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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콘크리트를 비출 때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렛텐
작품등록일 :
2019.05.02 18:23
최근연재일 :
2019.07.08 23:02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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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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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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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빛먼지 (4월 10일)

DUMMY

-- Date 04.10 --

JBq8p2a6.jpg

믿겨지지 않았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마치 아주 거대한 아이스크림 주걱으로 푹 하고 파낸 듯이 갈라져있는 모습이었고, 나는 그 황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다리의 힘이 풀려 그대로 그 자리에 풀썩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정말 말도 안되게 무지막지하게 큰 싱크홀을 본 적이 있었나, 인터넷이라던가 수업들을 때 사진으로만 봐왔지 직접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정말, 정말 아찔했다.

안그래도 내가 고소공포증이 심한 편인데 이게 순간적으로 아찔하니까 머릿 속의 아드레날린? 같은 게 확 돌아서는 머리가 핑 돌아서 자칫하면 저기 밑으로 떨어질 뻔 했던 것 같다.

진짜 그 때 얼마나 충격먹었는지 손에 땀이 차고 다리와 발이 부들부들거리고... 그 날 따라 바람이 어찌나 춥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런데 말이야... 이게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땅이 파이는게 가능한건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거래...

원래 여기 도시 밑에가 좀 텅텅 비어있는 공간이 있어서 이렇게 한 순간에 지반이 훅 하고 무너진거려나... 근데 그렇기엔 너무 스케일도 크고 애초에 도시 짓기 전에 보통 도시를 지을 지반이 튼튼한지 안 튼튼한지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지 없는지를 다 탐색하고 짓지 않나...? 그렇다면 이건 아닐테고...

혹시 어젯밤에 커다란 운석이 지상에 떨어져서 쾅 하고 부딫혀서 파인건가...? ...그렇다고 하기엔 운석의 운 자도 보이지 않는데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니. 귀신도 곡할 노릇이네 이거 참...

...혹시 어젯밤에 꿈에서 느꼈던 진동이 이 진동인건가...?

분명히 어젯밤 꿈에서 뭔가가 무너져서 떨어질락 말락 허우적대고 있던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설마 그게 나비효과로 이렇게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으... 모르겠다. 뭔가 더 이상 있다가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기절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냥 일단 지금은 피아노 연습하러 가도록하고 좀 이따가 하늘이 밝게 되면 다시 와봐야겠다.


일단은 그 자리에서 흙 먼지 툭툭 털고 일어나 비틀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피아노 가게로 향했다.


오후 2시, 대략 4시간 가량 연습한 것 같은데에도 불구하고 밖에는 아침과 같이 어두웠다. 그래도 아까는 하늘이 어두워도 햇빛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오후로 넘어가니까 그냥 달이고 해고 나발이고 없었다. 그냥 엄청 어두웠다.

응? 그럼 어떻게 연습했ㄴ... 사실 집에서 여분으로 남는 캠핑용 라이트를 가지고 왔다. 막 LED라서 앞에만 촤~하고 비추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스탠드형이라 은은하게 비춰져서 어찌저찌 연습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진짜 오늘따라 뭔가 이상하다. 오늘따라 뭔가 하늘의 상태도 그렇고 아까 아침에 봤던 그 커다란 구덩이도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피아노 연습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직도 하늘이 지금 오후가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어둡네 바람은 또 엄청 춥고 썅 이라면서 중얼중얼 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뭔가 조그만한 빛으로 이루어진 먼지? 같은게 땅에서 솟아나 하늘 위로 점차 올라가다가 점점 빛이 희미해져가는... 어떤 이상한 것을 보게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도깨비불인줄 알고 히이익 거리며 기겁했지만 아, 뭐야 반딧불이였네~ 머쓱거리며, 그 빛먼지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것은 반딧불이가 아니라 정말로 빛으로 이루어진 먼지... 정확히는 뭔가 먼지같은데 그 먼지에서 노란 빛이 뿜어져나오는? 그런 희한한 게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갔던 것이었다.

왠지 모를 신비함에 나는 그 빛먼지가 피어올랐던 그 자리를 파보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집으로 걸어가는 거리, 그 거리 곳곳에서도 정체불명의 빛먼지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 빛먼지들이 하늘 위로 올라가다가 점점 빛이 희미해지는데 정말 광경이 따로 없었다.

마치 크리스마스에 걸어놓은 전구에 둘러쌓여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근데 이 전구들이 뭔가 바람에 일렁이는 꽃가루처럼 뭉실뭉실거리고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점점 빛이 희미해지는 데, 마치 내가 어렸을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이렇게 의문의 노란 빛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으니 뭔가 판타지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또 특히 오늘따라 하늘이 어둡고 그러니까 이 노란 빛이 더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았다.


