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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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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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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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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2.02 11:10
조회
407
추천
11
글자
12쪽

43화

DUMMY

' 가급적 살려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네요. '


결단을 내린 델핀은 인형들에게 심어둔 비장의 초능력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파괴된 인형들의 피와 잔해가 붉은 입자로 분해되어 살아남은 인형들에게 빨려들어갔다.


" 어딜! "


내버려두면 위험하다는걸 직감한 후작이 입자를 흡수하느라 멈춰있는 인형들을 향해 돌진하며 장검을 휘둘렀다. 이네스는 충분히 그녀를 막아설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미련없이 후방으로 몸을 뺐다. 순식간에 5호와 8호의 목이 허망하게 달아난다. 파괴된 그들의 잔해도 입자로 분해되어 다른 인형들에게 빨려들어간다.


' 안됐지만 내가 더 빠르다! '


나머지 인형들 사이에는 약간의 간격이 있었지만 그래봐야 1미터 내외 정도밖에 안된다.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4호와 9호의 간격조차 5m에 불과했다. 후작 기준으론 없는거나 다름없는 거리다.


촥! 촥! 퍽!


쾌속하게 휘두른 쌍검이 6호와 4호의 목을 연달아 쳐낸다. 후작은 두 인형의 목을 베어내자마 반전하여 좌검을 투척했다. 미간에 자루까지 틀어박힌 7호의 머리가 붉은 입자로 변해 흩어진다. 이제 남아있는 인형은 9호 하나뿐이다. 후작은 9호의 머리를 노리고 우검을 마저 투척했다.


파앙!


그러나 검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9호는 여전히 입자를 흡수하면서 마치 파리를 쫒듯이 오른손을 휘둘러 검을 쳐냈다. 큰 충격을 받은 장검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새파란 마나 입자로 되돌아갔다.


슉, 쿠웅!


그 직후, 9호의 모습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후작의 복부에 인형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갑옷이 우그러지고 충격파가 대기를 뒤흔든다.


" 큭! "


후작은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려는걸 가까스로 참으며 좌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9호는 이미 멀찍히 떨어진 뒤였다.


' 빠르고, 강하다. '


적어도 속도만큼은 9호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위력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강하다. 이대로 몇 번만 더 공격을 허용하면 제 아무리 그녀라도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작의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


' 하지만 감당을 못해. '


퓨수우우욱!


공격한 9호의 오른손이 터져나가며 붉은 입자가 뿜어져나왔다.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육체가 버텨내질 못하는 것이다. 저래서야 가만히 놔둬도 금새 자멸할게 분명했다. 요는 그때까지 치명타만 입지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떠엉!


9호의 모습이 또다시 흐려지는가 싶더니 왼팔을 한껏 당긴 채, 후작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한껏 눌러둔 스프링이 튀어나가는 것처럼 섬광과도 같은 스트레이트를 꽃아넣었다. 뒷통수에 깔끔하게 들어간다면 제 아무리 후작이라도 뇌진탕을 면치 못할 일격이었으나 주먹이 닿은건 후작의 투구가 아니라 두터운 방패였다.


푸슈우우우우욱!


방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마나 입자를 흩뿌리며 산산조각났지만 공격한 9호의 왼팔도 함께 터져나갔다. 붉은 입자가 피분수처럼 뿜어져나오며 순간적으로 후작의 시야를 가렸다. 아차 싶은 순간, 어느새 후작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9호의 왼발이 정수리를 향해 벼락처럼 내리꽃혔다.


투콰아앙!


토사와 함께 붉은 입자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트럭 한 대쯤은 거뜬히 들어갈 법한 크레이터의 한복판에 왼쪽 다리가 날아간 인형이 엎어져 있었다. 양 팔이 날아가면서 붕괴 속도를 가속시킨 듯, 전신에서 붉은 입자가 마구 새어나온다. 저래서야 더 이상 움직이진 못하리라.


터벅, 터벅...


그러나 후작은 사지 멀쩡히 크레이터에서 걸어나왔다. 심지어 별다른 데미지를 받은 것 같지도 않았다.


