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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님의 서재입니다.

극한던전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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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작품등록일 :
2019.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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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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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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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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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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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마 탄 왕자님이 바보 미소년이라면?-(1)

DUMMY

삐!삐!삐!


우거진 식생이 끝나고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작은 공터에 들어선 순간. 익숙한 경고음이 들려왔어요. 많이 들어봐서 익숙한 이 경고음이 대부분의 야영 장비에 쓰이고 있는 경고 마법이 내는 규칙적인 소리라는 걸 인지하고 나서야 드디어 목표를 찾아냈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죠.


공터의 중앙에는 정좌로 앉아있는 한 소년 보였어요. 나이가 많지 않아 보여요. 외형적인 나이는 이제 막 성년이 된 정도?


하지만 소년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 수 있을 것이에요. 평소에는 그토록 싫었던 셀럽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고고한 기도가 그동안의 혐오로 길러진 저의 여섯 번째 감각을 자극했으니까요.


물론 저처럼 육감으로 감지하지 않아도 보통은 소년의 이마에 달린 뿔을 보고 저게 본드로 붙여놓은 뿔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을 것이에요.


“오셨습니까?”


메신저에서 대화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네요. 어려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굵직해서 무게가 느껴졌어요.


“군단 계약을 원하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어쩌다 보니 작은 해프닝은 있었지만 제가 본 구인주의 채용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합니다.”

“신경 쓰지 않습니다. 넷과 현실은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변명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현재 저의 상태가 괜찮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그... 셀럽인 신분에 맞게 조금은 귀하게 자라서요. 이런 상황에는 면역력이 떨어졌던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저야말로 진지하게 임하지 못한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너무 순수하게 잘못을 인정하니까 오히려 제가 민망해지는군요. 뭐, 사기꾼으로 의심한 걸 묻어준다니까 저야 나쁠 건 없죠.


그보다는 저렇게 바람직한 셀럽이 왜 이런 인공 던전 저층에서 정좌한 채로 저를 기다리고 있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괜찮아요. 우리 피차 잘못은 잊어버리기로 하죠. 그보다 우선 상황을 설명 받고 싶군요.”

“그렇죠. 설명이 선행되어야겠죠. 거창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어떻게 던전에 오게 된지 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누군가 캠프로 다가오고 있었다. 또 파편인가? 충분한 곳에 은신처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던전 층 단위의 쪽수가 마음먹고 뒤지면 얼마가지 못하나보다.


한 동안은 지친 심신을 제어하기 위해 여러 곳에 만들어 놓은 은신처에 머물기로 정했었다. 은신처에서 수련에만 몰두하여 잡념을 지우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발각되어버리고만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적군. 하나는 대형이지만 나머지는 고작 해봐야 둘인가? 그렇다면 적군이 아니라 아군일 수도 있겠어.


하루 전 쯤에 꽤 오랫동안 소식 하나 없던 구조요청이 진척을 보였다. 애초에 파티 게시판에 올려놓은 모집글로 관심을 끌기에는 조금 파워가 약한 감이 있었다.


10대 가문이나 군단들이 볼 가능성 자체가 낮았기 때문일 것이리라. 달 단위로 기간이 있으면 모를까 10일 넘은 시간 만에 나서는 사람이 생기기는 어려웠겠지.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꾸어 보았다.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직접 찾는 쪽으로 말이다. 가장 우선순위의 대상이 된 것은 10대 가문이나 대형 군단의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일이었는데 순속으로 퇴짜를 맞았다.


그치들 입장에선 나를 구조해주는 일이 귀찮지만 얻는 것은 거의 없는, 딱 그런 부류의 의뢰일 테니 상심하지는 않았다. 나도 하기 싫다는 놈들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서 까지 부탁할 생각은 없었기에 바로 타깃을 바꾸었다.


쓸만한 용병이 있으면 지금까지 모인 마나도 상당했으니 의뢰를 해보려 했지만 접촉에 성공한 몇몇의 용병은 의뢰 내용을 듣고는 도리질을 하였다.


