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692
추천수 :
163
글자수 :
137,703

작성
22.10.04 17:00
조회
76
추천
5
글자
13쪽

타이지와 아이들(6)

DUMMY

서현철의 집을 방문한 이후, 내 몸은 두 배로 더 바빠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팀 전체가 말이다.


“몸이 두 개였음 좋겠습니다.”

“아니, 두 개여도 모자랄 거 같은데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현재 규모의 10배의 충원이 있을 거니까요.”


내가 내뱉은 말에 오병수와 최윤희가 동시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쳐다봤다. 아마도 ‘충원’과 ‘10배’. 이 두 단어 때문이리라.


“하, 하하. 충원이라니. 기분 좋은 농담이네.”

“그러게요. 회사 하나 만들 기세네요, 작은 대표님.”


오병수와 최윤희. 모두 발벗고 날 도와주고 있지만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각자의목표는 나에 비해 그 원대함의 크기가 작았다.

오병수는 일종의 수련의 과정으로, 그리고 최윤희는 추후 음악치료에 대한 수요가 생길 때까지 머무는 파트타임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를 제외한 이들의 생각은 원대함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은 상태랄까.


‘그렇다고 이들이 일을 설렁설렁한다는 뜻은 아니지.’


그래서 내가 이 둘의 손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비전에 반신반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내가 벌이는 일에 대해 잠시 거쳐가는 정도로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답답하긴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밖에···.’


가뜩이나 내 몸의 나이가 12살인데, 내가 육성하려는 서현철 마저도 17살밖에 안 됐으니, 그들로선 내 사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긴 힘들 터. 하지만 난 이런 어정쩡한 상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이런 문제는 머지않아 일소에 해소될 것이다. 왜냐하면.


‘서현철과의 계약이 성사됐기 때문이지.’


아직 10대인 서현철이지만 그는 이번의 나와의 일을 통해 나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현철은 자신이 적어도 스물살은 넘어야 데뷔앨범을 낼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내가 고쳐 준 ‘날 아나요’ 데모버전 베이스라인 두 마디. 그 한번의 내 피드백으로 서현철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서현철은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겉으로만 본다면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이 변화로 인해 곡 전체 분위기가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는 또 느꼈겠지. 이러한 자신의 음악적 발전은 나, 안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대표님. 저 왔습니다!”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서현철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계약을 한 다음날 이후로 오늘까지 서현철은 하루도 빠짐없이 신화 기획사의 임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많이 피곤해 보여요, 현철이 형.”

“어제 밤 세웠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형. 컨디션 조절해야죠.”

“어쩔 수 없습니다, 대표님. 제 작업 스타일이거든요.”


내가 먼저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내게 깍듯이 존대말로 대하는 서현철. 내가 비록본인보다 5살이나 어린 국민학생이지만 이제 계약을 했으니 엄연히 자신의 대표라고 대우해준다.


“그런데 대표님. 계약 조건이란 게 원래 다들 이런가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이미 계약서에 싸인을 한지 5일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서현철은 의아하기만 한가 보다. 나와의 계약조건이.


바로 5:5 수익배분율.

회귀 전 세상의 아이돌 수익배분율은 8:2나, 심지어 9:1도 부지기수였다.

8:2라면 기획사가 8이고 아티스트가 2란 뜻.

그러니 서현철이 놀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기획사가 7이고 아티스트가 3이면 좋은 축에 속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5:5란 수익 배분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5:5 비율은 내가 회귀 전 들었던 사례이니, 지금보다 30년 이상 앞선 상황이다. 그러니 서현철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으리라.


“앨범이 안 팔리면 대표님 수중에 남는 게 없는 거 아닌가요?”


내가 추진하려는 일에 의구심을 갖는 건 비단 오병수와 최윤희 뿐만이 아니다. 그건 서현철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서현철과 내 나이를 합쳐도 29살.’


둘의 나이를 합쳐도 30대를 넘지 않은 나이다. 물론 나와의 인연으로 계약서에 싸인을 했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아직 소꿉장난으로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다.


“형. 타이지와 아이들 앨범이 안 팔릴 수도 있다고요? 그런 생각은 안 하셔도 좋을 거 같은데요.”


서현철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내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만든 웃음이 아닌 진짜 세어 나온 웃음이다.


5:5의 조건.

적어도 내 계산으로는 이렇다.


‘타이지와 아이들의 앨범만 나온다면 서현철에게 가는 수익과 각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회사 하나 정도는 거뜬히 만들 수 있다.’

그것도 지금의 내 나이 12살에 말이다. 그러니 나의 입에서 어찌 웃음이 세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덜컥.

“작은 대표님!”


이제 서현철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함께 음악작업을 하려는 순간,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면서 오병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죠?”

“긴급 사항입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오병수의 얼굴. 나는 서현철에게 눈짓으로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 부탁했다.


“숨 좀 고르고 말씀하세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심상치 않다면?”

“욱이 도련님 말입니다.”