" 나 참, 남의 집 정원에다가 무슨 짓을 하는건지 원. "


불평을 터트리면서 지상까지 올라온 그녀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델핀에게 검을 겨누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재롱잔치는 다 끝났냐? "


" .....정말 계획이라는건 믿을게 못 되네요. "


계획대로라면 후작은 지금쯤 죽거나 최소한 중상 두세개는 입어야 했을텐데. 그녀가 한탄하자 후작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당연하지. 계획한대로 다 될 것 같으면 개나소나 세계 정복하게? 아무리 정교한 작전을 짜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삐그덕대기 마련이야. 그걸 재주껏 잘 교정해서 목표를 달성하는게 지휘관의 실력이라는거지. 자, 이제 네가 준비한 수는 실패했다. 이제 어쩔거냐? 미리 말해두겠는데 뭘해도 다 좋지만 목숨 구걸만은 하지마라. 한때 좋게 평가했던 사람의 마지막이 추하게 얼룩지는건 싫거든. "


델핀은 오늘만 몇 번을 내쉬는건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준비는 했지만 쓸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던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녀를 따라 이네스도 장검을 뽑아들었다. 모양이 고정된 실체검으로 제 실력을 내기는 어려울테지만 초능력이 아예 먹히지 않는 마당이니 별 수 없다.


" 싸우겠다? 좋지. 어디 한번 전력을 다해 덤벼봐. "


쌍둥이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자 후작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가장 바래왔던 대답이다. 그녀가 칼끝을 까딱이며 도발하자 델핀과 이네스는 거울로 비춘 듯이 대칭되는 자세를 취했다.


" 그럼, 갑니다. 첫번째 수는... 『겨울 - 진눈깨비.』 "


두 사람은 검을 앞세운 채, 화살처럼 쏘아져나갔다. 후작은 그 모습을 심상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 기술명은 뭐하러 말해주는거야? ' 같은 아무래도 좋을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처럼 머리가 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전을 수없이 겪어온 육체는 신속하게 대처했다.


챙!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휘두른 우검이 이네스의 검면을 때린다. 검을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주다보니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된다. 덕분에 후작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이네스의 등 뒤로 돌아갈 수 있었다. 등이 보이자마자 미리 들어올려두었던 좌검을 내리친다. 거리상 치명상은 무리겠지만 등판을 세로로 베이고도 전투력이 떨어지지 않는 인간 같은건 없다. 들어가기만한다면 필시 연계에 문제가 생기리라.


카앙!


" ! "


그러나 후작의 좌검은 이네스의 목을 스치며 찔러들어온 델핀의 검에 저지당했다. 그 틈을 타, 이네스는 왼발을 축으로 반전해 후작에게 찌르기를 날렸다. 거의 되는대로 찌른 것이라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추가 공격의 맥이 끊겼다. 자연스럽게 공수가 전환되며 후작이 수세에 몰린다.


따라라라랑! 따당!


진눈깨비란 기술명에 걸맞게 쌍둥이의 공격은 빠르고 산발적이었다. 머리를 노리는가 싶으면 다리를 찌르고 있고, 다리를 막아냈다 싶으면 목에 칼날이 접근하고 있다. 튕겨내도 튕겨내도 집요하게 되돌아오며 급소를 노린다.


' 환장하겠군. '


후작은 눈살을 찌푸렸다. 1:1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여러곳을 노리는 만큼 팔의 이동 동선이 길어서 순간순간 빈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두 사람이 되자 방어는 하더라도 도저히 빈틈을 찌를 시간이 나오질 않는다. 차라리 빈틈이 전혀 보이질 않으면 모를까, 훤히 보이는데도 찌를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 힘으로 흔들어볼 수 밖에. '


튕겨내도 튕겨내도 빠르게 회수가 된다는건 일격 일격에 들어간 힘이 약하다는 증거. 그렇다면, 아예 칼을 놓칠 정도의 강공으로 틈을 만든다!


카앙!


작정하고 휘두른 좌검이 이네스의 찌르기를 쳐냈다. 후작의 예상대로 이네스의 검이 크게 튕겨나며 자세가 무너진다. 그 사이에 대기하고 있던 우검이 총알처럼 쏘아져나갔다. 이렇게되자 후작의 오른쪽이 훤히 비어버렸다. 델핀이 바보도 아니고 그 틈을 놓칠 리가 없다. 지금까지의 가벼운 공격과 달리 제대로 힘을 넣은 횡베기가 후작의 허리를 두쪽낼 기세로 날아간다. 그러나 후작은 멈추지 않았다.


' 한대 맞고 한놈 잡는다! '


변변찮은 방어구가 없는 쌍둥이들과 달리 그녀에겐 갑옷이 있었다. 일격 정도는 충분히 받아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오싹.