실력보다는 행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통행 제한이 된 던전은 아무리 실력이 확실해도 쉽게 통행이 허락되지 않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쯤되자 난감하기 그지없었는데 한 용병이 방안을 제시해주었다. 놀고 있는 사관들. 특히 졸업도 해서 이제 자신을 스카우트 해 갈 군단을 고르고 있는 사관이라면 직권으로 저층 던전을 통행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바로 구직 사이트를 뒤졌다.


조건에 맞는 사관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게... 그 사관은 사이트의 명예 회원이었다. 군단 간부 항목에 검색해 보면 바로 대문에 vip 신용등급이 강조되며 구직 양식이 떴기 때문에 바로 프로필과 이력을 확인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이. 약 300던전년 후반 정도로 우리 어머니 또래이시다. 수명이 긴 축에 속하는 애신족의 계산법으로도 사실상 중년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었으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로 사관 자체가 워낙 졸업이 힘들고 과정이 복잡해서 나이 많은 것은 대수가 아니라지만 분명 기수로 보면 초기 기수인 것 같은데... 어쩌다가 저렇게 오래 대기하게 된 것일까? 하는 게 내 솔직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여성이라는 점.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여성보다는 남성 쪽이 성전에 임하는 데는 더 유리하다.


거의 1천년을 살아가는 마당에 성별이 남성이면 어쩌고 여성이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게 수명이 긴 만큼 육체의 단련 정도나 또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


뭐, 현대에 들어선 그런 개념도 무색해 져서 여성 모험가나 군단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는 하다만,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묵묵히 한 길만 파려면 평범한 멘탈은 아니었을텐데 그 인물이 여성. 그것도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는 게 좀 신기했다.


아는 거라곤 최근에 지식 패널을 검색해서 눈동량 한 게 전부인 내가 판단할 만한 자격은 없지만 하여튼 꼼꼼하게 잘 살펴본 그녀의 이력에 큰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나 같은 쌩초보인데다가 맨땅에 박치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적합했다.


사실 이 이상 가릴만한 여유도 없었다. 바로 구인 면담 신청을 했고 오늘 아침 쯤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공부가 되었다. 내가 컨셉충이었다는 것을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삐삐삐!


경고 마법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은신처를 발견한 ‘미확인’은 아군이었다.


“군단 계약을 원하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본치 않게 작은 해프닝은 있었지만 제가 본 구인주의 채용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합니다.”


존..존대? 뭐 공식적인 일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이차가 거의 2배가 넘는다는 걸 서로 알고 있는 마당에 존대를 받는 게 편치는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상 부드럽게 넘어가야겠지.


그 뒤로 대화를 나눠보니 서로 피차 껄끄러운 일은 꺼내지 않기로 합의를 했고 내 사정이 궁금하다길래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다 말해줬다. 믿을지 안 믿을지는 본인한테 달렸지만.


“그렇군요. 요즘에 들어선 몇 없는 케이스네요.”

“그런가요? 그러기엔 tv만 틀어도 저 같은 주인공들이 분신 마법을 쓰던데요.”

“후후훗! 군단장님도 재밌으시네요. 설마 요즘 나오는 양산형 창작물들을 그대로 믿으시는 건 아닐 테죠? 다 선전이에요. 10대 가문의 입장에서야 성전에 참여할 동료들이 늘면 편해지니까요.”


군.. 군단장! 벌써 호칭을 확정지어버렸군? 수완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그랬던 거군요. 제가 모르는 게 많습니다. 앞으로도 잘...”

“당연하죠! 당연하죠!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히힛!”


그녀는 내가 체 말을 끝나기도 전에 음흉한 웃음과 함께 말을 끊어 먹어버렸다. 히힛!은 또 뭐야? 히힛!은.


그래도 다 알아서 해 준다는 말은 괜장히 마음에 든다. 사실 그동안 너무 귀찮은 일들이 많았다. 모르는 것도 많았고.


