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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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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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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17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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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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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7화. 첫 경험 (4월 11일)

DUMMY

-- Date 04.11 --


으아... 피곤해... 오늘따라 굉장히 피곤한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 밖이 하루 온종일 24시간 어두우니까 이게 자고 일어나도 밤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계속 더 자고싶고 막 피곤하고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5분만... 5분만... 을 외치게 되는 듯 했다.

그치만 여기서 더 자버리면 생체리듬이 망가져서 밤낮이 바뀌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 일테니까, 그래도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야지... 설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어둡겠어...? 흐... 모르겠다. 일단 지금 이제 시간이 됐으니까 대충 밥을 후딱 해먹고 피아노 연습하러 가야겠다.


자, 오늘의 성과. 드디어 3일전인가 4일전인가 연습하기 시작했던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 있게되었다. 와~

물론 외웠다거나 뭔가 그럴싸하게 칠 수 있게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악보를 보았다는 뜻에 가깝지만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쳐보는 피아노, 오랜만에 봐보는 악보인데도 불구하고 3일인가 4일만에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칠 수 있게 되었다는게 믿겨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나 많이 늘었구나~ 싶었다.

물론 고작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단계가 정말 힘들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내가 손이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닌데도 내가 지금 연습하고 있는 이 악보는 진짜 엄~청 나게 넓은 손을 요구했기 때문에 막 손가락 사이사이가 정말 아리고 그랬는데, 하다보니 대충 적응되어가는 듯 했다. 뭔가 손이 더 커진 듯한 느낌도 들고... 기분 탓인가?


그렇게 오늘도 연습을 무사히 끝마치고 밖을 나가려는 도중, 아직도 밤처럼 어두운 바깥을 보며 생각했다.


에이씨, 아직도 밖에 엄청 어둡네... 정말 희한하네... 분명히 점심 시간인데 하늘은 어둡고... 어제부터 말이야. 이상한게 한 둘이 아니라니깐...

진짜 앞으로도 이런 상태면 조금 곤란한데... 뭔가 전에 사람이 햇빛을 받아야 비타민D 인가? 뭔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거 같은데... 교과서에서 본 것 같기도하고... 책에서 봤나? 근데 교과서도 책이라구? 흠...

그건 그렇고, 뭔가 어제 봤던 빛나는 먼지같은거 오늘도 피어오르려나? 그거가 피어오르면 일단 불필요하게 라이트같은거는 키지 않아도 되니까 배터리의 전기도 아낄 겸 조금만 기다리도록 할까.

근데 빛먼지가 언제 쯤 피어오르려나...

스읍, 설마 이 빛먼지가 일정한 시간이라던가 그런거에 영향 받지 않고 뭔가 기후나 기온에 따라서 피어오르는거려나, 아니면 이게 어제만 특별하게 피어오르는 건가... 흠, 역시 아는 게 없으니 잘 모르겠다.

근데 확실했던건 어제 대충 2시하고도 조금 지나서 피어올랐던 것 같으니까 조금 기다려볼까. 어제 썼던 일기에 2시 좀 넘어서 피어올랐다고 그렇게 적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곧 있으면 오후 2시 넘어가니까 조금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뭐 지금 딱히 할거도 없는데 밀린 일기라도 적어놓을까.


그렇게 이래저래해서 빛먼지들이 피어오르기를 기다리며 일기를 적어나아가기 시작했다.


스슥, 스슥,

일기를 적어가고 있던 와중 뭔가 뒤 쪽에서 스슥스슥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 때는 그냥 바람소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여기 피아노 가게가 사방팔방에 창문이 없는 곳이 없어서 환풍이 엄청 잘 되고 있는데에다가, 사실 평소에 연습하다가도 깜짝깜짝 놀래서 막상 가보면 그냥 세워져있는 볏짚? 으로 묶은 빗자루가 바람때문에 서로서로 부딫혀서 나는 소리였기 때문에 별 생각없었다. 근데...

흠흠, 어쨌든 허겁지겁 밀린 일기를 쓰고 정리하고 있던 와중, 어느샌가 밖에는 노르스름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기에, 일기장을 살포시 덮어 라이트를 가지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피아노 가게에서 나오고 나서 조금 걸었을 무렵, 아직도 귓가에는 스슥대는 소리가 남아있었다. 그 때는 뭐지하고 그냥 피곤한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었다.

점점 뭔가 스슥대는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나는 이상한 느낌에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근데 놀랍게도, 뒤에는 그 내가 잊고 있었던, 피아노 가게에 홀로 남겨져있던 그 '시체' 가 일어서서는 내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온 몸이 굳어져버렸고, 도망가고 싶어도 발이 도저히 땅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않았다. 그리고... 정말 괴물이 따로없었다. 스슥대는 이상한 소리 내는 것에 완전 시커먼 피부, 거기에다가 뭔가가 이상한 걸음걸이에 뼈가 보일정도로 앙상하게 말라있는, 진짜 그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정말 그 순간 뭐 할 수가 없었다. 뭐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여지지도 않고... 말그대로 완전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의문의 길다란 쇠막대기를 들어 견제하기 시작했다.

점차 다가오는 속도가 빨라지는 그 괴물...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솔직히 도망가고 싶었지만, 도망갔다가는 이녀석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일단 차라리 여기서 뭐 견제를 하고 어딘가에다가 구속을 시키는 게 낫겠지... 절대로 무서워서 발이 안 떨어져서 핑계대는 것이 아니다.

근데... 얘가 어떻게 공격해올지도 모르고... 만약에 여기서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정말로 낭패가 따로없다.

내가 뭐 의사도 아니고 말이다. 뭐... 의사라고 해도 혼자서 뚜까뚜까하는 것도 좀 힘들겠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녀석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이 움직임을 읽는거지 그냥 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일단 경계 태세를 갖춘 것 뿐이다.

근데 그 순간, 녀석은 아까의 어그적어그적 거리던 이상하면서도 느릿느릿한 발걸음은 어디가고, 갑자기 우다다다 달려오며 "쿠아아아-" 하고 나에게 달려오는 것 이었다.


으아악!

그 녀석은 내 정면으로 우다다다 달려왔고, 나는 깜짝 놀라 그만 눈을 딱 감은 상태로 쇠막대기를 그냥 정면으로 꽃아내렸다. 그러자...


푸극,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뭔가 차가운 액체가 손에 달라붙었음을 느꼈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세상에.


쇠막대기가 그 녀석의 머리를 관통해있었다. 그것도 사선으로다가.

그리고 손에 묻은 검은 물. 아니, 검은 물이라고 믿고 싶다. 그 물이 관통한 녀석의 머리 주변으로 서서히 흘러내리고 있었고, 녀석은 머리에 쇠막대기를 달고 있는 상태에서 털썩하고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의문의 검은색 물이 묻은... 어쩌면 의문이아닌 당연한, 그 액체가 손에 흥건히 묻어있었다.

사람이 이게 정말 엄청 놀라면 비명도 안나온다던데, 아무래도 이게 사실인 듯 싶은 순간이었다.

그저 나는 견제 정도에서 그치고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이게 나의 첫 경험이 되어버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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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2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7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8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8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7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0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0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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