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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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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95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1.30 12:18
조회
321
추천
8
글자
12쪽

42화

DUMMY

롱스 상공에 멈춰선 공중도시에서 12대의 U5-S가 동시에 쏟아져나왔다. 한동안 자유낙하하던 그들은 상공 1km 지점이 가까워지자 발 아래 펼쳐진 알레크 후작가를 향해 무반동포를 겨누었다. 그 보기 드문 기간트용 원거리 무기에는 포탄 대신 거의 기체만한 길이의 강철 말뚝이 장전되어 있었다.


" 운이 좋은걸. 아직 정원에 있어. "


이네스는 한창 밴치 위에서 생쇼를 하고 있는 후작을 발견하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택 안에만 있으면 어디라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래도 건물 내부보다는 야외에 있어주는 쪽이 편했다.


" 결계 전개. "


상대적으로 차분한 델핀의 지시가 떨어지자 12대의 기간트가 순간적으로 비행 장비를 가동하여 공중에서 원형을 이루며 자리를 잡았다. 비행 장비의 배출구에서 시퍼런 마나 입자가 뿜어져나왔지만 가동 시간이 워낙 짧았기에 양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금새 공기중으로 녹아 사라졌다. 지상에서 목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슈슈슈슉!


자리를 잡은 U5-S들은 지상을 향해 말뚝을 발사했다. 소음을 줄인 대가로 위력은 약했지만 어차피 살상용도 아닐 뿐더러 1km 높이에서 떨어지는 1톤짜리 말뚝은 그 자체로 차고 넘치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 착탄 완료. 결계 전개 확인. "


" 좋아, 가자. "


빠른 속도로 지상을 뒤덮는 안개를 확인한 델핀이 지시를 내리자 12기의 U5-S들이 일제히 조종석 문을 개방했다. 그리고 조종석에서 나온 파일럿들은 기체를 버리고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콰아아아!


파일럿을 잃어버린 U5-S들은 미리 입력된 명령에 따라 조종석 문을 닫은 뒤, 비행 장치를 가동시켰다. 등 뒤에 짊어진 커다란 비행 장치에서 새파란 마나 입자가 뿜어져나오며 추락하던 기체가 기세 좋게 날아오른다.


' 아깝다... '


유성의 꼬리처럼 새파란 입자들을 남기고 공중도시로 돌아가는 기체들을 미련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이네스는 고개를 흔들어 미련을 떨쳐버렸다. 미래의 기술로 만들어진 U5-S는 분명히 현존하는 어떤 기간트보다도 월등한 기체지만 맨몸으로도 기간트의 장갑을 무리없이 부술 수 있는 알레크 후작을 상대로는 득보다 실이 컸다.


부웅!


무시무시한 속도로 낙하하던 그들은 지면이 가까워지자 급속도로 감속했다. 파일럿 중 하나가 초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마치 깃털처럼 사뿐하게 착지한 그들 앞에 완전무장한 알레크 후작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 야밤에 누가 이렇게 요란을 떠나 했더니 델핀 아니야? 꼴을 보아하니 별로 좋은 용건으로 온건 아닌 것 같은데. 왜, 너네 도련님이 내 목이라도 쳐 오라든? "


델핀을 알아본 후작이 비아냥거리자 그녀는 무리의 맨 앞으로 나서서 공손히 예를 표했다. 그리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은은한 미소를 띈 채 부정했다.


" 아뇨, 각하의 목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용건이 있는건 청기사 쪽이지요. "


후작은 말없이 고개를 위로 까딱였다. 어디 한번 지껄여보라는 의미다.


" 동생 분에게 벌써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들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이리저리 기밀이 많은지라 각하께서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전에는 자세한 설명을 드리긴 어렵지만요. "


" 그러니까, 인류를 구하는데 필요하니 청기사를 내놔라 이거냐? "


" 구태여 청기사를 양도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각하께서 저희 동료가 되어주시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


" 시간낭비하지 말고 핵심만 말해. "


후작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그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애시당초 협상으로 해결될 일 같았으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아직 칼부림을 벌어지 않은 것은 그저 만약을 대비해 확인해두려는 것 뿐이었다.