또 오늘따라 느껴지는 이상한 점 하나 더. 아침에는 그 구덩이때문에 조금 충격을 먹어서 몰랐는데, 지금보니 계속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지금 그렇게 추운 것도 아니고... 뭐랄까 딱 초봄정도? 그 정도의 날씨인데도 이렇게 입김이 생기는 것에 대해 나는 정말 의아했다.

사실 원래 엄청 추운데 내가 추운거를 못 느끼게 된걸까, 와 같은 조금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는데... 그럴리 없잖아? 내 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솔직하다구. 그리고 애초에 정말 추웠으면 어젯밤에 텐트 덥다고 개난리도 안 피우고 잤었겠지.

근데 이게 입김이 나오니까 또 새삼 뭔가 겨울된 것 같기도 하고, 겨울하면 또 크리스마스가 연상이 되어버리니까 이게 또 뭔가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게 되는 듯 했다.


생각해보니 난 왜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좋을까, 딱히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때 뭔가 이렇다~할만한 그런 이벤트라던가 그런건 없었던 것 같은데... 있어봤자 게임 접속 이벤트 정도려나.

그러고보니 내가 어렸을 때 뭘 했었더라... 뭔가 즐거운 기억이 있었던가? 흠... 잘 모르겠다. 너무 오래되어서 까먹은걸까, 는 아직 학생나이이지만... 학업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어렸을 때의 추억을 잊어버린걸까.

진짜 뭐야. 기억 안 나. 어렸을 때 내가 뭐했더라?

그래, 너무 어렸을 때 말고 학교 가기 전 나이, 7살 때, 그래. 7살 때. 7살 때 분명.... 뭐했더라.


흐음... 흐으... 하아...?

잘 모르겠다.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마치 굳어버린 돌덩이마냥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뭔가 오늘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뭔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조금 머리가 둔해져 버린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무래도 멘탈이 다른 애들에 비해 약한 편에 속하니까...


어찌됐던 구덩이의 진실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고, 오늘은 하루종일 어두웠으며, 빛먼지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이 아름다웠던 그런 하루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 그리느라 조금 휴재+조금 늦은 점 죄송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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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외전 5. 누군가의 기억 IV 19.07.08 35 0 7쪽
54 49화. (4월 20일) 19.07.06 32 0 7쪽
53 48화. 쳇바퀴 (4월 18일) 19.07.05 35 0 7쪽
52 47화. 19.07.03 34 0 7쪽
51 46화. 의미 (4월 17일) 19.07.02 37 0 7쪽
50 45화. 개비 (4월 17일) 19.06.30 69 0 7쪽
49 44화. 천둥 (4월 16일) 19.06.28 67 0 7쪽
48 43화. 19.06.27 114 0 7쪽
47 42화. 옥탑방 (4월 15일) 19.06.26 42 0 7쪽
46 41화. 상가 (4월 15일) 19.06.24 47 0 8쪽
45 40화. 어제 (4월 15일) 19.06.22 56 0 7쪽
44 외전 4. 누군가의 기억 III 19.06.21 56 0 7쪽
43 39화. 유리파편 (4월 15일) 19.06.20 60 0 7쪽
42 38화. 어제라는 이름의 마약 (4월 14일) 19.06.19 58 0 7쪽
41 37화. 허공 (4월 14일) 19.06.18 73 0 7쪽
40 36화. 생명선 (4월 14일) 19.06.15 59 0 7쪽
39 35화. 누군가의 기억 II 19.06.15 56 0 7쪽
38 34화. 꿀 (4월 14일) 19.06.14 126 0 7쪽
37 33화. 라면 (4월 14일) 19.06.13 59 0 7쪽
36 32화. 신체절단 (4월 13일) 19.06.11 59 0 7쪽
35 31화. 날붙이 (4월 13일) 19.06.10 28 0 7쪽
34 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19.06.08 96 0 7쪽
33 외전 3. 누군가의 기억 I 19.06.07 71 0 7쪽
32 29화. 동거 (4월 11일) 19.06.06 88 0 7쪽
31 28화. 토트 (4월 11일) 19.06.05 75 0 7쪽
30 27화. 첫 경험 (4월 11일) 19.06.04 104 0 7쪽
» 26화. 빛먼지 (4월 10일) 19.06.04 71 0 7쪽
28 25화. 진동 (4월 10일) 19.05.30 56 0 7쪽
27 24화. 꽃구경 (4월 9일) 19.05.29 5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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