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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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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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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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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1)

DUMMY

더블스톤 드래곤과 연강의 미르별 동굴 점령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

해당 사건 이후로 전백호의 머릿속에 항상 맴돌던 생각이었다.

실제로 미르별 동굴 사건 이후로 1992년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게이트가 열렸고, 1994년 가을에는 경기도 수원과 성남에서 동시에 게이트가 열렸다.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전백호가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S급, 아니 새로 신설된 SS급 수호자가 더 많이 나오는게 중요하다는 거였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전백호와 미스트 둘밖에 없는 SS급 수호자 말이다.


당장 미르별 동굴 사건때만 봐도 그렇다. 수많은 수호자들이 다치고, 길드 주력 멤버들이 나선 토벌전이 연달아 실패할 때에, 전백호와 미스트 둘이서 게이트를 파괴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1994년에 수원에서 게이트가 열렸을 때에는 대형 길드 셋에서 주력 멤버들을 전부 투입한 끝에 겨우 닫은 반면 비슷한 시기에 성남에서 열린 게이트는 나와 미스트 둘이서 파괴했다.

심지어 게이트에서 나온 월물의 숫자나 등급을 보면 성남쪽이 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답은 뻔하다. 다른 A급, S급 수호자들 보다 전백호와 미스트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더 뛰어나서 벌어지는 일이다.


스킬의 성능 차이만 놓고 비교하자면, 전백호와 미스트의 주력 스킬인 마탄과 래빗 소환수들은 어지간한 S급 수호자의 방어막을 한 방에 깨부술 때에 S급 수호자는 전백호나 미스트의 방어막을 깨려면 주력 스킬로 최소 10번은 타격해야 한다.

이러한 압도적인 성능 차이를 극복하려면 전투 감각이나 신체 능력같은 다른 방면에서 압도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쪽 분야에서도 전백호와 미스트는 그들보다 우위라는 거다.


보통 게이트에서 나오는 월물의 대장은 7등급+에서 8등급-에 해당한다. 보통 S급 수호자가 8등급- 월물과 실력이 비슷해서 해당 등급의 월물을 안정적으로 잡으려면 S급 수호자가 최소 2명은 있어야 한다.

문제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월물의 숫자는 최소 50마리는 될 정도로 많으며, 수호자들의 마나량은 한정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S급 수호자 한두명이 있어도 그들이 우두머리와 싸울 때에 나머지 잡몹들을 상대할 수호자들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전백호와 미스트는 다르다. 월물의 대장조차도 홀로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고, 잡몹들 같은 경우에는 압도적인 스킬 성능으로 수적 열세를 극복 가능하다.

일례로 미스트의 체셔 래빗 한마리는 홀로 수십마리의 5,6등급 월물들을 박살냈다.


그런 의미에서 썬더이글의 가치는 엄청나다. 미스트와 호각을 이룬다는 사실만으로 벌써 SS급 수호자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게 증명되었으니까.

게다가 그는 지금 그 어떤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수호자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일단 길드가 없으니 얼마든지 썬더이글을 영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수호자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건 조만간 정부에서 시행할 마법사 징병제의 희생양으로 군 소속 수호자로 끌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길드에 소속되는게 가장 빠를거고, 마침 전백호의 길드가 그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다.


현재 전백호는 한계가 뚜렷한 산호랑이 길드와 결별하고 본인이 길드를 설립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 미스트를 비롯한 훌륭한 마법사와 그들을 도와줄 매니저, 프로모터, 그리고 월물 분석가들하고 계약을 따낸 상황.

여기에서 썬더이글이 들어온다면 그의 길드는 삽시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가 될 것이다.


이미 판은 다 짜놨지만,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비시즌동안 썬더이글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가면을 벗은 썬더이글의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가면을 벗은 모습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심지어 삐삐나 전화번호도 공개되지 않아서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나마 집주소와 집전화가 공개되어 있지만, 그는 항상 자리를 비우는지, 일부러 피하는 건지 단 한번도 그를 찾아가서 만난 사람이 없었다.


이쯤되면 오히려 이러한 은폐성 때문에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길래 그렇게 비밀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는가?