평생 케어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나였기에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알기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어 쌓여왔었던 것을 이렇게 임계점이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한결 편해지겠지.


조금 속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전권은 부군단장에 위임하는 게 평범한 군단의 생리니까 나는 정석대로 행하겠다.


“흠흠! 그럼 서로 함께 성전을 이겨나갈 의사가 있고 필요도 있으니 오늘 여기서 같이 하나의 군단을 창설하는데 동의하십니..?”

“하앙! 동의합니다.”


하앙? 그, 그래. 까마득한 세월을 대기만 했었으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백수 탈출에 성공하면 행복에 취해 추임새가 절로 나올 수 있는 법이겠...지? 아마 그럴 거다. 내가 모르는 것일 뿐이야.


“계약서 쓰시죠? 근데 준비를 안 해 놨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저! 저한테 계약서 있어요. 이걸로 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이공간을 열어 두터운 서류 더미를 꺼낸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권유로 연계한다.


“군단장님. 읽어보셔도 되는데 귀찮으시면 그냥 사인만 되욧.”


성전 자체가 걸려있는 계약에 사인만 하면 된다고? 이거 어마어마하게 팔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저 두꺼운 서류를 이런 때에, 이런 곳에 앉아서 서로 얼굴 맞대고 항목 하나하나 상의해가는 것도 바람직한 그림은 아닐 것이다.


그래. 이왕 어차피 정석파로 가기로 마음먹은 마당에 철저하기 편리를 추구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할지도.


“사인하겠습니다. 주세요.”


그녀의 좋아 죽겠다는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뒤에 그녀의 파편들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탓에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무시하고 사인을 했다. 히익! 뭐야? 애들 왜이래?


“엄마! 아빠! 딸내미 드디어 팔렸어요!”

“됐어!!! 200년 걸렸지만. 어쨌든 됐다는 게 중요해!”

“대박! 진짜 이런 날이 오는 구나. 크킄크크크크!”

“거, 보시오. 마음을 착하게 먹고 성실히 행한다면 결국에는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오. 그것이 정의요. 우린 정의를 행했으니 복을 받게 되는구려.”


갑자기 캐스민이라는 여자를 포함해 파편들 까지 단체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모두들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보니 더불어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하하! 만년 나태 대기자치곤 오늘 훌륭한 일을 했군. 워워! 다들 진정들 하라고.


“그럼 이렇게 군단을 창설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한참을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고 퍼져버린, 이제부터는 나의 군단원들이 된 캐스민과 그녀의 파편들에게 말을 꺼냈다.


“아니오. 무슨 소리하시는 것이에요. 아직 중요한 게 남았잖아요.”

“중요한 것? 또 뭐가 있습니까?”

“군단창설식 해야죠! 계약 이행도 해야 하구요!”

“그... 진짜 TV나 소설에 나오는 ‘그 짓’을 하시겠다고요?”

“하아! ‘그 짓’이요? 당장 정정해주셨으면 합니다, 군단장님! 빼지마세요.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도장 찍자마자 꼬봉이라더니, 딱 그 짝이군.


다른 군단장들도 군단 창설 초기에는 찍 소리도 못하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벌써부터 끌려가게 될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군단의 생리인 것을. 솔직히 내가 원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배움이 짧아서 잘 몰라요. 또 지금 여기서 하기에는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요.”

“그러실 것 같았어요. 딱 잘라서 본론만 말하자면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군단장님의 툴과 제어 마나를 제가 사용 할 수 있어요. 준비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딱히 문제는 없고요. 사실 중요한 건 제가 다 가지고 있답니다!”


아... 그렇구나! 가지고 다니시는구나. 저렇게까지 완고하니 거부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실권이 없다.


또 내가 모르는 그짓이 꼭 필요한 이유도 있는 것 같으니 손발이 오그라들겠지만 까짓 거 참아봐야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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