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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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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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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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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글자수 :
766,658

작성
16.0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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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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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DUMMY

테르센트에서 가장 미약한 존재는 인간이었다. 그들은 다른 종과 다르게 날카로운 이빨, 두터운 피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날개가 없었다. 여신은 그런 인간이 사라지지 않도록 "마법"이라는 힘을 주었다. 대기에 퍼져있는 마나를 사용하여, 인간은 살아남는 법을 알아갔다. 그들은 무수한 적과 맞서고, 연합하며 수를 늘렸다. 마법의 시대, 그들은 세계를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칭송하고, 그들의 문명에 감탄했다. 수 천년간 쌓아온 그들의 선조에게 감사하며, 본인들이 인류라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테르센트인 중에서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자가.




한 마을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말을 제대로 못한다. 허리를 펼수가 없는 것은 등에 큰 혹이 두개나 나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있고, 얼굴이 찌그러져서 한 눈은 제대로 뜰 수조차 없다. 콧구멍은 정면을 향하고, 입술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는 중간중간이 비어있고, 그나마 남은 이도 똑바로 나있지 않았다.


그가 마을에서 하는 일은 고기를 썰고, 구리 저울로 무게를 달고, 종이로 포장하는 것이었다. 그가 포장된 고기를 공손히 건네면 받아드는 사람들은 불쾌한 얼굴로 돈을 던지듯이 건네고는 달아나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인형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말을 하는 인형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가능할만한 재주가 있었다.


그의 외모가 인간답지 않다면, 그의 재주 역시 인간과는 달랐다. 그는 본능적으로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 정령과는 친해질 수 없었지만, 순수한 마법력을 사물에 담는 기술을 터득했다. 그는 인형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다가 세밀하게 인간을 조각하고, 그 위에 돼지의 껍질을 씌웠다. 그의 마법은 그 인간을 닮은 인형을 일어나게 할 수 있었지만, 말을 하게 할 수는 없었다. 남자는 실망하며 인형을 불태워버렸지만, 인형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대지에 퍼져있는 마나는 부족했다. 이계의 악마가 나타난 이래로 대기에는 거의 마나가 남지 않았다. 마나를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소재가 필요했다. 그는 그런 소재가 될만한 것은 이것저것 시험해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저기요...?"


마을 신전에서 일하고 있는 신관이 마을 외각의 그의 집에 찾아왔다. 초짜 신관인 그녀는 이 불쌍한 사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직접 만든 미트파이를 광주리에 담아 가져왔는데, 평소 요리를 잘하는 아가씨가 아니었지만, 이번 파이는 드물게도 잘 구워졌다. 그녀는 너무 급하게 오느라 줄무늬 앞치마를 풀고 오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향기로운 버터향기가 나는 광주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녀는 잠시 집주인을 불렀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그녀는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지하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눈치채고, 그가 그곳에 있을거라 확신했다.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금속의 소리, 무언가를 찢는 소리, 무언가를 부수는 소리에 그녀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서 나무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녀는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시체가 흩어져있었다. 그녀가 얼마전에 다녀왔던 장례식에서 관에 누워있던 노인의 시체가 부서지는 중이었다. 썩은 냄새, 그리고 피와 벌레. 그녀는 이 급작스런 세계의 퇴락에 정신을 잃었다.


"...?"


쿵, 하는 울림에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본적이 있는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매우 예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른 마을사람과는 달랐다. 그를 피하지 않았고 인사를 건네주었으며, 항상 베시시 웃어주었다. 그는 여신관을 데려다가 침대에 눕혀주려고 했지만, 그는 딱히 힘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 시체처럼쓰러져 있는 여성을 옮기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옮기는 대신 곁을 지키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선해보이는 외모였다. 바닥에 튄 피가 좀 묻어있지만, 그정도로 그녀의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에게 호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을 사랑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향기로운 미트파이의 냄새는 그를 위한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의 환상은 모조리 사라졌다.


"꺄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인형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었는데.


"이 괴물! 저리가, 이 괴물아!"


그녀는 그를 모욕했다.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


"도와주세요, 누가 도와주세요!"


그는 매우 당황했다. 그녀에게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녀는 그에게 저토록 심한 말을 하는 걸까? 그는 그녀가 무언가 착각하는 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오해라는 것을 알리려고 했다.


"가까이오지마!"


그의 피묻은 손을 보고 그녀가 울며 외쳤다. 굉장히 미안해져서 그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계속 비명을 지른다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싫어했지만, 그는 그의 마을이 너무 좋았다. 오해가 생기면 곤란하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비명을 지르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입이 없으면 되겠군.'


그는 좋은 생각이 난 것처럼 웃고, 그녀의 입을 향해 들고 있던 해체용 칼을 쑤셔넣었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행이긴 하지만, 슬픈 일이다. 그녀는 입에 칼이 박혀있다. 척추까지 한번에 부서진 것 같다. 눈을 부릅뜨고, 숨을 쉬지 않는 걸 보니 죽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자기책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남자는 소리내어 울었다. 끽끽 거리는 울음소리는 동물의 것과 같았다. 그는 한참을 운 다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걸 알았다. 위층으로 올라가 손을 씻고, 그녀가 가져다 준 미트파이를 가져왔다. 좀 식었지만, 미트파이는 꽤 먹을만 했다. 버터냄새가 진해서 입맛을 돋구었다. 그는 게걸스럽게 미트파이를 세조각이나 먹고는, 해체된 시체를 바라보았다. 저 남자의 시체는 마나를 담기 적합하지 못했다. 움직이게 한다해도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


운이 좋았다. 마침 여기에 시체가 하나 놓여있다. 이 시체는 죽은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그는 그 시체를 해체하고, 조각하고, 깎아냈다. 마나가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돼,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끽끽하는 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다. 드디어 인형을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 마나로 녹여서 인형에 채워가는 것이었다.


그는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소재가 부족하다. 시체 한 구로는 인형의 손가락 한마디도 만들 수 없다. 소재가 더 필요했다. 그는 남은 미트파이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는 맛있게 마지막 고깃조각을 먹고나서 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곧 밤이 시작되지만 잘 틈은 없을 것이다. 소재가 많이 필요하다. 그의 말을 대신 해줄 인형을 위해.


작가의말

잔혹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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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5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6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7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0 2 19쪽
»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6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7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0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2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8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2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8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6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5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7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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