“그래서, 수확은 좀 있어?”


썬더이글의 집으로 전화를 거는 전백호를 보며 미스트가 물었다. 전백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포기해. 어차피 시즌 시작되면 접촉할 기회가 생길테니까. 그때 해도 늦지 않아.”

“뭐, 차라리 잘됐네. 이렇게 된거, 최대한 그가 거절하지 못할 조건을 내걸자고. 마침 비장의 수가 하나 남아있으니까.”


미스트가 전백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급할 건 없다. 그들이 접촉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길드도 마찬가지니까.

오히려 썬더이글이 급하면 급했지.


“알겠어. 그러니까 이번 건은 철저히 너한테 달려있어. 네가 협상을 성사해야 썬더이글도 매력을 느낄만한 카드가 나올거야.”

“일단 마침 이벤트 매치가 잡혀서 협상의 자리는 마련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마법사 가문과의 거래는 오빠도 알겠지만, 우리가 잃는게 많아.”

“다만 이걸로 썬더이글이 들어오게 된다면, 손해를 메꿀 수 있어.”

“뭐, 알겠어. 그러니 일단은 이벤트 매치에서 이겨야겠네?’


미스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전백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마침내 3월 중순이 찾아왔고, 미스트와 썬더이글은 시즌 첫 경기를 마쳤다.


‘역시 미스트는 칼을 갈고 나왔구나.’


썬더이글은 묵묵히 패배를 받아들이며 생각했다. 이번 2연전의 결과는 1무 1패. 그가 밀렸다.


미스트는 이제 그녀의 버릇이 드러난걸 역으로 활용해 그의 타임 프리즈 사용을 부추겼다. 여기에 옵스큐어 익스플로전을 거의 소환수와 동일한 비율로 활용해 그녀의 컨셉을 소환사에서 폭발성애자로 바꾸려는 시도까지 보였다.

조금이라도 랜스 앤 바리케이드의 HP가 깎이면 대폭발로 바리케이드는 물론이고 핵까지 날라가는 상황. 그렇게 첫번째 경기를 내준 썬더이글은 평소보다 더 방어적으로 나섰고, 결국 두번째 경기는 간신히 무승부로 마쳤다.


“썬더이글씨. 오늘 패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썬더이글씨. 올 시즌에는 미스트 양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썬더이글씨! 이쪽을 봐주세요!”


그리고 대기실을 나오자 늘 그렇듯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썬더이글은 굳이 그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가속 마법을 발동해 빠르게 사라졌으니까. 그렇게 기자들의 추적을 뿌리치며 주차장으로 향하던 그때였다.


“썬더이글씨. 잠시 저 좀 봐도 될까요?”


이미 누군가가 대기하고 있었다. 썬더이글은 도망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가 풍기는 기운으로 도망가는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그는 전백호였으니까.


“무슨 일이시죠?”


대신 썬더이글은 태연히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걸려들었다. 전백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차분하게 협상을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어째서 썬더이글씨같은 능력자가 수호자 활동을 하지 않는 거죠?”

“마치 그게 잘못이라는 말투로 물어보시는군요.”

“원래는 강요할 수는 없죠. 하지만 당신같은 마법사라면 최근에 신설된 SS등급 수호자가 될 수 있을 터. SS급 수호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만으로 월물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썬더이글은 그저 전백호가 말을 이어나가길 기다렸다.


“여기에 저희 사회는 많이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꾸준히 게이트가 생성되면서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더 많은 수호자들이 다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썬더이글같은 실력있는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비록 가면 때문에 전백호는 썬더이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썬더이글의 마음도 많이 흔들렸다.


그 역시 이제 한국에 2년 넘게 살아서 이곳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다.

아무리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그것의 ‘핵'을 남겨 사전에 파괴해서 월물의 대량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사전에 포착되지 못하는 게이트는 꾸준히 나왔다.

