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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현대] 던전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6.01.24 19:19
최근연재일 :
2016.11.30 00:02
연재수 :
90 회
조회수 :
182,829
추천수 :
3,691
글자수 :
547,322

작성
16.06.22 09:00
조회
8,261
추천
107
글자
11쪽

<교육생과 짐꾼>

DUMMY

<교육생과 짐꾼>


황량한 사막.

모래로 얼룩진 대지 위로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 쬐고 있다.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 멍하니 있던 유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져 모래 속에 파묻혀갔다.

-...종자여. 일어나거라.

낮으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다.

조용한 울림임에도 그 목소리는 위엄이 담겨 있어 귀를 자극해주었다.

어린 유현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존재가 오른손에는 한 아이를 껴안고 왼손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환한 태양을 등진 존재, 로브 속은 어둠으로 덮여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왔지만 그의 얼굴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사람의 두개골, 넝마와 같이 헐렁거리는 로브 속에 살점 하나 없는 뼈대로 이루어져 있는 몸이 보였다.

눈과 입에서는 영혼이 불타는 거처럼 푸른 안광과 숨결을 내뱉으며 유현의 팔을 짚어 들어 올렸다.

“힘들어요...”

유현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었다. 그는 지친 듯 눈이 감겼다.

-나약한 종자여. 그렇게 잠든다면 너는 틀림없이 죽음이라는 어둠에 먹혀 영원히 잠들 것이다.

“...”

-일어서라.

마물의 말에 유현은 비틀거리며 발을 모래에 디디며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옆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언데드가 그의 팔을 살며시 잡아주며 지탱해준다.

발이 사막의 모래에 파묻히며 그가 다시 한 번 넘어질 뻔할 때, 대지가 진동했다.

“...!?”

유현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앞을 쳐다봤다.

언데드는 기다란 로브 사이로 유현의 몸을 지탱하던 새하얀 뼈에 힘을 주었다. 유현을 억지로 들어 올려 목마를 태웠다.

그의 앞에 있던 사막은 점차 부풀어 올라 거대한 언덕 형성했고, 모래가 흘러내리며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거대한 모래 파도가 언데드의 몸을 덮쳤지만 검은 둠 형태의 방어막이 그것을 막아주었다.


쿠오오오오오-!


거대한 산, 아니, 산이라고 착각할 만한 괴물.

길이 50m, 높이는 10m에 다라는 거대한 고래가 사막에서 튀어나왔다.

표피는 딱딱한 암반과 철광석에 둘러싸였으며, 부석부석하게 마른 눈은 언데드와 목마를 탄 유현의 키를 합친 것보다 훨씬 커 보인다.

거대한 고래는 사막에서 튀어나와 유현을 쳐다봤다.

커다랗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이다.

거대한 눈 사이에서는 작은 모래들이 물방울처럼 흘러내렸다.

눈이 마주치자 유현은 흠칫 놀라며 몸을 떨 때, 언데드가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딱딱하며 차가운 뼈가 유현의 손을 감쌌다.

-겁을 먹을 필요 없다. 종자여. 저건 우리를 해칠 수 없다. 그러니 안심하거라.

고요한 목소리에 유현의 긴장이 풀어졌다.

사막 고래는 언데드를 쳐다보다 상대가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한 번의 움직임에 모래는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거렸지만, 손에는 넝마가 덮인 아이를 잡고 목에는 유현에게 목마를 태우고 있던 언데드는 흔들림이 없었다.

언데드의 푸른 안광이 손에 쥔 아이를 쳐다보다 목마를 탄 유현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유현은 고개를 꾸벅꾸벅 거리며 졸린 눈을 했다.

-피곤한 모양이구나. 잠들 거라. 때가 되면 깨우겠다.

언데드의 말에 유현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명심하거라. 너는 생명을 가진 자다.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죽음의 다스리는 존재. 그런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말이다.

그 말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해, 매우 안심되어... 유현은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 * * * * * * * *


잠에서 깨어난 미국인 미숼은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에...에...에취-!”

거친 재채기와 함께 몸이 들썩거렸다.

침대가 그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비꺽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에취! 에취! 위취-! 으아악! 죽겠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고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코는 콧물이 질질 흘러나오는 게 영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손을 침대 옆 티슈로 향해 휴지를 꺼내 콧물을 닦아냈다.

‘감기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열린 창가 사이로 꽃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알러지?’

요즘 좋아졌다고 생각했건만, 착각인 모양이다.

2인실 방에 2층 침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두 명이 살기에 적절한 크기의 방이다.

미숼은 피곤한 눈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아, 따끈거려! 눈을 비비면 안 되는 건데! 끄응...!"

스펀지에 물을 먹은 거처럼 몸이 무겁다. 게다가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제 무리하게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50대가 되는 그는 이 지긋지긋한 일도 때려치울까 싶었지만, 계약 기간 동안 이 일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니 참고 있는 판국이었다.

또 이 일을 그만둬도 딱히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그였다.

‘그래도 목숨이 더 중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전문기술이나 요리라도 배워두는 건데...’

그렇게 했다면 진작에 이 일을 그만두고 직장 하나 구해 바득바득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가야 하나?’

매일 하는 일이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 목숨을 건 일이기에 적응이 된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일이지도 모른다.

미숼 교관 하는 일은 신출내기 모험가라는 직업군을 안내하는 안내원이자, 가르치는 교관.

