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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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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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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작성
15.03.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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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언젠가의 이야기

DUMMY

"푸하.. 하하.. 크.. 하하하하...!"


아니체토는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자꾸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끽끽, 짐승이 우는 소리를 냈다. 웃으면 안된다. 그는 이 신성한 탄생에 초대받은 선택된 인간이니까.


"크.. 끼.. 크크.. 크하... 크크크!"


그렇다. 그는 선택받은 자가 되었다. 무수히 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그만이 이 곳에 설 수 있었다.


인간.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이란 말인가.


겨우 백여년 밖에 살지 못하는 주제에 모든 것을 지배하는 양 잘난 척한다. 그러면서도 유약하기 짝이 없어서 몸의 어딘가가 찢겨나가기라도 하면 바닥을 기며 울어댄다. 그것은 벌레가 꿈틀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평생을 바쳐서 한가지 정도를 터득해 봐야 얼마 못가 죽어버린다. 그 후손들은 이미 사라진 인간이 남긴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해한 다음에는 결국 기다리는 건 죽음 뿐이다.


시시한 일이다.


'정말로 시시한 일이야. 견딜 수 없이 시시해.'


아니체토는 그렇게 생각했다. 필멸자의 삶은 쳇바퀴를 도는 쥐새끼같다. 살아있어야할 의미가 없다. 죽어도 살아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난 다르다... 난 달라...!"


당장이라도 무너질 기세로 요동치는 콘크리트건물의 한복판에서 아나체토는 외쳐댔다.


"경이(驚異)가 나를 영생으로 이끌 것이다! 나만이 이곳에 설 수 있었으니까...!"


그의 붉은 눈동자가 요동친다. 눈앞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은 페르타 미네랄로 만든 껍질을 찢어내고 있다. 영롱한 푸른빛의 매끄러운 보석같은 껍질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의 팔에 의하여 부서져나가고 있었다.


"큽.. 크.. 하하하..! 큽.. 끄.. 크크.."


이 위대하고도 강렬한 존재 앞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곧 얻게 될 인간을 초월할 삶은 그가 평생 바라던 것이다. 이 기쁨은 당연한 본능이라 할 수 있다.


"하아... 하.. 크.. 하하..."


그렇다면 웃음을 참기위해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은 것도 본능에 의한 것이다.


"하.. 하하...? 크.. ...?"


왜냐하면 저 알에서 깨어난 것은 너무나도 불길한 눈으로 아니체토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비춰지는 것은 이제 알에서 걸어나온 것이 그를 향해 파랗게 빛나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시체가 쌓여있는 부화지를 지킨 그에게 칭찬을 하는 것처럼, 그 손은 그의 긴 갈색머리에 닿았다.


퍼억!


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응?"


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만 해도 벌써 3번째.


"이상하네... 고장났나?"


파란 하늘 아래에서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이라도 느낀 양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2미터가 넘는 긴 지팡이를 바닥에 '톡'하고 가볍게 쳤다.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희미한 파란 색의 마나가 지팡이 끝에서 터져나왔다.


정상적인 반응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시당초 마후라나의 지팡이가 고장날 리가 없다. 신계의 물건인 이 성물(聖物)이 고장난다는 것은 내일부터 해가 안뜬다든가, 해가 두개가 뜬다는는 것과 같은 수준의 현실을 외면한 농담인 것이다.


"그런데 왜 안되는거지?"


그녀는 다시 지팡이로 낙엽 무더기를 겨누었다. 그녀의 마나의 흐름에 따라 낙엽은 부드럽게 날아올라 공중에서 작은 새의 형태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수수, 낙엽은 바닥으로 팔랑이며 흩어져갔다.


"도대체 왜 이러지?"


그녀는 볼을 부풀리고 시선으로 낙엽을 태워버릴 기세로 노려보았다. 어딘가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낙엽무더기를 쓸어간다. 제나는 흩어지는 낙엽들을 보며 콧잔등을 문질렀다.


'주문이 틀렸나?'


그녀는 아주 잠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보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간단한 술식을 실패하는 건 차라리 지팡이가 고장났다는 말이 더 그럴싸 할 정도의 질나쁜 농담인 것이다.


"뭔가...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녀는 멍하니 남쪽을 바라보았다. 먼 하늘에는 검은 구름 무더기가 흘러올라오고 있다.


'곧 비가 오겠네.'


그녀는 가슴을 펴면서 기지개를 켰다. 마나의 운용이 이상해진 건 이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큰일이 난 것은 아니다. 선천적 낙천가인 그녀이기에,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별 일 아니겠지."


하지만 바람은 그런 그녀를 비웃듯 빙글빙글 돌며 날아올랐다. 제나는 다시 볼을 부풀리고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작가의말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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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5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6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7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0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29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6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7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0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2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8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2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8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6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5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102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1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2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7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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