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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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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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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2
추천수 :
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6.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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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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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DUMMY

== Memories : 3월 6일 ==


밖에 백화점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는 놈이 있다. 다른 놈들 같았으면 그냥 막 셔터 두들고 때리다가 지쳐서 다시 돌아가거나 할텐데, 녀석은 그런거 없이 그냥 계속 백화점 주위를 돌고있었다.

...마치 어딘가 빈 공간을 찾는 것 처럼. 아니, 기분 탓이려나. 아무래도 지난 6일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잠시 신경이 예민해진 모양이다. 신경이 예민해진건지 왠지 시간도 조금 늦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신경쓰지말고 꼭대기층에서 휴식이나 취할까.


== Memories : 3월 7일 ==


아침부터 1층에서 뭔가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한 놈이 들어온걸까?

나는 조심스레 쇠로 된 야구방망이를 들고 1층으로 조심스레 내려가기 시작했다.

셔터를 어떻게 뚫고 들어온건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녀석이 방심하고 있을 때 일격을...!

있는 힘을 힘껏 끌어모아 일격을 가했다. 탕-하는 소리에 나는 제대로 일격을 가했다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녀석은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몇 방을 더 때렸지만 야구방망이만 구부러질 뿐이었다.

그렇게 겁먹고 뒤로 물러가있을 무렵, 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의도 없는 새끼'... 라고 말이다.


== Memories : 3월 8일 ==


나는 어젯밤부터 녀석과 말을 나누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름은 에비거 토트라고 했던가? 꽤나 사교성이 높으면서도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모습이 다른 괴물 녀석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오해했지만 다행히 그런 녀석들과는 다른 녀석이었다. 주민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근데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 녀석에게서 뭔가 사람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얘 사실은 사람이었던건가?

알게 뭔가,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서로 누구와 얘기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할뿐이다.


== Memories : 3월 9일 ==


녀석은 설탕이 주식인 모양이다. 밥도 먹기는 하나본데 밥보다는 설탕을 많이 먹는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냥 설탕만 먹다보면 건강에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녀석에게 요리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시간 남는데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까, 백화점에 남은 음식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일본식 라면이라도 알려주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쭈뼛쭈뼛 녀석에게 제안을 했다. 내가 요리 알려줄까 하고말이다. 물론 녀석은 설탕은 설탕대로 먹는게 맛있다며 둘러댔지만 세 번의 설득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


역시 같이 대화하고 뭔가를 같이할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게 이렇게나 행복하고 즐거운거였구나싶다.

뭔가 미련이 남는다, 3월 1일전의 시간들이. 3월 1일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애가 이렇게 이 녀석에게 말하고 대화하는 것 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랬을까? 모르겠다.


== Memories : 3월 10일 ==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인가본지, 하늘은 시커멓고 번개는 내리치고 밖에 녀석들은 들끓고... 하여간 비오는 날은 정말 짜증난다.

그와중에도 토트는 백화점 지하층에서 열심히 내가 알려준 라면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백화점 온 곳에서 토트가 끓이는 라면 냄새가 여기저기 풍겨났다.

...그래도 왠지 심심하지가 않네.


== Memories : 3월 11일 ==


하루종일 셔터를 두드리는 놈들 덕분에 잠을 자지 못했다. 하도 짜증이 나서 이 백화점 주변에서 서성이는 애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뭔가 어느 한 놈의 시체 안에서 반짝이는 것이 발견했다.

뭔가 파란 빛이 감도는 끈적한 액체였다. 뭔가 콧물같기도 하고... 가만히 쳐다보고있으려니 토트가 다가와서는 생명선이라면서 엄청 좋아했다.

생명선이 무엇인고 물어보니 어느 생명체의 다친 부위라던가 그런 것을 고쳐주는 물질이라는 모양이다. 연고같은 느낌이려나? 차라리 연고를 쓰면 되지 뭐하러 이런걸 쓰나, 또 시체에서 나온 건데 너무 비위생적이지 않나 하고 고개가 갸우뚱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어디 유리병에다가 좀 담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언젠가 쓸 날이 오겠지.


== Memories : 3월 12일 ==


토트가 사라졌다. 자고 일어나보니 토트는 어디가고 토트가 끓인 라면만 한가득 지하에 쌓여있었다.

나는 밖에 나와 토트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토트는 보이지 않았다.

근데 오늘따라 뭔가 애들이 나에게로 많이 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서른 마리정도 붙었으려나? 하마터면 정말 위험할뻔했다.

그래도 싸우다가 어디 팔이나 다리같은데를 물리기라도 하면... 정말 끔찍하다. 그래도 그런거 없이 무사히 백화점으로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토트가 없으니 허전하긴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여기로 돌아오겠지.


== Memories : 3월 13일 ==


다리가 잘렸다. 정확히는 내가 잘랐다.

오늘 밤 자고 있던 사이 백화점의 건물 중 일부가 가라앉아버린 파편들이 내 다리 위로 풀썩하고 앉아버린 것이었다.

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마치 내 다리의 세포 하나하나가 갈갈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달까, 진짜 끔찍했다.

그렇게 너무 아파버리니까 기절하고 깨어나고 기절하고 깨어나고 하다보니 어느새 피를 너무 많이 흘리게 되었다.

어떻게 더 있다가는 과다출혈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천쪼가리로 내 입을 틀어막은 상태에서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식칼로.


푹, 하고 다리를 찍 눌렀다. 그리고 이게 다리를 자르려면 뼈를 잘라야하는데 뼈가 쉽게 잘라지지않아서 정말 힘들었다.

뼈를 자르려고 애먹을 때 뼈가 갈리는 느낌이 온 몸에 느껴졌다. 뼈를 가는 듯한 고통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진짜 호흡 잘 못했으면 그냥 다리에 칼을 집어넣은 상태 그대로 쇼크에 빠져 기절할 뻔 했다.

어떻게든 힘들게 자르고나서도 느껴지는 불타는 듯한 고통. 피는 아직도 줄줄 흐르고, 그야말고 아수라장 그 자체.

나는 그 순간 이 피를 막아보려 천이란 천은 다 감쌌지만 그저 그 천들은 내 피에 의해 빨갛게 물들어갈 뿐이었다.


천이 빨갛게 물들어가면 물들어 갈수록 나는 엄마, 엄마가 보고싶어졌다.

그리고 수없이 떨어지는 눈물, 눈물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떠오르는 한 생각.

그 때로 돌아가고싶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가 멈추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더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피는 더 세차게 나오니까 말이다.

점점 의식도 아득해져가는 듯 했다. 그렇게 의식이 점점 아득해져 갈 때쯤, 죽어가는 머릿 속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명선, 나는 급히 생명선을 꺼내 내 다리에 발랐다.

제발 피야, 멈춰라 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제발... 멈춰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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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2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6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7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8 0 7쪽
»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5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8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7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0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3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0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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