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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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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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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DUMMY

소재를 모으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했다. 소재를 모으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눈치채여서 병사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이 인형을 뺏기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은 그를 극도로 신중하게 만들었다.


소재가 되는 것은 마법의 자질을 가진 몸을 갖는 여성. 테르센트에서는 무척 드물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두번재 소재는 옆 마을에서, 세번째 소재는 그 옆의 마을에서 모았다. 네번째 소재는 근처 농가에 홀로사는 할머니로 정했지만, 그때 쯤에 마을 사람들이 그를 수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곳은 소재가 너무 없다. 부프삭은 아름다운 농촌이고, 그가 사랑하는 곳이지만 이 마을에서는 도저히 인형을 완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늦은 밤, 인형만을 끌어안고 대도시로 향했다.


로드리제로스의 수도, 하야하탄 외각의 낡은 오두막에 자리잡은 다음, 그는 적극적으로 소재모으기를 시작했다. 네번째 소재는 젊은 귀족이었다. 다섯번째 소재는 왕실에서 일하는 마도학자였다. 몇 번이나 위험한 장면이 있었지만, 그는 운이 좋았다. 작업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여신의 축복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인형이 완성되는 날, 그는 무릎을 꿇고 여신에게 기도도 올렸다.


'여신이여, 이 사랑스러운 인형이 만들어진 것에 감사드립니다.'


처음 인형의 손가락을 만든 지 십 년이 지난 후였다. 그의 모든 정성이 담겨있는 이 인형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넘쳐나는 마나를 빨아들인 덕분에 인형의 눈동자와 머리칼은 에테르의 색인 푸른빛이었다. 그는 소재의 잔재가 가득한 방에서 인형을 안아들고 걸어나왔다.




달빛이 드는 창가에 인형을 눕혔다. 나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인형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지만, 아직은 눈을 뜨지 않는다. 인형이 말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법력을 담은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해체용 칼을 들고 자신의 왼쪽 검지손가락에 댔다. 분명히 칼로 잘라내면 아플 것이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인형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신체는 최상의 소재이며, 인형을 위한 생명이 될 것이다. 그는 인형을 힐끔 쳐다보았다. 칼을 든 손에서 떨림이 멈췄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그는 납득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소녀와 친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인형을 사랑해 줄 것이다. 인형의 친구인 자신도 그들의 사랑을 나눠받을 수 있을것이다. 사람들의 사랑은 그가 평생 갈구해왔던 것. 그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의 손가락이 떨어졌다. 날카로운 칼날은 아주 잠깐 차갑게 손가락사이를 지났고, 곧 터무니 없는 고통이 뒤따랐다. 그는 고통을 참지못하고 엉엉 울면서, 힘겹게 손가락을 소재로 바꾸었다. 마나에 녹아들어간 손가락은 적은 양이었지만, 생명의 고동이 되어 인형을 움직였다. 인형은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인형은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그녀의 주인이자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남자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비록 그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글씨는 쓸 수 있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양피지에 자신의 이름을 슥슥 써내려갔다.


"조르너, 라는 이름이네요. 좋은 이름이군요. 저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남자는 이제는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아니, 분명 고통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 비할 수 없는 기쁨에 고통은 물에 씻겨나가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다시 양피지 위에 글을 썼다. 인형은 그 글자를 소리내어 읽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루나, 제 이름은 루나로군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르너는 무릎을 꿇고 울며 신에게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튿날, 그는 거리로 나섰다. 루나도 물론 함께였다. 루나가 입고 있는 것은 서민의 낡은 옷이었지만, 그런 촌스러운 복장마저도 그녀의 매력을 덮을 수 없었다. 인형은 곧 마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루나는 아름다웠고, 상냥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것 같았는데, 누구라도 그녀를 사랑하게 하는 힘을 담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에는 프러포즈를 하는 젊은 상인의 아들도 있었고, 친구가 되고자 하는 귀족의 아가씨도 있었다. 그녀가 장이라도 보러 나오면 시장의 상인들은 그녀에게 마구 덤을 얹어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조르너는 그녀의 짐꾼이 되어야만 했다.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정말 기뻐요."


