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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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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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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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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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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전야

DUMMY

과거 린드블름에 의해 철저히 파괴된 키알루는 소수의 상인과 부랑민들 밖에 남지 않았다. 실제로 키알루는 도시라기 보다 그저 교차점에 불과했으니 이곳을 지키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인과 게랄드는 알리시아 영지의 군대를 키알루에서 막기로 결정했다.


"여기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구요. 불탄 건물과 아직 덜 썩은 시체만 있는 황무지잖아요?"


아미가 불만을 토로하자 레인과 게랄드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설명했다.


"키알루는 호운타와 메렌스의 중간지점으로, 전략지점이라 할 수 있어요. 이곳을 포기하면 우리는 둘 중 한쪽만을 골라야 하죠. 호운타 기사단이 패한 지금 양쪽을 다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일이에요. 거기에 적의 공세가 만약 너무 강해서 도시 안에 피해가 미친다고 하면, 이 도시는 큰 타격이 없어요. 인구가 적으니까요."


"그 남자가 여기서 싸우라고 했어."


두 사람의 설명을 듣자마자 예리엘은 게랄드를 끌고나가 잔소리-그 남자가 하는 말이면 다 들을 생각이야? 죽으라면 가서 죽겠네?! 결혼하자면 결혼도 할거야?!!-를 퍼부었고 피아조 상단원들은 상단장과 부상단장을 대신하여 은제 무기 제작에 착수했다.




에스테파니는 즉시 호운타와 메렌스로 직접 가서 금화를 은화로 바꿔왔다. 레인은 부대 안의 대장장이들을 모아 임시 공업소를 제작하고, 도금작업을 시작했다. 피아조 상단의 어마어마한 경제력은 모든 무기를 은으로 도금한다는 터무니 없는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그 작업이 모두의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아리스토틀은 녹아들어가는 은을 보며 먼산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고, 아미는 울상을 지으며 대장장이들의 작업을 감시했다.


"저 귀한 은화를 녹이다니! 은화를 녹이다니!"


뼛속까지 상인인 그들에게 이 말도 안되는 작업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 점에서 예리엘 역시 궤를 같이 했다.


"게랄드."


"응?"


"저주할거야."


"..."


차마 작업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대장 막사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던 예리엘이 은화의 통화 관리 작업에 바쁜 게랄드에게 저주를 내리는 동안에도 작업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레인의 지시하에 7일간 1400자루의 도검과 3000자루의 창날, 1500개의 화살촉을 모조리 은으로 도금하게 되었다. 에스테파니는 작업 보고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참기 위해 고개를 돌려야 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단위의 은화가 소모되었다.


"우리는 알피엑시 대륙의 은의 절반을 써서 이 무기들을 도금했어요."


에스테파니는 그렇게 보고의 마지막에 사족을 붙였고, 예리엘은 그 말을 듣자마자 게랄드를 저주하는 말을 남기며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예리엘이 아무리 의기소침해졌어도 게랄드는 단호했다.


"우리 상단의 사람들과 대륙의 모두를 지키기 위해 꼭 해야할 일이야."


예리엘은 게랄드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멍청한 오라버니 겸 애인을 설득한 은발머리의 남자를 만나면 목을 비틀어버릴 것을 마음 속 깊이 결의했다. 다만 마렌은 이 평생가도 보지 못할 광경에 감탄하며 낄낄거렸다.


"은을 녹이니까 쇠랑 다를 것도 없구나. 좀 더 예쁜 색깔이 날 줄 알았는데."




1028년 9주 10일, 수색대를 이끌고 있던 로우크와 라라에게서 퀼레팔라에 머물던 적들의 이동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게랄드는 당황하는 대신에 도리어 감탄했다.


"역시 그가 말한 대로야."


게랄드는 퀼레팔라 요새에서부터 키알루로 이어지는 이동로를 지도에 표시했다. 적은 예정된 날에 이동했다. 이제 남은 건 목숨을 건 전투 뿐인 것을 그는 확신했다.


"예리엘."


침대에서 여전히 궁시렁거리고 있던 예리엘은 대답하는 대신 "저 은화를 벌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혼잣말을 크게 했다.


"진형을 짜야해. 적은 우리가 상대했던 그 어떤 적보다도 강해."


"하아..."


예리엘은 이제는 화조차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게랄드는 그런 그녀의 곁에 다가와서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자 예리엘은 화를 낼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꼭 널 지켜줄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


게랄드의 마지막 말에 예리엘은 이제 헤죽헤죽 웃기 시작했다. 게랄드는 웃음을 참기 위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예리엘의 곁에서 그녀의 뺨을 몇번 쓸어주고, "그러니까 예리엘은 이번 전투에 참가하지마."라고 말했다.


"절대 싫어!"


예리엘은 잠깐동안 그녀를 지배했던 핑크빛 아우라를 떨쳐버리며 벌떡 일어나 게랄드의 멱살을 휘잡았다. 게랄드는 딱히 피하지 않았지만 예리엘의 전투 불참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번 적은 위험해. 그 어느때 보다도."


