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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성운 님의 서재입니다.

1990년대 대마법사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미르성운
작품등록일 :
2020.01.09 13:17
최근연재일 :
2021.05.0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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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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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 토끼와 독수리 (에필로그)

DUMMY

[충격! 無敗(무패) 신화 미스트 6차전에서 敗(패). 준우승 머물러.]

[미스트 커리어 첫 준우승.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스트, 6차전 끝에 썬더이글에게 패배. 준우승에 그쳐···.]


다음 날 아침에 대부분의 신문 1면을 장식한 헤드라인들.

역시 내가 우승했다는 제목보다는 미스트가 준우승에 그쳤다는 제목이 더 많았다.


사실 아침 신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당일 9시 뉴스에서도 앵커가 이렇게 소개했으니까.


“올 시즌 마전투에서 200전 200승 무패를 기록한 미스트 선수가 포스트시즌 6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당시 스포츠 뉴스는 9시 뉴스와 분리되어 방영되던 시기였다.

그나마 올림픽 같은 대경기나 9시 뉴스에서 보도되었는데, 이러한 미스트의 패배가 9시 뉴스에까지 방영된 걸 보면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거다.


다만 원래 역사는 승자만 기록되는 세상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나의 승리보다 미스트의 패배가 더 주목받는 상황이 우습기도 하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물론 나한테는 차라리 잘되었다. 괜히 소프트라이트를 더 받아봤자 중요한게 없다. 비록 이 충격이 가시면 그제서야 나를 재조명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제 인터뷰에서 나의 답변도 화제가 되려나?


“저는 그렇게 뛰어난 마법사가 아닙니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마법사일 뿐이죠. 제가 미스트를 이길 수 있었던 건 치밀한 작전과 철저한 연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미스트 양도 결국 저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손 안에 있는 돌을 만져보았다. 월물의 핵을 가공한 물건인데, 매우 가치있는 물건이었다.



***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와 릴리는 서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릴리는 배시시 웃으며 나를 꽉 안아주었다.


“정말 약속대로 이겨주었네, 고마워.”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줘야하는데.”


내가 릴리의 손에 손목시계를 차주며 말했다. 검은색 바탕에 월물의 핵으로 만든 장식이 화려하게 빛나는 시계는 정말 릴리의 손목에 잘 어울렸다.

당연하지만, 이 손목시계는 마전투 리그 우승을 해서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서부터 꾸준히 응원을 해준 그녀이기 때문에 이 시계를 주고 싶었다.


“고마워.”


릴리는 환하게 웃더니 바로 준비했다는 듯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포장된 조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설마.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큐브 모양의 보석이 있었다. 아마 월물의 핵을 가공한 물건일 거다.


“이건 뭐야?”

“우리 연구팀이 만들어낸 마나저장석 프로토타입. 나, 그레이 박사님 밑에서 마나저장석 관련 연구를 하고 있잖아? 최근에 성과가 나와서 혼자서 한번 만들어봤지.

아직은 2천 마나밖에 저장할 수 없지만, 언젠가 여기에 몇만 마나씩 저장할 수 있게 될거야.”


대학에 남아있는 릴리는 마법학과 마공학 복수전공을 택했다. 그러면서 앨런 J. 그레이 박사의 연구팀에 참여해 인체 밖에 마나를 저장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프로토타입을 만든 걸 보니 꽤 진전이 있었나보다. 만약 그녀의 목표대로 몇만 마나까지 저장할 수 있다면 수호자들은 장기전을 벌일 수 있게 될거다.

그리고 마전투에도 사용을 허용한다면 마투사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경기를 펼쳐도 마나가 남아돌 수도 있게 해줄겠지.


“근데 이건 어떻게 작동시키는 거야?”

“아, 간단해. 그냥 돌을 쥔 다음에 손바닥에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마나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해봐.”

“그러한 인식만으로 마나가 흡수된다고?”

“결국 마법으로 작동하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대로 한번 충전되어 있는 마나를 흡수해보았다.


쉬이익.


손바닥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혈관을 타고 팔 전체를 감쌌고, 순식간에 800 마나가 흡수되었다.


“음. 확실히 처음 써보는 사람은 전부 흡수하지 못하구나. 하지만 괜찮아. 언젠가는 이러한 단점마저 보완할거야.”


그녀가 나의 마나 변화량을 확인하며 말했다. 어째 실험쥐가 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릴리는 금방 눈치챘는지 바로 손을 내저으며 덧붙였다.


“아, 오해하지마. 오빠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 이걸 준게 아니니까. 물론 박사님한테는 그렇게 둘러대···.”


