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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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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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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677

작성
16.04.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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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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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8화

DUMMY

테오도르가 인류의 멸망을 막겠다는 대의를 가지고 세계 각지에 흩어진 『기사』들을 모으기 시작한지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당시에는 그저 어린 왕자의 망상에 불과했지만 그는 미래의 지식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현실화시켜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기의 『기사』 중 3기를 확보한다는 쾌거를 달성했다.

남은 2기 중 한 기인 백기사는 적이 보유하고 있으니 은기사를 제외한 모든 『기사』를 결집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고도 성공보다는 실패율이 높다는게 한심한 이야기지만, 역으로 말하면 무시할 수 없는 확률로 승리를 점쳐볼 수 있을 정도로 목표에 바싹 다가섰다. 하지만...


" 이건 안되겠네. "


그토록 힘들게 모은 『기사』들의 동맹이 심각하게 삐그덕대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결전의 때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예, 안타깝지만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


" 그러게... "


테오도르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왼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본래 그의 계획대로라면 아무리 늦어도 1758년 4월이면 결판이 났어야 한다. 하지만 그 자신의 개입으로 역사가 바뀌면서 백기사는 1758년 1월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 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을 언제까지고 묶어둘 수야 없겠지... "


2년이란 평화의 시간은 임박한 결전을 전제로 성립한 『기사』들의 동맹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하루 빨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바티용은 날로 조바심이 심해지고 있었고 알레크 후작은 전 세계적인 가뭄이 들었던 작년 가을부터 본국과 연락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하다못해 『기사』를 보유하지 않은 비센나조차 알레크 후작이 소년과의 교제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나서면서 그녀를 피할 길이 없는 공중도시 생활에 적지 않은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비록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상,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 이대로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잘 되야 결별, 최악의 경우 자신들을 묶어두는 테오도르를 제거하려 들지도 몰랐다.


테오도르 개인 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해서라도 그러한 사태만큼은 피해야했다. 만에 하나, 그가 제거당한 상태에서 백기사가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한다면 결국, 원래의 역사대로 세계 규모의 『제단』이 발동하는걸 손 놓고 구경만 해야하는 결말이 기다릴 뿐이다.


" 『기사』들을 불러줘. 알버트와 비센나도 같이. "


" 예. "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테오도르는 결국, 내키지 않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


" 다들 알다시피 우리들이 타도해야 할 인류의 공적(公敵), 백기사는 길어야 3개월 내에 행동을 개시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년이 다 되도록 침묵하고 있어. "


호출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회의실에 도착하자 테오도르는 드물게 진지한 태도로 모두가 내심 의식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무언가 중대한 발표가 있을거라는걸 직감한 그들은 풀어져있던 신경을 바로잡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어째서 놈이 침묵하는지, 언제까지 침묵을 유지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어. 당장 내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 재개할 수도 있지. 어쩌면 심경의 변화로 인류 멸망 따위는 집어치우고 어딘가에서 조용히 여생을 마칠지도 몰라. 모든게 미지수야. "


암울한 이야기였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침울해지기는 커녕, 묘한 기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달은 테오도르는 내심 실망감을 느꼈지만 곧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기사』란 본디 『소원의 열쇠』를 만들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현대인에게는 그 자체로 대부분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만큼 막강한 힘이었다.

저들은 그런 힘을 가지고도 2년이나 테오도르의 통제를 따라주었다. 섭섭하게 여길게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 그런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언제까지고 여기서 대기하는건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백기사를 물리치려고 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들의, 또 우리들의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잖아. 안 그래? 그런데 행복을 지키겠답시고 기약없이 인생을 고통 속에서 허비하는건 주객전도지. "


바티용은 마치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속 시원한 얼굴로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부분 공감하는 눈치였다.


"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경계의 끈을 놓아버릴 수는 없어. 녀석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는 한, 위험은 항시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해산은 하되, 딱 세 가지 사항만 지켜주었으면 해.

첫째, 백기사가 파괴되거나 소유자가 인류 멸망에 관심이 없는 인물로 교체된 것이 확인될 때까지 『기사』끼리의 상잔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 것.

둘째, 백기사의 활동이 재개된 것이 확인되면 즉시 소집에 응하여 백기사에 맞설 것.

셋째, 우리와 함께하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비밀에 부칠 것. 이상이야. 혹시 궁금한 점이나 문제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말해줘.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레크 후작이 질문을 던졌다.


" 첫번째 조건 말인데, 상잔하면 안되는 『기사』에 은기사도 포함되는건가? "


백기사에 맞선다는 공동 목적으로 묶인 자들끼리야 서로 조심하면 충돌할 일이 없지만 완전한 독자 세력인 은기사는 이야기가 달랐다. 상황에 따라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아니, 거기까지 바랄 수는 없지. 가급적 충돌을 피하는게 좋겠지만 꼭 싸워야만 한다면 나한테 연락해줘. 할 수 있는데까지 도울테니까. "


" 좋아, 그렇다면 난 문제없어. "


" 왕자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


" 찬성~ "


" 저도 좋습니다. "


알레크 후작을 시작으로 모두가 동의했다. 난관 하나를 넘어선 테오도르는 한층 편안해진 태도로 남아있는 소소한 문제들을 정리하고 각자에게 2년 동안 대기한 대가로 '약간의' 보상금을 지급한 뒤, 해산을 선언했다.


***


" 후... 왠지 허탈하군. "


밤새 『기사』들을 지상으로 내려보내고 공중도시로 돌아온 테오도르는 불이 꺼져있는 시청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문득, 그 동안 자신이 해왔던 일들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도 잠시, 테오도르는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들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기사』들은 흩어졌지만 동맹은 건재했고 백기사의 위협도 끝나지 않았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벌써부터 은퇴한 노친네 흉내를 낼 시간은 없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시장실로 돌아가 지금까지 모인 정보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자신이 무언가 놓친 것이 있는지, 혹시 더 건질만한 것이 있는지 생각했다.


작가의말

공략팟을 다 짜놨는데 정작 보스가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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