"그 말은 이미 들었어!"


"그러니까 예리엘은 이번 전투에..."


"그 말도 이미 들었고!"


"..."


게랄드는 어떻게든 예리엘이 듣지 않은 말을 꺼내서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애시당초 말주변이 있는 편이 아닌 그에게는 무리였다.


"난 절.대.로. 싸우러 갈거야. 즉시 회의를 소집해! 적을 막을 준비를 해야지!"


예리엘은 바닥바닥 화를 내며 막사 밖으로 나가버렸다. 게랄드는 한숨을 쉬고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전원이 무기의 검사를 위해 사열했을 때, 레인은 이후 은제 무기를 빼돌린 것이 발견되면 상단장의 엄벌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엄포를 놓았고, 열 세 명의 병사는 자신들의 막사에 숨겨둔 은제 무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여태까지 무기를 감춘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게랄드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생각해둔 것이 없었다.


"어떤 처벌을 해야하는 거지?"


게랄드가 묻자 예리엘은 상냥하게 웃으며 조언했다.


"그야 생각할 수 있을리가 없지. 은제 무기를 말이야! 은으로! 무기를!"


그녀가 버럭버럭 악을 쓰듯이 한 조언에 따라 게랄드는 그들에게 하루 야근이라는 처벌같지 않은 처벌을 내린 후, 연병장에 모여있는 병사들을 향해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지금부터 "괴물"을 죽이러 가야 합니다!"


당연하지만, 괴물의 군대를 믿는 병사는 없었다. 티프소인이 대부분인 피아조 상단에게는 그런 괴물 군대는 동화책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괴물 군대가 있어.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 돼."


게랄드는 그답지 않게 열성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래도 정체를 모르는 적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1028년 9주 3일, 오전에 순찰을 나갔던 아미는 강물에 떠내려온 시체를 발견했다. 호운타 기사단의 갑옷을 걸치고 있는 그 시체를 건진 아미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금속 갑옷은 부서져 있었다. 두개골과 얼굴의 절반 역시 없었다. 문제는 그 잘려나간 부위에 이빨자국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빨자국? 누구의 이빨자국인데?"


아미의 보고를 받은 예리엘이 되묻자 아미는 책상을 양손으로 두들기며 외쳤다.


"그게 아니라구요! 정말 괴물의 이빨자국이 있어요!"


"헤에..."


예리엘이 서류를 몇장 넘기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아미는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우왕좌왕하다가, 예리엘의 앞에 놓여있는 접시에서 토스트를 냅다 낚아챘다.


"엄청나게 큰 이빨로, 이렇게, 이렇게 씹어 먹은거라구요! 이렇게! 이렇게요!"


아미는 예리엘이 아침 식사용으로 가져다 둔 계란 토스트를 두 입에 씹어삼키며 설명했다. 예리엘은 잠시 그녀의 말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괴물이야 어쨌든 자신의 아침식사가 사라졌다는 결론만 나온 것을 깨닫고 언짢은 얼굴로 아미가 말한 시체를 보기 위해 집무실에서 나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있는대로 표정을 구기고 있었고, 몇 명은 구역질을 참고 있었다. 예리엘은 고개를 내밀자마자 헉, 하고 숨을 삼켰다. 그녀의 앞에 있는 시체는 아주 거대한 생명체에게 두번 뜯어먹혔다. 강철 투구는 산산조각이 나있었고, 머리의 절반이 뜯겨먹혀서 내부의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이빨자국은 갑옷과 함께 허리의 절반이 뜯어먹은 것처럼 보였다. 예리엘은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시체냄새가 안나는 곳까지 달려가버렸다.


"또 다른 시체를 찾았습니다."


아리스토틀의 보고에 그녀는 다시 한 번 구역질을 했다. 예리엘이 진정되길 기다렸다가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안색이 안좋구먼."


"으응, 괜찮지만... 미안해요. 저건 정말 못견디겠어."


아리스토틀은 잠시 그녀의 상황을 보다가,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죽은 시체입니다. 강가에서 찾았지요."라고 보고했다.


"말로만 설명해줄래요?"


"이마에 구멍을 뚫고, 빨대같은걸로 빨아먹은것 같은데.... 내부에는 피가 하나도 없더군요."


그의 말에 예리엘은 얼굴을 찡그렸다.


"괴물은 정말 있는것 같군요."


아리스토틀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부대 밖에서 마렌이 말에서 내리며 또 외치고 있었다.


"또 시체에요! 시체가 계속 떠내려오고 있어요!"




레인은 강가에 서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물 위에서 부패해가는 시체들. 시체는 하나같이 부서져 있었다. 뜯겨먹힌 것처럼, 뜯어낸 것처럼.


'이것이 그 여자의 짓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녀가 아니고는 이런 참상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지?'


지금까지 수천번 되뇌었던 의문이 다시 머리 속에 떠올랐다.


작가의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오랜만에 문피아에 접속하니까... 어떻게 글 올리는지 기억이 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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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6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6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8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0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 119화. 전야 16.01.14 157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8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1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3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9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3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9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7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6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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