그녀가 그렇게 인사하면 상인들은 모두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처음에는 그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루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곧 그에게도 오리라 믿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인형의 유일한 친구인 자신에게 사람들이 사랑을 나눠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런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불쾌하게 바라보았고, 그를 괴물이라 불렀다.


"루나는 왜 저 괴물과 같이 다니는거죠?"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루나처럼 참한 아가씨가..."


"전에 물어봤는데, 친구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아이구, 루나가 너무 착해서 저런 괴물을 친구라고 말해주는 거라니깐요."


사람들은 그가 듣든 말든 그렇게 말했다. 조르너는 슬펐지만 루나는 그를 위로해주었다.


"괜찮아요, 조르너. 전 결코 당신을 괴물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은 저의 유일한 친구인걸요."


조르너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차피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루나는 다르다. 그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언제가 되더라도 루나는 그를 떠나지 않을거라고 그는 믿게되었다.




하야스탄의 영주 키헤번 가문의 장남 샤를은 잘생긴 외모에 여자를 홀리는 말솜씨로 유명한 카사노바였다. 그는 넘치는 재력을 쓸 줄 알았고, 몸에 배어있는 훌륭한 매너로 여성의 마음을 흔드는 법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최근 몇 년간 여성을 만나지 않았는데, 그 대답이란 것이 가관이었다.


"어떤 여성이든 결국은 다 똑같아. 이래서야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가치가 없지 않은가."


그의 친구들은 그런 그에게 사랑에 대한 진실한 조언을 했지만, 그에게는 의미없는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들려온 루나의 소식은 너무나도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는 별것 아닌 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루나를 만나러 갔다. 시장에서 기다리던 그가 파란 머리칼의 소녀를 보았을 때, 그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람이야 말로 내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즉시 달려가서 그녀를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정보를 모았다. 그녀가 사는 곳, 그녀의 가족, 그녀가 싫어하는 것, 그녀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녀의 약점.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라도 활용할 기세였다.


그녀는 마을 외각의 작은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오두막은 2층짜리로, 상당히 허름했고, 나무와 벽돌로 지어져있다. 그 오두막의 원래 주인은 괴물이었다는 것을,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그 남자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아버지일까? 아니, 그럴리 없다. 이렇게까지 흉측하게 생긴 괴물의 딸이라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아내? 그건 더더욱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녀가 그런 괴물의 아래 깔려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그는 살의를 억누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 본인에게 물어본 사람들은 "친구"라고 답했다. 같은 집에서 사는 친구라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그 괴물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싫어한다. 마을 아이들이 괴물을 향해 돌을 던지자 직접 나서서 돌을 막아주는 일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괴물이라 부르면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며 부탁했다. 그 부탁하는 모습은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알 수 없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보석을 좋아하는지. 하지만 샤를은 그녀의 환심을 사는 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겨울치고는 날씨가 따뜻한 날, 샤를은 꼭두새벽부터 짐을 잔뜩 들고 마을 외각을 방문했다. 그는 제법 많은 수의 계단을 걸어올라가서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조르너, 조르너씨 계십니까?"


그는 정다운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괴물을 불렀다. 한참이 지나 문이 조금 열렸다. 낡은 천을 겹쳐 이은 옷을 걸친 조르너가 고개를 내밀었다. 문 앞에 서있는 것은 상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샤를이라고 합니다."


조르너는 그를 경계하는 눈으로 훑어보았다. 샤를은 그런 시선에 쓴 웃음을 지으며 조르너에게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네주었다.


"실은 도시 외각에 사시는 분들께 따뜻한 옷을 무료로 지급하는 중입니다. 올해 겨울은 특히 추우니까요. 저는 곧 가봐야 해서, 옷만 두고 가겠습니다."


조르너는 이 의외의 온정에 당황했다. 이 남자도 틀림없이 루나에게 잘 보이려고 이런 짓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루나는 지금 아침거리를 사러 나가있다.


"그럼, 전 이만.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조르너씨."