" 저희들의 적, 인류를 멸망시킬 자는 현재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당연히 놈을 쫒는 저희들도 한 나라에 머물러 있을 수 없지요. "


" 축하해, 준비해온게 헛수고가 되진 않겠네. "


후작은 코웃음을 치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지금 그녀보고 발롱드를 비우라는건 곧 발롱드가 망하게 내버려두라는 소리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 인류가 멸망하면 발롱드도 없습니다. "


" 너네를 따라가면 더 빨리 없어지겠지. "


델핀은 더 이상의 대화가 의미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고는 있었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처럼 유능한 파일럿은 좀처럼 구하기 힘든 까닭이다.


" 유감입니다. "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기하고 있던 10명의 파일럿들이 새가 날개를 펴는 것처럼 좌우로 넓게 전개했다. 그대로 원을 그리며 포위할 속셈이다. 그러나 선두의 파일럿이 후작과 일직선상에 섰을 때, 돌연 후작이 양 손을 움직였다.


캉! 캉!


후작이 쌍검을 미련없이 투척해버린 것이다. 선두의 두 파일럿은 각자 무기를 뽑아 장검을 튕겨냈다. 그 순간,


촤악!


놀라운 속도로 쇄도한 후작이 어느새 형성한 새로운 검으로 좌측 선두의 파일럿을 허리부터 두동강냈다. 날아오는 검을 쳐내느라 발생한 빈틈을 귀신같이 찌른 것이다. 피와 똑같은 색의, 그러나 피보다 훨씬 묽은 액체가 파일럿의 동강난 신체로부터 흩뿌려진다.


파팟!


그 액체가 바닥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후작은 정원 안쪽으로 미련없이 달려갔다. 기껏 전개하던 포위망이 허사로 돌아가자 파일럿들은 일자 대열을 형성하며 후작의 뒤를 쫒았다.


휙! 휙휙! 휘휘휘휘휙!


뒤를 맹렬히 따라오는 파일럿들을 맞이해준 것은 후작이 날린 장검들이었다.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장검들이 끝도 없이 날아온다. 장검을 쳐내는 소리를 통해 적들에게 AMF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리라.


" 이네스! "


" 알고 있어! "


물론, 대비책도 없이 AMF를 포기할 리 없다. 이네스가 만들어낸 무수한 얼음 송곳들이 날아오는 장검들을 남김없이 격추시키고 나아가 압도적인 물량으로 후작을 덮쳤다.


" 그럼 이건 어때? "


장검 투척이 먹히지 않는다는걸 확인한 후작은 발을 멈추고 60cm 정도의 단창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네스가 날린 얼음 송곳들이 당도했지만 후작은 신경도 쓰지 않고 투창 자세를 잡았다.


파스스...


후작의 반경 1m 안으로 들어온 얼음 송곳들은 『열쇠』의 항마력에 요격당해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마나로 분해되었다. 흩날리는 마나 입자 사이로 투척 준비를 마친 후작의 창끝이 희생자를 찾아 번뜩였다.


" 우선은 귀찮은 얼음쟁이부터. "


------!


제대로 자세를 잡고 날린 후작의 투창은 소리보다 빠르게 이네스를 향해 날아갔다. 후작의 손을 떠난 단창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0.15초. 이네스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두터운 얼음벽을 6겹이나 만들어 자신을 보호했다.


콰아아아앙!


총알조차 뚫기 힘든 경도의 얼음벽이었지만 단창을 막기는 커녕, 제대로 속도를 줄이지도 못했다. 마지막 6번째 얼음벽이 뚫리는 순간, 이네스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파일럿 하나가 나타났다.


퍼억!


단창은 가슴팍에 주먹만한 구멍 하나만 남긴 채, 깔끔하게 지나갔지만 뒤따라온 충격파가 파일럿의 몸을 산산조각내버렸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 정원 끝까지 날아간 단창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딛쳐 떨어졌다.


파일럿 하나를 허무하게 잃었지만 그 대가로 선두의 파일럿들은 후작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어느새 상황이 한눈에 내려다보는 마나등 위에 올라간 델핀이 소리쳤다.


