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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님의 서재입니다.

음악으로 세계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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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킴
작품등록일 :
2022.09.16 23:53
최근연재일 :
2022.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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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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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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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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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타이지와 아이들(7)

DUMMY

서현철과의 앨범작업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데뷔 생방송 촬영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내일은 준비한 대로만 해주세요. 전 여러분 걱정 하나도 안 합니다. 여러분들을 믿으니까요.”

“네, 대표팀!”

“·······.”

“·······.”


격려하는 나에게 대답을 하는 사람은 서현철 단 한 명.

‘타이지와 아이들’의 나머지 멤버 두 명은 어색한 목례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서현철이야 나와 함께 음악작업을 하면서 익숙해졌겠지만, 12살인 나를 존댓말로 대하는 게 그들로선 아직은 어색할 테지.


‘휴우, 별 탈 없겠지? 내일의 대결.’


멤버들의 사기를 위해 난 짐짓 편한 표정으로 그들을 대했지만, 나라고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분명 회귀 전의 정보를 가지고 남들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어쩌면 대한민국 음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큰일은 내 인생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


게다가 이번 일도 본의 아니게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안욱에게 줄을 선 자들 중, 특히나 권력 추구형인 임경호 차장.

이번 내가 벌이는 일에 지대한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동생 안욱을 끌어들였다.


‘내 앞가림도 쉽지 않은데 하는 일마다 태클을 거는 놈들이 생기니 원···.’


안욱을 끌여들였다는 건 결국 임경호 차장이 안욱을 통하여 어떻게든 타이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는 데 초를 칠 노력을 하겠다는 것.

이러니 내가 임경호를 눈가에 맴도는 똥파리처럼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뭐. 그래야 재밌기도 하는 거지.’


물론 그들의 훼방이 나로선 성가시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와중에 타이지와 아이들 멤버 양원석이 손을 들었다.


“그래도··· 명색이 대표인데··· 우리 안무 최종 검토는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제 생각도···.”


여전히 내게 존칭을 쓰는 게 어색한지 양원석은 내게 직접 말은 못 하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옆에 있는 이준호에게 자신의 의견을 꺼냈다.


양원석과 이준호.


회귀 전 서현철의 양 옆자리를 든든히 지키며 타이지와 아이들의 안무를 맡아왔던 멤버를 난 오병수에게 섭외하도록 부탁했다.


섭외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80년대 댄서들의 아지트이자 성지, 이태원의 클럽 ‘더 레드 문’(The Red Moon)으로만 가면 됐다.


난 오병수에게 두 가지만 부탁했다.

섭외 시 꼭 서현철을 데려가는 것, 그리고 그 둘에게 그간 작업한 타이지와 아이들 1집 곡들을 들려줄 것.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둘을 섭외하는 건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계약조건 보다는 음악적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거기에 오병수 특유의 간절한 태도까지 더해지니, 섭외 과정은 그리 힘들지 않게 진행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죠. 노래 틀고 시작해 보세요.”


타이지와 아이들 멤버 3명이 대형을 갖추고, 음악을 틀었다.


좌-안 좐 좌-안 좐-


‘날 아나요’ 특유의 장엄한 신스(synth)음색 전주가 흐르면서 한 쪽 무릎을 꿇은 멤버들이 안무를 펼치기 위해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밌군!’


회귀 전에 기억했던 안무들과 미묘하게 다른 동작들.

지금 1989년의 댄스 트렌드가 원래 그들의 데뷔년도인 1992년의 트렌드와 다르기에 생긴 차이점.


난 굳이 그들의 안무에는 손을 대진 않았다. 때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정답일 때가 있는 법. 프로듀싱을 한다고 꼭 모든 부분에 손을 대야 하는 건 아니다.


또한 내가 안무에 손을 안 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안무에서 만큼은 나보다는 그들이 전문가였기에.


‘안무는 됐고, 음악은?’


80년대와 90년대는 ‘앨범 10만 장 판매 돌파’ 등과 같은 타이틀이 아티스트의 성공을 대변하는 시대인 것이다.


아무리 안무를 잘 만들고, 외모가 뛰어나다 해도 결국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을 하는 건 그들이 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나 CD다. 한 마디로 음악이 좋지 않다면 아티스트가 아무리 용을 써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게 이 시대의 특징이란 것이다.


‘그런 면에선 자신이 있긴 하지.’


원래라면 서현철은 타이지와 아이들 대신, 지금 현재 공석인 밴드 시나브로의 베이시스트 자리에 오디션을 봐서 합격한 상황.

그 탓(?)에 타이지와 아이들로서의 데뷔는 무려 3년이나 밀리게 될 터. 이 부분은 내가 교통정리를 해서, 시나브로를 이번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시켰다.

이로써 서현철의 데뷔 시점을 3년이나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팔리기나 할까요?”


곡이 끝나고 숨을 고르던 이준호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뭐가요?”

“내일부터 우리 방송 나가면 앨범도 풀린다면서요.”


앨범 판매.

난 언뜻 들었다. 신화 음반기획사가 전국에 풀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 수의 최소단위가 1만개란 것을.


아마도 내일이면 방송과 함께 카세트 테이프 1만개가 배급될 것이다.

바로 내 손에 걷힌 ‘타이지와 아이들 1집’이!


걱정이 되는 표정의 이준호.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대답은 이것 하나밖에 없었다.


“글쎄요. 그건 내일이 돼 봐야 알 수 있게 되겠죠?”


***


오늘은 대망의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일.

대외협력부 임경호 차장이 초대한 사람들이 대 회의실에 모두 입장한 것을 확인하자, 임경호 차장의 한 쪽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거 이거, 초대한 명단을 초과한 인원이 모였군. 좋아, 아주 좋다고!’


