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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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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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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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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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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5화. 개비 (4월 17일)

DUMMY

== Date 04.17 ==


으아... 뻐근하다. 아무래도 어제부터 계속 비가 내리니까 몸이 안 쑤실래야 쑤실 수 밖에 없는 듯 싶었다.

아, 그래. 믹스커피라도 타서 마실까. 물론 핫초코나 율무차 쪽이 훨씬 더 내 취향이긴한데 지금 이 집에 있는 거라고는 길다란 봉지 형태로 되어있는 믹스커피밖에는 없으니까 이거라도 타서 마셔야지.

아무리 핫초코 하나 먹겠다고 지금 비가 축축하게 내리는데 5층-1층을 왕복하는건 아무래도 조금 귀찮기도 하고, 조금 비효율? 적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냥 있는 대로 먹어야지. 근데 그나저나 이거 가스레인지의 가스는 되려나?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딸깍, 딸깍,

아무리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돌려보았지만, 역시 안 되려나~ 가스불은. 혹시나? 해서 돌려봤는데, 역시나는 역시나였다. 뭐, 당연히 가스불이 켜질리가 없잖아?

에휴... 그 때 버너라도 챙겨서 가져올걸 그랬나? ...하긴, 설마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누군가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토트놈만 알고 있었겠지...

그렇지만 이미 믹스커피 봉지는 뜯어서 이 아까운 걸 버릴 수도 없고... 찬 물에 타서라도 먹어야하나.

뭐, 안 먹고 버리는 것보단 낫겠지.


빈 컵에다가 생수를 반 정도 붓고 나서 믹스 커피 커피 믹스를 마지막 까지 손가락을 팅겨서 탈탈 털어준 다음, 이 믹스 커피 봉지로 믹스 커피가 녹을 때까지 살살 저어주면~ 대충 이래저래해서 커피가 완성되었다.

뭐, 맛은 그냥 평범한 믹스커피. 평범한 믹스커피인데 좀 많이 오래 방치해놓은듯한 맛? 그러니까 쉽게 말해 다 식은 커피를 먹는 맛이었다. 그리고 먹으면 먹을 수록 진해지는 단맛과 커피향... 아무래도 뜨거운 물에다가 섞은 것이 아니라서 제대로 섞이지 않았던 것이 이유인 듯 싶었다.

그래도 뭐 맛있었으니 됐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비가 내리는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창문에 반사된 어느 한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다가간 그 책장에는 책이 아닌 여러 카세트 테이프라던가 옛날에 사용하던 LP음반? 그런 것들이 가득 꽃혀있었다. 이 집에 살던 전 사람이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나본지 락 종류의 헤비한 장르부터 디스코나 트로트같은 80년대, 90년대에 유행하던 음악, 그리고 외국에서 유행하던 여러 재즈곡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프와 음반들 가운데에 떡하니 놓여있는 한 라디오. LP음반은 아니더라도 CD라던가 카세트 테이프는 실행시킬 수 있는 라디오가 놓여있는걸로보아, LP음반은 듣을려고 모아둔 것이 아니라 그냥 수집용으로 모아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집이라고 하니까 예전에 무더운 여름날에 초등학교 나무마루바닥에 앉아서 애들이랑 같이 게임 캐릭터 그려진 딱지 희귀한거 모으고 중복되는 딱지가 있으면 그걸로 이제 딱지도 많이 따고 그랬는데... 앗, 또또 옛날 생각.

흠흠, 어쨌든 얘기를 계속하자면... 이 라디오를 작동시킬 방법이 뭐 없을까~ 하며 이리저리 뒤지다가 우연히 책장 맨 위에 두툼하게 쌓여진 먼지와 함께 놓여진 건전지를 발견했다.

새 건전지인건지, 아니면 다 쓰고 남은 건전지인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건전지 두 개를 라디오에 집어 넣었더니 무사히 작동이 잘 되었으니까, 뭐. 잘 된거겠지.

어쨌든 그렇게 라디오에 건전지도 끼운 나는 먼저 라디오의 안테나를 세우고 뭔가 특정한 주파수를 맞추면 재미난걸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안테나를 꼿꼿이 세워서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음... 역시 뭐 아무것도 없네. 당연한거려나~


그냥 무의미하게 이리저리 주파수를 돌리는 것보단 음악 하나를 더 듣는게 낫겠지 하는 마음에 책장에서 아무 카세트 테이프나 가져오기 시작했다.

물론 카세트 테이프는 엄청 오랜만이라 한 십 분정도 카세트 테이프와 씨름하긴했지만, 뭐 어찌저찌 무사히 라디오에 넣기까지는 완료했다. 그리고 재생버튼을 눌렀더니...


오, 뭔가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피아노 소리, 색소폰 소리, 통기타, 드럼 청소할 때 나는 소리. 이것들로 미루어 보아, 아무래도 퓨전 재즈 테이프였나보다. 거기에다가 아주 익숙한 이 멜로디는... 크리스마스 캐롤인듯 싶었다.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와 집 안에 울려퍼지는 캐롤 재즈 음악과 멋물려서 뭔가 크리스마스인데 호주같은 크리스마스 느낌이 났다고나 할까? 음... 뭔가 분위기는 있는데 굉장히 어색한 듯한 기분이 들었긴 했는데, 뭐 아무렴 어떤가. 적적하게 울려퍼지는 빗소리보다는 차라리 이런 사람 냄새가 풍겨나는 음악이 좋다.


그렇게 커피를 다 마시고 나니,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어제 하기로 했던 일. 맞다. 바로 그거.

솔~직히 어제 하룻동안 정말정말 고민많이많이 했다. 근데, 그래도 이런 거 하나하나도 다 경험이라고? 뭐, 언젠가 내가 원하면 멈출 수도 있는거고. 물론 그게 정말 컨트롤이 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거 한 번 해보려한다.


자, 준비물. 라이터와 한 개비.

일단 이거를 입에 물고... 근데 이게 어디가 입을 향하는 곳인거지...? 뭔가 갈색으로 칠해져있는 쪽으로 해야하는건가? 음... 잘은 모르겠지만 뭐... 이게 맞겠지.

그리고 라이터를 꺼내서...? 불을... 이렇게 붙히면 되는건가?

불을 이 끝자락에다가 붙혔으면 그대로 흡이.....


켁켁켁,

으이씨, 뭐야... 대체 사람들은 이딴걸 하는거야... 켁켁켁, 어후... 무슨 화재사고가 내 기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줄 알았네.

어유... 켁켁... 어휴... 사람 죽는다 사람 죽어.


아무래도 첫 담배를 속담배? 라고 하나. 아무튼 이거를 그냥 숨쉬듯이 쫙 빨아 재끼니까 어후... 진짜 거짓말 안 치고 질식사 할 뻔 했다. 야... 이게 진짜. 사람이... 어후... 정신이 아주 새로워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다른 의미로 말이다.

덕분에 반도 못 하고 그냥 꺼버렸다.

그 당시 머릿속에 딱 들었던 생각은 아, 좋았던 경험. 그러나 영원한 봉인. 이 정도였다. 그러고는 다시는 안 피겠거니 했는데...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 물론 입담배지만 말이다.

왠진 모르겠는데 이 담배 연기를 빨고나서 연기를 내뱉었을 때 뭐라해야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들, 두려워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이 담배 연기와 섞여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나 해야할까.

아무튼 그렇게 나도 시작하게 된 듯 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만약에 이 일기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고있다면 하지 않기를 바란다. 건강에 안 좋기도 하고 말이니깐 말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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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3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8 0 7쪽
»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70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9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9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8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7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2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1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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