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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님의 서재입니다.

극한던전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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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작품등록일 :
2019.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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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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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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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 나이가 많은 이유가 있구나?-(3)

DUMMY

어쨌든 이제서야 얼추 머리수가 맞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서로의 중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에요. 적군은 던전 곳곳에 퍼져있는 파티가 모여들면서 증원이 될 것이고 우리는 제어 마나를 이용해 추가적인 아군을 소환해 낼 수 있으니 피차 조건은 같아졌어요.


사실 군단장이 첫 일격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싸우기보다는 기회를 살려서 일단 후퇴한 후, 대책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을 해보니까 군단장의 말처럼 조금이지만 드디어 승기가 보인 이 때에 기회를 허무하게 놓치기에는 대가가 두려웠어요.


계획을 바꿔 다시 싸우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레귤러의 태도 때문이 가장 큽니다. 놈은 한번 칼침을 맞고 나더니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어요. 폭풍처럼 쏟아지는 군단장의 공격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을 땐 언제고 다소 얻어걸린 느낌이 강한 럭키펀치를 한 대 얻어맞고 나서는 쭉 저런 상태입니다.


놈의 수법이 쫄보에 소심 대마왕 꼬락서니라고 놀림을 받기 딱 좋은 치졸한 짓이지만 체면 구기는 것에 상관없이 이해득실만 따지고 보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저렇게 웅크리고 거북이 모드를 취하면 왜 럭키펀치를 허용했는지를 알아내기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지금 전투를 피해서 도망치면 놈이 일격을 허용한 이유를 영영 알지 못하게 될 게 확실합니다. 놈하고 다시 만날 일이 없다면 그냥 여기서 굿바이를 날리고 뒤돌아서 갈 길 가면 되었을테죠. 하지만 정황상 놈은 명백히 군단장을 노리고 이곳 마이더스의 손가락 2층에 왔습니다.


고로 우리가 여기서 전투를 피하더라도 언젠가는 우리를 추적해서 다시 나타날 겁니다. 그 때 가서 저 말도 안 돼는 괴물에게 다시 위협을 받을 바에야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금 최대한 놈의 패를 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에요.


싸울 의사가 확고해진 저는 군단장의 귀에 대고 조용히 가장 중요한 임무를 하달했어요.


“랑카오! 당신이 해주어야 할 일은 단순해요. 우선적으로는 멍멍이 녀석이 저나 아군을 공격하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 것이에요.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놈이 왜 갑자기 공격을 허용했는지도 알아내보세요. 원래는 이렇게 위험한 일을 시키지 않아야 정상이지만 다행히 군단장만큼은 털끝 하나 건들지 않는 것 같으니 그걸 믿고 임무를 맡기는 것이니 까 잘해보세요!”

“이의는 없지만 그거면 만족하십니까? 다른 뾰족한 수 없이요?”

“뾰족한 수야 군단장이 알아내는 정보를 바탕으로 세워야죠. 저는 제 본분대로 군단장이 멍멍이 녀석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는 틈을 타 다른 파편들을 박살낼 생각입니다.”

“마치 온 던전의 파편을 모조리 다 때려잡겠다는 전략으로 들리는데요.”

“고금을 막론하고 그게 성전사표 최고의 전략이니까, 가서 할 일이나 하세요!”


최고의 전략이 아닐 수가 없지요. 자고로 다굴에는 장사가 없는 법인 것이니까요. 태고부터 지금까지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불변의 명제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앞에 성전사표가 붙은 것은 현대 성전사식 전투 이론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인 것이에요. 앞서 설명한 무한히 늘어나는 제어 마나, 그리고 무한히 늘려나갈 수 있는 아군 군단원.


그에 반해 역시 거의 무한하지만, 한계는 존재하는 던전의 생태 상의 시스템 등등.


이 흩어진 조각들을 모두 모아서 조합하는데 성공한 현대의 성전사들은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당당히 내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증거로서 애신족들은 바야흐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서로 파트를 나누었으니 저의 역할인 ‘다 때려잡기’에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해요.


“골레무쿤! 지겹게 연습해왔던 대로만. 딱 그 정도로만 하면 돼요! 잘 할 수 있겠어요?”

“당근 빠따지! 야! 다들 따라와!”

“호문클로뽕! 모두 한 명씩 전담 마크하세요!”

“응!”

“살라만더 짱! 슉쾅쾅은 잠깐 접어두고요!”

