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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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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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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0
추천수 :
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6.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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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7화. 허공 (4월 14일)

DUMMY

-- Date 04.14 --


아까 쿠구궁 하는 소리가 났긴 했지만... 그건 천둥소리아니던가?

'야, 나도 챙길 거 챙길테니까 최대한 빨리 챙겨라. 알았냐?' 라고 말하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토트놈, 그렇게 들어가서 뭔가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뭐지... 이거 그냥 천둥소리라고 말해줘야하나? 좀 곤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말하지않으면 뭔가 일이 점점 더 커질 것 같은데...

흐으, 모르겠다.


야, 토트.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짐을 바리바리싸라는거야?

'아무 말도 말고 그냥 일단 빨리 짐이나 싸!'


크게 소리지르는 토트놈, 정말 깜짝놀랐다.


그, 근데, 아, 아니지. 너 아까 그 쿠구구구하는 소리 때문에 그런거야? 그렇지...? 그건 천둥-...

'아, 그런거 아니라니깐? 하여간 대가리에 라면사리만 가득 차 있는...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얘네들 그런 감각이 없댔나? 하-... 그렇네에, 일단 암말도 말고 짐이나 싸라? 알았으면 나가!'


그렇게 토트놈의 손바닥에 밀려서 텐트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당시의 나는 그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얘가 나를 놀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장난치는 것 같기도하고, 도통 속을 알 길이 없었다. 뭔가 얼굴에는 나 진심임 이렇게 써있었던 것 같기도하지만 말이다.

에휴... 그래. 일단 한 번 속는 셈 치고 짐 한 번 싸야겠다고 체념하며 음식들 담고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던 캐리어를 가져와 노트북과 일기, 필기도구를 챙겼다. 아, 그리고 비상용 라이트까지.

라이트까지 딱 캐리어에 집어넣고 나니 밖에서 토트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 빨리 나와!'


뭐 더 이상 챙길게 있나 하고 검토할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캐리어 뚜껑 닫고 잠그고 그러고 밖으로 나왔다.


'다 챙겼지? 그럼 간다?'

다 챙겼긴 다 챙겼는데...

하고 토트놈의 손을 슬쩍 쳐다보니, 양손에 그 잼같이 생긴 꿀 두통을 손에 쥐고있었다.


'챙겼는데 뭐? 급하니까 빨리빨리 말해.'

챙겼는데, 야, 잠깐.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래, 갑자기? 그거는 좀 알고 가자. 아니, 가는 것도 대체 어디로 가는건데??

'하-...? 너 여기에 있으면 죽으니까, 그리고 가는 데는 내가 이끄는 대로. 됐지? 됐으면 제발 이제 출발 좀 하자.'

그니까,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냐고.


그 순간, 어디선가 또 다시 쿠구구궁...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 몰라. 너랑 지금 말장난 할 시간 없으니까 따라오기 싫으면 여기 남아서 죽던지 말던지 알아서해. 내 알바 아냐.'

왜 여기에.... 아, 야 같이가!!


토트놈은 내 말을 무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기에 나도 한 쪽 팔로 캐리어를 끌며 토트를 따라갔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알 수 없었던 나는 정말 그 상황 자체가 뭔가 꿈같은?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잠에서 덜 깬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굉장히 상황판단이 안됐던 것 같다.

솔직히 그 때의 상황자체가 너무 뜬금이 없었던 것도 있긴한데 그냥 이게 머리가 바로바로 굴러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토트놈이 말하고 시키는대로 행동했다. 이리로 가라하면 이리로 가고, 저리로 가라하면 저리로 가고, 우회전하라하면 우회전, 좌회전이면 좌회전, 직진이면 직진...

아무튼 이런식으로 그냥 막 가다보니 여기가 어딘지조차도 모르겠는 곳 까지 와버렸다.

그 때가 한 짐을 들고 집에서 나온지 1시간째 되는 시간이었나? 쉬지도 않고 1시간이나 빠른 걸음으로, 그것도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기란 정말 쉽지 않음을 느꼈다. 내가 마라톤 대회에 나가본적은 없지만 정말 마라톤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집을 나선지 1시간 반정도가 지나고, 밤이 깊을 때였다.

토트놈이 '이제 이 쯤이면 안전하겠지.' 라고 말하면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말을 꺼내자마자 나는 그대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벌러덩~하고 누워버리고 말았다. 왜냐? 너무 힘들어서.

그에 반해 토트놈은 힘든 기색이 1도 보이지않았다. 어쩌면 쉬자고 하는 것도 토트놈이 쉬고싶어서가 아니라 내 상태가 토트놈이 봤을 때도 영 아니었나보다.


'어휴... 그게 그렇게 힘드냐?'

헉... 헉... 그럼... 한시간 반동안 그렇게 달렸는데... 몸이 남아나... 헉... 헉...

'참... 나약해 빠졌네 나약해 빠졌어. 그러게 좀 평소에 운동이라도 좀 하지?'

헉... 헉... 아니... 캐리어...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어휴,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그렇게 니 남탓만 하다가는 니 스스로 발전 1도 못해요?'

헉.... 헉.... 하니.... 이 새퀴가.... 뒤질라고....

'이제 슬슬 시간이 됐는데...'

헉... 헉... 무, 무슨 시간...? 헉... 헉...

'자, 곧이다. 앞으로 10.'

헉... 헉.... 무슨 10...


그 때 어디선가 또 다시 들려오는 쿠구구구궁 소리.


'9'

근데 내가 그 때 들었던 그 소리는 전에 내가 집에 있었을 때 들었던 천둥소리들하고는 뭔가 좀 달랐다.


'8'

뭐라고 해야할까, 좀 더 그 소리가 커진듯한 느낌?


'7'

그리고, 가까워진듯한 느낌이었달까?


'6'

근데 나는 뭔가 그 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5'

그 쿠구구구궁하는 소리가 바닥에서 들려온다는 점이었다.


'4'

그리고 점점 바닥이 볼륨 빵빵하게 틀은 스피커처럼 둥둥둥둥하고 진동하기 시작한 걸로 미루어 보아.


'3'

응, 그건 다름아닌


'2'

지진이었다.


'1'


토트놈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바닥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진동과 멈출 줄 모르는 듯한 쿠구구구궁 소리... 금방이라도 뭔가 바닥에서 용이나 괴물같은게 솟아날 것 같은 그런 거대한 진동이 시작되었다.

앉아있기도 힘들 만큼의 심한 지진... 뭔가 그 놀이공원의 옆에 DJ가 음악이랑 드립치면서 빙글빙글 들썩들썩해주는 그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변의 건물들, 그리고 건물에 붙어있던 간판들이 진동에 의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나가기 시작했고, 아스팔트에도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왔던 길들이 점점 무너져 내려앉기 시작했다. 정말, 무슨 왔던 길이 점차점차 땅으로 꺼지는데, 마치 솜사탕에다가 누가 물을 뿌린 듯이 땅이 사르르하고 가라앉기 시작했다.

혹시나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까지도 영향이 미칠까 뒷걸음질을 쳤지만, 다행이도 나와 토트놈이 있었던 자리까지는 도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진동이 30분정도 지속되었나, 울렁거림에 속을 몇 번 비워내고나니 점차 진동은 멈춰가기 시작했다.


'야, 이제 그거 그만하고 저기봐.'

우이씨... 드디어 멈췄....... 허...

'자, 저기가 우리 집이었던 곳이야. 보여?'


토트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던 곳은 다름아닌 허공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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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3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6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8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70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3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8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4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9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9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8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7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2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1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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