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석박지 님의 서재입니다.

하 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석박지
작품등록일 :
2018.10.25 19:21
최근연재일 :
2019.02.01 16:11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55,823
추천수 :
2,991
글자수 :
1,106,262

작성
18.11.15 23:30
조회
675
추천
14
글자
9쪽

76.

DUMMY

"미르. 내려가자. 린. 꽉잡아!"

"네? 잠깐...크헉"


갑자기 미르가 땅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미쳐 준비하지 못하고 몸이 위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날아가지 않고 프렐리아의 품에 더욱 더 깊숙히 안기게 되었다.

프렐리아의 체구는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내 체구가 훨씬 더 작다.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데.

미르가 땅에 완전히 착지하기 직전에 프렐리아는 한손으로 나를 안고 미르에게서 뛰어 내렸다. 프렐리아가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한건지 세상이 돈다.


"미르. 수고했어. 이건 수고비."

"허억. 허억. 진짜 죽을뻔 했네."


순식간에 엄청난 공기가 내 코와 입, 눈으로 들어오면서 죽을뻔 했다. 미르는 즈레브 마을과 꽤 떨어진 공터에 착륙했다. 그리고 프렐리아가 건내는 마정석을 입에 물고 구르륵거리며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하늘로 다시 올라갔다.


"린. 괜찮아? 힘들면 업어줄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런데 미르는 저렇게 보내도 되는거에요?"

"걱정마. 내가 부르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있을테니까."


여기서 마을까지는 아마도 1km정도 떨어져 있는거 같다. 떨어질때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예측은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즈레브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인간이 있네요. 고블린밖에 없을줄 알았는데."

"대부분은 상단이야. 인간은 여기에 별로 오고싶지 않아하거든."


아마 밀이나 고기같은 식품들을 주로 판매할거다. 간간히 옷을 입고 가판에서 물건을 파는 고블린들도 보였다. 들어보니 '키에엑' 거리는 소리가 아닌 유창한 제국어였다. 고블린이 인간처럼 행동하니 약간 신기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린. 즈레브에 무슨일이 있는거야? 설마 또 마약?"

"아니요. 이곳이 폭광초를 어마어마하게 사들이고 있어서요. 문제는 그 폭광초를 다시 팔지는 않는다는 거죠."

"어? 그 폭광초로 만드는거 폭탄 아니야?"

"네. 폭광초로 만들 수 있는건 폭탄밖에 없으니 이 마을에 폭탄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을수도 있어요."

"어...린. 그게 폭탄이 많은건..."


콰앙!!


갑자기 마을 안쪽에서 땅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케빈의 단검과 포션을 꺼내 양손에 쥐고 자세를 낮추었다.


"걱정마. 린. 여기선 저게 일상이니깐."

"네? 저게 일상이라고요?"

"말했잖아. 여기 재미있는 곳이라고."


재빠르게 전투준비를 한 나와는 다르게 주변에 있는 인간 상인들이나 고블린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다. 설마 내가 그 폭음을 잘못 들은걸까? 실은 불꽃놀이 같은건데 내가 오해를...


콰앙!


"아니!! 이게 일상이라고요?"

"맞아. 여기선 이게 일상이더라고."

"도대체 뭘 하길래 저런 소리가 나요?"

"직접 보는게 빠를걸?"


프렐리아는 나를 데리고 마을 중앙으로 향했다. 마을 중앙에서는 축제아닌 축제가 벌여지고 있었는데 고블린뿐만 아니라 인간들도 몇몇 보였다.


"와하하하. 빨리 터트리라고!"

"흥이 안 살잖아. 흥이!"

"좋아! 다음은 큰거 한방 간다!!"


콰앙


뭐지. 이 미친 생물들은? 그들은 모여서 술을 마시며 폭탄을 터트리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한쪽에는 폭탄으로 보이는 농구공만한 크기의 공들이 잔뜩 쌓여있었고 그들은 계속해서 폭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여긴 지옥인가요?"

"이 마을은 원래 이런 곳이야. 처음에는 고블린들만 살고 있는 마을이였지만 저 폭음에 이끌려서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도 많아."