심지어 가면 갈수록 게이트가 생성되는 숫자 역시 늘어나서 이대로 가다간 한번에 수십곳에서 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썬더이글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고, 비공식적으로 월물 한두마리를 잡기도 했다. 물론 원거리 스킬을 이용해 저격하는 식으로 최대한 월물이 그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최근에 정부측에서 마법사 징병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전백호는 썬더이글이 가장 우려하던 점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마법사 징병제. 월물의 대규모 침공에 대비해서 모든 전투형 마법사한테 강제로 수호자의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다.

아직 공식적으로 시행하진 않고 있지만,, 이미 뉴스에서 여러차례 마법사 징병제가 가능성을 보도하긴 했다.

그리고 현 사태가 악화되면 진짜 마법사 징병제를 시행하게 되는건 기정사실이며, 아마 무소속 상태의 마법사들 중 전투 가능 판정을 받은 자들은 군 소속 마법사가 될 확률이 높다.


“아직까진 사태가 심각하진 않지만,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정부에서는 ‘월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될겁니다. 그때가 된다면, 정말 마법사 징병제를 시행하겠죠. 전시 상황이니까요.”


썬더이글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사실 이미 그도 벼랑 끝에 몰렸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마지막 순간까지 피하고 싶었다. 현재의 안정적인 삶이 지속되길 간절히 원했으니까.


다만,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만약 길드에 들어가게 된다면, 징집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보아하니 전백호의 목적도 그를 영입하는 거였고.


“그래서 전백호씨가 하고 싶으신 말씀은, 징병될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전백호씨의 길드에 들어오라는 소리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의 새로운 길드에는 이미 뛰어난 마법사가 다섯이나 있습니다. 저, 미스트, 최민준씨와 강철수씨, 그리고 국내 S급 수호자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팔방미인' 성현성님까지.

비록 신생 길드이지만, 이러한 마법사들이 힘을 합친다면 분명 몇 년 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손꼽히는 길드가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썬더이글은 과거에 우수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항해야지. 더 강해져서. 너의 동료들을 모아서. 그래서 우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걸 막아야지.”


그리고 마침 우수정이 추천했던 전백호와 미스트는 이미 본인들이 알아서 길드를 만들어 인재들을 모으고 있었다. 썬더이글은 그저 이들의 인맥에 편승해 보호를 받으면 되는 거다.


“썬더이글씨, 이게 뭔줄 아십니까?”


흔들리는 썬더이글의 마음을 확실히 잡겠다는 듯, 전백호가 주머니에서 지폐만한 크기의 종이와 펜을 꺼내며 말했다.

분명 저건 백지수표일 것이다.


“네, 백지수표 입니다. 여기에 썬더이글씨가 원하시는 액수을 적으시면 그게 계약금이 될겁니다. 물론 수익 분배 방식같은 세부 계약 내용을 정할때에도 최대한 썬더이글씨의 의견을 존중해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엄청난 조건이었다. 그가 원하는 액수의 계약금에, 전백호와 미스트가 있는 길드라면 분명 삽시간에 대한민국 최강의 길드로 발돋음할 터.

하지만······.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일단은 보류하겠습니다. 저는 혼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잘 생각해보십시오. 군대 소속이든 국가 소속이든 어차피 썬더이글님은 수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행동에 제한을 가지고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길드에 들어오는게 어떻겠습니까?

저희 길드에 있으면 실적만 낸다는 가정하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겁니다.”

“잠시 더 생각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역시, 썬더이글의 마음을 굳히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전백호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혹시 펜드래곤 가문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당연히 들어봤다. 펜드래곤 가문. 아서 왕의 정신적인 후예라고 불려온 이 유서깊은 가문은 실제 냉병기든, 마법으로 구현된 냉병기든 능숙하게 다루는 걸로 유명했다.

그리고 올해 2월달에 가문의 가주인 리차드 펜드래곤이 미스트와 이벤트 매치를 벌였다. 결과는 미스트가 1승 2무로 우세했지만, 둘 다 마나 탈진이 올때까지 겨룬 끝에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뒀으니 리차드 펜드래곤도 나름 선전한거다.


“펜드래곤 가문의 주특기는 검술. 하지만 그들은 어지간한 냉병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썬더이글님이 잘 쓰시는 랜스나 낫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쉽게 무술을 가르쳐주지 않을텐데, 어떻게 거래라도 하시는 겁니까?”


