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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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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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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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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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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1)

DUMMY

“으으, 추워라.”



내가 몸을 부르르 떨며 투덜거렸다. 어쩔 수 없었다. 때는 1993년 1월 중순의 밤. 여기에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연강,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마을 중 하나다. 여기에 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추위에 내성이 있다는 마법사라고 해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파에는 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나아가야 했다. 내가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하니까.



***



시작은 연강의 군수님의 지원 요청이었다. 연강 밖에 있는 미르별 동굴에 ‘월물’들이 둥지를 틀어 밤마다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거다.


월물은 이계에서 넘어온 괴물로,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는 습성이 있다. 여기에 마법도 다룰 수 있기에 마법으로 입힐 수 있는 피해 또한 어마어마하다.


민간인 희생자만 벌써 23명. 이러한 상황 속에 월물을 잡는 마법사, 즉 수호자들이 연강으로 파견되었다.


특히 대형 길드의 핵심 수호자들이 연강의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명성을 드놉히기 위해 미르별 동굴의 월물 집단을 토벌하러 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토벌에 실패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참패를 당하고 마을쪽으로 퇴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수호자들은 마을 입구 부근에 캠프를 치거나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잡는 등, 마을 주민이라도 지키기 위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 사이에 미르별 동굴에 있는 월물은 늘어나 이제 100마리를 넘어섰다. 여기에 거듭된 패전으로 수호자들의 사기는 바닥난 상태. 이대로라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호자들을 전부 모아서 전투를 벌인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 의구심을 품는다. 미르별 동굴에 있는 월물은 대부분 6등급밖에 안된다. 물론 6등급 월물 하나하나가 B급 수호자와 대등한 실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지금 연강에 파견된 수호자는 A급이 태반이다.

순수 실력만 따지면 이들은 6등급 월물 여럿을 한꺼번에 상대해도 이길 수 있다는 거다.


즉, 단순히 전력만 보면 분명 수호자들이 토벌에 성공할 수 있는데, 실패한다는 것은 분명 전략에서의 미스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1주일동안 연강에 머무르면서 토벌에 나갔던 수호자들의 증언을 듣고 그들의 문제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토벌할 작전까지 짜놨다.


문제는, 이런 나와 동행할 마법사를 찾지 못한다는 거였다. 내가 소속한 길드는 연강에 파견을 가지 않겠다는 방침이었고, 결국 갈등 끝에 나만 독단으로 연강에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다고 연강에 파견나와있는 다른 길드에 제안을 해도 결과는 싸늘하다는 거였다.


“음······. 자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미쳤습니까? 숫자가 적었던 지난번에도 깨졌는데, 다시 토벌을 하러 가자고요?”


“그럼 언제까지 월물들이 미르별 동굴을 점령하는데 방관하실 겁니까? 이대로 하염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 연강에 수호자들이 모인 만큼 다른 지역에 수호자가 부족하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이대로 가다간 다른 지역의 방어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나는 그렇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길드장들한테 이렇게 반박했지만, 그들은 전부 설득력 없는 대답만 내놓았다. 너무 위험하니까 수호자들이 더 모일때까지 기다리자. 지금은 방어에 더 신경을 쓸 때다.


쓸모없는 인간들. 저러고도 뭐가 국내 탑급 수호자란 말인가. 지들 목숨과 체면이 수호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건가. 아니면, 그냥 겁쟁이인 건가.


하여튼 이대로 가다간 나 혼자서라도 가야 할 상황이었다. 물론 혼자 가는거야말로 진짜 무모한 행동이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데.


“미르별 동굴 토벌을 나서자고 하는 분이 계신다고 해서 왔어요.”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마을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내 옆에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자 헉하고 얼어붙었다.


텔레비전에서 들었던 목소리에, 그 모습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물이 훨씬 더 예쁘다는 것.

현재 마전투 리그 챔피언인 ‘미스트' 최은미였다.


나이는 스물 두 살로 아직 매우 어린 편에 속하지만, 지난 시즌 프로 마전투 리그에서 200전 200승 무패. 포스트시즌에서도 4전 4승 무패를 기록하며 리그를 손 안에 넣은 역대급 마투사였다.

여기에 준수한 외모와 흥미로운 캐릭터성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건 덤이다.


막상 실물로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람에 찰랑거릴때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긴 머리. 인형같이 예쁜 얼굴. 그리고 압도적인 마법 실력에서 풍겨져 나오는 엄청난 아우라까지.


“전장의 여신님께서 어쩐 일로 여기에 계시죠?”


하지만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내 첫 마디는 퉁명스러웠다. 그런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도 수호자로써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녀에 대한 냉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여유로운 웃음으로 흘려넘겼다.


