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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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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87
글자수 :
172,380

작성
19.06.22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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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40화. 어제 (4월 15일)

DUMMY

-- Date 04.15 --


발을 절뚝절뚝거리며 건물에서 나왔다.

건물에 있던 커텐으로 상처부위를 꽉 감싸서 나왔더니 그나마 조금 덜 아픈 듯 했다.

...응? 한 쪽 팔이 없는데 어떻게 감았냐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감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커텐을 잘라서 신발 안에다가 가득 쑤셔넣고 거기다가 발을 넣어서 꽉 지혈이 되도록 한 것이었다.

...어찌됐든 겨우겨우 힘들게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어두운 하늘이 드넓게 펼쳐있었다. 바람도 차갑게 불어왔고. 내가 전에 느꼈던 그 햇빛의 따스함도 더 이상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햇빛이 비친다고 해도 이 높은 콘크리트 건물들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았겠지.


그건 뭐... 그렇다고 치고. 여긴 또 도대체 어디인거야...

항상 지도 가지고 다니는데 지도도 없고... 지도가 있었다고 해도 내가 여기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데 지도가 필요가 있나...?

근데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도가 있고 내가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어도 나는 아마 안됐을거다. 왜냐? 팔을 한 쪽 잃어서 뭐 지도를 들 수도 없을뿐더러 지금 발도 이렇게 다쳤는데 내가 어떻게 지도 봤다가 캐리어끌고 팔이랑 발을 조심조심해야하고... 어후, 고생길이 훤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뭐가 되나... 어차피 돌아갈 집도 없어졌겠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가볼까나.

...가는 길이 혼자라 외롭네. 토트놈이 옆에서 말장난이라도 쳐주면 좋으련만.


그렇게 나는 한 쪽 발을 절뚝절뚝거리며 행선지가 정해져있지 않은 상태로 또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을 가던 도중 나는 계속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토트놈의 부재였다.

참 이상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정말 초등학생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같았달까. 뭔가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보고 많이 닮은 듯한 느낌이었달까.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토트놈과 함께 놀고 먹고 투닥투닥하다보니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정이 든 모양이다.

뭔가 조금 토트놈에게 찝찝했던게 있었다면 컨셉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 뒤에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던 것 같은 느낌... 왜냐하면 어제도 그렇고 전에도 녀석의 그런 모습은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전에 토트놈, 그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다. 녀석은 나쁜 녀석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녀석은 나와 정말 친한 친구로 생각했다는 것. 만약 토트놈이 그렇지 않았다면 어제 나에게 했었던 그런 아픈 말들이라던가 여태까지 그래왔던 나를 챙겨주는 행동을 보여주진 않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여태까지 내가 토트놈에게 보였던 약한 모습이라던가 불평불만들을 토로했던 것들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에 만나게되면 꼭 미안하다고 전해야겠지.


'너네들은 항상 같은 걸 반복해. 어제의 일을 후회하고, 오늘 후회할 짓을 만들고, 내일은 오늘의 일을 후회하고......

점점 썩어가고 점점 시들어가도 너네들은 과연 그 어제라는 이름의 쇠사슬,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나약해 빠져서 과연 너네들은 이렇게 고독한 세계에서 혼자 살아갈 수가 있을까? 어쩌면 살아갈 가치는 있는 걸까?......'


아침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이 말, 녀석이 나에게 심하게 했던 말이지만 곱씹어보면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전부 나에게 포함되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어제를 후회 해 왔다. 3월 31일의 그 날에도, 내가 처음으로 나만의 집을 만들고 난 그 날에도 말이다. 항상 어제를 후회해왔다.

근데 어쩌면, 나는 이 세계에 오기 전에도 어제를 후회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피아노를 잘 치던 초등학교 때 진로를 피아니스트 쪽으로 잡을 걸. 어제 놀지말고 시험 더 열심히 준비해올걸. 중학생 때 친구 좀 더 잘 사귀어볼걸. 1학년 때부터 공부 열심히해서 수능 준비해볼걸 등등... 이렇게 보니 어제라는 시간에 나는 엄청 많은 후회를 했구나 싶었다.

어쩌면 이 말은 전부터 말하고 싶었고 충고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내가 상처받을까봐 못했던 말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어제가 되고 나의 너무 약한 모습을 봐버린 토트놈이 그것에 대해서 걱정하는 마음에 화를 내다보니 어쩌다가 흘러나온 진심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토트놈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우연히 약국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해 자칫 잘못하면 그냥 미용실인줄 알고 지나칠 뻔 했다. 왜냐하면 간판이라던가 스티커가 다 오래되었나본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깨진 유리 틈 사이로 비타민 진열대가 보였기에 나는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그 곳으로 조심스레 들어가서 나는 연고와 알코올 소독제, 붕대나 거즈등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정도 약국을 뒤진 결과, 연고는 내가 평소에 자주 쓰던 후까시 연고랑 마더카 연고, 알코올 소독제는 없어서 뭔가 과산화수소 뭐시기 소독제, 붕대는 비닐 안에 깨끗하게 포장되어있는 붕대, 이렇게 해서 발견했다. 비타C는 덤.

나는 일단 비타C를 입에다가 집어넣고 조심스레 상처가 있는 오른쪽 발을 꺼내기 시작했다.

발을 꺼내니 신발 안을 가득 메운 시뻘건색의 피들이 보이는데, 이게 진짜 보기가 역겨워서 하마터면 속을 비울 뻔 했다.

어찌됐든 일단 상처가 난 발을 다른 다리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과산화수소 뭐시기 소독제를 뿌려서 소독하고, 후까시 연고를 조심스레 바르는데... 생각해보니 어디선가 후까시 연고와 마더카 연고는 사용하는 범위? 라던가 그런게 달라서 같이 써주면 좋다는 걸 본 적이 있는 듯 싶었다.

그래서 그냥 둘 다 발랐다. 물론 바를 때 엄청 따끔따끔해서 죽을 맛이었지만...

그리고 붕대를 감으려 하는데... 아이, 이게 한 쪽 팔이 없으니 어떻게 붕대를 감아야할지 정말 난감해졌다.

그냥 아까 커텐처럼 이렇게 꾸겨 넣고 신을까... 싶었지만, 발에서 흘러나온 피가 신발깔창까지 묻어버려서 아무래도 이건 아닌 듯 싶었다. 지혈되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피가 마치 물걸레를 쫙 짜듯이 피가 쫙 짜진다는 소리로 밖에는 안 들렸기 때문에... 아무래도 붕대로 휙휙 돌려 감아야겠지.

일단 무릎에 붕대 끝 부분을 얹어놓고, 붕대 위에 발 올리고... 그렇게 돌돌돌돌 감아서 핀으로 고정... 까지 하는데에 20분 정도 애먹었다.

이게 말이 쉽지 정말 꽤나 짜증나고 답답했던 작업이었다. 어휴...

어찌됐든 이제 붕대도 다 묶아서 지혈되고 있겠다, 다시 새로 만들 집 터를 찾아볼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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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일 쾰른 왔습니다 (~7/16까지 휴재) 19.07.12 33 0 -
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6 0 7쪽
52 47화. 19.07.03 35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8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70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8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3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8 0 8쪽
»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7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4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9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7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9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8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9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2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29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1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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