“동생이··· 왜요?”

“욱이 도련님이··· 3층을 드나든답니다!”

“동생이요? 3층을요?”


***


이 곳은 대외협력부가 자리한 신화기획 본사 3층.


“욱이 도련님! 정말 좋은 선택을 하신 겁니다. 하하하!”

“······.”


안욱을 자신의 방으로 부른 임경호 차장의 표정은 더없이 밝을 수 없었으나, 정작 안욱의 태도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 역력한 상황이다.


안욱의 뒤에 줄을 선 수많은 자들 중 하나인 임경호 차장.

하지만 아무리 그가 안욱의 사람이다 하더라도 그동안 안욱이 제 발로 이 곳 대외협력부 사무실을 드나드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욱이 도련님. 이젠 정말 걱정은 꼭 붙들어 매십쇼! 제가 욱이 도련님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안현이 하는 일을 망쳐 놓을 플랜을 A부터 Z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짰습니다!”


임경호가 만든 문서의 제목은 ‘안현 파멸 프로젝트 목록표’.


그 문서를 받아 든 안욱은 마음이 마냥 편할 수는 없었다.

가뜩이나 현재로서 안욱은 밤가시 축제무대 이후로 안현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안욱이 임경호 차장의 방을 드나드는 건 안욱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상황일 터다.


“그러니까 도련님은 이 내용들을 읽고, 취향에 맞는 방법을 선택만 해 주시면 됩니다.”


얼마전, 패스트푸드점에서 안현의 일을 그르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받은 안욱. 그는 임 차장에게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었다.


『3일. 3일만 주세요. 생각할 시간을요.』


그렇게 해서 3일의 시간동안 안욱은 생각을 정리했고.


『좋습니다. 차장님. 일을 진행시켜 주세요. 단, 방식은 여러가지를 마련해 주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요.』


정리된 안욱의 생각은 바로 ‘옵션’을 거는 것.

안현의 일을 망칠 방법을 임 차장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굳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부탁한 이유를 임경호는 알 수 없었다.

허나 임 차장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찌됐든 그는 이번 일로 자신이 신화 기획사의 실세 한명희 여사의 눈에 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단단히 잡았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


“음···. 이 방법으로 하겠습니다.”

“오오, 2번으로 말이죠?”


안욱이 보기 쉽도록 임 차장이 일목요연하게 만든 ‘안현 파멸 프로젝트 목록표’에 손가락을 가리킨 안욱. 그런 임 차장의 만면에 웃음기가 번졌으나, 그의 눈빛만은 아쉬움 가득한 기운이 서렸다.


“이것 참. 2번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나, 1번이었으면 참으로 좋았을 텐데 말이죠!”

“왜죠? 어떤 점에서 1번이 좋은 거죠?”

“앨범판매 문제말입니다.”

“앨범판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없나요?”

“1번 방법으로 한다면 아예 앨범판매 전에 서현철 데뷔 과정을 망쳐버릴 수 있지만, 2번이라면 가수의 데뷔 방송도 이루어질 테고 앨범도 판매까지 이뤄질 수밖에 없어요. 물론 망하긴 하겠지만요.”

“2번 방법이라면 얼마나 팔릴 거라 예상하시나요?”


안욱의 질문에 임 차장은 쓰고 있던 안경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대답을 이어갔다.


“제 분석으로 하자면, 전국적으로 한 30장 정도는 팔릴 겁니다.”

“30장이요?”

“네. 30장이요. 아무리 망하는 앨범이라도 호기심으로 구입하는 구매층은 존재하거든요.”


안경을 고쳐 쓴 임 차장. 자신이 자못 스마트하단 듯한 표정으로 안욱을 바라보는 눈빛을 빛냈다.


“전국 판매 30장.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나온 수치가 아닙니다. 실제 사례도 있다고요. 그간의 제 풍부한 업무 경험을 통해 분석한 수치라 할 수 있죠. 나중에 두고 보시죠, 작은 도련님!”


***


이곳은 신화 음반 기획사 내에 마련된 스튜디오 컨트롤 부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조 팀장, 디렉팅하느라 수고했어.”

“오늘도 최고셨습니다. 대표님!”


안치영 본인의 신곡앨범 작업 중 한 곡의 보컬녹음이 끝났다.

보컬 녹음을 마치고 나머지 스태프들이 철수하자, 조용탁이 안치영을 붙잡았다.


“아니 대표님. 아드님은 또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요즘 따라 신화 음반의 C스튜디오를 들락날락하는 안현을 종종 목격하는 조용탁. 그는 오늘 녹음작업이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망나니였던 전과는 딴판이 된 12살짜리가 또 이번에는 무슨 일을 벌이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기에.


“하하! 현이말이지?”

“네. 요즘 현이가 오 대리랑 웬 학생이랑 엄청 분주하던 걸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요?”

“가수를 키우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네.”

“네? 가수요?”