“전장에 전장의 여신이 강림한 게 이상한가요?”

“아, 의외라서요. 마투사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거든요.”

“중대한 상황이잖아요. 어차피 시즌도 끝나서 할 거 없는데, 경험도 쌓을 겸 좋은 일도 할 겸 왔죠.”


역시, 많은 사람 앞에서 인터뷰도 해서 그런가, 말을 하는데 막힘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나를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훑어보더니 본론으로 넘어갔다.


“다른 수호자 분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당장 미르별 동굴 토벌에 나서야 한다고 하시죠?”

“시간만 낭비하고 있잖아요. 우리 전력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몇 번 깨진 거 가지고 다들 겁에 질려있으니.”


“적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건 아닌가요? 저래뵈도 리그 탑 텐 안에 드는 길드의 핵심 전력을 박살낸 자들이에요. 함부로 나섰다가는 또다시 피해만 볼게 뻔하죠.”


하아, 결국 그녀도 다른 자들과 다를 게 없나. 내가 실망하던 차에, 그녀는 이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시간만 끌어서 좋을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모이는 속도보다 월물이 모이는 속도가 더 빠르잖아요. 안그래요?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불리해진다고요.”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나는 그녀한테 말을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그녀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아주 엄청난 말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라도 같이 토벌하러 가죠.”

“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둘이서 토벌을 하러 가자고?


“왜요? 당신은 그 유명한 백호씨가 아닌가요? 작년에 대한민국 수호자 랭킹 1위를 기록했던 그 수호자 말이에요. 그리고 S급 수호자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좋잖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수호자 10명, 아니 20명 정도는 가야 승리를 장담할 수 있어요.”

“백호씨가 이미 10명 값을 하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10명 값 이상을 할거고요. 그러면 되잖아요?”

“아니······.”


너무나도 어이없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분명 나는 결코 평범한 수호자가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에 123명 밖에 없는 S급 수호자이니까. 그리고 그 S급 수호자들 중에서도 내 실력은 최상위권이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다.


미스트 역시 강자들이 넘쳐나는 프로 마전투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한 챔피언인만큼 그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월물과 싸운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녀의 압도적인 스펙은 S급 수호자와 충분히 견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지난 토벌이 실패했던 게 월물의 전술에 말려들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지금 백호씨가 그 전술을 돌파할 방법을 찾은 것 같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럼, 저를 믿는 건가요?”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스트는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백호씨를 믿는 저를 믿죠.”

“··· 좋습니다. 그러면 오늘 밤 10시에 입구에서 만나겠습니다. 추울테니까 단단히 준비하시고요.”


일단은 별다른 설명 없이 그녀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미스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10시에 만나요.”


그렇게 그녀가 떠난 다음에야 나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전에는 그녀가 풍기는 묘한 기운에 숨이 턱 막혀있었던 거다.


‘아니, 무슨 저런 여자가 다 있어···.’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 무모한 제안을 하다니. 하지만 그걸 또 받아들인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여튼 이미 결정을 내린 거, 어쩔 수 없다. 이대로 작전을 수행하는 수밖에. 아무리 무모하다고 해도, 정말 미스트 말대로 나와 그녀가 워낙 실력이 좋아서 둘이서도 어떻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명만 가면 너무나도 불리하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떠난 직후에도 다른 수호자들을 모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나와 그녀 둘이서 100마리가 넘는 월물이 포진해 있는 미르별 동굴에 가게 되었다.




***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어요.”


한참 미르별 동굴로 가는 도중에 내가 말했다. 미스트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에요?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도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혹시, 지금 겁 먹으신 건가요?”


와아, 바로 도발이 들어오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걱정되서 그러죠. 올 시즌에도 열심히 경기를 뛰어야 할 분이 크게 다치기라고 하면···.”

“시즌은 3월 말에 시작해요. 2달 이상 입원해있지만 않으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럴만큼 다칠 일도 없고.”


이걸로 확실해졌다. 그녀는 진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네요.”

“그만큼 실력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와의 대화에서도 절대 지려고 하지 않았고. 저 교만에 가까운 자신감이 어째 불안했지만, 솔직히 마법으로 분석한 그녀의 능력치를 보면 그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최은미/미스트]


마나량: 44500/44500

마나 회복량: 103 마나/분

엘리먼트: 95(A)

에너지: 94(A)

피지컬: 78.5(C+)

리커버리: 83.3(B)

비전: 84(B)


엘리먼트는 마나로 마법 물질을 구현하는 능력. 에너지는 문자 그대로 마나로 구현체를 움직이거나 열을 내는 등 힘을 발산, 제어하는 능력이다. 당연히 두 능력은 상호 작용하는 만큼, 순수 능력치가 높은 것 만큼이나 두 능력치의 균형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감히 말하자면, 마법의 화력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다.


