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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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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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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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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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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9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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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DUMMY

기사단만의 힘으로 승리한 다음부터 아카드는 미리 세워둔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빠른 움직임에 호운타 기사단의 행보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 대세는 우리에게 있어. 드디어 호운타 기사단이 시작되는 거야."


아카드는 작은 손바닥을 펼쳤다가 꾹 쥐며 확신했다. 다리오의 군대를 깨트리고 퀼레팔라 요새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갖는 의미는 예상대로 엄청났다. 던 것이었다.


승전보는 아카드에 의해 필요한만큼 과장되어 호운타의 신문사에 전해졌다. 안경을 낀 뚱뚱한 호운타신문사 편집장을 보자마자 아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은화 자루를 지원금으로 건냈다.


"이번 전투의 전리품은 엄청났거든요."


은화자루의 가치를 무게로 가늠해보자마자 편집장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제 다리오 모다스는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시간 문제지요."


아카드는 정말 별것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편집장은 군침을 삼키며 종이에 펜을 휘갈겼다. 그녀의 승리에 대한 묘사는 깔끔하게 포장된 기사가 되어 호운타로 퍼져나갔다.


승리에 고무된 시민들은 유지니오에게 호의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계산이 빠른 상인들이나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들은 앞다투어 유지니오에게 물자를 지원해주었다. 지원받은 곡류와 돈은 병사들에게 분배되었고, 강철과 말은 아카드에 의해 무기로 변해갔다.


"지난 한 주간 우리가 받은 돈이 여태까지 우리가 쓴 돈의 세 배는 되는데."


장부를 바라보며 싱글벙글하고 있는 유지니오에게 아나스타시아가 "이 돈으로 뭘 하면 되는거야?"라며 갸웃하고 물었다.


"어? 글쌔... 아카드는 어떻게 생각해?"


유지니오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카드에게 구하기로 했다. 두터운 서류뭉치를 넘기고 있던 아카드는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병사를 더 고용해야 해."라는 대답을 꺼냈다.


"전에 제대로 싸울 의지가 있는 병사만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유지니오가 되묻자 아카드는 주저없이 끄덕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싸울 의지가 있어야 하는 사람을 뽑아야겠지. 거기에 잘 싸우는 병사들이 필요해."


"우리 병사도 충분히 강하잖아?"


"부족해."


"우린 그래도 강한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 많아."


젠데온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아카드는 여전히 고개를 서류더미에 파묻고 입으로만 대답했다. 아나스타시아과 유지니오는 서로 얼굴을 한번 바라봤지만 둘 다 아카드가 무얼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아카드가 보여준 행보는 두 사람의 의문을 해소하는데 충분했다.


과장이 포함된 홍보는 지원자를 끌어모았다. 아카드는 각 병사를 일일히 면담하여 보직을 나누었고, 병종에 따라 훈련계획을 짰다.


새롭게 추가되는 병사들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아카드는 그 자그마한 몸으로 지치지도 않고, 쉴새없이 일했다.


창병과 보병 전술 훈련은 휴베르토에게, 궁병 전술 훈련은 아체나에게 지시했다. 엄청난 훈련 일정에 두 사람은 기가 막혔지만, 아카드의 행동력은 무시무시했다.


"그 정도 훈련을 하지 않으면 군대로서 가치가 없어. 다음 주까지 순서에 맞춰서 수행해줘."


마법대는 유지니오의 개인 교육 아래에서 마나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연습했다. 아무리 마법을 연습해도 전투부대로는 쓸 수 없었지만, 아카드의 두개골 안에서는 그들은 소중한 변수였다.


"마법은 우리만이 가능한 전략이야. 유지니오, 기본 마법 훈련을 해줘. 마나의 압축, 흐름의 변화 훈련을 하루 1시간씩 해야해."


"아카드, 마법에 대해서도 알아?"


유지니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아카드는 "책에서 읽었어."라고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녀는 능숙한 업무처리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각자에게 임무를 할당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기사단원들은 그의 지시를 제대로 수행해냈다.


