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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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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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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7.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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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8화. 쳇바퀴 (4월 18일)

DUMMY

== Date 04.18 ==


어젯밤에 또 뭐같은 내용의 꿈을 꾸게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꿈은... 토트놈 짓이려나? 진짜 토트놈 짓이면 나중에 이 놈 대갈통을 확...! 진짜.

어휴... 됐다 됐어... 화내면 뭐하나, 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괜히 화만 내면 낼 수록 더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겠지...

뭐, 그건 그렇다치고... 오늘은 뭐를 하면 좋을까... 음... 일단 간단하게 미트볼 레토르트랑 볶음밥 진공포장된 거 대충해서 아침먹고, 밑의 피아노 학원가서 연습 좀 하고 그럴까.


바스락,

자자자, 어디봅시다~ 미트볼 레토르트 냄새, 양호!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는가, 양호!

자, 다음 볶음밥 냄새, 양호!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업슨가, 양호!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가스가 없으니까 그냥 먹어야겠지. 아, 그 때 버너라도 좀 챙겨올걸 그랬나?

뭐 아무렴 어때. 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합, 하고 입에 넣자마자 정말 저 세상의 푸석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와... 세상에, 밥이 아니라 무슨 설 익은 밥을 차갑게 해서 먹는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정말 이건 만약에 먹으면 배탈나서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파바밧하고 스쳐지나간듯 싶었다.

으으... 아무래도 버너같은거라도 있으면 좀 데워서 먹을텐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

가스레인지에서는 가스가 안 나오고, 편의점이라던가 상가에는 버너가 없고, 그렇다고 모닥불을 피우자니 장작이 없어. 음... 뭐 어떻게 해야하면 좋은거야...

...아니지, 혹시 모른다. 편의점에 장작 같은 게 있을지 누가 알겠어? 뭐, 없다면 피아노 학원에 있는 좀 상태가 안 좋은 피아노 몇 개를 부셔서 그걸로 장작으로 이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물론 좀 부셔진 피아노가 조금 아깝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배탈이 나는 것보다는 낫겠지.

좋아, 그러면 일단 편의점으로 내려가보자고.


자, 그렇게 갔다온 결과물! 숯과 라이터, 라이터 기름, 씽크대, 옷걸이, 냄비, 각목! 이렇게 총 7개의 재료들을 가져왔다.

일단 숯과 라이터, 라이터 기름, 냄비는 뭐... 그냥 손쉽게 편의점에서 구했다. 그냥 딱 들어가자마자 눈 앞에 바로 보였으니 패스.

씽크대! 이건 어떻게 구했을까~ 후후. 씽크대는 오락실의 카페에 있던 것을 가져왔다. 이게 과연 떨어질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녹이 슬어서 그런건지 금방 분리가 된 듯 했다.

옷걸이는 2층부터 4층까지 돌아다니면서 모았다. 총 8개,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각목은 뭐... 예상했다시피 피아노 학원에 있는 정~~말 소리 안나는 놈으로 해다가 부쉈다. 88개의 건반 중 거의 20개가 소리 안 나는 놈으로 해다가 가져왔다.

부술 때 이용한 건 편의점 한 쪽 구석에 놓여져있었던 망치를 이용했다. 물론 부술 때 나는 피아노의 꽝꽝 소리가 조금 시끄러웠긴 했지만... 뭐 상관없다.

어쨌든저쨌든 이러쿵저러쿵해서 다시 불을 피울 준비가 완료가 되었던 것이었다.


...엥? 근데 뭐 이렇게 쓸데없는 것들을 잔뜩 가져왔냐고? 쯧쯧쯧, 뭘 모르는구만.

건물에서 불을 피운다는 건 꽤나 위험하다고? 무엇보다 이 옥상이 인조 잔디 같은 카펫이 깔려있어서 이 위에다가 그냥 막 불 피우면 안 좋은 성분들도 함께 피어나서 몸에 안 좋을거기 때문에 이렇게 다~ 생각해서 가져왔다~ 이 말이다.