“아, 알았소. 내 평생의 소원이었으나 지금은 자중해야하겠구려.”


물론 연습한대로 완벽하게 되지는 않을테죠. 우리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군단식’ 전투입니다. 첫 걸음을 내딛는 풋풋한 신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멍청한 바람입니다. 하지만!


저라면 가능합니다. 그 어떠한 순간에서도! 누가 되었든! 저와 함께 군단에 속해있다면, 저들은 모두 용맹하며 완벽한 군단의 일원이여만 합니다!


[골레무쿤]

[종족:골렘]

[상태이상*주의!*:군단화 상태]

[부여된 계급장:중령]


골레무쿤의 머리 위에 꽃 두 송이가 피어났어요. 그 옆의 골렘들도 다들 머리위에 짝대기 한 두 개씩을 달은 걸 보니 무사히 권능 사용에 성공한 것 같네요.


성전을 위한 준비야 늘 해왔건만 제 권능의 특성상 실제로 권능을 써 본적이 많지는 않아서 오랫만에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권능이란 게 다 그렇듯,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알아서 발현이 되는군요.


그렇기에 제 머리위에도 ‘계급장’이 생성된 것에 큰 위화감이 생기지 않았어요.


[이름:캐스민]

[나이:378던전년]

[권신:방관자 뷰어]

[권능:군단화(s)]

[보유마나:85200]

[신성랭크:신도(1랭크)]

[상태이상*주의!*:군단화 상태]

[부여된 계급장:중장]


[군단화: 자신을 비롯한 근방의 모든 군단의 일원에게 ‘계급장’을 부여함. 계급장이 부여된 군단원은 부여받은 계급에 따라 군단의 의지에 복종함.]


저를 처음으로 무엇인가에 재능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 힘입니다. 지혜의 보고이자 공식적인 정보의 집합체인 아카식 마저 ‘군단화’라는 영광스러운 명칭을 부여해준, 제게는 조금 과분한 힘이죠.


이 힘이 일으키는 기적은 벌써부터 그 위용을 떨쳤어요.


“.......”

“.......”


침묵. 이 많은 숫자의 개인이 뒤엉켜 싸우는 전투의 현장에서 적과는 달리 아군들은 딱히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파트너 모두 고작 한 시간 전쯤 처음으로 군단의 일원이 되었고 이정도 규모의 다수 대 다수가 싸우는 전투는 많이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심지어 복사 창조된 아군 파편들과는 합을 맞춰 본적 조차 없어요.


그렇지만 우린 잘 해내고 있습니다. 아니,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골레무쿤이 소리를 지르며 지휘하지 않아도, 호문클로뽕과 다른 호문클로스들이 사전에 담당할 탱커를 정해 놓지 않았어도, 살라만더짱과 다른 정령들이 화력을 집중할 규칙을 공유 하지 않았어도 문제없이 하나의 전투 목표를 향해 굴러가고 있는 것이에요.


물론 처음 몇 번의 실수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의견의 충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생전 처음 합을 맞춰 본 독립된 개인이나 다름없지만 군단원 모두가 각 자 부여받은 ‘계급장’에 따라 군단에 복종하고 기여하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에요.


이런 걸 소위 말하는 ‘기적’이라고 표현하지, 무얼 더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권신께서 사역에 대가로 내려진 ‘기적’에 준하는 힘. 그것이 권능의 정의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있었음에도 아직 미지의 능력으로 남아있어요. 창조물인 우리의 힘과 지식만으로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고로 지금 제 눈 앞에서 침묵이 가져오는 ‘보편적인 결과’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쾅! 샤르륵!

쿠어! 끼악!

도, 도망쳐라! 키륵. 상대가 안 됀다앗!


“골레무쿤! 그대로 뒷 라인으로 진입하세요! 이제 잔당들은 새로 소환된 아군에게 맡겨도 충분할 것이에요.”

“어게이! 이대로 돌격하겠어!”


그래요. 지금 아군 군단은 층 단위 파편 전력을 상대로 압도하는 전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이 결과가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역량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은 결단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린 모두가 하나의 군단이지만 저들은 그저 개개인의 집합체. 그것이야말로 절대로 좁힐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인 것입니다.


------------


캐스민이 내게 내려준 임무는 간단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임무였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할 명백한 명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슥! 탕!


