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청개구리 (4월 12일)
-- Date 04.12 --
하으... 피곤해... 역시 아침인데도 밖에가 아직도 어두우니까 피곤할 수 밖에 없으려나...
터벅터벅, 지이이이이익-
'야! 일어났어?'
뭐야... 넌 언제 일어났... 맞다, 얘는 잠 안 잔다고 했지? 그럼 밤새 뭐했어?
'나? 밤새 니가 쓴 글 읽었는데. 야~ 재밌드라 야 그거.'
내가 쓴 글...? ...잠깐만. 호, 혹시 너... 내가 쓴 글이라고 하면...
'뭔가 표지에 일기라고 적혀있던 거. 그거 너가 쓰고있는 소설이야? 보아하니 너 글 꽤 쓰는구나?'
이, 이런 미친놈아!!!!!! 남의 일기 그, 그걸 왜 봐...??
'하-? 너가 자고 있는 밤새 할 거 없다고? 저기 건너 천막에 있는 설탕도 다 먹어버렸고, 심심해서 말이지~ 그냥 그 것좀 읽었는데, 왜?'
무, 뭐?? 설탕 있는걸 다 먹어버렸다고...???
잠이 확 달아나버린 나는 급히 주방용 텐트로 갔다. 근데 세상에...
설탕도 설탕이지만 텐트 매트리스 위에 음식과 설탕 등이 섞여져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뭔가를 또 금새 집어 우물우물대며 말했다.
'하-? 뭐 문제라도 있어?'
진짜 주먹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얘기했다.
뭔가를 먹고나면 정리를 해야지, 이렇게 더럽혀놓으면 어떡해?
'그런 쓸데없는 행동을 뭐하러 해? 어차피 먹으면 더럽혀질거, 뭐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한대.'
아니, 그래도 좀 정리를 해야...
'하-? 대체 왜 정리를 해야하는데?'
그야 당연히 이상한 냄새라던가 그런게 안나...
'냄새? 안나는데?'
곰팡이 필 수도 있고,
'곰팡이? 그게 뭔데.'
무엇보다 잘못하면 손발에 묻어서 계속 찝찝해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게 뭐 어쨌다고'
아침이라 그냥 조용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결국 참다참다 폭발해버렸다.
그냥 하라면 해!!!!!! 지금까지 내 생활 방식이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꺼니까 이게 싫으면 그냥 다른 데로 가!!!!!! 가서 니가 살아왔던 대로 살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니까 그냥 사라져버려!!!!!!
이렇게 말하니까 이 녀석도 진짜로 화난 내 모습에 많이 놀랐는지 식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아, 아침부터 신경질은 시, 신경질이야...'
그러고는 검지 손가락을 맞대며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 하면 될 거 아냐... 하면은...'
엄청 쫄아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흐유... 나 지금부터 오후 1시까지 어디 좀 다녀올테니까, 이거 다 정리해놔라. 진짜 안 치워놓으면... 확
'알았어...'
엄청 쫄아있는듯한 토트의 말투에도 나는 그 당시 너무 화가 나 있는 상태였어서 지퍼도 안 잠그고 그냥 씨익씨익대며 바로 피아노 가게로 갔다.
어찌저찌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연습하다보니 좀 짜증나있던 마음도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저 멀리 보이는 집과 가운데 돗자리에 다리 모아 쭈그려 앉아있는 토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버럭버럭 화내며 나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녀석. 많이 상처받은 걸까? 흐... 가서 사과해야겠다.
나왔어.
'아- 다녀왔어? 어디 다녀오는 길인데?'
그, 그냥 어디 좀 다녀왔어... 아까 화내며 나가서 미안해. 내가 아까 너무 신경질적으로 화내고 그랬지? 정말 미안해.
'하-? 너 진짜로 화냈었어? 재밌네에~ 그거 연긴줄 알았는데 진짜 였던거야?'
에...? 뭐야. 그럼 텐트 정리는?
'저가 정리하라해서 바닥이랑 벽에 붙어있는 거 다 햝아 먹었지~ 더럽게 맛 없더라~'
햝아먹... 그, 그러면 지금 왜 그렇게 쭈그려 앉아있는 건데.
'나? 요기 바닥에 떨어진 설탕 덩어리 주워먹고 있었는데. 너도 먹을래?'
이런 개색
우여곡절 끝에 저녁이 되었다.
결국 주방용 텐트 정리는 내가 다 했다. 애가 햝아먹었다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정말 다 햝아먹어서 녀석의 침이 이곳 저곳에 붙어있었는데... 이게 무슨 침이 액체괴물도 아니고 쭈욱쭈욱 늘어나는데 청소할 때 굉장히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 액체괴물이라기 보다는 콧물같은 느낌... 으, 다시 생각하니까 진짜 소름끼쳐...
텐트 청소하고 정리할동안 애는 저기 밖에서 빛먼지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 진짜 뭐 혼자 있을때보다 더 힘든 것 같냐... 진짜 오늘같은 날에는 샤워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러고보니 저기 저 토트놈은 씻고다니는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안 씻고 다니려나.
야! 토트!
'왜?'
너 나랑 어디 같이 좀 가자.
'어딜? 왜?'
아이씨, 같이 가자면 좀 같이 가자.
'어딜? 왜?'
가자고.
'어딜? 왜?'
씻으러.
'씻으러?'
니가 무슨 앵무새라도 된 줄 아냐. 일단 와.
'왜?'
이런 씹
...어찌저찌 대형 마트의 화장실로 데리고왔다.
자, 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씻었지?
'그런 걸 뭐하러해. 어차피 더러워질거...'
그래도 나랑 같이 살려면 씻어야 돼. 그게 여기 규칙이야.
'하-? 내가 굳이 너랑 같이 살 이유 없는데?'
말 한 번만 더 하면 뒤~진다 진짜.
'근데 씻는게 뭐 어쨌다고?'
너 일단 어떻게 씻는지 알아?
'하- 그 정도는 당연히 알지.'
오, 그래? 어떻게 씻는데. 봐봐.
'그야 당연히 이렇게...'
당연히...? 히익
이 일기를 읽을 누군가라던가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긴 한데, 나만 당할 수는 없다.
이 녀석이 씻는다는 게 지 팔이라던가 다리 구석구석을 지 혀로 닦고있었던 것이었다.
아... 이래서 녀석의 피부에 뭔가 푸딩이나 젤리같이 말랑말랑한 그것도 이게 피부가 아니라 자기 침이 굳어져서 젤리같... 아으씨 진짜 충격적이라 토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모습을 더 이상 오래 볼 수 없었기에 나는 멈추라고 말했다.
스...스탑!!! 거기까지.
'갑자기 왜? 잘 씻고 있었구만.'
하으... 머리야... 그, 그렇게 한다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자. 여기 수돗물로 씻어.
'무뭐? 미친, 그랬다간 나 말라죽어.'
아니 뭔 물로 씻기만 했다고 말라죽기는 말라죽어? 엄살 피우지 말고 얼른 수돗물로 씻어.
'하-? 완전 자살행위아냐? 난 돌아갈래.'
야, 야!! 어디가!! ...하으, 머리야...
그렇게 결국 녀석을 씻기지도 못했고, 녀석이 정리하는 꼴을 보지도 못했고, 정말 아주 토트놈 때문에 개떡같은 하루였지만...
그래도 역시 혼자 있는 것 보단 백 배 낫네.
아무튼 이러쿵저러쿵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오늘 하루는 녀석덕에 재밌게 흘러갔던 것 같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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