" 7호! 5호! 2호! "


앞에서 세번째, 7호라 불린 파일럿이 새카만 구체를 발사했다. 후작에게 닿기도 전에 저절로 파괴된 구체는 사방에 시커먼 연기를 내뿜어 시야를 가렸다.

물론, 그 또한 마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후작의 몸에 닿기 전에 분해되었지만 항마력이 적용되는 반경 1m 바깥의 시야가 가려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코조차도 볼 수 없는 완벽한 암흑 속에서도 파일럿들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었다. 연막을 꿰뚫어보게 해주는 5호의 초능력 덕분이다. 그들은 소리를 차단하는 2호의 초능력에 힘입어 신속하고 조용하게 연막 속에서 후작을 포위해나갔다.


" 하압! "


콰앙!


반면, 후작의 대응은 지극히 단순했다. 그녀는 기합과 함께 자신의 갑옷을 구성하던 마나들을 한순간에 흩어내버렸다. 압축되어 있던 마나들이 한꺼번에 해방되며 폭발이 일어났다. 후작 자신의 안전을 고려했기에 폭발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한순간 연막을 걷어내고 적들의 발을 멈추기엔 충분했다.


촤악!


눈 깜짝할 사이에 재무장한 후작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파일럿의 머리를 베어넘겼다. 기습에 또 하나의 동료를 잃었지만, 파일럿들 또한 기민하게 반격했다. 베기를 마친 후작의 좌검 아래로 시커멓게 변색된 독수(毒手)가 파고든다. 몸을 비틀어 내려치는 우검을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하면서 날카로운 은빛 촉수를 쏘아댄다.


딱! 팡!팡!


그러나 결국은 모두 초능력. 막강한 항마력 앞에 모두 마나로 되돌아갈 따름이다. 평범한 손날 찌르기로 전락한 독수는 갑옷에 뭉개지고 촉수는 새파란 마나 입자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실패한 공격은 곧 치명적인 허점이다. 휘둘러지던 우검이 궤도를 바꾸어 촉수를 쏘아냈던 1호의 가슴팍을 크게 베어내고 후작의 왼쪽 팔꿈치가 손이 부러진 8호의 머리통을 강타한다.


휙! 휙휙!


1호가 채 쓰러지기도 전에 세 방향에서 날아든 공격이 바람을 가른다. 후작의 뒤로 돌아간 2호가 하단 돌려차기로 다리를 노리고 4호의 검이 왼쪽 옆구리를, 6호의 용암 도끼가 오른쪽 목덜미를 노리고 떨어져내린다.


카가각!


후작은 낮게 뛰어올라 2호의 돌려차기를 흘려보내면서 뒤로 돌아섰다. 4호의 검이 막 돌아서는 후작의 견갑을 긁고 지나갔지만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용암 도끼가 돌아서는 후작의 등판에 다가가다가 항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분해되어 사라진다.


콰직!


완전히 돌아선 후작이 착지하며 좌검을 내리찍는다. 칼끝이 2호의 쇄골 사이를 깊숙히 파고들어 등을 뚫고 튀어나온다. 후작은 좌검을 지지대로 삼아 물구나무를 서더니 왼팔의 힘만으로 뛰어올라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이네스가 그녀의 이동경로에 얼음벽을 형성하여 방해를 시도했지만 항마력에 분쇄되며 실패로 돌아갔다.


' 설마 똑같은 『열쇠』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은... '


델핀은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청기사와 적기사의 성능 차이가 큰 줄은 알고 있었지만 『기사』도 아니고 『열쇠』의 힘부터 이렇게 차이날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테오도르의 갑주를 상대로 시험했을 때는 초능력의 위력이 반감되는 수준에 그쳤지만 후작의 갑주는 아예 닿기도 전에 무효화시켜버렸다.


' 결계로 『기사』만 봉인하면 끝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제 오만이었던 것 같네요. '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이상, 인형들 - 파일럿들 - 에게 후작의 갑주를 뚫고 유효한 타격을 줄 수단은 없다. 더 이상 손실이 커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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