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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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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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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990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1.24 23:03
조회
328
추천
9
글자
9쪽

40화

DUMMY

찻집을 나온 뒤에도 두 사람은 온 시장을 쏘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야시장이라고 해도 밤새도록 영업하는 것은 아니며, 그들 또한 차디찬 겨울밤을 길거리에서 보낼 생각은 없었기에 저녁 11시가 넘었을 즈음, 알레크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즐거웠어? "


" 아, 예. "


비센나가 언제쯤 본론을 털어놓을까 그것만을 생각하던 소년은 갑작스러운 물음에 살짝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녀와 함께한 오늘 저녁은 돌이켜보면 이렇다할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상하리만치 즐겁고 충실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 그래. "


소년의 대답에 비센나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꼭 붙잡고 있던 소년의 손을 슬며시 놓았다. 소년이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 비센나씨? "


그녀는 대답 대신 번개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너무 빨라서 소년에겐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뒤를 쫒고 있던 미행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낮이었다면 모습을 놓치진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천지였던게 문제였다.


" 푹 자라. "


번쩍.


눈 깜짝할 사이에 미행자의 뒤를 잡은 비센나는 그가 눈치채기도 전에 뒷통수를 잡고 수면마법을 발동했다. 갑옷을 입고 있었다면 저항할 수 있었을테지만 미행을 위해 사복을 입고 있었던 미행자는 무력하게 곯아떨어졌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빠진 그에게 두 가지 주문을 추가로 걸어둔 뒤에야 그녀는 소년에게로 돌아왔다.


" 자, 그럼 방해자 아저씨도 재웠으니 우리 꼬마가 목빠지게 기다리던 비밀 이야기를 해볼까. "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 사흘전, 펜드리아의 재상이 죽었어. 전쟁을 반대하는 파벌의 수장으로 빨간 대가리가 뒤에서 지원해주던 인물이지. 전쟁을 바라는 군부 급진파의 거두 발도스 후작과 면담을 가진 다음 날 입궁하려고 나섰다가 본인의 저택 앞에서 급진파 군인 말라페토 바바알사의 손에 살해당했다... 고 되어 있어. "


" 그럼 실제로는? "


" 진짜 범인은 그 빨간 대가리의 아가씨들이지. "


" 예? 하지만 방금 테오도르는 재상을 지원하고 있었다고... "


" 재상이 발도스 후작의 설득에 넘어가버렸거든. 애시당초 반전파 자체가 재상의 영향력으로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었을 뿐, 거의 군부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나 봐. 그런 상황에서 군부측이 먼저 달콤한 유혹해오니 홀라당 넘어가버린거지. 내버려뒀으면 다음달 중순쯤엔 펜드리아의 기갑부대가 보셰트 국경을 넘고 있었을걸? "


" .....잠깐, 발롱드가 아니라 보셰트라구요? "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소년은 깜짝 놀라 물었다. 펜드리아가 노리는건 당연히 내전으로 약해진 발롱드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거나 비센나가 실수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똑똑히 말했다.


" 펜드리아의 목표는 보셰트야. "


" 어째서... 아! "


그는 뒤늦게 세 나라의 관계를 떠올리고 이유를 깨달았다. 본디 펜드리아와 보셰트, 발롱드 삼국은 하나의 제국에서 갈라져나온 나라들로 각기 자국 주도의 재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단연 펜드리아지만 좌우에서 몰려드는 두 나라를 동시에 상대하면서 어느 한쪽을 끝장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반대로 보셰트와 발롱드가 협공하더라도 방어에 전념하는 펜드리아를 멸망시킬 정도는 되지 못했기에 삼국은 오랜시간 불안불안한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오랜 내전으로 발롱드의 국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비록 청기사라는 반칙 병기에 의지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공격할 여력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리고 1:1이라면 보셰트는 결코 펜드리아를 이길 수 없었다. 또한 정복 직후의 불안정한 타이밍에 공격받을 걱정이 없다는 점도 발롱드 침공보다 보세트 침공쪽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 하지만 그건 테오도르가 나서면 해결되는 문제 아닙니까? "


펜드리아가 발롱드를 치지 않는건 어디까지나 청기사의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 쓰러져가는 발롱드조차 그러할진데 하물며 보셰트에 그와 동급인 적기사가 존재한다는걸 알게되면 펜드리아가 감히 전쟁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비센나는 고개를 저었다.


