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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름 님의 서재입니다.

숙원 홍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서여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19
최근연재일 :
2021.04.12 11: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215,18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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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9,561

작성
20.12.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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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숙원 홍씨 69. 향의 고백

DUMMY

숙원 홍씨 69. 향의 고백


“저하...아니 되옵니다. 저하...아니 되옵니다.”

향이 용포를 벗고 남색 무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박 내관이 도포에 갓을 쓴 차림으로 동궁전으로 들어섰다. 박 내관이 향을 수발하던 내관들에게 눈짓하자 알아듣고 밖으로 나갔다.

공두는 향에게 궁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다. 지난번에 단진이 구해준 노비가 도망치다가 죽게 된 사건이 있었고. 오늘은 죽은 노비의 일당이 나타나 단진에게 살인자라고 공격했다고 했다. 해서 단진은 슬픔에 잠겨 목멱산에 올랐다가 산을 내려오는데 길을 잃어서 시각이 지체됐다고 했다. 또한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진에게 살인자라고 한 노비가 왈패들에게 끌려가자 그를 구하러 갔다고 했다. 그를 구해주고도 살인자라고 단진을 몰아세워 단진은 궁으로 들어올 생각도 안하고 동문 밖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고 했다. 아무리 달래도 듣질 않고 멍하니 정신이 나가 있다고 했다.

향은 공두의 말을 듣자마자 박 내관에게 밖으로 나갈 차비를 하라고 했다.

박 내관은 향을 바라보았다.

향의 고귀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박 내관에겐 광영이었다. 향이 보위에 올라 만대에 남을 성군이 되도록 모시는 게 박 내관이 할 일이었다.

박 내관은 더는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박 내관은 밖에 있는 모든 내관 나인들을 물러나게 하고 들어온 길이었다.

박 내관이 말했다.

“저하. 저하께서 홍단진을 직접 데리러 나가시는 건 아니 되옵니다. 홍단진은 소신이 데려오겠사옵니다.”

“직접 갈 것이다.”

“저하 아니 되옵니다...동문 밖에 앉아 있다고 하옵니다. 가서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되는 일이옵니다. 소신이, 소신이 하겠나이다.”

향이 나가려고 하자 박 내관이 엎드렸다.

“저하...소신 이제껏 저하께 아무 말 하지 않았으나 오늘은 죽기를 각오하고 간청 드리옵니다. 저하...더는 홍단진을 가까이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또한 나가시려거든 소신을 죽이고 가시옵소서.”

향이 웃었다.

“내가 가는 길이 그리도 험한 길이더냐? 그저 한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다.”

박 내관이 간청했다.

“저하...지금 궁의 내관 나인은 물론이고 주상전하께서도 저하께서 홍단진을 가까이 하시는 걸 눈여겨보고 계시옵니다. 이런 때에 저하께서 그 아이를 데리러 나가신다는 건, 저하께서 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알리시는 것과 같사옵니다.”

....

“저하...저하께선 조선의 국본이시옵니다. 저하께서 사사로운 마음이 아닌, 전하의 대업 때문에 한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라고는 하나, 조정 대신들은 그리 생각지 않을 것이옵니다. 모든 눈과 귀가 저하를 향해 있사옵니다. 조정 대신들이 저하께서 틈을 보이시길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

“조정 대신들이 세자빈도 들이지 않으시고 나인을 가까이 하신다 오해를 할 것이고 그 오해를 사실로 만들 게 자명하옵니다.”

....

“해서 조정 대신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 세자빈 간택을 서두르라 할 것이옵니다. 소신, 저하를 오래도록 모셔왔사옵니다! 저하, 소신 감히 아뢰온데, 저하께서 대신들과 타협하시고 홍단진을 곁에 두기 위해 세자빈 마마를 들일 거라 여기지 않사옵니다. 해서 간청 드리는 것이옵니다. 저하께 누가 되는 일이옵니다. 이는 그저 한 아이를 데리러 가는 일이 아니옵니다.”

