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 Date 04.13 --
집에 도착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나 혼자서 씨앗을 심고 있다.
응? 토트놈은 어디갔냐고? 내가 고이 아껴놨던 설탕까지 다 쳐먹어버려서 꿀이라도 구해보겠다며 나갔다.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지입으로 여기 주민이랬으니까 알아서 잘 찾아오겠지.
흠... 근데 말이야. 뭔가 생각보다 야채들이 빨리 자라는 느낌이다. 10일전에 심어놓은 씨앗들이 발아한 것도 모자라서 이미 뭔가 줄기같은게 자라있었다.
원래 이게 이렇게 빨리 자라는 식물인가 싶어서 씨앗 뒷면을 확인했더니 적어도 더 몇 달은 있어야 된다고 나와있었다. 생각해보니 비료? 거름같은 것을 뿌려줘야 더 빨리 자라지 않던가...? 난 그런거 안했는데...
정말 희한한 일이긴하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 일찍 익으면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좋기도하고 말이지.
어찌됐든 씨앗을 고스란히 심고 물도 쫘악 뿌려주고나니 개운~해졌다.
으앗, 짜-!!! 오늘 할 일도 이제 다 했겠다~ 이제 집가서 좀 쉴까~
그렇게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 뭔가 토트놈으로 보이는 놈을 발견했다.
한 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벌써 꿀을 발견한건가?
어이~ 토트~
그렇게 말하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뭔가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토트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그적, 어그적 걷는 것이 토트놈의 걸음걸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토트놈은 'Manner maketh man' 이 좌우명인 녀석이라 걸음걸이도 조긋조긋하게 걷는다. 물론 말하는 꼬라지는 정반대이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조심스레 손을 내려 가까운 건물로 피신하려고 하던 그 때, 녀석이 나를 발견해버린 것이었다.
우다다다다다,
"쿠아아아-"
빠... 빨라...
녀석은 거의 5초도 안되는 시간만에 나에게 달려와서는...
아그작, 하고
내 왼쪽 팔을 깨물어 먹어버렸다.
아, 아...? 아?????? 아???????????
내, 내, 내 왼쪽 팔... 팔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말 처참했다.
바닥과 내 옷에는 잘려나간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범벅이 되어버렸고, 왼쪽 손을 움직여 보려고 해도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움직이려하면 할수록 피는 더 세차게 나올 뿐이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시뻘건 피로 물들여져버리고 절단되어버린 내 왼쪽 팔의 부재, 그리고 마치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눈물이 내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아파... 아파... 너무 아파... 아파...
두려워... 무서워... 살려줘... 누가 좀...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려버서 그런건가... 점점 의식은 흐릿해져갔고, 눈 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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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여긴... 학교?
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운동장에 있는거지... 체육시간에 깜빡 졸았나?
나 참... 이렇게 자게 내버려두다니... 정말 이놈의 애새끼들이 정이 없네 정이 없어...
그나저나, 시간이 이렇게나 늦었는데 아직도 학교 전체에 불이 켜져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자습시간인걸까나.
근데 원래 이렇게까지 늦게 했던가... 아, 8시 반밖에 안됐구나, 어쩐지... 근데 왜 이렇게 오늘따라 하늘이 어두운거래...
으, 모르겠다. 경훈이가 오기 전에 교실로 들어가야겠다.
시끌벅적한 학교 교실, 나는 다른 애들 모르게 뒷문으로 스윽 들어와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공부하는 척을 하려고 아무 책이나 꺼내서 보는 척을 하던 중, 내 뒷자리에 앉아있던 토트놈이 말을 걸어왔다.
"야, 너 오늘 쌤 몰래 조퇴한거 아녔어?"
"몰라... 눈 뜨니까 운동장이었는데? 너 아까 체육시간 때 왜 아까 나 안 깨웠어?"
"하-? 얘가 아직 잠을 덜 깼나 보네? 오늘 체육시간도 없었는데 무슨 소리야."
"그래?"
뭔가가 이상해...
"야, 그나저나 야자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갈래? 새로 생긴 데가 있는데 거기 24시간..."
"잠깐만... 근데 말이야. 학교에 너가 왜 있어??"
"내가 왜 있냐니. 평일이니까 나와있..."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니가 왜 여기 학교에 있냐니깐???"
소리치자 다른 애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야, 야, 왜 갑자기 큰 소리야... 누가 보면 우리 싸우는 줄 알겠다. 좀 조곤조곤히 좀 말해..."
"애초에 뭐야, 니가 이 학교에 있을 이유도 없잖아. 아니, 그 전에 이 학교 자체부터가 거짓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너네들도 다 환상이고 여기 이 공간 자체도 다 환상이야. 이 학교도, 이 공간도, 모든 게 전부 다!"
그리고 나는 토트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야... 너 미쳤어...?"
"너는 토트, 에비거 토트. 이 곳의 주민. 틀렸어?"
"그... 그게 무슨 말..."
내가 그렇게 외친 그 순간, 따뜻하고 쾌적했던 교실은 점점 낡아가기 시작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기 시작했고, 나를 지켜보던 그 반의 다른 또래애들도 먼지처럼 하나 둘 씩 사라져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너, 정체가 뭐야."
"나... 나는..."
"너 정체가 뭐냐니깐?"
"...하-? 원래 남의 이름을 물을 때는 자신의 이름 먼저 말하는게 예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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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점점 의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왼쪽 팔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
'어라, 눈 떴네.'
응, 눈 떴어.
'에휴... 내가 찾아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해서 다행이지, 만약에 내가 발견 못 했어봐. 그냥 너어는 바로 그 자리에서 개밥신세였다니깐? 팔 하나 잃은 걸로 만족해라, 잉?'
어라, 그러고보니 팔... 피 안나네.
'다~ 내가 했다~ 이 말이야. 하여간 뭐 팔 하나 간수도 못하지~ 팔 하나 없어졌다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리지~ 또 팔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나 손이 많이 가지~ 참, 귀찮네 귀찮아~'
...어레, 팔에 뭔가 점막 같은게... 이게 피가 나오는 걸 막아주는 건가...? 그럼 지 점막은 뭐로 되어있는 거... 아.
그, 그래도 이렇게 구해주고 간호까지 해줘서 고마워.
'하-? 뭐 그 정도 갖고 그러냐? 오랜만에 피 햝아먹은 내 쪽이 더 고맙지.'
아, 그, 그, 그, 그래도 고, 고마워...
'하여간 뭐 도움을 주면 만사에 다 감사해하는게 꼭 이 생물들의 특징이라니깐...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한 번 상태 더 보자. 알긋냐?'
그, 그래...
왼쪽 팔을 아무래도 저 녀석이 햝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죽을 위기에서 살려줬으니 고마워해야할 건 맞나.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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