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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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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824
추천수 :
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6.14 01:03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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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4화. 꿀 (4월 14일)

DUMMY

-- Date 04.14 --


지이이익-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팔 아프다고 안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서 공기라도 쬐며 있는게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뭐, 토트놈 말로는 팔도 다시 자라난다고 했으니까...

근데 자란다면 어떻게 자라게 되는걸까? 나무묘목같이 작은 크기에서부터 자라서 점점 나게되는 걸까? ...으엑, 상상해버렸다. 그건 너무 징그럽지않아-? 그냥 차라리 하룻밤 자고 딱 일어났더니 팔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네? 와!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뭐 할 게 없네... 왼손이 없으니까 피아노 연습하러도 못 가지, 씨앗도 못 심지, 씻지도 못하지, 그렇다고 뭔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거나 그러기도 힘들지... 하유... 뭐 할거라도 없는데 일기라도 쓸까.


그렇게 절뚝절뚝거리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오른손잡이라 다행, 오른쪽 팔이 안 잘려서 한 번 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라 해야하나,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하나.


어찌됐든 그렇게 막 일기장을 쓰다보니 밖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 너 어딨어?'

아무래도 토트놈인가 보다.


지이이이익-

어, 왜?

'너 뭐하냐 거기서?'

나? 그냥 있었는데. 왜?

'별거아니고, 꿀 좀 몇 개 더 발견해서 너도 좀 먹으라고 하려고. 너 꿀은 먹을 수 있는거 맞지?'

어. 근데 많이 먹으면 입이 너무 달아져서 몇 숟갈 못 먹어.

'뭐 먹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먹는다고.

'참 말도 뭐같이 돌려말하네. 그럼 이제 뚜껑연다?'

엉야...어라, 이게 뭐야... 이거 꿀 맞아?

'어, 이거 꿀 맞는데.'


내가 본 그 꿀은 뭔가 내가 알던 살짝 황갈색빛을 띄고 반투명한 꿀이 아닌, 뭔가 하얀색의 꿀이었다. 뭐라고 해야하나, 슬러쉬같았다고나 할까...? 꿀인데 얼려서 슬러쉬가 된... 근데 막상 퍼보면 슬러쉬같이 사각사각한 느낌이 아니라 뭔가 설탕 입자가 들어간 잼같은 느낌...? 이거 먹어도 되는거 맞아?


'너 꿀 먹어봤다고 하지 않았냐?'

먹어는 봤는데... 내가 알던 꿀은 이런게 아닌데...

'하-? 원래 꿀은 이렇게 생겼는데? 사실 안 먹어봤는데 먹어본 척 하는건가? 하여간 별거가지고 다 하찮게 구네...'

아, 아니. 진짜 내가 알던 꿀은 황갈색에다가 살짝 반투명한...

'으음~~ 맛있다. 설탕도 좋지만 꿀도 좋네~~'

내 말 무시하고 먹었어?

'아니, 니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블라블라하는데 내가 뭐 알아 듣겠음? 그래서 뭐 먹겠다고 말겠다고~? 물론 먹었을 때 뭐 이상이 생기면 내가 책임지지는 않는다?'

흐으... 궁금하긴 한데... 까짓꺼 조금만 덜어서 줘봐.

'자, 특별 서비스입니다~ 호갱님~ 자, 아~'

아~ 냠.

'어휴, 지 팔 하나 그래도 달려있으면서 지 혼자 알아서 먹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새새끼처럼 야금야금 다 받아먹네.'


...어라? 이거 그냥 꿀인데? 근데 뭔가 더 살짝 그 꽃? 의 풍미가 가득한...데? 한 숟갈만 더 줘봐, 신기하다.

'으으음~~~ 맛있어~~~ 이건 내꺼니까 더 먹고싶으면 니가 알아서 찾아서 드셈.'

아이, 째째하게 굴지말고 조금만 더 줘봐~

'응~ 안줘~'

어휴, 그래... 나 팔도 잘려서 아파죽겠는데... 니 혼자 그렇게... 다 해먹고...

