이유가 뭔가요? 다른 대형 기획사들도 있잖아요?”

“그건 다 대한일보 송주필 기자님 덕분이랍니다.”


타이지와 아이들 데뷔 때 신화기획사 대회의실에서 만났던 송주필 기자.

그 인연을 계기로 나의 가능성을 일찍 알아봐 준 송주필 기자가 내게 제안을 한 것이다. 올해 개최되는 '내일은 늦으리'를 현 엔터테인먼트가 총괄하는 것을.

또한 송주필 기자가 내게 이를 제안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바로 ‘내일은 늦으리’ 기획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형님. 제가 하는 것 보셨죠? 감독이 중심을 못 잡으면 아무리 날고 기는 연주자가 있어도 앨범 퀄리티는 제대로 나올 수가 없어요.”

“알겠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잖아요. 대한민국 축구도 월드컵 4강까지도 갈 수 있다고요. 감독이 선수들 지휘만 잘 할 수 있어도요.”

“네?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이요? 에이. 대표님. 너무 가셨다.”

“하아, 됐어요. 형님.”


아까까지만 해도 풀 죽어 있던 김윤환. 하지만 내 한 마디에 말꼬리를 잡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실실거린다.


솔직히 오병수 팀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김윤환을 음악감독으로 쓰는 나의 판단에 의문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현 엔터테인먼트사의 일이라면 무슨 일이 됐든 열정적으로 달려들지만, 어딘가 항상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모습이니 어찌 의문스러워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결국엔 김윤환이 누구보다도 '내일은 늦으리'의 음악감독 일만큼은 윤환 형님이 적격이란 것을.


“어쨌든 형님. 각 팀들 데모곡들은 이번 주 중으로 도착할 거예요. 정식 녹음 작업이 얼마 안 됐으니까 데모곡들 미리 꼼꼼히 들어 보셔서 단단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천재 대표님.”


내 격려에도 어깨가 쉽게 펴지지 않는 윤환 형님. 난 그의 등을 툭툭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형님. 잘 부탁드려요. 전 바빠서 이만.”


윤환 형님의 과외 말고도 나에겐 할 일이 이만 저만 많은 게 아니었다.

회귀를 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말이다.


***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따로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다.


“네. 기사님. 식사하시고 오세요. 1시간 30분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이곳은 무양시 시민아파트 단지.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 나는 엄마를 보러 가기 위해 항상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이다. 이유는.


“오옷! 안현이다!”

“진짜? 어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해도 용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를 차리면서 마련한 승용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딩동 딩동-


급하게 아파트 계단으로 올라 간 나는 이제는 내집처럼 익숙한 501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우리 현이 왔구나!”

“어머니. 안녕하셨습니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드린 나를 보며 표정이 밝아진 엄마의 얼굴.


“그래. 현아. 그런데 이게 괜찮은 방법일까?”


방금 나를 맞이할 때만 해도 밝은 엄마의 표정에 약간의 걱정이 드리워졌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내가 유명식의 과외선생님이 되기로 한 것.


비록 나의 엄마가 지금은 몸만 유명식인 그 녀석의 엄마지만, 자신의 회귀 후 아들인 유명식보다도 오히려 날 더 믿음직스러워 했다.


하지만 아무리 날 믿는다 해도 전문 선생이나, 명문대 대학생이 아닌 친구에게 과외를 맡긴다? 걱정이 앞서는 심정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에이,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장담하건대 그 누구도 명식이를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명식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니까요. 제가 녀석을 열심히 조련, 아니 공부시키겠습니다.”


내가 놈의 과외선생님이 되기를 자처한 이유.


내가 공부를 특출나게 잘한다거나, 놈을 생각해서는 절대 아니다.


회귀하고 5년 간 난 녀석이 그 어떤 비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주기적인 교육을 시켜왔다. 필요하면 육체적 고통까지 안겨주면서 말이다.


그것은 모두 엄마가 녀석 때문에 조금이라도 속 썩으시지 않을까 하는 나의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개망나니 같은 기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는 어려운 법. 놈이 조금은 괜찮아졌나 해서 풀어 줄라 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건너편 학교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친다는 소문이 들려오곤 했다.