루나의 안부도 묻지 않았다. 그는 루나가 어딨는지 묻지 않았다. 어쩌면 이 남자는 정말 호의로 이 따뜻한 옷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웃음은 너무나 그가 원하던 것. 그를 괴물이 아니라 인간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샤를이 건네준 솜옷을 조르너는 조심스럽게 걸쳐보았다.


'따뜻하다.'


그는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인간으로 그를 대우해 주는 사람이 생긴 건 기쁜 일이었다.


며칠 뒤, 같은 시간, 문 밖에서 "조르너씨, 조르너씨 계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조르너는 즉시 문을 열었다. 샤를은 지난 번과 같은 햇살같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인사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창문에 커튼이 없는 것 같아서 남는 천을 좀 가져왔습니다. 도시 외각은 바람이 심할것 같아서... 주제넘은 참견이었다면 죄송합니다."


조르너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짐을 냉큼 받아든 것도 아니었다. 샤를은 짐을 그의 앞에 놓아두고, "그럼 조르너씨, 실례가 많았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긴 다음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따라 올라오던 루나는 그런 샤를을 스쳐 지나갔다. 잘 생긴 미남자는 너무나 밝은 미소를 지었지만, 루나에게는 가벼운 목례만 할 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온 루나는 그의 주인이 커튼을 펼쳐보며 찌그러진 얼굴로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이 봐서는 웃는지 어쩐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루나는 그가 무척 기뻐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요, 저 사람은?"


조르너는 지난 번 옷을 가져다 준 사람이라고 손짓으로 말했다. 루나는 커튼을 펼쳐보았다. 이 낡은 나무 오두막에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색의 천이었지만, 그 배려심은 무척 기뻤다. 그는 조르너를 웃게 해주는 호의를 주는 첫번째 사람인 것이다. 그가 혹시라도 조르너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고 루나는 은근히 기대를 하게 되었다.


며칠 뒤, 이번에는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다시 조르너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 조르너와 루나는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즉시 식사를 멈추고 문가로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조르너씨. 루나씨도 계셨군요."


샤를은 루나에게는 가볍게 눈인사만 할 뿐,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조르너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그를 위해 가져온 구두, 옷을 꺼내보이며 그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구해왔다고 말했다. 조르너는 어색하게 옷을 받아들었다.


"저, 괜찮으시면 식사를 하고 가시겠어요? 지금 마침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루나가 정중히 권했다. 샤를은 자기도 모르게 "예."라고 대답할 뻔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그는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감추기 위해 얼른 거절해버렸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가볼 곳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는 얼른 조르너에게 몇 마디의 좋은 말을 건네고 루나에게도 눈인사만 한 번 건넨 다음, 미련없는 척 뒤로 돌았다. 끌어안고 싶다. 즉시라도 저 괴물같은 남자를 체포해서 죽여버리고 루나를 끌어안고 입맞추고 싶다. 하지만 그건 그녀를 얻는 법이 아니라 잃는 법. 그녀와 저 괴물을 떼어놓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그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영원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샤를은 큭큭, 하고 낮은 웃음을 삼키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좋은 사람이네요."


루나는 조르너에게 말했다. 조르너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는 그에게 옷을 입어보라고 보챘다. 조르너는 옷을 갈아입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이런 옷은 처음 입어보는 것이었다. 너무나 멋진 옷과 구두, 모자와 장갑. 피부에 닿는 옷의 감촉은 너무 부드러웠다. 조르너는 끽끽 소리내어 웃었다. 루나는 그런 조르너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겨울의 막바지, 늦은 저녁에 샤를이 찾아왔을 때 조르너는 조금 섭섭함을 느꼈다. 지난 십 수일간 그가 이 오두막에 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처럼 샤를은 미안한 얼굴로, "그 동안 찾아오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걸로 조르너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는 한번에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오늘은 조르너씨께 술을 한잔 권하러 왔습니다. 좋은 술을 구했거든요."


그는 싱긋 웃으며 술병과 안주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어보였다. 고기산적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조르너는 아주 잠시 머뭇거렸다.


"아, 혹시 폐가 된다면 이것만 두고 가겠습니다. 조르너씨의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조르너는 자기도 모르게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그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정중히 감사인사를 하고 조르너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설거지를 하던 루나는 의외의 손님에 놀랐지만 환한 미소로 그를 환영했다.