호운타 기사단은 더욱 군대답게 변해갔다. 운 좋게도 퀼레팔라 요새는 대부대가 훈련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아카드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육탄전에 능한 부대를 만들까 해. 보병대에서 특히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병사만을 뽑아서 제대로 중갑병을 만들어 보려고... 지난 번 지원받은 강철이 충분하니까, 호운타의 대장장이들에게 부탁하면 될거야."


"갑옷을 입은 전사부대를 만들려는거야? 쓸모가 있을까?"


"100년 전 쯤에 활용되었던 적이 있었어. 기동력이 낮지만 전투에서는 크게 활약할 수 있을거야."


"그런 것도 책에서 읽은거야?"


"책의 정보는 무한하니까."


유지니오는 진심으로 감탄하여 존경의 눈으로 아카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붉은 머리의 전략가는 바쁘게 손을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었다. 그의 계획대로 요새의 호운타 기사단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8주 12일. 각급 지휘관 임명식이 있었다. 아카드는 호화로운 축제를 기획했다. "보여주기"가 무엇인지 그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휘관 임명식 당일의 퀼레팔라 요새는 정말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온갖 무구를 펼쳐놓았고, 축제를 위한 술과 고기를 과도할 정도로 준비시켰다. 그동안 훈련한 병사들에게는 제식훈련의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깃발을 평소의 열배를 걸게 하여 바람에 휘날리도록 하였다.


임명된 지휘관들은 젊고 의욕에 넘쳤다. 그들은 각자 임명된 자리에 서서 근엄한 눈으로 자신들이 지휘할 부대를 내려다 보았다. 이들의 모습은 이미 이들이 학생군이었던 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위압적이었다.


특별히 초대된 호운타의 이름난 귀족들은, 각 부대의 병장기를 들고 정렬한 대군에 감탄하며 임명식 내내 박수만 치다가 돌아갔다.


이틀 후, 호운타 대표단이 와서 유지니오에게 절대적 지원을 약속했다. 유지니오는 영주 대표에게 멋진 미소를 짓고, 아카드에게 미리 들은대로 대사를 읊었다.


"여러분들의 협력으로 호운타는 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9주 5일 새벽, 유지니오는 평소와 같이 이제는 친숙해진 퀼레팔라 요새의 외부 성벽을 따라 순찰을 했다. 일찍 자는 대신 일찍 일어나는 그는 새벽 순찰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보통 그와 함께 아카드도 천천히 요새를 따라 걸었다.


"데이트인가요?"


그 사실에 대해 휴베르토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을 때 아나스타시아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렸고, 그녀의 오라버니의 발등에 정확히 맞추어 유지니오의 비명을 이어지게 했다.


"이야, 아침 데이트라니 좋군요. 역시 저도 애인이 생기면 아침부터 만나서 입술을 확, 하고..."


"그런거 아닐거야, 정말, 휴르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나스타시아가 얼굴이 빨개져서 손을 휘휘 저었다. 유지니오는 소리내어 웃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카드는 걷는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아. 데이트라고 하기에는 로맨스가 없지."


"엑, 그래요?"


"뭔가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말을 걸기에도 좀 그렇고."


"재미없는 여성이로군요. 모처럼 유지니오 형님같은 미남과 같이 산책하는 소중한 시간을 사색에 바치다니요."


휴베르토가 악의없이 그녀를 매도하자 아체나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반대의견을 냈다.


"그 점이 아카드의 매력이잖아. 언제나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꽤 시적이라고 생각해."


"그럴까요? 시적이라도 말이죠. 애초에 남자라도 유지니오 형님을 보면 가슴이 뛸 정도인데요. 한창때의 젊은이가 그러면 안된다고 보는데요."


휴베르토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몇 마디 농담을 떠들어댔고, 젠데온도 거기에 맞춰 아카드가 실은 다른 취향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내밀었다.


"다른 취향?"


아나스타시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뜻을 모르는 거야? 즉, 아카드는 유지니오가 아니라 아나스타시아 쪽을..."


"나... 나를? 아카가 나를 좋.. 좋아하는걸까?"


"... 농담이니까 그렇게 기뻐하는 표정을 짓지 말라구."


"아카드 선배 본인에게 물어보는 건 어때요?"