하지만 그녀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내가 그녀한테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했다.

살짝 부끄러워하는 그녀한테 나는 웃으며 말해주었다.


“고마워, 잘쓸게.”



***



그렇게 1995년 프로 마전투 리그는 나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그 이후로 과연 리그의 판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사실 그 이후로도 미스트는 잘나갔다. 멋 훗날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녀는 통산 14회 우승을 하며 불멸의 전설이 되었다.

아마 프로 마전투 리그가 끝나는 그 날까지 그녀보다 더 많이 우승하는 마투사는 나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다음 해 1000연승의 문턱에서 나한테 패배한 뒤로 그녀는 다시는 몇백연승같은 무시무시한 기록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아, 물론 나한테 번번히 연승이 막혔던 것도 있다. 결국 통산 전적은 많이 밀렸지만 내가 그녀를 상대로 그나마 승률이 높았으니까.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를 단 한 경기라도 이긴 마투사가 조금씩 나타났다는 거에 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최민준과 강철수 같이 그동안 미스트한테 완전히 막혔던 마투사들도 있었다.


비록 미스트는 그 이후로도 막강했지만, 그 해에 나의 우승은 다른 마투사들한테 희망을 심어준 셈이다.

그들도 미스트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말이다.



***



“정신차려. 네가 못한게 아니라니까? 썬더이글이 잘한거지.”


한편, 전백호는 패배의 충격으로 계속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미스트를 계속 달랬다.


물론 달래면서도 조금은 짜증이 났다. 패배한 다음 날까지 저러고 있어서 그가 집까지 찾아와서 달래야 하는 꼴이니.


그 전에, 자업자득 아닌가? 미스트가 자기 경고를 안듣고 자만했다가 1차전에서 당한건 사실이니까.


물론 6차전에서의 썬더이글은 그야말로 다른 수준의 마법을 구사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랜스 바리케이드를 교체한거다.

마치 이미 장전된 총에서 총알을 발사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승산이 없는 경기까진 아니었다.

그녀가 6차전에서 패배한건, 순전히 그녀의 필살기가 막혔다는 걸 믿지 못해서 오히려 또 피해볼테면 피해보라는 식으로 남발했기 때문이다.


“썬더이글이 내 순간이동 기습을 피했어.”


한참 침묵하던 미스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전히 넋을 잃은 표정이라서 전백호도 슬슬 짜증이 났다.


“그거야 네가 너무 남발해서 그렇지.”

“아니. 너도 봤잖아. 내가 토끼를 순간이동한 순간 갑자기 썬더이글이 급격히 마나를 소모한거.”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일거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구현체를 빠르게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일거고.

미스트의 대답을 듣자 전백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경고했잖아. 우리는 썬더이글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그는 너에 대해서 많이 연구했고, 공략법을 찾았을거라고. 그런데 그때 네 반응이 뭐였더라?”

“백호 오빠.”

“왜?”

“오빠 말이 맞았어. 결국 내가 토끼였어.”


의외로 세게 나올 줄 알았던 미스트는 전백호의 쓴소리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내가 바보였어. 그런 어린아이도 아는 우화의 교훈을 새겨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방심했어···.”


미스트가 이를 꽉 악물며 자책했다. 그러자 전백호도 더이상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머쓱하게 그녀의 옆에 앉아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걱정돼.”

“뭐가?”

“우화속에서 토끼는 거북이와 상대했어. 하지만 내 상대는 거북이가 아닌 것 같아.

그의 코드네임처럼 정말 독수리가 아닐까······.”

“썬더이글이 너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하는 거야?”


전백호는 일부러 그녀한테 자극을 주려고 도발했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인 미스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심각하다. 미스트는 정말 상실감에 빠졌다. 그래도 남친인데,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전백호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옆에서 고민해보았다.


한참 뒤에 생각이 정리된 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미스트한테 말했다.


“너답지 않은데? 내가 아는 은미라면 강적이 나타나면 악착같이 그를 이기려고 애를 쓰는데.”


평소에 그녀라면 바로 발끈하며 열의를 불태웠겠지만, 지금은 그저 묵묵히 말을 듣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미르별 동굴 공략 직후에 바로 마전투 경기를 치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너도 인정했다시피 아마 내가 이겼겠지.

하지만 너는 짧은 시간안에 마전투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키웠어. 채셔 래빗의 보호구를 강화했고, 평소에 안쓰던 스킬들까지 동원했지.

썬더이글도 똑같아. 시즌 초때의 썬더이글의 실력으로는 너를 포스트시즌에서 절대로 꺾을 수 없었어. 하지만 너라는 마투사와 싸우면서 너를 끊임없이 연구했고,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어. 결국 너를 꺾었고.”