거기다 가뜩이나 녀석의 성적이 바닥을 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니, 난 엄마를 위해서라도 녀석의 공부까지 신경 쓰게 된 것이다.


“단, 어머니. 과외 중에 험한 비명소리 들려도 걱정은 마세요.”

“그럼! 우리 현이가 도와주는 건데! 명식이가 말 안 들으면 얼마든지 혼내면서 해!”


‘휴우, 성가신 새끼. 이게 다 엄마를 위한 일이라 생각해야지. 내가 참자, 참아.’


윤환 형님 음악감독일로 특별과외 해주는 것도 신경 쓰이는 판에 유명식의 성적관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 짜증이 물밀듯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기분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도 이 핑계로 엄마의 모습은 계속 볼 수 있으니까.


“왔냐.”

“······.”


오늘 나와 과외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귀가한 녀석의 얼굴은 한껏 풀 죽어 있었다.


“꼭 ‘나한테 과외를 받아야겠냐’는 표정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학교에서 오자마자 과외라니. 그것도 너한테 말야.”

“그럼 나대신 아리따운 여대생이 과외 선생님이면 만족하겠어?”

“···그렇게 해줄 수··· 있어?”

“그러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겠어?”

“흐흐! 그렇게만 해주면야!”

“흐흐? 그렇게만 해주면야?”


“어? 어? 으헉!”


암바(arm bar).

상대편의 팔을 잡고 팔꿈치를 꺾어 상대의 어깨를 양 다리로 둥글게 감싸 누르는 레슬링 기술.


“으악!”


그래도 엄마가 집에 계시니 참아 구타는 할 수 없었고, 대신 그래플링쪽을 택했다.


“내 팔! 내 팔! 으아악!”

“조용해라. 어머니 들으실라.”


이해가 안 갔다.

나에게 5년을 당하고도 맞을 짓을 또 하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나는 녀석을 어깨가 빠지기 직전 까지만 몰아세우고 풀어줬다.


“네가 예뻐서 과외시켜 주는 게 아닌 거 알지?”

“······.”

“많은 거 안 바란다. 내 목표는 네가 바닥만은 찍는 것만은 피하도록 하는 거다. 적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라고. 너 때문에 어머니 속병 나시면 난 널 다리병신으로 만들어 줄 거다.”

“······.”

“책 꺼내서 펴라.”


아직도 씩씩거리는 녀석. 하지만 더 이상 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자신의 가방을 열어 순순히 영어 교과서를 꺼냈다.


“자. 과외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하겠다.”

“무, 무슨 질문?”

“신화 엔터테인먼트 안치영 대표. 매년 정기적으로 열었던 공연 알지?”

“그건 왜?”

“그 정기공연. 매년 몇 월 며칠에 열렸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정기공연! 그날만은 신화엔터테인먼트 전체가 휴무였잖아!”

“······.”

“네가 회사 쉬는 날을 모른다고? 아마 네 성격이었으면 매년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난 그날의 날짜를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날짜에 한강다리 하나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올해인 1994년에 말이다.


<23회 끝>


작가의말

제 작품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선호작과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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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타이지와 아이들(3) 22.10.01 107 4 13쪽
14 타이지와 아이들(2) 22.09.30 124 4 11쪽
13 타이지와 아이들(1) 22.09.29 152 7 12쪽
12 류 부장의 몰락 22.09.28 169 6 13쪽
11 행사 무대부터 독식(6) 22.09.27 170 6 14쪽
10 행사 무대부터 독식(5) 22.09.26 164 5 13쪽
9 행사 무대부터 독식(4) 22.09.25 18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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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행사 무대부터 독식(2) +1 22.09.23 236 8 12쪽
6 행사 무대부터 독식(1) +1 22.09.22 287 11 13쪽
5 푸른 빛의 아지랑이 +1 22.09.21 309 10 13쪽
4 뒤바뀐 운명 +1 22.09.20 367 11 13쪽
3 금수저를 빼앗다. +1 22.09.19 450 11 12쪽
2 안현, 그리고 유명식(2) +1 22.09.18 456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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