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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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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64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3.11 22:25
조회
343
추천
9
글자
10쪽

51화

DUMMY

우우우웅~!


평소처럼 도서관 업무는 대충 내던져둔 채, 마법연구에 매진하던 도서관장의 머릿속에 오래된 알람 마법이 울려퍼졌다.

계속 기다려왔던 일이었지만 왠일인지 그의 표정은 썩 밝아보이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도리어 짜증이 치밀어오른다는 듯,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오랜 세월을 살아온 지혜로운 드래곤조차 그것만은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다.

진짜 속마음이 어찌되었건, 그는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알람 마법이 발효(發效)된 좌표로 공간이동했다.

이는 엄연히 근무지 무단 이탈이었지만 그딴 것은 이번 일에 비하면 걱정할 가치도 없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 응? "


공간을 넘어온 도서관장의 눈에 비친 풍경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시체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왠 커다란 알 같은 것이 다리 한복판에서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알보다는 뭔가 고치 같은 것에 가까워보였다.


" 당신은... "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한 그의 귓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이전에 포획하는걸 도운 적이 있었던 새하얀 인형이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서관장은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에게 물었다.


" 어떻게 된거냐? "


인형은 조금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가 주인에게 도움을 주러 온 것인지, 아니면 해가 될 것인지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숨겨봐야 무의미한 짓이라는걸 깨달았는지 오래지 않아 입을 열었다.


" 대화하던 도중에 갑자기 저렇게 되었어요. 짐작가는 원인이라곤 주인님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신 것 같다는 점 외엔 아무것도... "


" 정신적 충격이라... "


정히 끼워맞추자면 강한 자기부정으로 인해 체내의 균형이 깨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왕의 힘이 폭주하면서 버티지 못한 육신이 붕괴되어야지 이렇게 고치 같은 것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 아니, 어쩌면 본인은 이미 죽었고 여왕의 눈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는건가? '


가능성이 큰 가설은 아니었지만 영 허무맹랑한 것도 아니었다. 애시당초 알람의 발동조건 자체가 아르모어의 생명활동이 정지했을 때다. 실제로 지금도 고치 안에선 아무런 생명반응이 감지되지 않았다.


' 한번 찢어보지 뭐. '


어차피 본인이 죽었다면 딱히 조심할 이유도 없었다. 고치를 파괴하고 눈을 가져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하면 되고, 안되면 그때가서 또 다른 수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도서관장이 마법을 시전하려던 순간,


" 컥! "


" 도마뱀 새끼가 어딜 감히 손을 대? "


뒤쪽에서 난데없이 날아든 손아귀가 도서관장의 목을 틀어쥐었다. 작고 가녀린 손이었지만 그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거구의 도서관장이 아무리 풀려고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 컥, 대, 대체 어떤 놈이...! '


주변에 워낙 괴물이 많아서 실감하기 어렵지만 도서관장 역시 지금 시대에 보기 드문 고룡(古龍)으로, 세계 전체를 통틀어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강자다. 아무리 인간으로 변신한 상태라지만 결코 이렇게 간단히 제압당할 존재가 아니었다.


" 꺄아아악! "


도서관장이 제압당하고 거의 2초가 지나서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달은 에밀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애냐는 그조차도 하지 못하고 그저 두려움에 떨었다.


그녀의 눈에는 보였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도서관장을 제압한 소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힘이.


저것에 비하면 『기사』 따위는 어린애 장난감, 아니, 그보다도 못한 것이었다. 어린애 장난감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기사』는 저것이 허락하지 않는 한,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할테니까.


" 쯧. "


----!


비명소리를 들은 소녀는 나직히 혀를 차더니 도서관장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듯, 정말 생각없이 가볍게 던진 모양새였는데도 도서관장은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그 수준이 어디가지 않았다는걸 증명하듯, 도서관장은 고작 4m도 지나지 않아 공중에서 제동을 걸어 사뿐히 착지했다.


" 허억, 허억...! 네가 왜 여기에... "


도서관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존재였던 것이다. 난입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요정들의 공주였다.

