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던전

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5,826
추천수 :
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6.19 01:21
조회
57
추천
0
글자
7쪽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DUMMY

-- Date 04.14 --


...어, 어레... 저기가... 집이라고...?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저기가 집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집이었던 곳, 집이었던 그 자리라고 말하는 게 마음이 편하려나~'

무슨... 뭔 소리를 하려는거야.

'하-? 니가 눈을 가지고 있다면 똑봐로 봐봐. 저기에 뭐가있는가.'


자욱한 흙먼지가 넓게 파인 구덩이위로 솟구치고 있었고 그 흙먼지 밑으로는 심연이 펼쳐져있었다. 마치... 그 때 봤던 구덩이의 심연처럼.


집이... 내가 힘들게 만든... 집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줄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순간이었다...

내가 가꾸었던 텃밭, 내가 연습하러 다녔던 그 피아노 가게, 언젠가 노력의 결실을 맺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며칠도 가지 못하고 그대로 땅과 함께 심연 속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이제 그만 다시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듯이 뼛속 깊이 파고들었고, 부들부들거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두 눈에서는 의미모를 눈물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얘 왜 울어. 야, 너 우냐?'

.......

'너 집 때문에 그래? 집이야 뭐, 다시 만들면 되잖아?'

....나 좀 그냥 내버려둬!!!!!


그렇게 흐느끼며 소리치니, 토트놈은 하... 하고 한숨을 딱 내쉬더니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과 살짝 열받은 듯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딱 서더니 토트놈은 한 쪽 손으로 내 턱을 잡아서 끌어당기고는 입을 열었다.


'하... 야. 좀 적당히 하라고? 이제 컨셉 잡고 말하는 것도 질렸어.

있잖아... 넌 말이지. 아니, 너도 그렇고 전에 만났던 애들도 그렇고... 너네 같이 하등한 생물은 그래.

너네들은 말이지, 입으로는 오늘만 사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는데 말이야? 근데 흥미롭게도 너네들은 말이야, 너네들은 어제에 갇혀있어. 어쩌면 스스로를 갇히게한다는게 더 나은 표현이려나?'

...


'너네들은 말이야, 어제라는 쇠사슬을 자신의 목에다가 달아놓고 그것을 자신의 추억이라고 부르는 목걸이로 착각해서는 차고 다니지. 마치 길바닥에 나돌아다니는 똥개가 차고 다니는 개목걸이같이 말이야.

근데 웃긴게, 그 쇠사슬이 현재 자신의 목을 점점 조여오는 무서운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그거를 모르고 계속 차고다녀. 아니, 어쩌면 그 쇠사슬이 점점 조여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네들은 그 위험한 물건을 항상 차고 다녀.

정말 어리석네, 정말 어리석어~

근데 말이야, 왤까? 도대체 왜? 너네같은 생물이 아닌 나로써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대체 왤까? 대체 어째서? 무엇을 위해?'

...

'...얼굴을 보아하니 자기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그러면 그 얘기는 좀 이따가 하기로할까?

근데 이렇게 점점 조여와서 자기 목숨을 해칠치도 모르는 쇠사슬을 자기 목에다가 자기 손으로 덥석 차고 자물쇠까지 잠궈버리는 것도 웃긴데 말이야~ 여기서 더 웃긴게 뭔지 알아?'

...

'너네들은 항상 같은 걸 반복해. 어제의 일을 후회하고, 오늘 후회할 짓을 만들고, 내일은 오늘의 일을 후회하고.

너에게는 말이 어려운가? 좀 더 쉽게 예를 들어볼까? 예를들어 무언가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인생에 꽤나 타격을 입히는, 한마디로 리스크가 되는 일이 일어나 자신의 인생이 180도 바뀌어버리면 너네들은 일단 첫번째로 무엇을 할까?

일단 첫번째로는 과거를 곱씹어봐. 대체 내가 뭘 했는가, 그것이 왜 나를 이 지경에까지 다다르도록 만든 것인가 등등 말이야.

두번째로는 후회를 해. 아, 그 때는 이렇게 할걸. 아, 그 때는 좀 더 잘할걸. 아, 그 때는~ 그 때는~ 그 때는~ 이러면서 후회를 해.

마지막으로는 그 결과로 인해 발생된 현재의 나 자신을 바라보게 돼. 정말 현재의 나는 어제의 그 일 전에 있었던 나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지.

근데 말이야, 여기서 꽤나 재미있는 점이 뭔지 알아? 이 두번째 부분에서 후회를 한다고 하면 보통적으로 성찰, 후회, 반성으로 이 세 가지 단계로 나뉘어져서 결국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자기 자신이 좀 달라지는게 있어야 할텐데 너네들은 뭔가 달라지는게 있나? 아니. 안 달라져. 오히려 너네들은 그걸 계기 삼아서 너희들은 어제라는 쇠사슬에 자기 자신들의 손으로 속박시킬뿐이지.

왜냐? 지금, 현재의 자기 자신, 즉 어제의 그 일로 만들어진 현재의 자기 자신은 정말 고통스럽고 아프거든. 얼마나 아픈지 제정신으로는 못 있겠는거야, 이 고통이라는게 너무 커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누군가에게 따귀를 100대 1000대 맞은 것 마냥 얼굴이 얼얼하고,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은 마치 피 한 방울 한 방울과 같이 느껴지지.

근데 그에 반해 어제라는 이름의 쇠사슬은? 마치 사탕같이 달콤하고 어머니의 품 처럼 포근해. 그리고 한치의 아픔도 없는, 극락낙원과 천국 그 자체. 만약에 이 쇠사슬에 묶인다면 현재의 자기 자신은 나 몰라라 할 수 있을 만큼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져.

그렇다면 너네들은 아픈 고통이 가득한 현재와 행복이 가득한 극락낙원, 이 둘 중에 무엇을 택할까? 당연히 후자를 택하겠지.'

...

"왜냐하면 너네 생물은 말이야, 하나같이 나약해 빠졌어.

너네들은 말이지, 어떤 방법을 써서든 편해지고 싶은거야.

그저 현재를 놓아버리고 과거, 그 일 또는 그 사건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면 신경쓰거나 걱정할 것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져.

근데 정작 해결해야 될 문제는? 정작 돌보아야 할 현재의 자기 자신의 상태는? 아니, 그저 너네들은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을 즐기고 있던 것 뿐이야."

...

'그렇게 어제라는 마약에 빠져있다고 한다면 현재의 자기 자신은? 당연히 현재의 자기 자신을 방치시켜버려, 왜냐. 이미 자기는 어제라는 마약 뽕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거든. 이 마약 뽕에 취해서 현재의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도 없어. 그저 자신은 이 극락낙원같은 마약의 맛을 더 보고싶을뿐이야.

그러면 현재의 자기 자신은 어떻게 될까? 마치 실온에 올려다놓은 음식물들 마냥 점점 썩어가겠지. 점점 시들어가겠지. 점점 썩어가고 점점 시들어가도 너네들은 과연 그 어제라는 이름의 쇠사슬,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나약해 빠져서 과연 너네들은 이렇게 고독한 세계에서 혼자 살아갈 수가 있을까? 어쩌면 살아갈 가치는 있는 걸까?'


... 이에 대해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2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8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8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7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0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0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2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