향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저하께서 세자빈 마마를 들이지 않겠다고 하신다면, 홍단진은 어찌 되겠사옵니까! 홍단진은 세자빈 마마의 빈자리를 만든 대역 죄인이 되는 것이옵니다. 조정 대신들이 홍단진을 가만히 두겠사옵니까? 저하...아니 되옵니다...”

향이 조용히 말했다.

“해서, 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박 내관이 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저하...”

향의 눈빛을 본 박 내관의 가슴이 바들바들 떨렸다. 향은 이미 단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또한 지금 단진을 곁에 둘 수 없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향은 단진을 두고 조정 대신들과 거래를 할 생각도 없거니와 마음에도 없는 세자빈을 들일 생각도 없고, 단진을 조정 대신들의 먹잇감으로 던져줄 생각도 없는 것이었다.

또한 그 마음도 접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니 접을 수 있는 마음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향은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저...저하...”

박 내관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향이 박 내관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박 내관.”

“예 저하...”

박 내관이 향을 보았다.

“나는 지금, 사사로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향은 단호했다.

“비키거라.”


저하...저하께서 기다리실 텐데. 저하께서 걱정하실 텐데...

단진은 동문 밖 언덕 나무 아래에 있었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일이 있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상처 입고 상처 입고 상처 입었다.

홀로 있으면 아픔이 먼저 찾아올 거라 여겼지만 아니었다. 홀로 있으니 가장 먼저 찾아온 건 그리움이었다.

단진은 궁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궁 안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곳에서 보고 있으니 불빛이 한없이 쓸쓸했다. 저 쓸쓸함 속에 그리운 이가 있었다.

‘궁 밖에 나가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이리 생각하거라. 네가 궁 밖에 나가 나를 떠올리면 내가 잘 못 지내는 것이다. 네가 궁 밖에 나가 마음껏 웃고 즐기느라 궁을 잊어버린다면, 내가 잘 보내는 것이니, 나를 위해 그리하거라. 할 수 있겠느냐?’

단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하...

‘내가 사람 여섯을 죽였어. 그래서 왈패들과 부부가 죽었어. 그러니까 나부터 살인자라고 신고해!’

단진의 미소가 사라졌다.

‘모르는 거야? 모른 척하고 싶은 거야? 네가 문종 따라 들어가던 날. 그 자객들. 누가 죽였을 것 같아? 서여름하고 독고준이야! 그 죽은 시신을 누가 치웠는 줄 알아? 나랑 왕태희야! 그 장대비 속에서...’

‘네가 히히덕거리고 좋아 죽을 때 서여름하고 독고준은 너를 위해 사람을 죽였어. 멀쩡한 모범생들을 살인자로 만들었어. 죽은 자의 피를 손에 묻히고 벌벌 떤 걸 너는 모르지? 몰랐겠지? 모르고 싶겠지! 문종 보며 실실 좋아 죽느라. 결국! 네가! 너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될 거야! 여기 온 것도 너 때문이고, 우리는 다 죽게 될 거야! 민혁이 옆에 누구부터 묻히게 될까?’

‘너는 다 죽일 거야! 진짜 살인자는 너야!’

단진의 가슴에 꽂힌 비수가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단진은 궁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제등을 든 공두가 먼저 동문 밖으로 나왔다. 향이 최 무사 정 무사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공두는 작전 성공이라 날아갈 듯이 기뻤다. 일부러 늘 드나들던 서문이 아닌 동문으로 정했고 웬일인지 박 내관까지 없으니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향이 가려는데 박 내관이 불렀다.

“저하...”

향이 돌아보았다.

박 내관이 오 내관과 함께 나왔다.

박 내관은 향을 단단히 보았다.

“저하. 소신이 모시겠사옵니다.”

박 내관이 공두를 보았다.

“앞서거라. 어딨느냐?”

“저 언덕 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오 내관이 능숙하게 제등을 들고 향을 비추며 앞장섰다.

공두는 좋다 말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였다.

향이 가자 공두가 잽싸게 박 내관의 비위를 맞췄다.

“박 내관님. 홍단진이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닙니다. 생기다 만 게 생기다 만 짓 한다고 이제 별별 짓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게 분명...”

공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 내관이 공두의 뒤통수를 ‘퍽’ 소리가 나게 후려치고 걷어찼다.

