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조운, 참패를 겪다.
조운군은 2차 방어선에서 보도근이 이끄는 3천의 기마병이 몰살 당하고 겨우 뚫어냈는데, 3차 방어선에서 빠르게 녹각을 제거하고 전투를 치루다가 돌파에 실패하여 하루를 소비했다.
그러다보니 하루차이로 후방에서 따라오던 간옹과 가비능이 추가로 합류했다.
한편 전예는 본대에 연락을 취하고 난 후에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에 허저가 힘들게 방어를 하는 동안 창평현을 우회하여 하루를 쉬다, 허저가 3차 방어선이 뚫려 올때가 되었으니 와라 라는 연락을 받고, 그들이 싸우는 도중 측면을 기습하여 덮쳐 들어갔다.
조운은 이미 전예와 오환돌기병들이 안 보인지 여러날 되었으므로, 매복이나 기습을 염두해두고 항상 싸웠었기 때문에, 곧바로 가비능과 보도근에게 선비족 2만과 자신이 데리고 있던 5천의 기마병을 전부 보내어 그들을 막도록 했고, 자신은 남은 병력으로 허저군과 맞서 싸웠다.
양 군의 병력은 얼추 비슷했으며, 계 성과 가까워질수록 상황은 조운군에게 불리해져만 갔다.
간옹이 애써 군량까지 소모하며 상곡까지 가서 지원군을 불러서 데려왔는데, 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선비족이 몰살 당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는 불렀으나 부른 보람이 없는 격이 된 것이다.
"선비족이 생각보다 너무 약하군.."
조운은 전투를 벌이면서 손걸군이 이끄는 오환족에게 추풍낙엽으로 쓸려나가는 선비족 기마병들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실제로 조운이 데리고 있던 5천의 정예 기마병들은 서주에 있기 전부터 유비가 키운 기병들이었다.
여러 전장터를 데리고 다니면서 노련해진 병사들이라 오환돌기병들이 화살을 쏘는 것도 잘 막아내면서 싸웠다.
간옹이 조운에게 외쳤다.
"자룡! 아무래도 적들을 뚫고 성으로 들어가야 될거 같소!!!"
"좋습니다! 제가 선봉에 서지요! 이대로 가다간 데려온 선비족을 전부 잃을 것 같습니다!!"
-뿌우우우우우!!!
조운이 옆에 있떤 기수에게 신호를 보내자, 기수가 허리춤에 있던 호각을 꺼내어 크게 불었다. 그러자 호각을 들은 병사들은 일사분란하게 싸우다말고 무기를 거뒀고 조운이 말의 고삐를 당긴 후 달리기 시작하자 그의 뒤에서 돌파를 시작했다.
그것을 본 가비능과 보도근도 병사들을 이끌고 측면으로 빠져나가 조운을 따라가기 시작햇다. 허저와 전예 역시 그들의 호각 소리를 듣고는 돌파가 당하지 않게 막으며 그들의 전진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돌파가 되지 않도록 허저가 조운을 막고, 전예가 가비능을 막으니 보도근이 좌충우돌하며 적들을 공격했다.
창평현 인근 에서 진을 폈던 손걸군이었던지라 아군인 허저가 드디어 당도하여 인근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하니, 곽가는 태사자에게 기병 1만을 이끌도록 하여 그들을 지원하도록 했다.
날이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 해가 산 아래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조운은 허저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벌써 수 백합째 겨루고 있었다. 나름의 승부에 쾌감도 있었지만, 자신이 이 군의 총 지휘관이기에 마냥 일기토를 즐길 수 만은 없었다.
게다가 다른 때에는 날이 저물면 항상 퇴각을 했던 허저가 자신을 붙들고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싸우다니.. 의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전방에서 지면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운이 허저에게 외쳤다.
"네 놈!! 지원군을 불렀구나!!"
그러자 허저가 고전분투 하는 상황에서도 조운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제 알았느냐? 지금 오는 지원군은 본대에서 오는 병사들이다. 특별히 빨리 와달라고 하였으니 아마 기마병 위주로 편성이 되었을 것이다."
"크흑.. 허저 이 놈..!!"
