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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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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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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글자수 :
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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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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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타이지와 아이들(2)

DUMMY

사람들로 북적대는 패스트푸드점 '아메리카나 햄버거'.


“도련님이 올 때가 됐는데···.”


국민학교 3학년밖에 안 된 안욱을 기다리는 임경호 차장. 느끼하고 달기만 한 햄버거가 그의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안욱을 만날 때면 국민학생인 그의 취향에 맞춰 이 곳을 애용해왔다.

이렇게 임 차장이 자신의 입맛에도 맞지 않은 햄버거를 억지로 먹으면서까지 안욱의 비위를 맞추는데 신경 쓰는 이유는.


'한명희 여사 때문이지.'


물론 안욱이라는 인물도 차기 대표로 유력한 후보이기에 임 차장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이 꼬마의 발 아래에서 알랑방귀를 뀌기는 한다.

하지만 임 차장은 알고 있었다. 지금 현재 신화 기획사의 진정한 실세는 한명희 여사라는 것을.

안욱이 아무리 차기대표 후보라 하여도 안욱이 어른이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할 판.

이런 상황에서 지금 현재 신화 기획의 진정한 실세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한명희라고 임 차장은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 사내 인사권은 한명희 여사에게 있단 말이지.'


인사권.

여느 기업의 대표든, 아님 정치가든 한 집단의 결정권자라면 그의 배우자의 입김을 깡그리 무시할 순 없는 법.

임 차장이 봤을 때 안치영 대표의 부인은 자신이 봐온 그 어느 결정권자의 배우자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더 커 보였다.


'그런 한명희 여사의 눈에만 들기만 한다면···. 흐흐.”


그가 원하는 건 권력의 중심에 서는 것.


‘이제 이 대외협력무 일로 발에 땀이 나도록 일하는 것도 지긋지긋해. 나도 이젠 적당한 직함 하나 붙여가지고는 골프나 치며 떵떵거리고 회사생활을 하고 싶다고!’


또한 어차피 한명희는 자신의 아들 안욱이 차기 대표가 되는 것 외에는 그 어떤 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녀가 이미 인사권에 개입할 가능성은 농후하고도 농후할 터. 그런 한명희에게 편승할 방법은 어쩌면 매우 간단했다.


'그의 금쪽 같은 아들 안욱. 안욱에게만 잘하면 만사형통인 게야.'


딸랑.


안욱과 만나기 전 자신의 생각에 대해 정리하던 임 차장. 패스트푸드점의 입구 문에 달린 종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렸다.


“앗, 도련님 여깁니다!”


드디어 입구 문을 밀면서 나타난 안욱. 갑자기 벌떡 일어선 임 차장의 모습에 주위의 시선이 일순간 모아졌다. 누가 봐도 아빠 뻘로 보이는 자가 안욱에게 깍듯한 자세로 90도 인사를 했으니, 시선이 모아진 건 당연지사.


“공부하시느라 바쁘시죠, 도련님? 그럴 줄 알고 밀크쉐이크 세트 미리 세팅해 놨습니다!”

“·······.”


늘 그랬듯 안욱을 위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세트를 미리 세팅한 임 차장. 하지만 그의 눈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시무룩한 안욱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허나 말을 안 해도 그의 시무룩함의 이유를 알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꺼내기로 마음먹은 임 차장.


“안현 도련님이 또 일을 꾸미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뮤지션을 육성해 본다네요.”

“뮤지션 육성이요?”


뮤지션 육성이라는 단어에 안욱의 눈치를 보던 임 차장의 미간이 좁혀졌다.

여태까지야 안현의 활약을 똘똘한 국민학생이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일로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뮤지션 육성이란 분야는 엄연히 다른 얘기. 대형 음반 기획사도 한 명의 뮤지션을 키워내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걸 국민학교 5학년 꼬마가 한다고?


“도련님. 그렇게 풀 죽어 하실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왜죠?”

“뮤지션 육성. 그거 쉬운 일 절대 아닙니다. 우리 신화 음반 기획사. 현재 대한민국 최고, 최대의 음반 기획사지만 데뷔에 성공한 뮤지션은 전체 아티스트의 30%도 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도 70% 이상의 연습생들은 망한다는 거죠. 큰 도련님이 해 봤자···.”

“그렇게 볼 일이 아니에요, 차장님.”


임 차장의 설명에도 안욱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전 두렵습니다.”

“아니, 두렵다뇨? 안현 도련님이 두렵단 말씀이십니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안현 녀석을 업신여기지 않으셨습니까?”

“지금은 다릅니다. 현이 형. 잘못 건드렸다간 되려 우리가 당할 수 있다고요.”

“·······.”


임 차장은 더 이상 안욱의 말에 토를 달기 힘들어졌다. 안욱의 눈빛에서 그는 강렬한 뭔가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두려움의 긴장감을.


“차장님의 능력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현이 형은 잘못 건드렸다간 배로 돌려주는 사람이라고요. 이번에 류병택 부장님 해고한 것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저도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계속되는 임 차장의 설득에도 안욱의 머릿속은 오히려 더 복잡해져만 갔다.

임 차장의 의견대로 안욱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안현을 짓밟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동시에 안현을 짓밟는데 실패하는 게 우려되는 것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


길어지는 고민으로 침묵을 지키던 안욱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차장님. 저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 차장을 바라보는 안욱의 눈빛에 심한 경련이 일었다.