그건 나보다 저 멍멍이 새끼의 실력이 몇 배는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휘릭! 캉!


내 권능의 효과상 1대1의 승부가 되면 처음 그 초딩 고블린과 혈전을 벌였을 때처럼 결국 ‘손가락이 좋은’놈이 이기게 된다. 이런 배경 안에서 내가 놈과 수백 합을 겨루면서도 살아있는 이유는 놈이 나를 헤칠 의사가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겠지.


다음에는 어떤 방법을 써 볼까? 그래. 카운터를 노려보자. 유일하게 효과를 본 공격도 놈의 공격에 맞춰 옆을 찔르는 일격이었다.


와라!


탕!


정확하게 놈의 단단한 손톱을 막아낸 후 품으로 파고들어 다친 옆구리를 노리고 롱소드를 횡으로 그었다. 하지만 역시나 허공을 가른다. 마치 내가 이렇게 공격하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공식화라도 해놓은 것 같은 기계적인 회피였다.


약간이지만 닮아있는 것 일까?


어렴풋이 드는 생각이지만 나와 놈은 비슷한 원리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내 실력은 순수하게 쌓아올린 수행의 집합체이다. 물론 고유화 무기를 장비함으로서 얻게되는 실력이지만 실전을 통해 수행을 거듭하고 검은 공간에서 그것들은 다듬고 발전시킨다.


그리고 다시 고유화 무기를 소환함으로서 그 실력이 고고함이 유지되는 일종의 세이브 앤 로드인 것이다.


즉. 몸에 익히는 것이 아니라 무기에 집어넣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여튼 요점은 내 전투 방식은 꾸준히 쌓아올린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투를 초 단위로 쪼개어 최상의 결과를 끄집어내는...


한 마디로 로직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기계처럼 말이다.아마 나를 상대하는 적들도 내 움직임이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기계적인 동작이나 판단들이 항상 옳은 움직임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안일하지 않고 계속 쌓아 올려야 한다. 한 없이 극한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그렇다면 이제 놈이 나와 동류라고 가정하고 또 놈의 기계적인 움직임의 알고리즘을 알아내는데 성공한다면! 놈이 도달할 지점에 내가 한 발 앞서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 공식을 알아내기야 힘들겠지만 나라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인정하기야 싫지만 나와 놈이 동류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놈의 하위호한인 것 같으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은 말이지.


한 번에 착하고 정답을 집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놈이 공격을 하지 않는 지금 같은 특수한 배경이 있다면 내게있어 기회는 무한히 주어진다. 고로 뒤를 생각하지 않고 도박을 노려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휘릭!


허공에다가 롱소드를 크게 휘둘렀다. 검술에 초보가 기초를 다질 때나 쓰일 법한 기술을 일절 담지 않는 정직한 베기였다.


그것도 공격이 맞을 법한 사정거리에서 휘두른 것이 아닌데다가 심지어 타이밍도 뜬금없는, 낭비에 불과한 일격이다.


휘릭!


또 한 번 휘두른다. 상대가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을거다. 내가 노린 것은 그 점이다.


슥!


두 번째 휘두른 후에는 재빨리 파고들어 평소와 같은 일격을 섞는다. 앞서 내지른 일종의 페이크라고 생각하게 말이다.


캉!


여전히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이로써 놈의 행동 원리에 참고사항 하나가 추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단조롭다. 방금처럼 허공에 삽질 한 번, 정삭적인 공격 한 번.


익숙해졌다 싶을 때쯤에 순서를 바꿔준다. 회수도 바꿔보자. 삽질을 두 번 연속으로 휘두르고 정상적인 공격을 5연속으로 펼치다가 다시 삽질을 한다.


헷갈리겠지. 거기다가 처음 겪는 상황일 것이다. 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서서히 데이터나 몸에 익은 움직임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부류의 움직임으로 변하여 천천히 놈을 압박할 것이다. 그렇게 압박이 쌓이고 쌓여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순간순간이 단순히 반응 속도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행운에도 영향을 받는 일종의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기분이 들기 시작하겠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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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이가 많은 이유가 있구나?-(3) 19.04.22 55 1 13쪽
17 너, 나이가 많은 이유가 있구나?-(2) +1 19.04.20 57 1 12쪽
16 너, 나이가 많은 이유가 있구나?-(1) 19.04.19 100 1 15쪽
15 성전사식 전투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게 포인트랍니다!-(2) 19.04.18 7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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