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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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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851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5.12.19 19:13
조회
448
추천
5
글자
6쪽

36화

DUMMY

" .....? "


눈을 뜬 소년은 멍청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떻게 된거지? 머릿속에 구름이 낀 것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아마도 잠이 덜 깬 모양이지. 가만히 머리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새벽같이 후작에게 불려나간 일, 나가서 훈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다가 기절했던 일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이 순서대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마치 누군가가 머릿속에 직접 넣어주는 것만 같았다.


" 후아아아아암... "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햇살이 쏟아진다. 소년은 가만히 눈을 감고 빛에 적응되기를 기다리면서 온기를 만끽했다. 살짝 식어있었던 몸이 훈훈해지며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 이제 겨우 정오인가. "


드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의 한복판에 태양이 걸터앉아 있었다. 느릿느릿 시선을 돌려 시계를 찾는다. 12시 37분. 체감하기로는 굉장히 오랫동안 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몇 시간 지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득봤네, 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기지개를 편다.


" 읏~차! "


그렇게나 얻어맞은 것 치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잠깐이지만 그렇게 두들겨맞는게 사실 알레크 가문 특유의 단련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똑똑.


" 세바티아입니다. "


자,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할까. 소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세바티아가 방문을 두드렸다. 무료함만큼이나 당혹스러운게 없는 소년으로서는 달갑기 그지없는 소리였다. 기꺼이 허락을 내리자, 하녀가 소리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표했다.


" 점심 식사 시간입니다만, 지금 드시겠습니까? "


" 예. "


" 곧 대령하겠습니다. "


그다지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먹을게 있을때 먹어둬야한다는 고아시절의 철칙은 여전히 유효했다. 소년이 고개를 선선히 끄덕이자 하녀는 다시 한번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 그리고는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카트를 밀면서 돌아왔다.

세바티아의 손길이 바빠지고, 후작과 함께했던 저녁식사처럼 수수해빠진 요리들이 차례대로 테이블 위에 펼쳐진다. 원체 험하게 먹고살던 자신이야 이것만해도 감지덕지지만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 푸하... 잘 먹었습니다. "


하녀는 접시들을 깔끔하게 비우고 느긋한 얼굴로 배를 두드리는 소년의 앞에 미리 준비해둔 차를 따르면서 말했다.


" 후작 각하에게서 전언이 있습니다. "


"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


" 오늘 오후부터 수업이 시작될테니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


" 수업? 무슨 수업요? "


" 저도 거기까진 듣지 못했습니다. "


" 흐음. "


어차피 조금 뒤면 알게 되겠지. 관심을 끊은 소년은 적당히 알았다고 대꾸하고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


시계 바늘이 오후 2시 정각을 가르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향한다. 키는 컸지만 몸은 말랐다. 그렇다고 약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사 출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머리는 하얗게 새었고 피부엔 주름이 자글자글하다. 외모로 짐작컨데 50살은 되어보였다.


" .....? "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노신사의 표정에 한순간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순간이었고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만큼 미미한 동요였지만 소년은 용캐도 그 사실을 알아채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평정심을 되찾은 노신사가 자기 소개를 시작하면서 의문은 잠시 밀어두고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대대로 알레크 가문의 교육을 담당해온 칼링거 가문의 우들러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후작 각하의 명에 따라 알비님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무엇을 배우게되는겁니까? "


" 기본적인 교양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학, 수학, 예절, 역사, 음악, 용병(用兵), 행정, 마법의 여덣 과목이죠. 종류는 많지만 어디까지나 교양 수업이니만큼 깊이 파고들진 않을겁니다. 보다 깊은 지식에 흥미가 생기신다면 따로 후작 각하께 요청을 해보시지요. 제 생각입니다만, 아마 흔쾌히 교사를 구해주실겁니다. "


우들러는 담담한 투로 이야기했지만 소년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기껏해야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이나 배울 줄 알았지 이처럼 본격적인 학문을 배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 아니, 제게 그렇게까지 큰 혜택을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


긁어부스럼이기 십상이었지만 도저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낸 보람도 없이 실망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 글쌔요, 저는 단지 후작 각하의 지시에 따를 뿐입니다. "


그렇게 말하면서 노신사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본 소년은 그가 사실 진상을 알고 있다는걸 직감했다. 비록 시골의 별 것 아닌 가문이라고 하나, 대대로 한 가문의 교육을 전담해왔다면 나름대로 자부심이라는게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어디서 굴러들어온 개뼈다귀인지 모를 놈을 가르치라고 한다면 마지못해 가르치긴 할지언정 기분은 썩 좋지 않을게 뻔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저토록 속편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건 별종이거나 그가 납득할만한 속사정이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별종은 흔치 않으니까 별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뭔가 있다. 그러나 가르쳐줄 생각은 없다...라. '


" 그렇습니까. "


그렇게 생각을 갈무리한 소년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노신사는 그의 태연한 얼굴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빙그시 미소짓더니 수업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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