“3일만 주시기 바랍니다. 생각할 시간이요.”


***


“오늘로써 3일째군.”


3일 간 연속으로 시내버스를 타니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늘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곳은 성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북서울 공업고등학교'.

이 학교는 다름 아닌 서현철이 다니고 있는 학교다.


“·······.”


내가 3일을 연속으로 그가 다녔던 학교를 가는 이유는 직접 서현철을 만나기 위해서다.

생각보다 학창시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서현철. 내가 그의 학창시절에 아는 정보라곤 그가 다니던 학교 이름이 전부다.

그를 찾아내기라는 건 쉽지 않을 거라고는 짐작했지만, 이틀 연속으로 서현철을 놓친 채 헛걸음을 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초조해졌다.


'도대체 감이 안 오네. 내가 서현철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건가? 아님, 서현철이 결석이 잦았나?'


내가 그를 이틀동안 만나지 못한 건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조금은 고생하더라도 발품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


'젠장, 오늘도 서현철을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마음이 조금씩 심란해지자,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접기 위해 창문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서현철과의 독대는 나 혼자만 있으면 돼.'


서현철과의 독대.

앞으로 내가 펼칠 일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일은 198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회귀를 한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대한민국 대중음악 판에서 가장 폭발력을 지닌 인물을 원래의 역사보다 무려 3년 일찍 만나 그와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으니, 이 어찌 특권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머지 실무는 오 대리님이 도와줘야 하고.'


서현철과의 독대 말고 그를 데뷔시키기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다행히 오병수가 있다.

앞으로 산적하게 될 실무를 빈틈없이 도와줄 인물도 오병수 대리가 최적이고, 더군다나 나에 대한 충성심이 하늘을 찌르기에 걱정이 되지 않은 사람이 이 오병수란 사람이다.

물론 신화 음반기획사의 업무와도 병행해야 해서 그의 과로가 걱정은 되긴 하지만.


'모든 것이 세팅이 되면 최 교수님의 능력도 필요하지.'


오 대리와 마찬가지로 최 교수의 유능함은 이번 평택 밤가시 축제 때 검증됐다. 물론 오 대리 같은 충성심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녀도 역시 나의 능력에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그녀의 능력은 아마도 서현철이 데뷔할 시점에 발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안욱.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삼키자니 탈 날 수도 있고, 뱉자니 아까운 나의 배다른 동생. 참으로 계륵 같은 존재다.

남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데다, 소시오패스 기질까지 있는 상황. 인간으로 보자면 참으로 상종 못할 존재이나, 활용도가 있을 때가 있다.

손을 잡을지 말지는 보류해 두기로 하자.


끼익-


어느새 버스가 서울북공고 정류장에 멈췄다.

나는 버스에서 서둘러 내려 학교 교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휴우.”


다행히 교문 앞은 학생 한 명 없이 조용했다.

오늘은 혹시 몰라 원래 계획보다도 30분 일찍 도착했다. 오늘도 서현철을 놓칠까 봐 걱정돼서 부지런을 떤 덕분에 하교하는 학생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볼 수 있게 됐다.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정말 3일동안 기다림의 연속이군.'


지루한 기다림의 싸움. 오늘도 난 하교하는 학생들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어제처럼 이곳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려야 한다. 잠복근무하는 형사들이 이런 심정일까?


“야! 오늘은 떡볶이 네가 사라!”

“아 씨, 뭐가 오늘은이야? 어제도 내가 사고, 그저께도 내가 샀고만! 이 빈대 새끼야!”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드디어 학생들이 교문으로 왁자지껄하며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서현철! 드디어 보는구나!'


유독 어린시절 자료가 많지 않았던 서현철. 나는 그의 어린 시절 얼굴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서현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나는 깨닫게 됐다. 그런 우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저기! 서현철! 현철이 형!”


어깨엔 일렉트릭 기타 케이스를 멘 서현철. 안경을 낀 그의 얼굴 뒤에서 강한 후광이 비쳤다. 아마도 그의 존재를 아는 내 눈에서 보이는 후광이리라.


“어? 얘 누구야? 현철이 너한테 동생도 있었냐?”

“·······.”


나의 외침에 반응한 건 서현철이 아닌 그의 친구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당연히 서현철은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고 써 있는 듯한 당황스러운 표정이었고.


“뭐야? 너 모르는 애였어?”

“꼬마야. 너 어디서 왔어? 이 형 알아?”


서현철의 친구들이 내게 호기심을 보이는 동안, 여전히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서현철.


“응, 난 형 알아. 형은 나를 모를 테지만.”


당황해 하는 서현철. 하지만 괜찮다. 그의 당황은 어차피 내 목표였다.


“형이 음악 쫌 한다는 얘기는 들었거든. 나도 음악 좋아해.”


당황함이 클수록 나에 대한 인식이 그의 뇌리에 깊이 박힐 테니까.


“어쨌든, 형. 나중에 또 볼 날이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 학교 자퇴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그것도 내가 상담해 줄게.”

“뭐야? 쟤?”

“저 꼬마. 머리가 살짝 돈 거 같은데?”


서현철의 무리들. 더 이상 내 얘기를 듣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서현철도 그 무리들의 팔에 이끌려 자리를 떴고.


“·······.”


하지만, 친구들에게 끌려가는 서현철의 몸과는 다르게 그의 시선은 계속 나에게 머물러 있었다. 입이 벌려진 채로.


<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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