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 Memories : 3월 1일 (산) ==
켁켁... 아흐... 목 아파라...
...어라? 내가 왜 이런 곳에...
눈을 떠보니 나는 어느 한적한 숲의 나무 옆에 누워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녁인 모양이다.
에고... 내가 왜 여기있는거지... 등이랑 목은 왜이렇게 또 아프대... 아이씨, 짜증나...
...잠깐만, 여기 고등학교 뒷 산이잖아...? 나 여기서 뭐하고 있었던거지...
...모르겠다. 일단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집으로 가야지...
== Memories : 3월 1일 (도로) ==
오는 길,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이 없다.
오늘 무슨 날인가...? 왜 사람이 없지? 조금 무섭네...
일단 아무래도 빨리 집으로 가봐야할 듯 하다.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Memories : 3월 1일 (집) ==
집에 오니 밖이 완전 캄캄해져서 불을 키려 했지만, 전깃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에이씨... 또 두꺼비집이 내려갔나?
어찌저찌 핸드폰 라이트를 이용해서 두꺼비집을 열어 확인했지만 별 다른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혹시 정전인가...? 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다른 집 들을 확인하지만 역시나 빛 한 점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전인가 싶었다.
근데 정전이 나면 조금 시끄러워야 정상아닌가...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조용할 리가 없을텐데...?
뭔가 좀 이상하다.
== Memories : 3월 1일 (밖) ==
이상한 느낌에 밖으로 나왔지만, 역시나 사람이 없다. 사람의 흔적도 기척도 없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여기에 사람들이 없는거지...?
뭔가가... 느낌이 싸하다...
그러던 중, 저~기 뭔가가 술렁이는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인가...?
저, 저기요~!!! 라고 소리치자 저기 술렁이는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가오기 시작했다.
휴, 하며 안심하고 있던 와중 점점 그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저 분도 나처럼 많이 당황하셨나보다 싶었는데...
점점 그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나는 깨달았다,
"쿠아아아~!!!"
사람이 아닌 것을.
== Memories : 3월 2일 (집, 아침) ==
어젯밤의 일 이후로 나는 무사히 도망쳐 내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가서 숨자, 그 괴물은 포기한 듯 다시 밖으로 나갔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런 괴물이 나타난거지...?? 저 괴물 때문에 사람들이 없어진건가...??
나는 알 수 없었다.
== Memories : 3월 2일 (집, 저녁) ==
오후 1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강한 빗줄기의 호우가.
전기도 안들어오고, 가스도 안들어오고, 물 틀어도 물 안나오지, 그렇다고 밖에 나가자니 괴물이 서성거리고 있어서 그냥 집에만 쳐박혀있다.
집에만 쳐박혀있자니 너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야 하나? 답이 없다.
== Memories : 3월 2일 (집, 밤) ==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핸드폰 배터리도 이제 30퍼센트 정도밖에 안 남아서 아무래도 계속 켜놓고 있다가는 정말 필요할 때 앞을 못 보게 될 것 같아서 일단은 꺼놓았다. 그래서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배고파서 뭐라도 먹기는 해야겠는데 앞이 안 보여서 도저히 뭔가를 먹고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아무래도... 그냥 자는 편이 훨씬 낫겠지.
== Memories : 3월 3일 (집) ==
다시 날이 밝았지만 아직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밖을 나가야 할까? 하지만 밖에 괴물이 서성이고 있는데... 일단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 Memories : 3월 4일 (집) ==
어젯밤꿈에서, 기억났다.
분명히 나, 그 때 그 산 그 자리 그 나무에 그 밧줄을 매달아서 말이다.
그런 내가 지금 왜 살아있는 걸까. 신의 축복인걸까?
이미 내 손으로 한 번 버린 목숨, 이제 더 이상 아깝지 않다. 그 깟 괴물, 더 이상은 무섭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식칼 한 자루만 챙겨서 집을 나선다.
== Memories : 3월 4일 (밖, 낮) ==
집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괴물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괴물의 명치 부분에 칼날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힘 없이 쓰러지는 녀석.
막상 집에 있었을 때는 무서웠는데 찔러보니 별 거 아니네.
== Memories : 3월 4일 (밖, 밤) ==
그 괴물을 쓰러뜨린 후로 다른 괴물을 6마리 정도 만났다. 물론 전부 다 쓰러졌지만.
밥은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모닥불을 피워 이 녀석들을 구워먹는 것으로 해결. 편의점이라던가 그런 곳에 가서 다른 식량을 구해서 먹으려했는데, 모든 음식이 썩어버린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 괴물들을 구워먹기 시작했다.
맛은 돼지고기와 흰 살 생선의 중간 정도? 먹을 만 하다. 비린내도 없고. 근데 대신에 얘네들 피부가 숯덩이마냥 시커매서 익었는지 안익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살이 별로 없다는게 흠이지만 맛있으니 됐다. 어차피 많이 잡았으니까 배고플 걱정도 없고.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이 배고플 걱정을 하다니, 아이러니하네.
== Memories : 3월 5일 (밖, 아침) ==
밤 새 괴물의 습격을 받아서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무래도 녀석들로 부터 안전한 거점을 찾지않으면 안될지도 모르겠다.
어디가 제일 좋으려나? 생각 좀 해봐야겠다.
== Memories : 3월 5일 (백화점, 낮) ==
백화점으로 왔다. 공간도 넓은데에다가 바닥이 대리석이라서 모닥불피워도 내가 조심만 한다면 백화점에 화재날 일도 없을테고, 셔터만 잘 닫으면 괴물들이 들어올 일 도 없을테고 말이다. 일단 여기로 왔긴 왔는데... 아무래도 이 곳에 서식하고 있는 괴물이 있는 모양이다. 후딱 처리해야겠다.
== Memories : 3월 5일 (백화점, 밤) ==
백화점 곳곳에 숨어있던 녀석들은 대충 15마리 정도. 다 잡는데 꽤나 힘들었다. 공간이 넓기도 하고 숨어있다가 기습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막상 다 잡고나니까 꽤나 쾌적하네. 백화점으로 오길 잘한 듯 싶다. 뭔가 내가 부자가 된 것 같기도하고.
그나저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다시 살아가는 이 인생, 사람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뭘 하며 살아가야 좋을까. 잘 모르겠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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