" 펜드리아가 청기사를 두려워하는건 그녀가 지난 전쟁에서 자신의 힘을 증명해보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적기사는 아무런 실적도 없어. 만약 네가 펜드리아의 왕이라고 생각해 봐. 정말로 『기사』인지, 아니면 급하니까 아무 기간트에나 빨간 칠을 해서 허세를 부리는건지조차 알 수 없는 기체 하나가 무서워서 실컷 준비해둔 전쟁을 얌전히 포기할까? "


" .....적어도 시험은 해보려고 하겠죠. "


그리고 테오도르 본인이 인정했듯이, 적기사에게 청기사만큼의 힘은 없다. 썩어도 『기사』인만큼 일반 기간트보다 강하기는 하겠으나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정도로 강할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 그래도 공중도시까지 내보이면... "


" 물론, 그때는 펜드리아도 생각을 고쳐먹겠지. "


이번에는 비센나도 동의했다. 그만큼 공중도시는 반칙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는 물건이다. 어느날 갑자기 수도 상공에서 튀어나와 대포로 요격할 수도 없는 높이에서 포탄을 쏟아붇는다고 생각해보라. 대책이 설 리가 없었다. 거기다 지형을 무시하는 기동성과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수송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이쯤되면 승전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 하지만 녀석은 다른 방법을 택했어. "


" 어떤... "


쿠콰앙!


소년이 질문을 채 마치기도 전에, 알레크 저택이 있는 방향에서 굉음이 터져나왔다. 그 직후, 폭발음이 들렸던 방향에서 무언가 기묘한 안개가 뿜어져나와 사방을 빠르게 뒤덮었다. 비센나는 혀를 차면서 빠르게 마나를 배열하여 소년과 그녀의 주변을 감싸는 방어벽을 형성했다.


" 설마하니 벌써 움직일 줄이야. 이것만큼은 예상 밖인데. "


" 뭔가 알고 계신겁니까? "


비센나의 중얼거림을 들은 소년이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녀석이 청기사의 목을 따러 온거야. "


" 예!? "


비센나의 담담한 대꾸에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그리고는 거의 달려들다시피하면서 거칠게 따져물었다.


" 어째서 이렇게 빨리 결행한거에요!? 두 달 정도는 준다고 했었잖아요!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


" 진정해. "


엘프의 두 손이 소년의 어께를 억눌렀다. 손아귀 힘이 어찌나 억센지 무슨 기계에 붙잡힌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강제로 진정하게 된, 그러나 여전히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꼬마에게 비센나는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 펜드리아의 군부는 이미 발롱드 내전이 끝나갈 무렵부터 언제든지 출정이 가능한 상태를 갖춰놓고 있었어. 비록 지금은 재상의 죽음을 둘러싸고 양 파벌간에 갈등이 있겠지만, 어차피 전쟁을 바라는건 마찬가지인 만큼 오래지 않아 정리되겠지. 그렇게되면 전쟁은 시간문제야. "


" 지금 그거랑 이거랑 무슨... 설마!? "


" 그래, 그 전에 청기사를 제거하면... 펜드리아군은 보셰트 대신 발롱드를 노릴거야. "


청기사만 없어지면 발롱드는 무인지경이나 다름없다. 건실한 나라인 보셰트와 달려가서 깃발만 꽃으면 되는 발롱드 중, 어느 쪽을 먼저 침공해야할지는 자명하다.


" 발롱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겁니까! "


" 녀석은 보셰트의 왕자야. "


소년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고함쳤지만 비센나는 냉정한 한마디로 그를 납득시켰다. 그녀의 말처럼 테오도르는 보셰트의 왕자. 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타국을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또 그래야만 하는 존재였다.


뿌득!


그러나, 머리가 납득했다고 해서 다 받아들일 수 있는건 아니다. 그는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저택을 향해 뛰려고 했다. 팔목을 잡히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소년의 날카로운 눈빛이 자신을 붙든 비센나에게 향한다. 그녀는 조금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면서 싸늘하게 물었다.


" 가서 뭘 어쩔건데? "


" 어쩌냐니, 그야 당연히...! "


당연히... 어떻하지?


화를 터트리려던 소년의 말문이 막혔다. 막상 생각해보니 막막했던 것이다. 당황한 소년에게 묵직한 추가타가 틀어박혔다.


" 양쪽 모두가 웃는 결말은 없어. "


청기사가 사라지면 발롱드는 멸망이다. 반대로 청기사가 버티고 있으면 펜드리아의 창끝은 보셰트로 향할 것이다. 협상이 성립하려면 후작이 발롱드를 저버리거나 테오도르가 보셰트를 저버려야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럴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을 터였다.


" 끼어들거라면 어느 쪽인가를 고르지 않으면 안돼. "


비센나는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는 소년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최후의 질문을 던졌다.


"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


작가의말

완결내기 전에 얼어죽으면 안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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