델핀의 칼날이 가까워지자 후작의 직감이 위험신호를 보냈다. 이건 아니다. 이걸 맞아서는 안된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많은 곤경을 해쳐나가게 도와주었던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추격을 포기하고 검격의 범위에서 벗어나는데 전력을 다한다.


서걱!


델핀의 칼끝이 복부 장갑을 스치고 지나간다. 갑옷이 종잇장처럼 갈라지고 배에 길고 가느다란 생채기가 남았다. 일찌감찌 피하는데 전념해서 망정이지 가만히 있었으면 허리가 반절은 잘려나갔을 것이다. 후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기술? 아니야, 저항이 너무 없었어. '


이건 베였다기보단 아예 무시해버렸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십중팔구 검 자체에 무언가 수작질을 부려놓았을 것이다. 더 이상 갑옷에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급격히 짜증이 몰려왔다.


' 안 좋아. '


표정이 굳어있기는 델핀도 마찬가지였다. 히든 카드를 내보이고도 변변찮은 상처를 입히지 못한 것이다. 괜히 후작의 경계심만 높여 놓았으니 일이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다고 기껏 잡은 주도권까지 내줄 수는 없는 일. 그녀의 검이 바쁘게 뛰논다.


" 『봄 - 꽃샘추위』. "


카앙!


강한 힘을 넣어 내리친다. 앞서의 검격을 무리하게 피하느라 자세가 무너진 후작은 되는대로 막았다가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에 좌검을 그냥 놓아버렸다. 괜히 붙들고 있으면 돌이킬 수 없을만큼 자세가 무너질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델핀은 앞서 내딛은 오른발을 축으로 회전하며 한걸음 나아갔다. 회전을 잔뜩 실은 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선을 긋는다.


캉!


이미 쓴 맛을 본 후작은 남은 우검을 두 손으로 잡고 방어했다. 굳건히 잡은 검은 훌륭히 방어에 성공했으나 델핀의 검이 지나가자마자 중동이가 딱 부러져버렸다.


' 큭, 하지만...! '


델핀 역시 동작이 컸다. 다음 공격까진 필연적으로 틈이 생길 터. 그 사이에 무기를 재생성하면 그만이다.


" 『가을 - 낙엽의 춤』 "


이게 1:1 상황이었다면 말이다. 옆에서 치고 들어온 이네스가 재정비할 틈을 묻어버린다. 여기서 멍하니 1초 정도 잡혀있으면 델핀이 가세해 주도권을 공고히 굳힐 것이다. 그렇게되면 제 아무리 후작이라도 곤경을 면치 못한다.


' 지금은 모험을 해야 할 때! '


판단을 내린 후작은 부러진 검을 버리고 막 검을 들어올리는 이네스를 향해 과감하게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미처 다 휘두르지 못한 오른팔을 왼손으로 붙잡아 저지하고 텅 빈 복부에 혼신의 힘을 담은 펀치를 꽃아넣었다.


----!


단지 펀치일 뿐인데 소리를 뒤에 두고 움직인다. 제 아무리 단단한 몸뚱이라도 사람인 이상, 이딴걸 맞고 멀쩡할 순 없다.


파앙!


이네스의 배에 터널이 뚫리려는 순간, 옆에서 끼어든 델핀이 등판으로 후작을 쳐날렸다. 후작의 몸이 트럭에 부딛친 장난감처럼 날아간다.


' 젠장! 한 녀석 처리할 기회였는데! '


후작은 날려가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녀의 왼손에는 붙잡았던 이네스의 오른팔이 그대로 들려 있었던 것이다.


" 아악! "


오른팔과 무기를 한꺼번에 잃은 이네스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후작은 이네스의 잘려나간 팔이 붙잡고 있는 장검을 바닥에 대고 힘껏 짓밟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뚝 부러지더니 잠시 번쩍거리다가 사그라들었다. 부여된 마법이 사라진 것이다.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작은 미련없이 이네스의 팔을 던져버렸다.


' 무시무시한 악력... '


델핀은 잘려나간 이네스의 팔 단면이 힘으로 뭉개져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하기사 기간트의 장갑판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작자가 사람 팔을 왜 못 끊곘는가. 그러나 어차피 이겨내야 한다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그녀는 흔들리려는 마음을 다잡고 전투 태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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