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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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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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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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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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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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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05화. 옛 연인 -1

DUMMY

리프베아체 진형이 재정비를 하는 동안 쿠안이 택한 것은 휴식이었다. 보통의 지휘관이라면 큰 전투를 앞두고 초조하게 작전을 검토하겠지만, 쿠안은 느긋해보일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케를을 지켜야하는 이상 정면승부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적들은 정면에서 올 거야. 그들은 이제 케를을 향해 전력을 다하겠지."


모든 장수들을 모아놓고 쿠안은 하품을 섞어가며 설명했다.


"그러니 전부 휴식을 취해둬. 아마 치열한 전쟁이 이어질테니까... 루이는 백성들을 적당히 달래주고, 왕실의 보상을 약속해드려. 아멜리아는 적의 공성전을 방어할 준비를 마치고 쉬라고."


쿠안은 말을 마치고 멋대로 작전회의를 끝냈다. 시선이 잠시 아델베르트를 향했지만, 그녀는 문서 몇장을 넘기며 아론에게 보고하고 있었기 때문에 쿠안은 어영부영 회의장을 나서기로 했다.


사실 지난 전투 직후부터 아델베르트와 사적인 자리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꽤나 의문점이었다. 아델베르트가 그를 피하고 있다는 것은 은연중에 눈치챘지만 이유를 전혀 알 도리가 없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가 긴 하품인지 한숨인지를 반복하며 회의장을 나가자 알투로가 중얼거렸다.


"쿠안님이 피곤해보이시는군요."


"요즘은 늦은 밤에도 막사에 불이 꺼지는 일이 없어요. 큰 전투를 앞두고 잠을 잘 못주무시는 거겠지요."


포웰이 쿠안에게 한없이 호의적인 해석을 했지만 카를로스는 그럴리 없다며 손을 휘저었다.


"형님같은 양 창자같은 신경을 갖고 계신 분이 그럴리 없지. 밤새 여자를 꼬드겨서 논다는게 더 그럴싸한데."


"누구를 꼬신걸까요? 요즘 팽님과 엄청 친하다고 하던데... 혹시..."


디지가 흥미를 보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도 소문에서 들었지. 지난 고성에서의 전투에서 형님이랑 팽님이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는 소문도 있던데."


카를로스가 껄껄 웃어대는 동안 아델베르트는 조용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멜리아는 벌떡 일어나서 달려나갔다.




쿠안은 늦은 밤에 자신의 막사로 달려들어온 아멜리아가 볼을 부풀리고 자신을 3분간 노려보는 동안 지난 전투에 썼던 갑옷에 기름칠을 하다가 낮은 신음소리같은 기침을 한번 하고 그녀를 눈치채주기로 했다.


"올려다보며 노려보는 건 그만둬."


"올려다보는 건 키가 작으니 어쩔 수 없어요."


"그럼 노려보는 걸 그만둬."


"노려보는 건 기분이 나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왜 기분이 나쁜데?"


"그거야 대장이 더 잘 알텐데요?"


"음..."


쿠안은 한참 생각해보는 척했지만 전혀 짚이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올려다보는 소녀에게 "난 모르겠는데?"라는 순박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니가 불쌍해요."


"아델베르트가? 어째서? 왜?"


"대장같은 색골만 믿고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했는데, 대장은 언니를 헌신발 버리듯 내던지고 바람둥이 기질만 풍풍 풍기면서 부대 안의 뭇여성들을 꼬셔서 침대로 끌어들이고 있잖아요!"


"잠깐, 난 지금 너에게 궁금한 것이 세가지 생겼다."


"제 이름은 아멜리아고, 결혼은 아직 안했고, 위에부터 90-55-82에요."


"알아, 안 궁금해, 거짓말이잖아."


"아직 한번도 경험이 없는 숫처녀이며 애타게 남자친구 모집중이에요."


"그건..."


"조금 두근거렸나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라 뭐라고 말해야할지 잊었을 뿐이다."


"그럼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쿠안은 잠시 아멜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제법 예쁜 얼굴에 큰 눈을 깜빡이는 이 녀석은 객관적으로는 귀여운 것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도 넌 나에게 여자로 보이지 않는군. 안쓰러운 이야기지만... 잘해야 남동생이고 심하면 앙탈부리는 고양이 정도다."


아멜리아는 이것 보라죠, 라는 표정을 짓고 쿠안에게 마구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미 지난 여자에게는 그런 식으로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게 쿠안님의 못난 버릇이에요!"