안치영의 대답에 조용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2살짜리가 가수를 키운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한 마디로 프로듀싱을 해 보겠다는 거야.”

“아하···.”


재차 던진 질문에 답을 들은 조용탁.

본인들이야 대형 기획사니 구색을 갖추고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거지, 아직도 영세한 회사에서는 프로듀싱의 개념도 흐릿한 방식으로 앨범이 제작되는 판국. 그런데 그걸 국민학생이 경험이랍시고 한다? 아직도 조용탁은 궁금함이 풀리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긴. 저번에 평택 시장 행사무대도 본인이 기획했다니, 보통내기가 아닌 건 알겠는데요.”

“그러게. 나도 이제 녀석이 무서울 지경이야.”

“그럼, 앨범 녹음하는 가수는 누군데요?”

“그것도 잘 모르겠어. 어디서 알았는지 웬 공고생을 데려왔더라고.”

“공고생이요? 공업고등학교 학생을 말이에요?”

“그래. 그것도 학교 자퇴를 한 애라네.”


연신 놀라던 조용탁의 표정이 이내 걱정스러움으로 변했다.


“자퇴라니? 학교에서 사고라도 친 건가요?”

“그건 아닌 거 같아. 오가면서 봤는데 안경잽이에 허여멀건한 놈이더라고. 음악밖에 모르는 인상이랄까? 지도 음악 한 번 해보겠다고 과감히 학교 떼려 쳤나 봐. 왜 가끔 그런 애들 있잖아.”

“어쨌든 현이가 프로듀싱을 배운다니 안 그래도 바쁜 대표님이 아드님 가르치느라 바쁘시겠어요.”

“무슨 소리?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네? 오 대리랑 아티스트랑 다 대표님이 연결해 준 거 아니에요?”

“지가 다 섭외하고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모양이던데?”

“정말요? 앨범 제작 상황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도 모르시고요?”

“그건 알아. 내가 녀석 일을 도와주진 않지만, 작업 장소 제공이랑, 제작 비용은 애비로서 대주고는 있으니깐. 곧 있음 시중에 앨범 배급까지 된다는데?”

“네? 앨범 배급이요? 진짜로 앨범 판매를 한다는 거예요?”

“응. 팔리든 안 팔리든 시중에 실제로 내놓는 경험까지를 하고 싶다더군.”


조용탁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안치영이 계속 하던 말을 이어갔다.


“뭐 난 만족해. 앨범이 한 장이라도 팔리면 어린 녀석이 얼마나 신기하겠어?”

“그러게요. 정말 좋은 경험이나 추억이 되겠네요.’

“그래서 말인데 앨범 팔리면 그걸로 애들이랑 피자 파티나 하려고 해.”

“아, 그거 좋죠! 피자 파티! 피자 한 판 값은 나오긴 하겠죠?”

“뭐 그 정도는 나오지 않겠어? 피자 한 판 값?”


<18화 끝>


작가의말

항상 제 글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호작과 추천 버튼을 눌러 주시면 제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음악으로 세계 독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22.10.11 20 0 -
공지 월~금 오후 6시 10분 / 토,일, 공휴일 오전 10시 연재 22.10.06 34 0 -
24 내일은 늦으리(3) 22.10.10 53 5 13쪽
23 내일은 늦으리(2) 22.10.09 57 5 12쪽
22 내일은 늦으리(1) 22.10.08 64 6 12쪽
21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광인(狂人) 22.10.07 73 6 14쪽
20 타이지와 아이들, 드디어 데뷔하다 22.10.06 76 4 12쪽
19 타이지와 아이들(7) 22.10.05 73 4 12쪽
» 타이지와 아이들(6) 22.10.04 77 5 13쪽
17 타이지와 아이들(5) 22.10.03 85 5 12쪽
16 타이지와 아이들(4) 22.10.02 102 5 13쪽
15 타이지와 아이들(3) 22.10.01 107 4 13쪽
14 타이지와 아이들(2) 22.09.30 124 4 11쪽
13 타이지와 아이들(1) 22.09.29 152 7 12쪽
12 류 부장의 몰락 22.09.28 169 6 13쪽
11 행사 무대부터 독식(6) 22.09.27 170 6 14쪽
10 행사 무대부터 독식(5) 22.09.26 164 5 13쪽
9 행사 무대부터 독식(4) 22.09.25 187 6 13쪽
8 행사 무대부터 독식(3) +1 22.09.24 227 7 13쪽
7 행사 무대부터 독식(2) +1 22.09.23 236 8 12쪽
6 행사 무대부터 독식(1) +1 22.09.22 287 11 13쪽
5 푸른 빛의 아지랑이 +1 22.09.21 309 10 13쪽
4 뒤바뀐 운명 +1 22.09.20 367 11 13쪽
3 금수저를 빼앗다. +1 22.09.19 450 11 12쪽
2 안현, 그리고 유명식(2) +1 22.09.18 456 10 14쪽
1 안현, 그리고 유명식(1) +1 22.09.17 626 1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