휴베르토가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나간 아카드의 자리를 가리키며 의견을 제시했다.


"뭐라고 물어볼건데?"


아체나가 묻자 젠데온이 유쾌한 어투로, "너 아나를 좋아하냐, 유지니오를 좋아하냐?"라고 즉답했다. 아나스타시아는 손사래를 치면서 안절부절하다가 유지니오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라고 대답하면 어떻게하면 좋지? 응? 오빠?"


"나에게 묻지마. 너희도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둬."


"유지니오, 넌 어떤데? 아카드에 대해서 말이야. 그녀의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가는 중인 것 아냐?"


"그건 어떨까... 아카드는 우리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유지니오가 이상한 결론을 내리자 아나스타시아가 보드라운 머리칼을 찰랑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다른데?"


동생이 궁금한듯이 묻자 유지니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 아카드의 뇌는 우리보다 40배는 꼬여있을거라는 거지. 그러니 보통의 젊은이처럼 연애라든가, 결혼이라든가, 뭐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닐까?"


유지니오가 그렇게 대답을 할 때, 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아카드가 걸어들어왔다. 그는 당황해하는 친구들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적의 군대가 출진했어."라고 전했다.




긴급회의장에는 새롭게 뽑힌 지휘관급을 포함하여 50여명이 자리했다. 유지니오는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단상위에 서서, 모두를 둘러본 다음 위엄있는 목소리로 회의의 개시를 알렸다.


"알리시아 영지가 모리굴리스측으로 참전했다. 그들은 우리와 피아조 상단에 선전포고를 했어. 자세한 것은 참모장이 전해줄 것이다."


유지니오를 대신해 단상에 오른 아카드는 형식적인 말은 모두 접어두고 본제를 꺼내들었다.


"우버에서 출진한 병력은 하야스탄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튜에를 거쳐 퀼레팔라 요새로 올거에요. 적의 도달시간은 열흘 정도입니다. 또한 린드블름의 북랑시에 주둔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있어요. 협공을 할 가능성이 높아요."


"알리시아 영지면 마도도시잖아요? 그럼 그녀석들도 마법을 쓰는 건가요?"


휴베르토가 손을 들자마자 물었다.


"실제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정보망에 의하면 단 한명의 마법사가 상주해있는데, 여러가지 마도물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 보고된 바로는, 마나의 등대와 거꾸로 흐르는 분수가 도시 곳곳에 있다고 하네요."


회의장 안에서는 몇몇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제 추측입니다만, 아마도 마법사라기 보다는 마공장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마공장인이 뭐죠?"


아카드가 꺼낸 생소한 단어에 휴베르토가 다시 질문했다.


"마공장인은 마나를 이용한 여러가지 도구를 만드는 직업이에요. 마법사라기보다 학자에 가깝죠. 마나가 남지 않은 이 세계에서는 사라진 직업이지만, 마법시대때는 제법 유명한 마공장인이 있었지요. 실제로 그들이 만든 제작품에 마나의 등대가 있었는데 마공장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어요."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라고 유지니오가 말을 이었다.


"마법시대가 끝나면서 마공기술은 모조리 몰락했어. 더 이상 마나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마도물품을 만든다해도 작동하지 않지. 마법사가 만들었다고 하는 도구도 적당한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아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진짜 마나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력은 꽤 강한 것 같아요. 근처의 세력을 모조리 복속시킬 정도니까."


"그럼 우리는 그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


이번에는 젠데온이 물었다.


"공세가 날카롭다면 정면에서 받아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어."


아카드는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우리가 물러나면 적들은 발라를 공격할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리 발라 모르굴리스라해도 견딜 수 없을거고. 우리와 피아조 상단이 알리시아 영지와 린드블름을 모두 막아내야해."


회의장 안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기세를 제대로 읽은 유지니오가 다시 단상에 서서 외쳤다.


"우리는 퀼레팔라 요새를 거점으로 적을 맞선다! 전투를 준비하자!"


젊은 기사들의 우령찬 함성이 뒤따랐다.


작가의말

아카드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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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6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7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8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1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7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8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1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3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9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3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1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9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1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7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6 3 8쪽
»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80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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