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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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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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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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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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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DUMMY

유지니오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사람들의 중심에 있었다. 그가 쓸 수 있는 마법은 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인생은 평온했다. 오직 온화한 공기만이 그를 맴돌았다.


가끔은 그를 이용하려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속지 않았다. 그는 만민의 기대만큼 현명했다.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중심이 될 수 있는 인간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그가 단 한번의 좌절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계곡늑대가 풀려서 사랑스러운 여동생 아나스타시아가 그 늑대에게 물렸을 때를 그는 평생 잊지 못했다. 그의 부모님이 린드블름에 의해 사형당했을 때도 땅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 모든 좌절은 결국 유지니오 본인과, 그를 위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극복되었다.


바로 그 극복 과정에서 우연히도 티프소의 피를 가진 병약한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는 언제나 그의 곁에서 책장을 넘기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만 했다.


"네가 없으면... 난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현명한 사람이었다. 유지니오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


"아카드..."


아카드가 들고 다니던 책들은 여전히 책장에 남아있지만, 이제 누구도 그 책을 펴지 않을 것을 유지니오는 알고 있었다.




아카드를 잃은 그녀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승리를 보고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아카드에게 온 젠데온이 비명을 지르며 친구들에게 달려왔을 때, 유지니오는 그에게 질나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 젠데온은 힘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도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 유지니오. 농담이었다면 좋겠다고..."


아나스타시아는 아카드의 무릎을 잡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아체나는 눈물을 참으며 그런 아나스타시아를 끌어안아주었다. 젠데온은 의사를 찾으며 아카드를 살려낼 것을 요구했다. 유지니오는 망연자실하여 잠든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아카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휴베르토는 평소의 농담은 꺼내지도 못하고 힘없이 눈치를 살폈다.


아카드 생전의 바람대로, 병사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여태까지 자신들을 승리로 이끌어 준 유지니오가 있는 한 앞으로도 패할리 없을 거라 믿었다. 아카드의 장례식은 형식적으로 치루어 졌다. 그녀는 해 질무렵 퀼레팔라 요새 뒤편의 공동묘지에 묻혔다. 무덤곁에서 그들은 아무말도 없이 묘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묘비에는 아카드 블람, 이라고 이름만이 적혀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체나가 힘없이 물었다. 유지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젠데온은 새로운 술병을 따서 입술을 댔다.


"아카드가 없으면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지?"


아체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유지니오 선배가 우리를 이끄시면 됩니다. 다행이도 병사들의 동요는 적어요. 알리시아 영지의 병사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며칠이면 곧 요새에 당도할 거에요."


휴베르토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유지니오는 대답이 없었다. 젠데온이 술병의 내용물을 삼키는 소리만이 어둠이 드리우는 무덤가에 울렸다.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게 주위를 감쌌다. 뜨거워진 지면은 이제 식을 만큼 식어서 차가울 정도였다.


"무언가 해야해."


아체나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지난 전투가 끝난 지 3일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유지니오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다시 눈물이 흘러 뺨을 타고 내렸다.


"유지니오, 네가 이렇게 있으면 안 돼. 아카드가 살아있었다면 너한테 분명히 한마디 했을거야."


아체나의 말에도 유지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나스타시아는 그런 오빠의 곁에서 눈물을 글썽이다가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무덤을 지키던 이들도 하나둘씩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아카드, 너는 나에게 정의를 위해서 싸우라고 했어."


유지니오는 무덤을 떠나지 않았다.


"넌 나와 우리들을 위해 싸운다고 했어. 넌 그걸로 만족하니?"


그는 아카드의 묘비에 기댔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유지니오는 전투준비를 지시했다. 알리시아 영지의 병사들과 맞설 준비를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병사들은 의욕적으로 지시에 따랐다. 아체나와 휴베르토는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 아카드에 비하면 어설프기 그지 없는 전투준비였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했다. 알리시아 영지의 군대는 어느새 요새에서 하루거리에 이르렀다.


"피아조 상단이 접근 중이야. 이틀 정도면 요새에 도착할거야."


유지니오는 전투직전회의에서 잠긴 목소리로 설명했다.


"우리는 요새를 지키며 피아조상단의 지원을 기다리는 걸로 하자. 이 요새를 하루동안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야. 피아조 상단이 도착하면 그때부터 우리도 요새 밖으로 나가 적을 치자."


지휘관급 장교들은 유지니오의 작전을 칭송하는 말을 남기고 지시받은대로 움직였다. 회의실에 그만 남았을 때, 그는 손가락 끝에 맺히는 마나를 느꼈다. 정령체가 그의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것이다. 마나가 사라진 테르센트에 남은 정령은 극소수, 전성기의 천 분의 일도 안된다고 했다. 그 정령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인간은 이제 세상에 몇 없다는 것을 유지니오는 알고 있었다. 아카드는 이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작전에서 마법은 최고의 변수라며 웃었다.


"하지만... 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 아카드."


