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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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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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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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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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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DUMMY

퀼레팔라 요새는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요새로, 천연 암벽을 뒤로 한 나무 요새였다.


애초부터 높던 언덕위로 흙과 돌을 쌓아서 더욱 높였기에 요새는 근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지형위에 구축되었다. 때문에 공략하는 적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암벽의 뒤로 내려가는 걸 제외하면 말이지."


아카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대한 지도에 붉은 펜으로 표시했다. 그가 체크한 곳은 요새의 후방, 즉 돌로 만들어진 깎아지는 절벽이었다.


"저 절벽으로 내려가는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이봐, 아카드. 요새 뒤의 산은 지도로 보면 산이지만... 엄청 높아. 알피엑시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어떻게든 올라가려해도 한참을 돌아가야해. 지도를 보라구. 길도 없는 바위산을 사흘은 걸어야 해."


젠데온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대신해서 상황을 나열했다.


"올라가는 거야 어떻게든 올라간다해도 내려가려면 날개가 필요할 것 같아. 기어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디면 떨어지는데만 일분이 걸릴 거야. 저기에는 보초조차 세우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체나도 안경을 고쳐쓰며 힘없이 젠데온의 설명을 보충했다.


아카드는 그들의 의견제시가 끝나자마자 1초도 기다리지 않고, "문제 없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그는 유지니오에게 미리 준비하게 했던 특별한 물건의 쓰임새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휴베르토는 일부러 보라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카드 선배, 정말 그게 가능한건가요?"


아카드는 여유있게 웃어보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작전을 위한 부대의 재편성, 준비된 물건의 테스트에 하루, 실전 훈련에 하루가 걸렸다. 그 다음은 젠데온의 말처럼 사흘간 골짜기를 이용해서 산을 걸어 올랐다.


엿새째 새벽이 되기전에 호운타 기사단은 퀼레팔라 요새가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에 이를 수 있었다. 높이로 치면 티에세의 성벽보다도 다섯배는 높으니, 정상적으로 내려가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정말 높은 걸."


"여기에서부터 떨어지면 짜릿하겠네."


"설마 이 절벽위에 우리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걸."


그런데도 병사들은 여유있게 수군대며 킬킬거렸다. 그들은 다음에 벌어질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카드의 계획대로라면 높이에 대한 문제는 사소하기 그지 없었다. 과도한 연습이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들이 해야하는 일은 그저 가만히 몸에 힘을 빼고 있는 일 뿐이었다.


유지니오는 조 구분을 위해 준비한 푸른 띠를 머리에 묶으며 팀원들에게 물었다.


"마법대, 연습대로야. 준비는 됐어?"


그를 중심으로 모인 마나의 운용이 가능한 40명의 학생들은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들의 주변으로는 이미 바람의 에테르가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아카드가 계산한 "마법"의 응용은 정확히 계산대로 였다.


이 에테르로는 적을 날려버리거나,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바람의 방향은 조절할 수는 있었다. 바람의 방향을 거스를 필요는 없다. 아카드의 작전은 바람을 이용하는 것 뿐.


침투조 병사들은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묶었다. 지금부터 펼쳐질 난전에서 서로를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낙하 개시!"


유지니오의 명령에 병사들은 미리 준비한 검은 색 천을 펼치고 절벽에서 뛰어 내렸다. 새벽녘의 푸르스르한 하늘은 이들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이 기습에 대해 예측하기는 커녕 한가로이 하품을 하며 교대조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만 했다.


먼 동이 틀 무렵, 적의 주둔 요새에서 1시간 거리에 주둔하고 있던 아카드는 진격을 지시했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아나스타시아와 아체나는 병사를 둘로 나누어 좌우에서 요새를 향해 이동했다. 아카드의 작전은 이번에도 모두가 생각하는 범주 밖에 있었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티프소에, 낙하산이라는 것이 있어. 높은 곳에서 바람의 힘을 받아 천천히 내려가는 도구인데,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


제대로 된 낙하산의 구조는 꽤나 복잡했지만, 아카드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필요한 것은 오로지 낙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것 뿐으로, 공기압의 계산이나 방향 전환에 관한 세부적인 것은 염두하지 않았다.


"어차피 복잡한 기구라면 하루 연습한 걸로는 쓸 수 없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뛰어내리는 순간부터 바람을 받아줄 수 있는 거대한 천 뿐이야."


푸른 머리띠를 하고 있는 40명의 마법조는 오로지 낙하부대가 안전히 내려갈 수 있도록 바람의 방향을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만을 맡았다. 유지니오가 가려뽑은 귀족자제들은 자신의 마법이 전쟁에 쓰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요새의 뒤쪽으로 착지한 병사들은 즉시 대열을 갖추었다. 낙하 부대장 젠데온은 휴베르토에게 성문을 진압하라고 지시한 다음, 크게 외쳤다.


"소란을 일으켜보자!"




오백 명의 낙하라는 경이로운 장면을 보지 못한 윌다브스키가 잠에서 깬 것은 어디선가 들려온 "불이야!"라는 외침 때문이었다. 그가 갑옷도 걸치지 못하고 달려나갔을 때, 식량창고와 마구간은 붉은 불꽃을 뱀의 혀처럼 휘두르며 요새를 불태우고 있었다.


"불을 꺼라! 불을 꺼!"