'세상에는 정말 미친놈들이 많구나.'

-아마 고블린들이 진화하면서 얻은 특성같군.

'뭐가? 설마 터트리는걸 좋아하는거?'

-아니. 아마도 연금술이 관련있지 않을까 싶군.

'연금술이라고? 하지만 연금술은 이미 존재하는 학문이잖아.'

-아마 주술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폭탄같은데. 이건 나도 연구를 해보고 싶군.


그들은 모여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끊임없이 폭탄을 터트렸다. 물론 폭탄은 불꽃놀이 같은게 아닌 파괴에 중점을 둔 폭탄이였다. 그들이 폭탄을 던지는 곳에는 계속해서 깊은 구덩이가 생겨갔다. 어쩐지 폭광초를 많이 사간다 했다.


"황실에서 이곳을 포기한 이유가 있었군요."

"맞아. 제국 초기때 대륙의 동쪽을 점령할 때 이곳이 유일하게 버티던 곳이였어. 그 당시 기록을 보면 폭탄을 들고 자폭을 하면서 이 마을을 지켰었나봐. 그때 초기 황제셨던 알렉산더 조상님이 이 곳을 지키려는 고블린들에게 감동을 받아서 고블린들도 제국의 백성이 될 수도 있었대."

"이 마을에서는 뭘 파는거에요? 의외로 사치품들의 소요가 많던데."

"그것도 직접 보는게 좋을걸? 재밌는게 많으니까."


콰앙!


폭탄이 터지면서 생기는 충격파에 머리카락이 뒤로 흩날린다. 도대체 왜 이런 미친 장소가 있는거지? 고블린들은 전부 폭발광들인가. 멍하니 폭탄이 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옷을 잘 차려입은 고블린 한마리가 다가왔다.


"어이. 이방인들인가?"

"네. 오늘 처음 왔어요."


프렐리아는 신분을 숨기고 싶었는지 말을 건 고블린에게 존댓말로 대답했다. 저렇게 대답하는것도 쉽지는 않을탠데. 보통 황족이였다면, 아니 귀족이였다면 바로 즉결처분이였다.


"어때? 이 폭음들. 멋지지 않아? 그쪽 꼬마친구는 멋있어서 넉이 나간거 같은데."

'뭐라는거야 미친놈이.'

"이 폭음, 열기, 충격파 전부 예술의 일환이라고."

'げいじゅつはばくはつだ?'

"이 폭탄을 봐.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

'저게 사랑스러우면 테러범이 되지 그랬냐.'

"폭발은 인생의 진리라고!!"

'폭발은 인생의 끝이겠지.'


아오. 슬라임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그나저나 폭탄을 가지고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프렐리아라면 몰라도 나는 저게 터지면 멀쩡하지는 못할것이다.

물론 폭탄이 터지는 순간에 가속을 사용하면 살 수는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폭탄만 스무개가 넘는다. 저걸 전부 감지하기는 힘들다.


"어때? 자네도 한번 터트려 보지 않겠나?"

"이 아이는 괜찮아요. 이미 거하게 터트렸거든요."

"아. 그랬나? 역시 폭발은 인생이지. 하하하."


프렐리아가 도와주는줄 알고 살짝 감동할 뻔 했지만 그 감동은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아오 내 11억 골드. 만약 댕댕이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터트렸으리라. 전부 날아가 버리게. 만약 여기서 댕댕이가 터졌다면 마을이 아니라 지도가 바뀌었을 거다.


"어때? 재미있는 곳이지?"

"여기 안전한거 맞아요?"

"글쎄. 가끔 자기가 폭발하고 싶다는 고블린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일 없는걸 보면 안전할껄?"

"설마 마을 곳곳에서 저런 폭발이 일어나는건 아니겠죠?"

"어....아마도?"


분명 일어났던거다. 마을안에 중간중간 새로 지은 집들이 많던데 분명 터진거다. 나는 아직도 저기서 폭탄을 터트리는 생물들이 이해가 안된다. 고블린들뿐이라면 어떻게든 이해를 하겠지만 적발적안의 소녀라던가 노란머리 남자는 뭔생각인지 모르겠다.


