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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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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85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30 08:33
조회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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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피사-정착 (3)

DUMMY

피사가 정신을 차리고 보름 후, 일행은 오라클 왕국에 들어섰다. 국경을 넘으며 피사가 말했다.


“원수 놈들과 결착을 보고 오라클 왕국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클로저가 피사에게 말했다.


“···굳이 손을 더럽히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기로 흑막은 임무에 실패한 요원을 용서하지 않거든요.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지금껏 몸담았던 곳으로부터 쫓기는 신세로 전락할 겁니다. 물론 저희 더 오라클에서도 쫓을 거고요.”


말하자면 현존하는 No·1과 No·2의 정보단체 양쪽 모두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 이제 두 사람은 대륙 그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피사 본인이 원수를 갚는 것보다 더한 복수였지만, 피사는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렉스가 그런 피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다, 피사. 하지만 그때 동굴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복수해야 할 대상은 그 두 사람뿐만이 아냐. 어쩌면 제국 전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그런 집단이다. 큰 복수를 위해 작은 복수는 다른 사람 손에 맡기자.”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피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클 왕국에 들어선 지 오 일째, 피사 일행은 긴 여행을 마치고 오라클 왕국의 수도 캠페인에 들어섰다. 피사 일행이 탄 마차는 곧바로 더 오라클 본부로 들어섰다.


“먼 길 오느라 고생들 많으셨소. 더 오라클의 리더, 라붐이라 하오.”


“멸문당한 제국의 귀족 데민가의 현가주 일렉사리온 데민이라고 합니다. 이 이름은 복수를 끝마칠 때까지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알렉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라붐이 알렉스를 유심히 쳐다보다 말했다.


“···많이 컸구려. 어렸을 때도 그대의 아버지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크고 나니 정말 붕어빵 같군.”


알렉스가 놀라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예전에 저와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그대가 아직 어렸을 때, 나무꾼 차림으로 그대 집에 찾아갔었지요. 약초 캐는 노인과 함께.”


알렉스는 몸을 숨겼던 아버지와 자신을 찾아왔던 두 사람을 기억했다. 분명히 기억하건대 그때 그 사람은 라붐이 아니었다.


“···기억납니다. 그때는 변장하고 계셨던 거였군요?”


라붐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맨 얼굴보다 그게 더 익숙하다오.”


알렉스와 인사를 마친 라붐이 피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피사는 순간 움찔했는데, 그의 눈빛에서 이글거리는 불같은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피사라고 했소?”


“네? 네!”


까마득히 높은 하늘 위에 앉아있을 거라고 생각한 오러마스터 중 한 명의 준올림체에 피사는 당황했다.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는 피사의 대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라붐이 피사에게 말했다.


“여독은 언제쯤 빠질 것 같소? 하루라도 빨리 인류 최초의 마검사와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피사는 대답도 못 하고 다시 딸꾹질을 시작했고, 그 장면을 웃으며 지켜보던 클로저 사무치가 “아직은 손님입니다. 각하.”라고 말하며 라붐을 말렸다. 피사는 그럼 조금 있으면 손님이 아닌 거고 난 그때 죽는건가라고 생각하며 라붐과의 첫 만남을 끝냈다.



***



[대단해요.]


“···엉?”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오러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뿜어댈 수 있지?]


피사가 혼자가 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미리가 방문이 닫히자마자 피사에게 말했다. 미리는 처음 만난 라붐의 위용에 몹시 놀란 것 같았다.


“오러를 펼치고 있었어? 라붐각하가?”


[그건 펼친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마치···, 비유하자면 그 사람 자체가 오러를 생산하는 발전소 같은 느낌? 마법은 대기 중의 마나를 소모하고 오러유저는 자기 안에 쌓아놓은 오러를 사용하는데, 저분은 오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고 있어요. 생성된 오러는 대기 중에 퍼지는 게 아니라 그분 주위에 차곡차곡 쌓였고요.]


피사는 미리가 말한 발전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오러마스터가 오러유저와 무엇이 다른 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오러마스터의 비밀일까?”


[네. 오러마스터라고 불리는 경지의 주된 특징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오러마스터라는 명칭만 가지고 유추해서 그냥 오러유저의 발전형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어떤 과정을 거쳐 저런 변형을 이룬 것인지 오러유저의 원리부터 다시 한번 분석해봐야겠어요.]