"아니, 넌 지난 여자가 아냐. 도대체 지난 여자의 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내가 비난 받을 수 있는거냐."


"또, 또, 그렇게 모르는 척하시는 군요! 정말 쿠안님은..."


"기다려봐. 끝도 없이 이야기가 벗어나고 있잖아. 내가 아델베르트를 버렸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어디서 그런 소문이 퍼진거야? 뭇여성을 침대로 끌어들이고 있는 건 뭔데?"


"이미 전 막사에 소문이 쫙 퍼졌어요! 지난 번 전투에서 팽님을 지목하신 것은 쿠안님의 흑심때문이었다는 것이 말이에요!"


"뭣이?"


"놀랍죠? 그래요, 놀라울 거에요. 하지만 보는 눈이 그렇게 많은데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였는데 비밀이 지켜질거라 생각하는 그 생각이 더 놀랍군요!"


쿠안은 아멜리아의 폭발하는 텐션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단 그녀의 머리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꾹꾹 누른 다음, "아앗! 성장판을 막다니, 대장은 에로할 뿐만 아니라 잔인하군요! 하지만 키가 줄어든다고 정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이라고 외치는 소녀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까, 아멜리아. 소문에 의하면 나는 팽님 꼬시는데 성공했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에게 애정행각을 한데다가, 그녀가 내 침실에까지 왔다는 이야기냐?"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니깐요. 쿠안님이 팽님의 신발끈을 묶어주며 고백했다죠?"


"아니, 그건..."


"아닌가요?"


아멜리아는 도끼눈을 뜨고 물어보았고, 쿠안은 농담은 해도 거짓말은 안하는 성격 탓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데이멋 성 지하에서 불도 다 꺼놓은 어둑한 곳에서 팽님을 끌어안기도 했다죠?"


"아니, 그건 부축을 받은 거였어. 내가 그, 엄청 당했잖아."


"혼자서는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나요?"


"어... 그건 아니었는데..."


쿠안의 목소리에는 꽤나 자신감이 줄어있었다. 아멜리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소문이란 거짓이 없군요. 이래서야 세번째 소문의 진실은 물어볼 필요도 없네요."


"그걸 제대로 물어봐라, 임마. 이왕이면 당사자에게."


아멜리아는 입으로 쯧쯧, 소리를 냈다.


"벌서 팽님께도 이 건에 대해서 물어 봤어요."


"어... 그래? 뭐라고 대답하셨는데?"


쿠안이 우물쭈물 묻자 아멜리아는 두 손을 꼬아 잡고 몸을 비비 꼬았다.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어디에도 향하지 않은 채로 뺨을 붉히셨다고 해요.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소녀로 변신하신거죠."


쿠안은 힘없이 하하, 하고 웃었다. 아델베르트가 왜 그 이후로 자신을 보러 오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렸지만 오해는 이미 진실이 되어있었다.


"어쨌든 대장님께는 크나큰 실망을 했어요! 제 지난 남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군요! 이제부터 대장님은 제 지난 남자가 아닌 걸로 하겠어요!"


"난 너의 지난 남자가 아냐."


"꺄악, 인정해버리는 군요. 이토록 냉혹한 사람이라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어요!"


쿠안은 신이 나서-최소한 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떠들어대는 아멜리아의 머리를 몇 번이나 힘차게 눌러주고 막사를 나왔다.




그의 연인이었던 아델베르트라면 이런 소문 정도로는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쿠안님은 이렇게 귀여운 애인이 있는데도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거군요? 이제 쿠안님이랑은 데이트 안해요."라고 그를 놀리거나 조소하던 그녀였다. 아마도 아무렇지도 않게 쿠안에게 불평하면서 그의 품을 파고 들었을 것이다.


"많이 변했군."


많은 시간이 흘렀다. 상황도 그때와는 다르다. 그녀는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그녀가 더 이상 예전처럼 지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덥군."


케를은 아직 봄인데도 밤까지 더웠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얼어붙은 것 같은 땀방울이 그의 손등을 차갑게 식혔다.


작가의말

소설 표지 그림을 그려보려고 그림판을 열고 1시간 정도 이것저것 건드려본 다음에야,

저에게는 그림에 대한 재능이 1나노미터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그림판을 열기 전에도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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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6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6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8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0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30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6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8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1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3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9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3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9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7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6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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