"어서오세요, 샤를씨."


"반갑습니다, 루나씨. 오늘은 조르너씨께 술을 한 잔 권하러 왔습니다. 좋은 술을 구했거든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조르너와 마주 앉았다. 루나는 술자리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것이 샤를에게는 정말로 다행이었다. 저 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같이 술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자신이 계획한 것의 반도 이루지 못하고 본심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을의 유명한 음식점에서 사온 겁니다. 랑시에 출신의 요리사가 만든 고기 산적이죠. 겨울에 특히 별미라더군요."


그는 조르너를 위해 하나하나 고기조각을 찢어 접시에 올려주었다. 그의 잔을 채워주고, 그를 위해 온갖 좋은 말을 해주었다. 조르너역시 양피지에 글을 써서 그와 대화했다. 조르너가 이 영문을 모를 호의에 대해 궁금해하자 샤를은 빙긋 웃고 은근히 말했다.


"조르너씨는 다른 사람과 다른 것 같습니다.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어요. 전 하야스탄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조르너씨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조르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끽끽 소리내어 울며 그의 말에 감사했다. 방 건너편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루나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그녀의 주인을 위해주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샤를은 늦은 밤까지 조르너와 웃고 떠들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몇 주가 지나는 동안, 샤를은 며칠에 한 번은 그들을 방문했다. 방문할 때는 으레 양 손 가득히 선물을 들고 있었다. 조르너는 선물받은 옷을 걸기 위해 옷장을 만들어야 했다. 선물 받은 액자와 화분은 오두막을 아름답게 꾸몄다. 루나는 그가 사다준 꽃병에 물을 채우며 생글생글 웃었다. 샤를은 여전히 루나에게는 가벼운 인사만을 건냈다. 혹시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그의 관심은 조르너에 대한 것 뿐이었다.


"샤를은 정말 좋은 사람이로군요."


조르너는 끄덕였다. 그가 들고 있는 외투는 방금 전까지 샤를이 입고 있던 것이었다. 조르너가 외출용 외투가 없다는 걸 알자마자 그는 대번에 건네준 것이다. 아직 날이 차가운데도 그는 외투도 없이 긴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은데..."


루나의 말에 조르너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에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귀족이고,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보통의 선물같은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무엇을 그에게 줘야 그가 기뻐할까? 조르너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샤를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실은 얼마 뒤면 제 생일입니다. 성에서 크게 생일파티가 열리는데, 참가하여 자리를 빛내 주실 수 없겠습니까?"


조르너는 그러겠다고 했다. 샤를 이외의 다른 사람의 앞에 서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견뎌낼 수 있었다. 샤를은 매우 기뻐하며 그를 위해 무도회 정장을 맞춰줄 것을 약속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샤를은 웃음을 참기위해 숨을 헐떡여야했다. 겨우 여기까지 왔다. 그 못생긴 괴물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이제 곧 끝이다. 얼굴을 볼때마다 토할 것 같은 역겨움에 속이 뒤집히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웃었다. 루나와 대화를 하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그는 무수히 자신의 어금니를 깨물었었다. 이제 드디어 그가 바라는 것이 손에 들어올거라 생각하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의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꼽추를 위한 최고급 정장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색의 아름다운 드래스를 만들게 했다.


샤를이 정장과 함께 드래스를 선물했을 때, 루나는 자신이 생일파티에 참여해도 될지 세 번이나 물었다. 샤를은 "조르너씨의 일행이라면 누구라도 환영입니다."라고 말해서 꼽추를 기쁘게 했고, 조르너도 그러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루나는 조금 쑥쓰러워했지만, 곧 그러겠다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샤를은 두 사람을 위해 본인이 직접 마차를 타고 데리러 오기로 약속했다.


작가의말

만두(비글, 1세)가 키보드의 일부를 먹어서 키보드의 반응이 원할하지 못합니다. 

오타가 있다면 부디 댓글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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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7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8 2 12쪽
»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1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7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8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1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3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9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3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9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7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6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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