“응, 수고해. 응? 그런데 너 예전에 듀라한을 봤었잖아. 그때는 그런 느낌이 없었어?”


[그때는 전투 중이라 오러를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인줄 알았어요. 자세히 관찰할 생각도 못했고요.]


미리와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알렉스가 들어왔다.


“뭐하냐?”


“어? 그냥 미리랑 이야기하고 있었어. 오러마스터란 정말 굉장하구나, 알렉스.”


“그래? 난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놀랐다만?”


아닌 게 아니라 라붐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대륙에 알려진 오러마스터는 모두 다섯 명. 제국의 제 1 기사단인 제우스 기사단의 단장 데이지 후작, 제국 검의 명가 카펜더스가의 현가주 카펜더스 백작, 성국 성기사단장 크롬웰, 톨리왕국의 왕자 아부다비 탈리, 그리고 더 오라클의 리더 라붐.


하지만 알렉스는 한명 더 알고 있다. 숨겨진 오러마스터 다니엘 피트.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에게 느꼈던 존재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미증유의 힘에 알렉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를 봤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라붐은 전혀 달랐다. 다니엘 피트를 봤을 때 느꼈던 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관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키도 중간, 얼굴도 평범. 하다못해 드러난 살에 울퉁불퉁한 근육도 없었다. 그냥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얼굴이었다.


알렉스는 자신의 느낌을 말하며 덧붙였다.


“아무래도 오러마스터 안에도 여러 색깔과 모양이 있나보다.”


피사나 알렉스는 몰랐지만 미리는 혼자 없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피사는 미리의 지시에 따라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몸을 회복해 라붐과 대련하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심하게 다친 와중에 먼 길을 이동하느라 여기저기가 엉망이었다. 피사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철저히 재활훈련에 전념했다. 물론 자기 전에는 미리가 예상한 라붐의 공격을 가상현실을 통해 경험했다.


알렉스는 도착한 바로 다음 날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제국의 정보를 더 오라클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더 오라클 측 담당자는 바로 클로저 사무치였다.


“알렉스님이 가지고 계신 정보가 워낙 중요해서 제가 직접 받기로 했습니다.”


더 오라클의 리더, 라붐의 오른팔인 클로저가 웃으며 말했다. 더 오라클은 제국의 최고 중심부, 흑막의 정보에 몹시 목말라 있었다. 알렉스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서 들어 알게 된 조직의 모든 정보를 클로저에게 말해줬다. 조직의 기원, 구성, 목적, 영향력 등. 클로저는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처럼 정보를 받아적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알렉스님 말대로라면 제국의 황제는 그냥 허수아비인데요?”


“예, 황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황궁 내의 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클로저가 손톱을 깨물며 말했다.


“아마 그대로일 겁니다. 지난 팔백 년간 제국을 지켜봐 온 저희 입장에서 보면 데민가가 건재했던 이십 년 전 제국과 지금의 제국에서 별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황제조차 허수아비였을 줄이야 라고 중얼거리며 클로저가 알렉스에게 물었다.


“그럼 제국 내 모든 세력도 다 조직의 손아귀에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제국 행정부나 제우스 기사단을 위시한 모든 기사단···. 그리고 마탑까지···.”


“마탑은 아닙니다. 조직은 끝내 마탑을 지배하지 못했지요.”


갑자기 클로저의 표정이 한껏 밝아지더니 입술을 떨며 말했다.


“그..그렇다면 드디어···!! 지금까지 저희는 두 명의 오러마스터와 한 명의 8써클 마법사를 도대체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셋이 아니라 둘이라면 드디어 저희의 숙원이!”


라붐님과 피사님이 한 명씩 맡으면 되겠어 하고 고개를 감격해 하던 클로저를 쳐다보며 알렉스가 말했다.


“···셋입니다.”


“네?”


영문을 몰라하는 클로저에게 알렉스가 말했다.


“조직 내에는 정체를 숨긴 오러마스터가 한 명 있습니다. 제국은, 아니 조직은 세 명의 오러마스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쨍그랑-


클로저는 앞에 놓인 사과를 먹기 위해 들어 올렸던 포크를 그대로 접시로 떨어뜨렸다. 워낙 아끼던 접시라 평소라면 흠이라도 나지 않았나 호들갑을 떨 그였지만,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작가의말

주일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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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피사-정착 (1) +8 17.07.28 572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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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6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3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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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피사-탈출 (4) +4 17.07.21 606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6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6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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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3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9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3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2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8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5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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