원래 이러한 유서깊은 가문들은 가문 특유의 스킬이 있는데, 펜드래곤 가문의 무술 역시 체계화된 신체 마법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러한 스킬들은 엄격히 비밀로 지켜지기 때문에 가문에서 인정받은 사람이나 모종의 거래가 없으면 외부인은 배울 수 없다.


“미스트 양이 체셔 래빗을 거래 조건으로 내세웠고,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잘하면 저희 길드 전원이 펜드래곤 가문의 무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거의 썬더이글을 겨냥한 듯한 거래. 구현된 무기를 이용한 근접전이 주특기인 썬더이글이었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는 기본기가 부족하고 공격 방식이 단조로웠다.

그저 압도적인 마법 실력을 그 단점을 메우고 있었을 뿐이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펜드래곤 가문의 무술을 습득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무적이 될 것이다.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썬더이글의 대답은 똑같았지만, 아까와 달리 말투에 변화가 생겼다. 역시 그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네, 어쩔 수 없죠.”


전백호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건넸다. 썬더이글은 바로 명함을 받고 갈 길을 갔다.

복잡해진 그의 머릿속을 비워내려 애를 쓰며.



***



“왜 고민한거야? 어차피 오빠는 수호자로 활동하는게 불가피한 상황이야. 이미 오빠의 실력이 드러났는데 정부에서 오빠를 그냥 놀리겠어?

그런 의미에서 전백호 수호자가 제안한 조건은 그야말로 최고 아니야? 오빠는 훨씬 더 강해질 수 있고, 돈도 많이 벌고, 든든한 아군도 얻는 거잖아.”

“그렇지.”


호들갑 떨며 길드 가입을 중용하는 릴리의 답변을 받자 썬더이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혹시, 오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더 늘어날까봐 두려워? 그건 그냥 길드원들이랑 같이 있을 때에 가면을 쓰면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구나.”


그제야 릴리도 알아챘다. 그는 자신이 비바람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게 두려웠던 거다.


사실 썬더이글 특유의 신비주의는 역설적으로 그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기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럴싸한 음모론들이 알음알음 퍼져나갔고, 그중에는 그가 비바람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음모론도 포함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음모론이 아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썬더이글은 음모론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한테 물중따윈 없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의심은 이미 만연해졌고, 길드에 들어가게 되면 아마 그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어떻게든 애쓸거다.


“그런데 오빠, 내가 보기에는 오빠가 지난 시즌 우승자가 된 이상 아무리 발악해도 결국 오빠의 비밀을 알아내는 사람은 더 나올 것 같아. 그리고 조만간 마법사 징병제가 실시되는게 기정사실인 이상, 오빠는 누군가의 밑에서 수호자 생활을 하게 될 날이 올거고.

이 상황에서 최선은 오빠의 비밀을 알아도 같이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그런데 과연 그게 전백호일까. 그게 의문이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나도 길드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까.”

“괜찮아. 조언 고마워.”


썬더이글은 전화를 끊고 잠시 고민했다.


이미 마투사가 된 것 부터가 길을 잘못 든 거였다. 차라리 비전투 마법사로 완벽히 위장하고 일반인마냥 살아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아니, 꼭 그렇진 않다. 만약 그랬다면 영원히 마법은 봉인당한 채 살아야 했고, 그의 재능을 완전히 썩혔을 거다. 그러한 삶보다는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할면서 사는게 낫다.


늘 살얼음판을 걸어왔던 그였다. 그렇기에 늘 각오는 하고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차선택은 뻔했다.



***



“썬더이글씨 맞으신가요?”


다음 날, 전백호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썬더이글은 굳게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전백호씨의 길드에 들어가겠습니다.”


작가의말

3챕터 연속 썬더이글이 주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틀이 완료된 이야기를 보면, 이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썬더이글이 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소 찌질하고 겁쟁이처럼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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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3) 20.01.11 118 2 15쪽
3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2) 20.01.10 151 2 17쪽
2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1) 20.01.09 571 4 16쪽
1 프롤로그: 서로 다른 마법사들 (수정) +2 20.01.09 89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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