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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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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67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3.23 20:24
조회
352
추천
8
글자
8쪽

54화

DUMMY

" 뭐? "


새끼 고양이가 다 큰 호랑이를 물어죽였다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테오도르의 표정이 훌륭한 예시 답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찾아낸 은기사를 포섭하라고 보낸 쌍둥이들이 기가 푹 죽은 채 돌아와


" 저기, 그게... 찾기는 찾았는데 어쩌다보니 죽여버렸어요... "


라고, 위의 질문과 동급의 황당한 보고를 올리는 상황에서 지은 표정이니 말이다. 과연 천하의 테오도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 허, 참! ", " 허, 참! " 하고, 연신 어처구니없어하다가 한참만에야 이마를 싸쥐고 추궁했다.


" 그래, 대체 뭐 어쩌다가 그렇게 된거야? 아니, 그것보다 니들이 그걸 죽이긴 어떻게 죽였어? "


은기사는 백기사와 맨몸으로 부딛칠 수 있을만큼 『열쇠』의 힘이 강한 『기사』였다. 청기사 하나 당해내지 못하는 쌍둥이들의 힘으론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그런 상대를 죽일 생각도 없었던 쌍둥이들이 죽였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니, 난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


찔끔한 얼굴로 이네스가 실토한 이야기는 이랬다. 그녀가 도망친 발터의 뒤를 쫒는데 이놈이 꼭 따라오라는 듯, 느려터진 속도로 도망치고 있더란다. 그래서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따라가다보니 으슥하고 막다른 골목이 나왔다고 했다.

그래, 이제 원하는대로 장소도 옮겨줬겠다 본론으로 넘어가 포섭을 해보려는데 이놈이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한사코 자기는 모른다고 발뺌만 하더라는 것이다.


" 그래서? "


" 그래서 뭐... 이놈의 힘을 끌어내서 더는 발뺌하지 못하게 만들려고 가볍게 공격했는데... "


" 그걸 맞고 죽었다고? "


" 응... "


차라리 새총으로 기간트를 부쉈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었지만 이네스가 그에게 거짓말할 이유는 없었다. 비록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마음을 정리한 테오도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어쩔 줄 몰라하는 이네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칭찬했다.


" 잘했어. 어차피 죽일 수 있으면 죽여두는게 좋은 인간이었으니까. "


그것은 단순히 이네스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실제로 마르틴 발터는 죽일 수 있으면 죽여두는게 좋은 위험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기사』의 힘만으로 만족하는 다른 소유자들과 달리 그는 진심으로 『소원의 열쇠』를 추구했고 그런만큼 쟁탈전에도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전생에서도 정말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지만 함께 행동하는 내내 언제 배신할지 몰라 항상 뒤가 서늘했을 정도다. 모르긴해도 백기사를 토벌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자리에서 돌변하지 않았을까? 뭐, 정작 뒷통수는 엉뚱한 놈이 때렸지만.


" .....정말? 나 때문에 계획이 꼬인거 아니야? "


이네스는 불안한 얼굴로 되물었지만 테오도르는 피식 웃으며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무 문제 없어. 오히려 잘됐지. "


확답이 떨어지자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오도르는 그 모습을 보고 딸을 보는 아버지처럼 - 아니, 그것보단 조금 더 음흉하게 - 미소짓다가 델핀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 원래대로라면 흑기사를 줄 생각이었지만, 당장 파일럿이 없는 쪽을 우선하는게 맞겠지. 델핀, 바티용 경에게 은기사의 『열쇠』를 줘. 그 사람이라면 능히 은기사도 다룰 수 있을거야. "


" 아, 저기... "


" 응? 왜 그래? "


묘하게 쭈뼛거리면서 주저하는 델핀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테오도르가 묻자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실토했다.


" 그게... 없어요... "


" 뭐가? "


" 은기사의 『열쇠』 말이에요... "


" .....?! "


테오도르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한참만에야 말귀를 알아듣고 경악했다.


" 아니, 그게 왜 없어!? "


" 시체를 샅샅히 뒤졌지만 『열쇠』 같은건 전혀 발견하지 못했어요. "


" 그럴리가... "


은기사의 『열쇠』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은빛 창. 즉, 엄청나게 눈에 띄는 물건이었다. 소유자가 있을 때에야 크기를 줄여서 숨길 수 있지만 소유자를 잃으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못 찾을래야 못 찾을 수가 없는 물건인 것이다.


' 뭐지? '


테오도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르틴 발터의 시체에서 『열쇠』가 나오지 않았다면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이 찾은 마르틴 발터가 가짜였거나,

둘째, 『열쇠』를 어딘가에 숨겨놓고 있다가 변을 당했거나.


하지만 둘 다 그가 생각하기엔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많았다.


본래의 역사에서 마르틴 발터는 자신을 숨기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사냥하려 했던 인물이다. 아무리 역사가 바뀌었다지만 그런 인물이 가짜까지 만들어가며 자신을 숨기려고 애쓸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열쇠』를 지니지 않고 있었다는 두번째 추측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열쇠』는 말 그대로 『기사』를 소환하기 위한 열쇠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강력한 마법 도구라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니는게 보통이다.

백번 양보해서 어딘가 놓고 왔다 치더라도 『열쇠』는 계약이 건재한 이상, 언제라도 소환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도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는 상황에서조차 『열쇠』를 소환하지 않았다는건 뭔가 앞뒤가 맞질 않았다.


' 그럼 뭐지? 내가 간과하고 있는 다른 가능성이 있는건가? '


테오도르는 생각했다. 어떻게해야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가능성에 도달했다.


만약, 처음부터 마르틴 발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은기사를 물려받았다면?


' 이런, 젠장!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


미래의 기억을 가진 그가 개입함으로서 역사는 바뀌었다. 이미 본래의 역사와 크게 어긋나버린 이상, 마르틴 발터가 또다시 『기사』를 손에 넣었을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당장 청기사만해도 주인이 바뀌었지 않는가!


' 적어도 선대 은기사 창잡이는 본래의 역사대로 무바라크에 있었어. 그리고 드래곤 사건 이후에는 활동이 딱 끊겼지. 정황상 그때 죽었다고 보는게 맞을거야. 젠장, 그렇다고해도 시기상 마르틴 발터와 동지가 된 이후였을텐데 왜 원래 역사대로 그에게 물려주지 않은거지? '


테오도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주제에서 이탈하려는 자신을 바로잡았다. 어차피 이유 따위야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지금 중요한건 창잡이가 누구에게 은기사를 물려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 정보가 너무 부족해. '


당연히 마르틴 발터가 은기사를 이어받을 줄 알고 창잡이에 대해서 거의 조사하지 않았던게 그렇게 뼈아플 수가 없었다. 그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혀를 차고는 델핀에게 지시했다.


" 우선은 『열쇠』를 찾아봐줘. 아마 없을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찾아는 봐야지. 아, 은기사의 『열쇠』는 은빛 창이야. 창대까지 전부 금속으로 만들어진 은빛 창. 굉장히 눈에 띄니까 찾기만하면 못 알아볼 일은 없을거야. 그리고 전대 은기사의 소유자인 창잡이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해줘. 인간관계에 대한 정보가 가장 좋겠지만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창잡이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조금 힘들겠지만 부탁할게. "


" 알겠어요. "


" 알았어. "


이야기를 마친 세 사람은 각자 할 일을 수행하기 위해 서둘러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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