“그래서. 나도 다시 노력하면 썬더이글을 이길 수 있다는 거야? 이번에는 달라. 순간이동까지 간파하는 놈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너의 순간이동처럼 썬더이글의 미지의 마법은 마나 소모가 커. 그래서 오래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야. 결국 그도 너처럼 그 마법을 계속 썼다간 마나 고갈에 시달릴거야. 이러한 단점을 파고들면 되려 마나 고갈에 빠지는건 그가 될거야.”


전백호의 말에 미스트는 조금이나마 생기를 되찾았다. 이에 전백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바보야. 불과 한 달 전까지 너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다들 생각했었어. 너는 그렇게 대단한 마투사였단 말이야. 만약 썬더이글이 그 불가능을 깼다면, 너라고 그 불가능을 깨지 못하란 법이 어디있어?”

“그치? 오빠도 압살했는데 내가 그 가면 쓴 새대가리 따위 못이길 이유가 없지?”


미스트가 웃으며 묻자 전백호는 머뭇거리며 둘러댔다.


“야, 네가 날 압살한 건 아니지. 엄밀히 나는 마투사 부업이고, 또···.”

“그럴때에는 그냥 맞장구 쳐주면 돼, 우리 미련한 백호 오빠.”


미스트가 전백호의 코를 검지로 툭 치며 말했다. 다시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 걸 보니 이제야 마음이 풀렸나보다.


“아, 아무튼. 그러니까 앞으로는 잘해. 방심하지 말고, 졌다고 그렇게 나라 멸망한 것처럼 상심해있지 말고.”

“걱정마. 알아서 잘할테니까.”

“뭐래. 조금 전까지 병든 닭마냥 비실비실대더만.”

“칫. 하여튼 지는 잘났다 이거지.”


미스트가 입을 삐죽거렸지만, 전백호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이제 좀 기분 풀렸지? 그러면 이제 나 갈게.”


목적을 다 이룬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트는 장난스레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아, 왜? 더 있다 가지? 이제 시즌도 끝났는데.”

“나도 좀 쉬자. 너 달래는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뭔가 중요한 일이라도 있나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니 미스트의 촉은 무서워졌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썬더이글에 대해서 더 알아볼 필요가 있어.”


그녀도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썬더이글은 오빠가 원하는 마법사가 맞네. 그런데 설득할 수 있겠어?”

“설득 해야지.”


전백호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은 썬더이글이 필요하다.


작가의말

사실 이번 화는 이진호(썬더이글)와 릴리 파트 이후 이진호의 독백에서 끝나야 했지만, 분량이 적기도 하고 다음 화와의 연결점을 만들기 위해서 미스트와 전백호의 파트를 추가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스토리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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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5) 20.08.31 22 0 18쪽
23 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4) 20.08.28 28 0 15쪽
22 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3) 20.08.14 31 0 16쪽
21 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2) 20.08.06 28 0 17쪽
20 Story 5. 피할 수 없는 운명 (1) 20.07.28 32 0 17쪽
» Story 4. 토끼와 독수리 (에필로그) 20.07.19 28 0 12쪽
18 Story 4. 토끼와 독수리 (4) 20.07.18 34 0 16쪽
17 Story 4. 토끼와 독수리 (3) 20.07.12 36 0 16쪽
16 Story 4. 토끼와 독수리 (2) 20.06.29 32 0 13쪽
15 Story 4. 토끼와 독수리 (1) 20.06.23 41 1 15쪽
14 Story 3. 출생의 비밀 (4) 20.06.11 44 0 15쪽
13 Story 3: 출생의 비밀 (3) 20.06.02 37 1 16쪽
12 Story 3. 출생의 비밀 (2) 20.05.28 47 1 14쪽
11 Story 3. 출생의 비밀 (1) 20.05.19 59 2 15쪽
10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에필로그) +1 20.03.25 75 2 7쪽
9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5) 20.03.22 73 2 15쪽
8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4) +1 20.03.20 75 2 11쪽
7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3) 20.03.20 73 2 13쪽
6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2) +1 20.03.15 81 2 17쪽
5 Story 2. 두 전설의 격돌 (1) +2 20.03.14 113 2 14쪽
4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3) 20.01.11 119 2 15쪽
3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2) 20.01.10 151 2 17쪽
2 Story 1. 드래곤 슬레이어 (1) 20.01.09 571 4 16쪽
1 프롤로그: 서로 다른 마법사들 (수정) +2 20.01.09 89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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