숙련도가 높은 안정성 높은 파티원과의 모험이 아닌, 이제 갓 모험가로 접어든 신입생과의 파티다. 게다가 그들의 안전마저 책임을 지다니 보니 그로서도 상당히 지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상식에 벗어난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조차 정신적 피로가 쌓이는데, 조언해도 듣지 않는 신입생들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떨 때는 악몽을 꾸며 잠들지 못해 정신과 진료까지 받을 정도였다.

‘게다가 요즘 스트레스성 탈모가 의심된다는 말이지.’

미숼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무거운 몸을 풀기 위해 세면대에서 간단히 씻고 트레이너실로 갔다.

몸을 미리 풀어두지 않는다면 굳어질 게 뻔하다.

문을 연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모두 나에게 독종이라고 말하지.’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닌, 그렇다고 삼일에 한 번도 아닌, 하루에 한 번 이상을 왕복해‘천공의 탑’을 갔다 오는 그를 보며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단지 모험가로서 가는 게 아닌. ‘모험가 안내원’으로서 가는 거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떤 미친 놈이 신입 모험가의 안전을 챙기고자 안내역을 한단 말인가? 그건 평범한 모험가보다 죽을 확률이 더 높은 위험한 직업군에 속해 있다.

어떤 이는 ‘너 던전 증후군이냐?’라고 대놓고 손가락질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미숼조차 눈앞에 있는 청년에게는 명암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너 언제부터 여기있었냐?”

넓은 트레이너실, 각종 몸을 단련하는 머신들이 줄지어 있지만, 한 청년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의자를 이용해 묘기를 부리고 있었다.

파란 바탕으로 이루어진 트레이닝 복장을 한 청년이 나무로 된 의자 다리 한 부분을 세우고 그 위 엄지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지탱하고 있다.

청년은 미숼의 말에 반응했는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상당히 힘든지 그의 온몸은 떨렸으며 땀이 뻘뻘 흘리고 있었다.

청년, 이유현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은 채 미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일어났어요?”

“...몇시부터 그러고 있었냐니까?”

“그게...3시간 전부터요? 좋은 아침이죠?”

문 근처에 있는 정수기에 물을 받아마시던 미숼은 유현의 말에 물을 뿜고 말았다.

“좋은 아침? 너... 나와 어제 새벽에 들어왔잖아? 그게 5시간 전인데? 설마 2시간밖에 안 잔 거냐?”

“저도 몰라요.”

미소 짓는 유현을 보며 미숼은 지독한 표정을 지었다.

“너 그러다 죽는다?”

“글쎄요. 죽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유현은 천천히 몸을 내렸다.

덜컹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거침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자를 바로 한 채 거기에 걸쳐 앉아 땀을 닦았다.

미쉘은 그런 유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농담 아니야. 보통 사람이면 네 정도 노동은 과로로 죽는다고. 잔소리로 들리겠지만, 이건 충고야.”

“...그런가요?”

미숼의 조언에 유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도 일 갈 거죠?”

“...또 일 이야기냐? 너 홀린 거지? 어떤 괴담에서는 탑이 사람을 유혹하고 죽여서 양분으로 삼는다고 하던데.”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그냥 그 탑에 올라가고 싶을 뿐이에요.”

“...너 던전 증후군이냐?”

던전 증후군.

미숼도 많이 듣는 말이었다.

사람은 자극적인 것을 체험하게 되면 그것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있다.

던전 증후군의 경우, 천공의 탑 같은 상식을 벗어난 것을 직접 경험해 자아가 그곳에 빠져드는 일종에 정신적인 병이었다.

그곳에 들린 자들은 환상적인 세계에 ‘중독’되어 미친 듯 다시 그곳을 찾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실상 미숼 교관 역시 그것에 빠져들어 이 일을 끊지 못하는 경우에 속하기도 했다.

‘아니, 이 독종은 그런 병 따위는 아닌 거 같단 말이지.’

미숼이 보기엔 유현은 그것과는 달랐다. 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양 유현은 오른손을 획획 저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찾고 싶은 게 있어서 가는 거죠. 물론 하위 계층에서는 찾을 수 없겠지만.”

"던전이 무슨 보물찾기를 위한 어린애 놀이터인 줄 알아? 너 머리가 이상하다고!”

미숼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던전에서 무엇을 찾는 단 말인가?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그런가요?”

유현은 살짝 당황해하며 생각하는 듯 팔짱을 꼈다. 그리고 변명거리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아! 하지만 제가 찾는 건 물건이 아닌걸요. 사람...얼라? 사람이 아닌가? 으음... 사람이라고 보기 힘드네요. 네, 사람이 아니에요. 그분은... 어쨌든 그것 말고도 돈이 되니까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씨익 웃는 유현이었다.

“결국은 돈이냐?”

그렇게 말하면서 미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사실상 말하기 힘들어 말을 돌리는 거겠지.

아마 이유 중 돈은 두 번째에 속해 있을 것이다. 이유현의 첫 번째 우선순위라면 ‘무언가’를 찾는 일이었다.

유현은 예전에 말해준 적이 있다. 어떠한 ‘마물’이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미숼은 그의 말에 귀 기울였지만 믿지도 않았다.

유현이 탑 속에 너무 오랫동안 갇힌 탓에 정신적인 오염이 있어 그렇게 착각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글은 [죄악의 군주]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작품이자 홍보용 작품이며, 죄악의 군주 외전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가의말

으음;; 생각보다 여분 분량이 얼마 없네요. 빨리 전작 수정을 끝내야 할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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