신화 음반 기획사 본사에 마련된 대 회의실에는 각 부서 주요 요직의 인물들을 비롯하여 안현의 부친인 안치영 대표, 거기다가 생각치도 못 했던 왕회장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초대한 사람. 이게 끝이 아니지!’


좌중들을 흐뭇하게 둘러보던 임경호가 자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내려다 봤다. 그는 대한일보의 송주필 기자.


대외협력부 부서의 실무자로서 임경호 차장은 언론사들까지도 관리하고 있었고, 그런 관계로 평소 안면을 튼 송주필 기자까지도 초대를 했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신화 기획사의 주요 인물들이 이토록 쉽게 모일 수 있었던 건, 요즘 안현이 계속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이런 저런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현은 그의 부친이 기획사 대표 안치영의 장남. 그런 안현이 댄스그룹을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 데뷔 모습이 공중파를 탄다고 하니, 안치영을 포함한 그의 측근들이 어찌 안 모일 수 있겠는가.


틱-


타이지와 아이들이 출연하게 될 ‘특종 TV 연예 통신’이 시작하기 10분 전이 되자, 임경호는 미리 마련한 대형 멀티비전의 리모컨 전원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도 제가 마련한 타이지와 아이들 데뷔무대 시청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한 말씀을 드립니다. 곧 있음 안치영 대표님의 장남, 안현 군의 땀의 결실!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가 시작됩니다!”


짝짝짝짝짝!


박수를 치는 안치영과 왕회장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상기돼 있었다.


마이크를 들고 박수를 유도하는 멘트를 날린 임경호 차장.

물론 그의 멘트 내용은 그의 속마음과는 완벽히 반대되는 내용이었다.


‘구경꾼이야 많을수록 좋지! 그래야 오만방자한 안현 꼬마녀석이 개망신을 당한 테니까!’


타이지와 아이들.

안현이 경험삼아 육성시켜보겠다는 3인조 댄스그룹의 이름이다.


‘젠장. 이름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타이지와 아이들이라니. 유치해.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한 이름이라고! 역시 꼬맹이 안현 녀석,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국민학생의 한계는 못 넘긴다는 거지!’


요즘 신화 기획사 내에서 인간들이 워낙에 안현, 안현하고 다니길래 임경호도 잠시동안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안현이 기획하는 팀의 이름을 확인한 임경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타이지와 아이들이란 이름.

임경호에게 있어서 이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대에 뒤쳐지는 이상한 이름이었기에 안현의 일을 그리 우려할 일이 아니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일은 별 탈없이 진행되겠지?’


진행자의 멘트서부터 평가위원단의 평가 내용에 점수까지, 모두 사전에 타이지와 아이들을 매장시킬 수 있도록 각본이 다 짜여져 있는 상황.

PD부터 진행자, 그리고 신인 평가위원까지 특종 TV 연예 통신의 방송 관계자들에 대한 매수는 완벽히 해 놓은 상태다.


그들을 매수하는 일은 임경호에게 있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에도 손톱 끝 만큼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신인이 보일라 치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매장시켰던 일은 비일비재 했으니까.


‘어찌 됐든 난 한명희 여사의 마음만 만족시켜 주면 된다고! 흐흐흐!’


진짜 실세는 한명희 여사다.

그런 그녀를 만족시키만 한다면 자신의 출세길은 보장되고도 남는다는 게 임경호의 생각이다.


‘작은 도련님. 기대하십쇼!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해 놓은 안현의 개망신 쇼를요!’


임경호 차장은 터져 나올 곳 같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안욱을 향해 은밀한 윙크를 날렸다.


“······.”


하지만 눈이 마주친 안욱.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임 차장의 윙크에 어색한 반응이었다.


‘흐음, 저 반응. 뭐지?’


뭔가 미심쩍은 느낌을 받은 임 차장.

하지만 이내 다시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지금, 본인이 완벽히 조작 작업을 한 방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안녕하십니까! 특종 TV 연예 통신의 진행자 이강윤입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 좋죠? 오늘 전해드릴 첫 소식은···.


드디어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이강윤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연예 특종 소식 코너가 진행되고.


- 다음 코너는 오늘부터 새로 선보이는 코너죠? 신인가수를 초대하여 신곡을 들어보고, 평가 위원들의 점수도 매겨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급하게 만든 ‘신곡무대’ 코너도 드디어 시작되었다. 그 얘기인 즉슨, 타이지와 아이들의 개망신 무대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크하하하! 모두들 기대하시라! 나의 작품을 말이다!’


태연하게 앉아있는 안현을 쏘아보는 임경호.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웃음기가 만발해 있었다.


***


지금 이곳 KBC의 스튜디오에서는 ‘특종 TV 연예 통신’ 촬영이 한창이다.


“헉, 헉, 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서현철.

격렬한 안무를 마친 탓에 서현철의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갈증 또한 극심하게 밀려왔다.


방금 전 타이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가 끝난 것이다.

퍼포먼스는 다행히 별다른 실수 없이 진행됐다. 워낙에 철저히 준비한 덕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짝짝짝.


무대가 끝나자, 방청객에서는 형식적인 박수소리가 들렸고, 이내 촬영 스튜디오 안은 미묘한 정적의 기운이 가득찼다.


- 타이지와 아이들이라는 신인. 앞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전문가의 악평에 가까운 평.

전문가의 평이 끝나자, 서현철의 시선이 평가단을 향했다.


“······.”


평가단을 노려보는 서현철, 그리고 굳게 닫혀진 그의 입.


‘흐흐흐.’


그렇게 닫혀진 서현철의 입가에 별안간 미소가 슬며시 감돌았다.


<1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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