'하-? 참내, 어처구니가 없네. 내가 걔한테서 구해줬지, 니 간호해줬지. 너 팔도 지혈해줬지, 아침에 밥도 쳐 맥였지, 소중한 생명선도 써가며 그 게잘난 팔도 다시 자라나게 해줬으면 그 정도로만 해도 감사해야지, 자꾸만 찡찡대냐? 니가 무슨 어린 애새끼들도 아니고 뭐 그렇게 칭얼칭얼, 내 팰대 잴래새 애패잭갰낸대~ 어쩌라고?'

하유... 아니다. 말대꾸할 힘도 없다. 그냥 텐트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그렇게 그냥 나는 힘없이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힘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토트놈에게 서운해져서 그랬던 것이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서운해하고 서로 챙겨주고 그런거를 보면 정말 친구, 그 중에서도 벼랑 끝의 친구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일기를 쓰고있는 시점에서도 토트놈은 아직도 싸가지가 없지만... 그래도 뭐 서로 잘 챙겨주고 하니까 친한거겠지. 녀석은 부정할지 몰라도 아마도, 친한 것 같다.

근데 토트놈 이 일기장에다가 뒷담화를 좀 하자면, 녀석 아무래도 조금 이게 컨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조금 츤데레?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저 내가 힘없이 저기 텐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내 쪽 텐트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몇 분있다가 내가 잠자고 있는 틈에 접시에다가 글쎄 꿀을 담아다가 내 옆에 놓았던 것이었다. 덕분에 잠 자는 자세를 바꾸려다가 등, 머리카락, 심지어는 텐트까지 꿀범벅이 되어버려서 치우는데 꽤나 고생했긴했지만... 그런 면들을 보면 아무래도 녀석 뭔가 조금 츤츤거리는게 있는 것 같다.


흠흠, 그래서 하던 얘기를 계속 하자면 그렇게 온사방팔방에 묻은 꿀을 치우고 (물론 토트놈이 아깝다면서 옷에 묻은 꿀이라던가 텐트에 묻을 꿀들까지 전부 다 햝아먹었지만...) 나는 녀석에게 생명선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씨, 그런 걸 왜 또 뭐하러 물어보는데?'

아니, 대체 그게 뭐길래 왜 안알려주는건데?

'그게 뭔줄알고 물어봐? 그 전에 너 나빼고 생명선에 대해서 누구한테 뭐 들었어?'

아니?

'그럼 됐어~ 그래봤자 너의 그 무식한 머리로는 이해의 ㅇ자도 못하니까 그냥 가만히 퍼 앉아있어~'

근데 나 그건 봤어.

'뭐?'

그 컴퓨터에서.

'컴퓨터? 그게 뭔데.'


털썩,

이거.

'이게 뭐 어쨌다고? 그냥 고철덩어리잖아?'

원래는 이게 배터리가 없어서 켜지는 못하는데 여기 안에 누군가가 이렇게 적어놨었어. 망령들이 생명선을 가져가버렸다... 라던지 생명선으로 이 노트북만은 지켜내겠다... 라던가 말이야. 그게 뭐길래 그래?

'하유... 또 쓸데없는 짓을...'

어라... 너 혹시 이 누군가에 대해서 알고있어?

'어. 걔. 그 너하고 똑같이 정신이 피폐~해가지고는 항상 집에 쳐박혀있던 놈. 아, 그래도 걔는 너처럼 이렇게 망령들이 다가오는데 멍청~하게 가만히 서있지는 않았던가? 그렇네. 어떻게보면 너보다 백 배 천 배는 훨씬 더 낫네 걔가... 근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할 줄이야... 아주 그 새끼 죽을 때도 아주 예술로 가는구만...'

뭐야, 너 어떻게 알고있어?


토트놈, 갑자기 쭈뼛쭈뼛 몸을 꼬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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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2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7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8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8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7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0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3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0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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