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918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6.01.27 14:43
조회
354
추천
8
글자
8쪽

41화

DUMMY

' 내가 어떻게 하고 싶냐고...? '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후작을 돕고 싶었다. 사실, 후작이 무너지면 꼼짝없이 멸망하는 발롱드와 달리 보셰트에는 공중도시가 있지 않은가. 국력 또한 펜드리아가 너무 강할 뿐이지 엄연히 강대국 축에 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후작의 편을 들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또 다른 자신이 막아세운다.


' 백기사는 어쩔거야! '


펜드리아의 침공을 해결한다고 해서 테오도르의 싸움이 끝나는게 아니다. 그의 진정한 목적은 백기사가 인류를 멸망시키기 전에 처치하는 것. 그리하여 파멸해버린 본래의 미래를 뒤엎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나저러나 청기사의 힘이 필요했다.


' 테오도르에게 충분한 힘이 모이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게 물거품이야. '


백기사를 막지 못하면 나라고 뭐고 모든게 끝장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발롱드를 희생양으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알레크 후작을 제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청기사를 취해야...


" 나는... "


***


" 애휴... "


알레크 후작은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이다. 난데없이 알비의 애인이랍시고 나타난 엘프 계집애의 낮짝이 떠올리면 저절로 오만상이 지어지면서 짜증이 퐁퐁 샘솟았다.


" 아오, 진짜! "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을 버둥거렸다. 부하들이 봤으면 웃다가 호흡 곤란을 일으킬 추태였지만 다행스럽게도 밤의 정원엔 아무도 없었다. 하긴, 그러니까 그녀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바탕 난동을 피운 그녀는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온 얼굴로 나직히 투덜거렸다.


" 쪼그마한게 발랑 까져가지고 벌써부터 무슨 계집이야 계집은... "


사실 알비가 연애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건 아니었다. 본인은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해서 좋고, 후작은 배필을 찾아줘야하는 의무에서 해방되서 좋고, 말 그대로 누이 좋고 동생 좋은 일을 왜 반대하겠는가?


그녀는 둘이 서로 좋아하기만하면 어떤 여자라도 다 웃으면서 환영해줄 수 있었다. 신분이 천하면 상승시켜주면 될 일이고, 몸에 장애가 있으면 고쳐주면 될 일이며, 집안에 문제가 있으면 - 가령 역적 집안이라거나 - 해결해주면 그뿐이다. 알레크 가문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 아무리 그래도 엘프 여자는 아니지! "


그녀는 밴치 위에 엎드린 채,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짜증을 토해냈다. 알레크의 혈통에 이종족의 피가 섞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긴 하지만 그래도 드워프 정도라면 이해해줄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본인들이 좋다면 오크 여자도 반대하진 않을거다. 천만번쯤 양보해서 수인(獸人)이나 인어까지도 어떻게 인정... 큼,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 아마도 인정 할 수 있을거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엘프 여자만큼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한없이 오만하고, 악마처럼 잔혹하며, 독사보다도 지독한, 그 사람으로 인정해주기도 싫은 개잡종연놈들을, 가신으로 들어온대도 피거품을 물면서 반대할 것들을 알레크 집안의 일원으로 들인다는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천지가 무너져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속이 타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 이걸 어떻게든 떼어내야하는데... "


그냥 엘프의 본성을 이야기해주는 걸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게 분명했다. 알비 앞에서만큼은 제 본성을 꽁꽁 숨기고 있을게 틀림없으니까. 보나마나 자기 애인은 안 그렇다며 싸고돌겠지. 적어도 자기 눈으로 그 요망한 것의 본성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 애휴... "


이렇다할 묘책은 떠올리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에 연신 한숨만 내쉬던 후작의 눈에 이상한 것이 띄었다. 밤하늘에 뭔가 반짝이는게 있었던 것이다. 저게 뭔가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던 그녀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밴치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디선가 모여든 마나 입자들이 갑옷과 검을 형성한다. 무장을 갖추는 것과 거의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말뚝들이 정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내리꽃혔다.


***


" 언니, 정말 할거야? "


이네스는 자신의 애기이자 본래 역사에선 7년 뒤에나 개발된 U5-S의 조종석에 앉으면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쌍둥이 언니에게 물었다.

지금 하는 일이 그다지 탐탁치 않은 듯,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에 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노골적으로 묻어났다.


" 이네스, 이미 결정된 일이잖니. "


델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지만 이네스의 불만 가득한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그녀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는 폭포수처럼 짜증을 쏟아냈다.