겉보기에는 아리따운 인간 소녀로 보이지만 누구도 그녀가 인간이라고는 착각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인인 에밀리조차 한눈에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요정 특유의 기운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도서관장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도서관에 처박혀 있어야 할 도마뱀 새끼가 왜 여기서 어슬렁대고 있는거야? 아, 혹시 너무 오래 살아서 죽고 싶어진거야? 죽여줄까? 말만 해! 지금 당장이라도 쫙쫙 찢어죽여줄테니까. "


' .....? '


지나치게 격분하는 그녀의 태도에 도서관장은 의문을 품었다.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그녀가 화를 낼만한 이유가 무엇일까? 드래곤의 명석한 머리가 빠르게 상황을 되짚어보며 추론을 전개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다소 어이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 설마, 지금 '저게' 네 물건이라고 생각해서 화내는거냐? "


여왕의 눈의 소유자가 사망한 이상, 그 소유권은 여왕의 유일한 후계자인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공주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도서관장은 자기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으로 보일테니까.


" 잉? "


그러나 공주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의문성을 내뱉었다가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태도를 바꾸어 긍정했다.


" 당연하지! "


' 아니구만. '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서관장은 우선 거짓말을 논파하고 본심을 끌어내보기로 했다.


"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네 물건이 아니야. 너는 여왕의 상속자이지 그의 상속자가 아니니까. 또한 그는 죽은 뒤, 여왕의 눈을 내게 넘기겠다는 계약에 동의했다. 못 믿겠다면 계약서를 보여줄 수도 있어. 따라서 그가 죽은 이상, 여왕의 눈의 적법한 소유자는 바로 나다. 그러니 여왕이 세운 법도를 무시할 셈이 아니라면 방해하지마라. "


도서관장의 말은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랬기에 필요하다면 여왕의 이름으로 맹세할 수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있는 여왕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의 지배를 받는 자가 여왕의 이름으로 거짓 맹세를 한다는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여왕의 이름으로 한 맹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실로 통했다.


' 이걸로 네 주장의 당위성은 사라졌다. 자, 이제 어쩔테냐? '


부정하면 여왕의 이름으로 맹세하면 된다. 그 진실된 맹세를 부정한다는건 불가능하다. 억지를 부려도 소용없다. 그것은 여왕이 세운 법도를 무시하는 만행에 불과하다는걸 깨닫게 될 뿐이다. 아니면 이대로 납득하고 물러나주는 것도 좋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테지만.


"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


그러나 공주의 대답은 도서관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의아해하는 그에게 공주는 고치를 가르키며 말했다.


" 저건 죽은게 아냐.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 ' 이지. 그리고 내게 상속권이 없다는 것도 틀렸어. 난 여왕의 딸이자 아빠의 딸이니까. "


" ......설마! "


도서관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 요정의 공주와 아르모어 폰 피르쉬어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조금도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그러나 요정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공주는 분명히 폭주한 여왕의 눈의 힘을 흡수하여 태어났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여왕의 눈은 이미 녀석의 육체에 동화되고 있었어... 그래, 이제야 알겠군. 그래서 공주가 순수한 페어리의 육체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인간의 특성까지 가지고 태어난거야. 그러니까 따지고보면 공주는 여왕과 녀석 사이의 자식이 되는 셈이군... '


하지만 그것은 아르모어가 요정일 때에만 성립하는 이야기였다. 요정의 특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단순히 매개체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볼 뿐이다.

그가 공주의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여왕의 힘을 이어받아 태어난 요정이어야 한다. 즉, 공주가 아르모어를 아버지로 인정해준다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요정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태어나고 있다는 - 의미였다.


' 그래,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거군. '


" 쳇, 이거 완전히 헛물켰군. "


모든 것을 파악한 도서관장은 혀를 차면서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투덜거리는 것치고는 표정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 자신은 알지도 못했지만 설령 알았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해하지 못한 척 했을지도 모른다.


***


작가의말

그러니까 요정의 계보상으로는 아르모어가 여왕의 아들이 되고


공주는 아르모어와 여왕 사이에서 난 자식이 되는군요.


어... 음...


이거 완전 개족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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