조운이 자신이 들고 있던 모를 힘껏 허저에게 내질렀다.
-후웅!
허저는 창을 두손으로 쥐고는 힘껏 받아치며 조운의 모를 밀어냈다.
아직도 지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허저의 힘에 조운 역시 그를 쉽게 뿌리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받았다.
그때 뒤에서 지원을 온 태사자가 허저를 부르며 외쳤다.
"중강!! 내가 왔소이다!! 적장은 나에게 맡기고 나 대신 병사들 좀 지휘해주시오!!"
"자의가 왔구만. 그럼 선수 교체를 좀 하겠소. 수고하시오. 자룡!!"
조운은 이 상황을 어찌 빠져나가야 할지 고난의 연속인지라 이빨을 부서질듯이 힘껏 물었다.
-뿌드드득!
헌앙한 모습에 자신과 비슷한 체격을 지닌 태사자를 본 조운이 그에게 말했다.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오. 그대는 누구시오?"
"자룡. 나를 모르시겠소? 예전에 공 문거를 도와줄 때 잠깐 봤었는데 말이오. 태사자요!"
"태사 자의! 당신도 손걸의 휘하에 들어갔군."
"적장으로 만났으니 별 수 없지만, 혹시 유비의 휘하에서 여기로 넘어 올 생각은 없는 것이오?"
"현덕의 인품을 따라 올 자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세상을 너무 좁게만 살지 마시구려. 허 중강도 그렇지만 나 역시 그의 성품과 인성, 무예 실력 모든것을 존경하고 있소이다."
"자의가 패배한 적이 있다니.. 놀랍구려."
"대단하신 분이라고만 말하고 싶군. 비공식적으로 여포를 꺾은 유일한 분이기도 하오."
"여포까지.. 내 이번에 살아서 돌아간다면 꼭 한번 뵙고 싶군요."
"중강은 면식이 없어 자룡을 죽이려 들겠지만, 내가 자룡을 한번 놓아드릴 터이니 우리 주군을 보고 생각을 다시 해봤으면 좋겠소이다. 대신 나머지는 모두 포기 하고 가셔야 하오."
조운은 태사자가 자신만 놓아주겠다고 하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고개를 가로젓더니 태사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 군의 지휘관이고 유비군의 장수요. 병사들을 포기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다면 어찌 다른 병사들이 나를 따르겠소!!"
그러자 태사자가 웃으며 조운에게 말했다.
"그 대답을 기다렸소. 만약 도망간다고 하였다면 크게 실망할 뻔 했소이다. 덤비시오. 상대해주겠소!!"
태사자는 장극을 휘두르더니 곧장 조운에게 휘둘러갔다.
조운 역시 자신의 모와 방패를 들고 태사자와 맞붙었다.
-챙챙챙!!
조운은 자신의 모를 태사자가 극으로 걸어 힘으로 놓치게 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들고있던 방패를 그에게 던졌고, 태사자가 방패를 피하는 사이에 모를 빼냈다.
태사자는 조운이 방패를 위협용으로 날리자, 허리에 차고 있던 수극을 왼손으로 뽑아 마치 단검을 던지듯 가슴을 향해 던졌고, 조운 역시 말 등에 눕다시피 하여 그것을 피해냈다.
태사자에게는 등 뒤의 두자루의 단극 뿐 아니라 허리에 네자루의 수극을 차고 다녔는데, 그 당시에 수극이라는 호신용 무기는 매우 비싼 값이라 아무나 들고 다니지 못 했다.
그런 싸움을 하는 동안 허저는 태사자가 끌고 온 기마병들과 함께 일점 돌파로 조운의 병사들을 분쇄했다.
가비능과 보도근이 기마병을 다 끌고 가서 남은 것들은 보병과 궁병들이었는데, 하필 기마병이 지원군으로 와 그들을 다 밟아 죽이고 찔러 죽이자, 조운군의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뿔뿔히 흩어졌다.
그렇게 되자 허저는 도망가는 병사들을 추격하지 않고 남은 기마병들과 함께 전예를 지원하러 갔다. 가비능과 보도근은 전예와 싸우면서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저가 기마병을 추가로 더 끌고 오자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후퇴를 명령해버렸다.