" 그치만 이건 원래 그 엘프랑 꼬마가 해야 될 일이잖아! 걔네들 그러라고 데려온거 아냐? 왜 걔들을 내버려두고 우리가 그 무지막지한 괴력녀랑 싸워야 되는건데!? "


"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


그녀는 곤란한 듯이 웃으면서 조목조목 그 이유를 설명했다.


" 그때는 흑기사의 영입을 거의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을 때야. 지금처럼 청기사가 절실히 필요한건 아니었던거지. 또 청기사의 존재가 보셰트가 전쟁에 휘말리느냐 마느냐를 결정짓게 될 줄도 예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인 계획을 짤 수 있었던거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믿을 수 없는 것들에게 맡겨두기엔 너무 중요한 일이 되버렸어. "


" 우으... 그럼 우리는 뒤에서 지켜보다가 녀석들이 실패하면 그때 들어가면 되잖아! "


이네스는 하녀복 장식을 잘근잘근 씹다가 우는 소리를 내면서 항변했다. 말이 여동생이지 불과 몇 시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인데 얘는 왜 이렇게 철이 없는걸까? 하고, 델핀은 마음 속으로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이네스, 네가 피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솔직히 말하자면 나부터가 그 괴물과 싸우고 싶지 않은걸. 힘들고 괴롭고 뒷맛도 찝찝한 일을 누군들 하고 싶겠어? "


" 그럼... "


" 하지만 이네스, 세상에는 사람이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해. 가령 애인과 누나를 서로 죽이게 하거나 동생이 누나의 목을 치게 만드는 일 같은 것 말이야. "


" 그거야 먼저 배신한 놈이 잘못이잖아. "


항변하긴 했지만 이네스의 목소리엔 박력이 부족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괜히 고집을 부리는 것이리라.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한 여동생이라니까, 하고 생각하며 델핀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사라진 미래의 원한이지. 지금 시대에선 일어나지도,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야. 게다가, 복수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잖아? 부모를 죽이고, 기억을 빼앗고, 비천한 고아로 만들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


위잉- 철컹!


델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U5-S의 조종석 문이 닫히면서 이네스의 모습이 흉갑 뒤로 가려졌다. 곧이어 스피커로 증폭된 그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 에이씨, 몰라! 다 미워! 언니도 잉여 왕자도 전부 바보! 애시당초 험한 일 안시킬거라고 꼬셨던 주제에 이게 뭐야!? 바보, 멍청이, 거짓말쟁이~! "


귀를 틀어막고 버티던 델핀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양 허리에 손을 짚은 채, 성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그래서, 안하겠다는거니? "


" 할거야! "


이네스는 격납고가 터진 것처럼 큰 소리를 빽 내지르고는 쿵쿵대면서 기체를 끌고 가버렸다. 델핀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정말 쟤는 누굴 닮아서 저런걸까, 하고 벌써 수도없이 반복했던 고민을 또 반복하면서 자신의 기체를 향해 이동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얀기사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4 62화 +1 16.04.16 438 11 11쪽
243 61화 +1 16.04.08 422 7 7쪽
242 60화 +2 16.04.07 390 7 12쪽
241 59화 +1 16.04.06 351 6 6쪽
240 58화 +1 16.04.01 327 7 7쪽
239 57화 16.04.01 323 7 9쪽
238 56화 16.03.25 371 7 11쪽
237 55화 16.03.24 328 5 5쪽
236 54화 +1 16.03.23 353 8 8쪽
235 53화 +1 16.03.21 438 9 9쪽
234 52화 +2 16.03.14 391 7 14쪽
233 51화 16.03.11 344 9 10쪽
232 50화 16.03.10 339 7 8쪽
231 49화 +2 16.03.09 346 4 7쪽
230 48화 16.03.09 353 5 6쪽
229 47화 +1 16.03.05 334 7 10쪽
228 46화 +1 16.02.15 362 12 14쪽
227 45화 +1 16.02.09 354 7 10쪽
226 44화 16.02.03 387 9 10쪽
225 43화 16.02.02 408 11 12쪽
224 42화 16.01.30 322 8 12쪽
» 41화 +1 16.01.27 355 8 8쪽
222 40화 16.01.24 328 9 9쪽
221 39화 +1 16.01.20 326 9 9쪽
220 38화 16.01.13 326 9 7쪽
219 37화 16.01.07 319 10 11쪽
218 36화 15.12.19 449 5 6쪽
217 35화 15.12.15 294 8 6쪽
216 34화 +1 15.12.13 508 6 19쪽
215 33화 +1 15.12.04 426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