“입 조심하거라.”

박 내관이 쌕쌕거리고는 서둘러 향의 뒤를 따랐다.

향이 언덕에 올라왔지만 단진은 보이지 않았다.

박 내관이 공두에게 눈을 부라렸다.

“대체 홍단진이 어디 있다는 것이냐?”

공두는 당황해 향을 보았다.

“분명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사옵니다.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사옵니다.”

공두가 나무를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혹시 나무에 목이라도...”

박 내관이 공두를 걷어찼다. 어찌나 세게 찾는지 공두의 입에서 ‘악’ 소리가 나왔다. 박 내관이 눈을 부릅뜨자 공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박 내관이 공두에게 조용히 겁박했다.

“지금 당장 홍단진을 찾지 못하면 네놈을 죽일 것이다.”

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궁에서 나오는 불빛이 쓸쓸했다. 이곳에서 홀로 저 쓸쓸함을 보고 있었던 것인가. 대체 어딜 간 것인가.

향은 걱정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달빛이 훤히 비추고 있는 들판에 하얀 꽃이 날리고 있었다.


단진은 걸었다. 귓가에서 계속해서 같은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죽은 자의 피를 손에 묻히고 벌벌 떤 걸 너는 모르지? 몰랐겠지? 모르고 싶겠지! 문종 보며 실실 좋아 죽느라.

마음에선 계속해서 다른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저하.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겠사옵니다.’

‘그리도 좋으냐?’

‘그리도 좋으냐?’

단진은 걸었다.


백겸이 말했다.

‘이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마.’

‘민혁 잊어. 민혁을 만난 자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잊어. 그자를 입에 올리지도 마.’

‘네가 그자를 살인자라고 하는 순간, 나도 살인자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명심해!’

진양이 말했다.

‘네놈 웃음 어디에도, 네놈 얼굴 어디에도, 네놈 생각 어디에도, 그 죽은 놈은 없질 않으냐! 그 죽은 놈을 왜 내게서 찾느냐? 나를 죽이고 싶다고 했느냐? 허면 이를 갈고 뼈를 가는 심정으로 나를 증오해야 하는 것이다.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나를 죽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 죽은 놈은 네게 아무것도 아니질 않느냐! 그 책임을 나에게 넘기지 말거라!’


단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 어디에도, 마음 어디에도 육갑은 없었고 육갑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도 어제 내린 눈처럼 녹아 없어진지 오래였다. 단진에게 육갑은 딱 그만큼이었고 단진은 그걸 알고 있었다.

허나 잊었다고 말할 용기조차 없어 누군가에게 떠넘겨야 했고, 누군가에게 나는 죄가 없다고 소리쳐야 했고, 누군가에게 나는 이렇게 그 죽음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소리쳐야 했다.

비겁한 투정이었다.

단진은 백겸과 창이를 떠올렸다. 그들이 죽음의 무게를 견디고 있을 걸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왜 579년을 거슬러 올라와 하필이면.

운명인지 숙명인지, 신의 장난인지 신의 뜻인지. 아니, 신조차도 모르고 있는 일인지 알 수 없으나, 백겸과 창이의 손에 피를 묻히고 살게 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야 한다고.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단진은 목이 메어왔다.

백겸이 사람을 죽였다는 걸 알고서는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아팠다.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을 백겸을 생각하니 너무도 아팠다. 허나 백겸이 향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그 고마운 마음이 너무도 미안해서 너무도 염치가 없어 아프다는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마음이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단진은 백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 순간, 향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장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향이 미소 지었다.

‘그리도 좋으냐?’

단진이 미소 지었지만 향은 금세 사라졌다.

단진은 멈춰섰다. 단진은 저도 모르게 끌리듯이 걸어왔다. 단진이 걸어온 것인지 마음이 단진을 데리고 온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단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꽃들이 들판 가득 피어있었다. 달빛 아래 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워 꿈인가 싶었다.

단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곳으로 올 때 하얀 눈길을 걸어왔었다. 그 길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다.

이 끝에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 끝에 향과의 이별이 있었다. 향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죽음보다 더 큰 공포가 밀려왔다.