유지니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카드라면 어떻게든 이기는 법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바람이 불어 창문이 덜컹거렸을 뿐, 그 외에 어떤 대답도 없었다. 바람의 정령들이 유지니오 근처로 모여들어 적의 접근을 알려주었다. 두려워하는 정령들의 속삭임에 유지니오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들을 달랬다.


"괜찮아. 우리는 강해졌으니까..."


유지니오는 꿀꺽, 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래, 우리는 강해졌으니까..."




전투가 다가오면서 세만 요새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기세등등하게 검을 휘두르던 병사도, 전공(戰功)을 세울 생각에 흥분하던 기사도 모두 입을 다물고 다가오는 적을 기다렸다.


젠데온은 그의 중갑부대를 이끌고 요새의 문앞에 섰다. 철투구의 안면보호구를 내리자 "끼익"하는 소리가 났다.


아체나는 궁병대를 이끌고 외벽위에 서서 농성을 준비했다. 세만 요새의 외벽은 상당히 넓어서 궁병대와 바리스타를 모두 배치할 만했다. 그녀는 먼동이 트는 낙엽수림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알리시아 영지의 깃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리며 그녀의 지휘용 레이피어를 만지작 거렸다. 아카드의 말대로라면 이번이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다. 승리, 그것으로 전쟁은 끝난다. 아나스타시아는 자신의 검을 꾹 쥐었다. 한번도 휘둘러본 적 없는 검은 피에 닿아본 일이 없다. 알고 있는 전술이라고는 학교에서 배운 기초서적 한권의 일부였다.


그런 풋내기 지휘관인 그녀가 어떻게든 지금까지 싸워올 수 있던 것은 오로지 아카드 덕분이었다.


"난 뭘 해야하지?"


아나스타시아에게는 이제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적이 움직이고 있다!"


감시탑에서 휴베르토의 긴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나스타시아는 떨리는 손으로 투구를 들었다. 몇번이나 손끝에서 투구가 미끄러져서 떨어지려고 했다.




유크의 군대는 호운타 기사단의 퀼레팔라요새가 보이는 숲에 이르러서 진을 쳤다. 여름이 다가오며 비가 오는 날이 많아졌다. 숲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한 낮에도 그리 덥지 않았다.


"제기, 쾌적하군. 전쟁하기 최적의 날씨네."


릭 카터 경비대장이 욕설을 섞어서 투덜거렸다. 그는 처음부터 이번 출전에 부정적이었다. 그가 합류해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핑계였지만, 사실 알리시아 영지의 패권을 전혀 바라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저 괴물의 지독한 냄새 때문에 구역질을 하기 위해 전투에 참전하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어차피 싸움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하는 일은 괴물들이 뜯어먹다가 남긴 시체를 처리하는 것 뿐이죠."


조안 호스톤은 인상을 쓰며 그를 거들었다. 경비 부대장인 조안은 겨우 스무살의 청년이었지만 5년전부터 경비대에서 활약한 유능한 병사였다. 지금은 알리시아 경비대 부대장에 오를 정도였지만 본인 자신은 직급에 대해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어차피 실제 운용 병력은 거의 없고, 하는 일도 적었다.


그가 부대장이 된 이후 가장 많이 시간을 소모한 곳은 술집이며, 언제나 그 건너편에는 릭 카터가 앉아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출전하지 않을 수는 없죠. 유크님이 가시니까요."


"아직 스무살도 안된 백작님이 직접 나서도 곤란할 뿐인데 말이야... 전술에 대해서 배우신 것도 없으신 분이 무리하시는군. 아니, 어차피 그 군대라면 전술도 필요없는 건가."


"전 그 군대에게 당하는 적들이 더 불쌍합니다. 도망치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을 정도에요."


조안의 말에 카터는 까칠까칠한 턱을 문지르며 "그거 괜찮은 걸."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설마 정말 적에게 도망치라고 말하실 생각입니까?"


조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카터는 "그럴 리가 없지."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 전투를 말려보긴 말려봐야겠어."


그는 중얼거리고는 그길로 유크에게 달려갔다.




유크의 막사는 숲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었다. 숲의 좌우에 앉아있는 괴독(怪毒)의 군대가 그의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수십수백의 병사들은 마치 인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무에 기대어 서있었다. 병사들이 내뿜는 악취는 시체처리장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이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은 오직 마후라나가 명령을 내렸을 때 뿐. 그때까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이렇게 대기하고 있다.


'역시 저 놈들은 기분나빠.'


알리시아 영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카터는 생각했다. 알리시아 영지가 언제까지나 추구해야할 것은 평화와 자비. 저런 괴물들을 앞세워 전쟁을 벌이고 영지를 늘려나가는 것은 그의 가문이 대대로 지켜오던 것과는 정반대에 있었다.


카터가 유크의 막사 앞에 이르렀을 때 막사의 천막이 걷혔다. 어깨가 잔뜩 굽고 배가 튀어나온 사내가 그를 마중나온 것이다. 카터는 이 사내가 항상 나무 찬장을 매고 있고, 마후라나에게서 "조르너"라 불리우며 임금계산도 없이 부려먹히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었다. 사실 그는 벙어리가 아닐까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말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얼굴은 제법 이목구비가 뚜렸했으니 잘생겼다 할 만 했지만, 도리어 그 점이 괴리감을 키웠다.