"이익! 도저히 못 버티겠다!! 여기서 병사들을 다 잃으면 우리가 돌아가더라도 본진 역시 큰 타격을 입으니 이쯤 도와주었으면 되었다. 퇴각하라!!"
보도근 역시 퇴각을 울부짖으니 선비의 남은 기마병들은 전부 퇴각을 하기 시작했다.
조운은 태사자와 싸우면서 자신의 병사들이 산개되고, 선비족이 후퇴를 해버리자 어안이 벙벙했다. 여태 전장을 겪으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심장이고 정신력으로 중무장한 조운으로써도 이 상황은 충분히 난해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태사자가 조운에게 다시금 말했다.
"자룡. 어짜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소,. 미안하지만 생포를 한다면 장군이 뚫고 나갈 것이 뻔하기에 부득이하게 죽여야겠소."
조운은 태사자의 말에서 살기를 느꼈다. 물론 아까부터 싸워오긴 했지만 그떄와는 다른 기운이었다.
"여기가 내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지만, 나는 탈출하겠소! 이럇!!"
조운이 태사자의 극을 힘껏 밀어내고는 아까 자신이 던졌던 방패쪽으로 달려 말을 눕히듯 하여 땅에 떨어진 방패를 주운 후에 다시 일으켜 세워 그것을 등 뒤에 걸쳤다. 이는 태사자가 던지는 수극이 충분히 위협적인 것을 느껴 등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태사자는 도망치는 조운을 쫓지는 않았다. 이미 조운이 살려서 데려갈 병사들은 남아있지 않았기에 충분히 목표치는 달성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허저와 전예가 선비족을 추격하여 거의 3천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몰살시키거나 항복을 받아들였고, 산개했던 유비군과 간옹을 사로잡아 데려오며 전투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손걸군의 대승이었다.
허저와 전예, 태사자는 본대로 복귀하면서 간옹을 넘겼고, 간옹은 유비의 최측근 신하답게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옥에 들어갔다.
조운은 지친 말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계 성에 도착했다. 새벽녘이 뜰 무렵이었다.
유비는 조운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고는 직접 마중나가 그를 보듬었다.
"자룡!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머지 병사들과 헌화는 어찌 되었는가."
그러자 조운이 무릎을 털썩 꿇으며 말했다.
"주공. 소생을 죽여주십시오. 헌화를 비롯하여 데려간 병사를 모두 잃었으며, 지원을 받은 선비족들은 싸우다가 거의 몰살이 되다시피 하여 도망을 갔나이다..!"
"아니.. 이게 무슨.."
그러자 옆에 있던 장비가 조운에게 물었다.
"대관절 이게 무슨 일인가! 자룡!! 손걸과 여러 장수들이 내내 우리 성을 공략하여 그 곳에 자룡이 질만한 장수가 없었을텐데. 자룡이 졌다니.."
"익덕. 이 곳에 허저 라는 놈이 있었소이다. 힘이 익덕만큼 세더이다. 장사였소. 그는 물론이거니와 국양이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마지막에 지원군으로 태사 자의가 왔더군요."
"지원군이 갔었다니.. 어째서 우린 지척에서 싸우는데도 이를 몰랐지..?"
유비는 통탄해했다.
"여기서 세력을 다시 키우려고 서주를 버리고 도망을 왔건만.. 결국엔 똑같지 않은가.."
그러자 손건이 유비에게 말했다.
"주공! 그래도 이 곳에 아직 버틸 수 있는 병사들과 장수들이 있지 않습니까! 우린 아직 다 지지 않았습니다!!"
"후.. 아무래도 하늘이 이 유비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하나 보구나."
그러자 장비가 유비에게 외쳤다.
"형님!!! 언제 하늘이 우릴 위해 해준게 있다고 하시우!! 여기가 안되면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되니 걱정 마시구랴!!"
"그래, 아우야. 다른데로 가자꾸나."
유비는 장비와 다른 신하들의 응원과 격려에 다시금 생각을 바로 잡고 응전할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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