씽크대는 이제 음... 뭐라 해야할까나, 받침대?? 불의 밑바닥?? 아무튼 그런 역할이고, 옷걸이는 뭐... 따로 말을 않겠다. 잘만 이리저리 구부리면 석쇠 비스무리하게 되니까. 각목은 받침대의 받침대라고 보면 된다. 만약에 씽크대 안에다가 숯을 넣고 불을 피우면 분명히 씽크대 밑에 부분이 달궈질테니까 말이다. 근데 그게 달궈진 씽크대 밑바닥이 밑에 깔려있는 이 매트와 닿으면 당연히 매트가 녹을테니 이 준비물들이 있으나 마나가 되어버릴 것임이 틀림없었다..

뭐, 어찌되었든 일단 준비가 다 되었으니까 한 번 불을 피워볼까?


자, 정말 쉬운 극한의 상황에서 불피우기.

첫 번째, 각목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고 근 같은 것을 묶어 고정시킨다.

두 번째, 그리고 그 가운데에다가 싱크대를 놓아주고 거기에다가 숯을 넣어주고 라이터 기름을 사정없이 뿌려준다.

세 번째, 휴지라던가 신문지를 찢어서 끄투머리에다가 라이터 불을 붙혀준 다음 숯더미로 던진다.

네 번째, 던지고 나면 넓은 판때기같은거로 그렇게 강한 듯 강하지 않은 강한 것 같은 바람을 넣어준다.

다섯 번째, 이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를동안 옷걸이 철사를 피고 구부리고, 이리저리 넣고 돌리고를 반복하여 석쇠모양으로 잡아준다.

여섯 번째, 연기가 조금 많이 난다 싶으면 아까보다 살짝 더 강한 바람을 불어넣어 불씨가 살아나게 한다.

일곱 번째, 조금 숯이 불그스름해진다~ 그 때부터는 이제 열심히 만들어 놓은 옷걸이 석쇠를 사용할 수 있게된다. 올려놓자.

여덟 번째, 이제 조금씩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면 냄비를 올려놓고 기름을 두른다.

아홉 번째, 기름을 두르고 어느정도 연기가 나는 것 같다~ 하면 차가운 음식을 넣고 볶아준다.

열 번째, 비가 온다......


...에이씨, 아 몰라. 그냥 다 집어 치워. 뭐어?? 캐앰피잉?? 모다악부울?? 아 몰라요, 그런거 오늘부터. 질렸어요, 그런거.

어휴... 밥이라던가 미트볼은 그래도 골고루 따뜻하게 데워졌긴 데워졌는데, 하필이면 좀 기분이 좋으려고 할 때 쯤이면 비가 오고 난리냐... 진짜 운도 지지리 없지...

그래도 볶음밥이랑 미트볼은 맛있긴 맛있네... 에잇, 맛있어서 더 짜증나네 진짜.


너무 맛있게 먹어서 짜증이 난 나는 그릇을 던져서 저기 불씨가 거의 꺼져가는 듯한 씽크대로 골인시켜놓고 집으로 들어와 소파에 눕기 시작했다.

정말 뭐 하나같이 맘에 드는게 없다. 날씨가 맘에 들었던 적이있나, 뭐 먹을 게 맘에 들었던 적이있나, 사는 게 맘에 들었던 적이있나, 여기 오고나서는 정말 맘에 드는 일이 거의 없다 싶다.

이런 곳에서 사는게 훨씬 더 나으려나~ 라고 중얼중얼 거리던 과거의 내 자신이 내 눈 앞에 있다면 STAY를 외치며 뒷통수 한 대를 후려갈기고 싶어졌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여기오고나서의, 그러니까 4월 1일쯤의 일기장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나는 꽤나 그 때 정~말 외롭고 슬펐지만서도 동시에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여기서 조금 엽기인 부분이, 4월 1일의 나는 3월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고, 지금의 나는 4월 1일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참... 뭔가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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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3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6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8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70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3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8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9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9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8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7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2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1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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