향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하얀 꽃이 핀 들판이 눈 쌓인 벌판이 됐다. 단진은 너무도 두려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 돌아갈게 될까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에선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슴에선 갈 수 없다고 울부짖고 있었다.

돌아가야 한다는 각오는 모래성 같았고. 갈 수 없는 마음은 천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가를 수 없는 바다 같은 것이었다.

단진의 눈에 눈물이 일렁였다.

저하...저하...

향이 애타게 보고 싶었다. 단진은 향에게 가야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고 하얀 눈은 더욱 쌓여 가고 있었다.

단진은 향을 볼 수만 있다면 다 견딜 수 있었다. 비난도 고통도 아픔도 다 견딜 수 있었다. 향을 볼 수만 있다면.

저하...

단진의 눈에서 간절함이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여기 있었느냐?”

또다시 들렸다.

“여기서 무얼 하느냐?”

단진이 천천히 돌아보았다.

향이 걸어오고 있었다.

눈이 녹아 사라졌다.

단진에게 눈 덮인 벌판이 꽃이 만발한 들판으로 바뀌었다.

달빛 아래 날리는 하얀 꽃들 사이로 향이 걸어오고 있었다.

향이었다.

단진은 이리 보고 있어도 사무치게 그리운 향이었다.

향이 단진을 보았다. 단진이 하얀 꽃들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 바람에 꽃들이 나부끼고 그곳에서 단진이 향을 보고 있었다.

.....

향은 안도했다.

향은 단진에게 다가갔다.

단진이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했다. 향은 하루 종일 정무에 바빴지만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문득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해가 지길 기다렸다. 해가 저물녘이 되자 웃으며 달려올 단진을 기다렸다. 하늘에 어둠이 내리자 무탈하게 돌아올 단진을 기다렸다.

기다릴 때마다 조금 늦는 거니 괜찮다고 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허나

괜찮지, 않았다.

향이 단진이 앞에 섰다.

단진이 고개 들어 향을 보았다. 향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향의 숨소리였다. 단진의 촉촉해진 눈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얀 꽃이 나부꼈다.

달빛 아래 은색 상투관에 남색 무사복을 입은 키가 큰 향과 하늘색 치마를 입고 다홍색 댕기를 두른 작은 단진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조선의 왕세자 향과 579년을 거슬러 올라온 단진이 서로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닿을 듯 가까이서 서로를 보고 있었다.

.....

......

“저하...”

“괜찮은 것이냐?”

“예...저하...송구하옵니다 저하...너무 늦었사옵니다...저하께 또 누가 되었사옵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예 저하...”

“그러면 되었다.”

“....저하...송구하옵니다...”

“단진아.”

“예 저하...”

달빛이 향의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 단진은 향을 보았다.

향은 단진의 맑은 눈을 보았다.

향이 단진에게 말했다.

“보고 싶었다.”

단진이 놀라 향을 보았다.

바람이 살랑였다. 하얀 꽃들이 일제히 바람에 날려 향과 단진의 주변을 춤추듯 날아다녔다. 밤하늘의 달빛이 그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백겸이 향과 단진을 보고 있었다. 백겸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하얀 꽃이 날리는 세상에 단 두 사람만 존재하듯 향과 단진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그들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하얀 꽃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아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백겸의 목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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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 cr*****
    작성일
    20.12.07 11:54
    No. 1

    나는 지금 사사로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진짜 이렇게 설레도 되는건가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6 k1******..
    작성일
    20.12.07 12:03
    No. 2

    너무 설레네요~ 잘보고갑니당!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17 vely4606
    작성일
    20.12.08 11:24
    No. 3

    가슴이 콩닥콩닥~~떨리는 69회네요.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15 mj******..
    작성일
    20.12.08 14:56
    No. 4

    우왕! 이향 너무 멋있어요^^ 너무 잼나요. 코로나 땜에 다들 어렵고 우울한데 요즘 이 작품 땜에 그나마 살 맛이 납니다. 길이도 69회가 적당한거 같아요. 앞에거는 폰으로 보는데 좀 길었어요. 작가님 감기 조심하시고 홧팅요~~~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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