"이 마을에서 파는것들은 대부분 꽃들 아닌가요? 매달 빨간 튤립 1골드 짜리가 100개 넘게 팔리던데요."

"아. 그거 폭탄이야."

"네? 잘못들었습니다?"

"잘못들은거 아니야. 여기 폭탄들의 이름은 대부분 꽃에서 따오거든. 일단 저기 한번 들어가 볼래?"


프렐리아는 나를 데리고 근처 상점으로 들어갔다.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피스를 입은 여성 고블린이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건 괴상한 차림의 고블린이 아닌 진열대에 잔뜩 놓여있는 폭탄들이었다.


"저거 왜 이름이 빨간 튤립과 파란 튤립이죠?"

"나도 몰라. 고블린들은 우리랑 작명 센스가 다른가 보지."


하아. 분명 내가 본 자료에는 각종 꽃들이 매달 수 천개씩 제국 곳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꽃이 폭탄의 이름이였을 줄이야.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터트리는 폭탄이나 파는 폭탄의 양은 아마도 사들이는 폭광초의 양과 비슷할 것이다. 결국 허탕친건가.....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폭탄이라도 있으신가요?"

"어..제가 처음와서 그러는데 빨간 튤립과 파란 튤립의 차이가 뭔가요?"

"아~ 처음오셨구나. 여기 튤립들은 색깔별로 특성이 있어요. 빨간색은 폭발력이 강하고 파란색은 소리가 커요. 노란색은 빛이 엄청 나구요. 그외에도 보라색은....."


이 가게에는 별에 별 미친 폭탄들이 많았다. 소리와 빛은 엄청난데 데미지는 없는 폭탄이라던가 터지면 가려움증이 생기는 폭탄이라던가. 쓸모없는 폭탄들도 간혹 보였지만 A급 마정석으로 만든 폭탄들도 꽤 있었다.


"저기 그런데 이 가게에서 폭탄이 터지면 전부 터지는거 아닌가요?"

"네? 무슨 그런 막말을! 만에 하나라는건 고블린들에게 실례에요. 이 마을에 처음오신 분이라니까 봐주는거에요. 알겠어요?"

"아....죄송합니다."

"뭐. 물론 몇번 터진 적은 있지만 그 맛에 장사하는거죠."


의외로 폭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였나 보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다가는 나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げいじゅつはばくはつだ

굳이 번역을 안하는 이유는 이걸 해석하는 분들만 이해를 할 수 있을거 같아서입니다.

저 대사는 애니 속 명대사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의 어느 예술가의 명언이라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 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6 95. +4 18.11.23 592 13 10쪽
95 94. +2 18.11.23 592 13 11쪽
94 93. +4 18.11.22 606 14 10쪽
93 92. +4 18.11.22 573 15 11쪽
92 91. +4 18.11.22 573 13 11쪽
91 90. +2 18.11.21 607 13 12쪽
90 89. 18.11.21 583 11 12쪽
89 88. +1 18.11.20 602 17 11쪽
88 87. 18.11.20 599 13 10쪽
87 86. 18.11.20 634 10 10쪽
86 85. +1 18.11.19 634 10 12쪽
85 84. 18.11.19 626 9 11쪽
84 83. 18.11.19 635 11 11쪽
83 82 18.11.18 661 12 11쪽
82 81. 18.11.17 712 13 12쪽
81 80. 18.11.17 655 11 11쪽
80 79. 18.11.17 668 11 10쪽
79 78. 18.11.16 660 14 11쪽
78 77. 18.11.16 662 15 14쪽
» 76. +1 18.11.15 676 14 9쪽
76 75. 18.11.15 670 16 11쪽
75 74. 18.11.15 658 12 11쪽
74 73. 18.11.14 661 14 11쪽
73 72. 18.11.14 649 16 9쪽
72 71. 18.11.14 647 13 11쪽
71 70. 18.11.13 671 16 12쪽
70 69. 18.11.13 694 13 13쪽
69 68. 18.11.12 689 13 10쪽
68 67. 18.11.12 688 14 12쪽
67 66. 18.11.12 701 15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