그때까지도 그는 이 화재가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인 작전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성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다음에도 그 성문을 연 것이 적군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성문이 열렸어, 아카드! 작전대로야!"


아체나가 외쳤다. 아카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어 공격을 지시했다. 그녀의 지시를 받은 지휘병이 붉은 깃발을 휘둘렀다. 꾹꾹 참아왔던 환호가 터지며 호운타 기사단이 퀼레팔라 요새의 외벽문을 통해 돌진해 들어갔다.


"적습이라고? 그럼 이 화재도 적들이...? 아니, 그럴리 없어. 이 요새로는 적이 침입할 수가..."


상상도 못한 기습에 윌다브스키는 교전 지시를 내리는 것도 잊고 중얼거렸다. 그는 그렇게 반격할 유일한 찬스마저 놓쳐버렸다.


"오랜만이군. 네 놈이 윌다브스키인가 뭔가 하는, 린드블름의 돌격대장이지?"


윌다브스키는 등 뒤에서 난 소리에 깜짝 놀라 검을 뽑아들고 뒤를 향했다. 검은 갑옷을 입고 있는 장신의 젊은이가 자신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호운타 기사단의 젠데온이라고 하는데, 우리 대장이 특히나 네 목에 관심이 많아서 말이야."


젠데온은 강철 워해머를 한 손으로 들어 어깨에 매고, 두손으로 손잡이를 쥐었다.


"뭔가 궁금한 게 있다면 죽은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젠데온은 그대로 윌다브스키의 머리통을 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는 호쾌하게 한바퀴를 굴러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놈, 감히...!"


윌다브스키가 검을 제대로 쥐고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쇄액, 하고 바람을 찢는 소리가 나더니 그는 다시 바닥으로 엎어졌다. 휴베르토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일격에 숨이 끊어진 윌다브스키의 이마에서 화살을 뽑은 다음 젠데온에게 브이 사인을 보였다.


"야, 치사하게, 남자 대 남자의 승부였는데!"


"정말, 전쟁은 못쓰겠네요. 이렇게 비열한 승부라니요. 그래도 윌다브스키를 잡은 건 접니다?"


"말 돌리지마! 비열한 건 너다! 치사하게 공로만 꿀꺽하냐!"


"선배, 어서 싸우지 않으면 적이 남아나질 않을거에요. 어서 가서 저 이름 모를 불쌍한 병사들이나 그 워해머로 때려주시라구요."


젠데온은 투덜거리면서도 워해머를 매고 달려갔다. 원래부터 기사가문이었던 이 두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전쟁통에 빠르게 적응했다. 다른 이들 역시 의무감을 걸고 전쟁이라는 비극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았다.


다만 일부는 아직도 이 전쟁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몇 주 전까지 우리가 학생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


아나스타시아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군의 승리를 목전에 두었건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아카드는 이 소녀의 감상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2시간에 걸친 전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아체나가 이끄는 본대가 성에 진입한 다음부터는 일방적인 공세를 취할 수 있었다. 수천에 이르는 적들은 요새를 버리고 도망쳤고, 사로잡힌 적은 수백에 이르렀으며, 윌다브스키를 사살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완벽에 가까운 승리. 아카드는 잔잔한 미소를 짓고 전투의 마무리를 위한 지시를 내렸다. 아나스타시아는 여전히 어깨를 힘없이 떨구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하는 걸까?"


그녀는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물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지난 주에 인터넷이 정지된 다음 한 동안 바빠서 고장 신고도 못했습니다.

어제 신고를 하는 순간 마침 우리집 앞에 계시던 수리기사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집을 자주 비우니 인터넷 고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눈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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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16화. 승리, 그리고 승리 -3 16.02.02 165 2 13쪽
127 115화. 승리, 그리고 승리 -2 16.02.02 156 2 27쪽
126 114화. 승리, 그리고 승리 -1 16.01.30 153 1 8쪽
125 113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4 16.01.24 122 2 13쪽
124 122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3 16.01.18 147 2 12쪽
123 121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2 16.01.14 170 2 19쪽
122 120화. 그와 그녀의 잔혹했던 이야기 -1 16.01.14 129 2 8쪽
121 119화. 전야 16.01.14 156 3 10쪽
120 118화. 험멜의 뒤를 쫓아 -3 15.11.17 237 2 26쪽
119 117화. 험멜의 뒤를 쫓아 -2 15.11.09 250 2 13쪽
118 116화. 험멜의 뒤를 쫓아 -1 15.10.30 195 2 15쪽
117 115화. 휴식의 날 15.10.23 152 2 20쪽
116 114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3 15.10.21 256 2 17쪽
115 113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2 15.10.19 216 2 16쪽
114 112화. 선지자 15.10.16 95 3 12쪽
113 111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4 15.10.15 178 4 15쪽
112 110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38 2 16쪽
111 109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15.10.08 101 2 7쪽
110 10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92 2 8쪽
109 107화. 옛 연인 -3 15.09.30 140 3 15쪽
108 106화. 옛 연인 -2 15.09.21 239 2 12쪽
107 105화. 옛 연인 -1 15.09.18 188 2 8쪽
106 104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110 2 8쪽
105 103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206 3 9쪽
104 102화. 하이데바라드를 점령하는 가장 쉬운 방법 -1 15.09.11 305 3 8쪽
103 101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179 3 13쪽
» 100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72 4 9쪽
101 99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183 3 10쪽
100 98화. 의도된 급변 15.08.31 187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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