마법으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피지컬 능력치는 딱 평균이지만, 영혼과 신체의 회복 능력인 리커버리는 평균 이상이다. 그러니 체력적인 문제에서는 별 탈이 없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뇌, 그리고 영혼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비전 능력치는 상위권이었다.

사실 비전 능력은 아직 미지의 영역에 속해서 해당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마법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투시, 은폐 탐지, 그리고 상대의 능력치를 분석하는 마법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트 역시 적을 분석하거나 위치를 탐지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시 방향, 50미터 앞 부근에서 월물 5마리가 접근 중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내가 이런 판단을 내리기 무섭게, 그녀가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쳐서 앞을 제대로 보기도 힘든데도 월물의 기척을 눈치챈거다.


“일단 나무 뒤에 숨어요.”


내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5마리밖에 없고, 등급도 6등급 밖에 안돼요. 바로 공격하죠.”

“아뇨, 저들은 연강에 있는 수호자들의 몫이에···.”


내가 계획을 설명하려던 참에, 미스트는 조용히 자신의 품에서 토끼 3마리를 소환했다.


체셔 래빗. 미스트가 자랑하는 소환수이다. 얼핏 보면 작고 귀여운 흰 토끼처럼 보이지만, 토끼치고는 소름끼치게 큰 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커다란 입 속에는 매우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흰 토끼들은 소리를 죽이며 눈 쌓인 땅에 착지했다. 그러더니 한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5초가 채 지나지 않아서, 100미터 반경에 월물의 기척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 사이에 월물들이 할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비명을 지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거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월물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예상대로 이미 월물 5마리는 소멸된 뒤였다. 그저 그들의 피라고 할 수 있는 가루와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핵만 남아있을 뿐.


“잘했어.”


미스트가 말하자 체셔 래빗들은 다시 미스트의 품으로 달려갔다.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제 말을 안들은 겁니까?”

“뭐가 문제죠?”

“우리는 지금 마나를 아껴야 한다고요. 그렇게 막 써버리면 어떡합니까?”


내가 따지자마자 미스트의 품 안에 있던 체셔 래빗은 형체를 잃고 안개가 되어버렸다.


스으윽.


그러더니 안개는 미스트의 손으로 빨려들어갔고, 그녀의 마나는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쓴 마나는 2500 정도. 하지만 그 중 2000 마나는 바로 흡수가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1분에 100 마나 정도 회복할 수 있으니까, 5분만 더 있으면 마나가 최대치가 되요. 회복량을 극대화하면 3분이면 되고요.”


지극히 논리적인 말을 듣자 나도 순간 수궁할 뻔 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따져들었다.


“그건 차치하더라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지금 저들한테 우리가 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꼴이란 말입니다!”

“월물은 소멸되면 본인들의 세계로 쫓겨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이 걸리고요. 그럼 미르별 동굴 안에 있는 월물한테 알릴 방법도 없겠죠.”


얼핏 들어보면 맞는 말이지만, 그녀가 간과하고 있던게 하나 있다.


“미스트 양, 월물이 우리 세계로 넘어올때마다 남기는 블랙홀이라는 흔적을 아십니까? 그리고 월물이 사라지면 그 블랙홀은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사라지죠.

자, 그러면 묻겠습니다. 저들의 블랙홀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블랙홀이 사라지는 모습을 근처에 있는 월물이 눈치채고, 너무 일찍 사라졌다고 의아해하지는 않을까요?”


처음으로 미스트가 그건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일 뿐, 바로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들이 대책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기습을 성공하면 되겠네요.”


나는 더 불평하고 싶었지만, 그녀 말대로 시간이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발걸음을 재촉하려고 했다.


“저··· 죄송해요. 제가 경솔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이 말을 덧붙이자 나는 다시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마치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하아, 마음만 같아서는 더 불평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그 강한 자존심을 꺾은 모습을 보니까 그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뭐, 괜찮아요. 이미 성공 가능성이 아득히 낮은 임무가 조금 더 어려워진 것 뿐이니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미 칼을 뽑았으면 갈 데까지 가야죠.”


그러자 미스트는 피식 웃으며 마나 회복량을 극대화시켰다. 이미 강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아우라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의욕에 넘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와 동행하는 마법사가 겁에 질린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그녀라서.


“자, 그러면 빨리 갑시다. 적들이 제대로 방어선을 구축하기 전까지.”


내가 살짝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벌써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이번 토벌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말이다.


작가의말

제 전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묘하게 익숙한 요소가 한둘이 아닐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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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1) +2 20.03.14 11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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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서로 다른 마법사들 (수정) +2 20.01.09 893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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