카터는 그 남자를 힐끔 보고 지나쳐서 유크의 안쪽 막사에 이르렀다. 무얼 하고 있었는지 유크는 가벼운 가운만 한장 걸치고 있었다. 가운 아래 비치는 가느다란 팔과 허리는 소년의 그것이었지만, 그의 달아오른 표정은 쾌락에 물들어 있었다.


유크의 곁에는 평소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의상을 갖춰입은 마후라나가 보일랑 말랑한 미소를 지으며 유크를 지켜보고 있었다.


"유크 백작님, 휴식시간을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작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유크는 시선을 마후라나에게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크가 내키지 않은 눈짓으로 발언을 허가할 때까지 카터는 십여초를 정중한 자세로 기다려야 했다.


"적에게 접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호운타 기사단은 그 린드블름의 군대를 깨뜨렸을 정도에요. 더구나 피아조 상단이 근접하고 있습니다. 피아조 상단 역시 대륙 최강 부대라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카터가 마후라나의 손을 쓰다듬고 있는 어린 백작에게 말하자 "유크님의 병사를 얕보고 있군요."라고 고운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리의 병사는 적을 두려워 하지 않을 겁니다. 정 무섭다면 당신은 후방에서 대기하세요."


"백작님이 선두에 계시는데 호위병인 우리가 뒤에 있을 수는 없지."


"무뚝뚝한 남자로군요."


그녀는 쿡쿡,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카터는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유크님은 이미 적을 격파할 작전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카터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록 의지가 약해진다.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이 사람은 정말 상식을 초월하는 미인인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저항할 수 없는 달콤한 목소리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니, 사람이 맞긴 한건가?'


카터는 막사에서 걸어나오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날 새벽 1시경에 유크는 갑작스럽게 전투 준비를 명령했다. 오백여명의 알리시아 경비대는 깜짝 놀라 풀어두었던 검을 들고 허겁지겁 막사밖으로 달려나왔다.


이미 마후라나의 군대는 전투준비를 마치고 마후라나의 곁에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화톳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장작을 쌓아놓은 화톳불 근처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멍하니 서서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터는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전투에서 마후라나가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라고 명령했던 열살도 안된 아이들은 두려운 기색도 없이 불길에 화상을 입을만한 거리에서 불꽃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크 백작은 임시로 만들어둔 지휘대에 올라가 호리호리한 팔을 들며 외쳤다.


"오늘 저 요새는 시체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뭔가에 취해있는 것처럼 들렸다. 악을 쓰듯이 유크가 외쳐댔다.


"요새를 불태우겠다! 저 요새는 나무로 되어 있지! 그렇다면 불태워 버리면 된다!"


"불태우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카터는 기가 차서 입을 열었다.


"기름을 가져온 것이 없습니다. 화약도 그리 많지 않아요."


유크는 카터를 비웃는 것처럼 내려다보았다. "제가 누군지 잊으셨나보군요."라는 영롱한 목소리가 이 어두운 숲을 채웠다.


"마후라나... 겠지요."


카터는 웅얼거렸다. 마후라나는 미소지었다. 그녀의 손짓에 괴물 몇몇이 퍼득거리는 닭을 각각 두마리씩 들고 불길 근처로 다가갔다. 이빨로 닭목을 물어 뜯자 바닥에 흥건히 닭피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피는 마치 마법진처럼 불길 근처에 기이한 모양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불길을 바라보는 아이는 개의치 않고 여전히 불길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마력"이 남아있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그나마 아이 때는 누구나 탄생을 했던 당시의 마력이 남아있으며,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에테르를 가지고 있지만, 성장이 끝나면 사라져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명의 아이들은 마후라나에게 가치가 있었다.


그녀는 누구나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법한 애잔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권했다.


"나의 보물들아, 엄마를 위해 너희들의 피를 나눠 주겠니?"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들고 있던 날카로운 유리조각으로 각자의 목을 찔렀다. 쏟아져 나온 피가 닭피로 그려진 마법진을 적셔가는 것을 마후라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았다.


"대장, 이건..."


조안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카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을 재료로 주문을 연성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알리시아 영지에서 발생한 아이들의 행방불명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불꽃이 날뛰고 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불길 주변을 맴돌았다. 바람에 뒤섞인 불꽃은 머리가 무수히 달린 히드라를 연상시킨다. 꿈틀거리는 불꽃은 불타오르는 뱀처럼 몸부림친다.


자신들의 피로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불꽃에 휩싸였다. 아이들의 시체를 빨아들인 불꽃은 더욱 맹렬히 타올랐다.


마후라나는 불꽃을 향해 손을 뻗고 명령했다.


"모두 죽여라."


불꽃의 기둥이 달렸다. 퀼레팔라 요새를 향한 마후라나의 군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또 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꾸벅꾸벅)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할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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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6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7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8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1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7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8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1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6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3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7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9 4 15쪽
»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9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3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1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9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1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7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6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80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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