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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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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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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408

작성
17.07.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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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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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피사-정착 (2)

DUMMY

싸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제 누군가와 싸워 승리했다고 오늘도 그 사람에게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방심하거나, 컨디션이 어제보다 좋지 않거나, 상대편이 꼼수를 쓰거나 등등.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기사나 검사, 용병의 경지를 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러의 활용도를 따질 때는 등급을 나누어 이야기한다. 오러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 사용한다면 오러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하느냐. 이 차이는 앞서 말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그 결과를 뒤집기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오러는 그 명칭만 다를 뿐 마나와 같다. 최초의 오러유저-구전되는 이야기로는 어느 나무꾼이었다고 한다-가 ‘마나’라는 개념을 몰랐기에 자신이 발견한 물질을 ‘오러’라고 이름지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두 용어를 합치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지만, 번번히 마법사와 기사의 자존심 문제로 번져 동일한 물질을 두 가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마법사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마나를 유동시킬 때 나오는 에너지에 마법사 자신이 원하는 성질을 부여하여 마법을 일으키는 원리다. 하지만 오러유저는 평소에 대기 중의 마나를 체내에 축적해 두었다가 전투 시 그것을 꺼내어 사용하는 식으로 마나를 활용한다.


가장 보편적인 활용법은 자신의 무기에 오러를 둘러 사용하는 것이다. 오러를 두른 검은 일반 검으로는 벨 수 없는 돌을 벨 수 있게 해주고 쇠를 끊을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마나덩어리인 마법도 가를 수 있다. 오러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지면 오러를 방출하여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일명 오러탄환. 사람들이 말하는 검기나 도기, 권풍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러의 활용은 비단 공격수단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러유저는 신체의 일부분에 오러를 집중하여 신체의 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오러유저는 양발에 오러를 집중하여 말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무기를 들지 않은 팔의 팔뚝부분에 오러를 뭉쳐 방패처럼 적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만 오러를 양 눈에 집중하여 주변의 마나를 눈으로 보는 기술도 존재한다.


공격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신체의 일부분을 강화하여 활용하거나 관계없이 오러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는 엄청난 집중력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동일한 오러유저라 할지라도 그 지속성에 의해 고하가 판가름난다. 체내에 쌓아놓은 오러를 사용하기에, 평소에 얼마나 많은 오러를 쌓았는지와 오러를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가 그 지속 정도를 좌우한다. 그래서 유명한 기사가문들은 오러축적과 제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주는 비전을 간직하고 후대에 전승한다.


오러마스터는 오러유저의 이런 부분을 초월한 존재다. 그들은 마나에 대한 깨달음이 극에 달해 억지로 오러를 유지하지 않아도 늘 몸에 오러가 깃들어있다. 오러유저가 갖은 노력을 다해 오러를 유지하려 할 때, 그들은 호흡하듯 자연스레 오러를 온몸에 퍼뜨린다. 몸 속에 축적한 마나가 체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조금만 힘을 주어도 오러가 무기 바깥에까지 뻗어나간다.


그렇기에 그들은 혹여 방심해 적의 공격을 허용한다 할지라도, 같은 오러마스터 수준의 공격이 아니라면 상처조차 입지 않는다. 전신이 두터운 오러로 보호받고 있으니까. 칼질 한 번에 거의 대부분의 오러유저들과 보호마법을 잔뜩 두른 마법사들이 스러진다. 그냥 휘두른 칼질에 담긴 오러의 양이 오러유저나 마법사가 긁어모은 마나의 양보다 많고 날카로우니까. 같은 수준이라 평가받는 8써클 마법이 아니고서는 오러마스터를 해할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오러마스터 뿐이다.


하지만 오러마스터는 선택받은 자만이 오를 수 있다. 동시대에 오러마스터가 열명을 넘겼던 적은 대륙의 역사가 기록되어온 천 여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적었을 때에는 대륙에 오직 단 한명의 오러마스터만 존재했던 시기도 있었다. 오러마스터란, 그만큼 지고의 경지다.


그렇기에 오러마스터가 되지 못한 오러유저들은 마검사가 되기를 갈망했다. 오러마스터에 비해 뒤처지는 면들을 마법으로 메우기 위해서. 예를 들어 4써클 마법 스톤스킨을 두르고 육참골단의 방식으로 공격하면 그 어느 오러유저가 버틸 수 있을까! 또 3써클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한다면 오러마스터를 제외한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섬멸할 수 있을 터였다. 아니, 오러마스터도 그런 존재를 쉽게 해할 수는 없으리라. 마법사도 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지만, 오러마스터 만큼은 아니었다.


한편 마법사들은 오러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을 터득해 메모라이즈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아무리 고써클 마법사라 할지라도 메모라이즈한 마법이 다 떨어지면 범인과 다를 게 없다. 써클의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마법사들에게는 더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절대성에 벽돌 한 장을 더 쌓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오러유저가 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마검사를 꿈꾸던 모든 이들이 실패했다. 마나를 오러의 방식으로 느껴온 전사들은 대기 중의 마나를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혹 움직였다 할지라도 마법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그 복잡한 수식을 전투 중에 계산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반대로 마법사들은 마나를 체내에 넣는다는 개념조차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것이었다.


오러유저인 클로저도 한때 마검사를 꿈꾸었다. 꿈만 꾼 게 아니다. 꽤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그는 그림자 속에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암살자. 만약 마법만 사용할 수 있다면 해가 정수리 위에 떠있는 대낮에도 암살을 행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젊은 나이에 더 오라클의 지도부가 될 정도로 똑똑한 머리로 시도했던 모든 방법이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기에 클로저는 자기 눈앞에서 오러와 마법을 모두 사용한 자신과 동년배인 이 청년에게 깊은 존경심과 약간의 질투심을 느낄 수 밖에 앖었다.


“···그런 이유로 라붐님께서는 알렉스님도 알렉스님이지만 피사님을 만나뵙기를 무척 고대하고 계십니다.”


오래간만에 애검을 닦으며 비무를 준비하고 계신다 하더군요 라고 덧붙인 클로저의 말에 피사는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미..미리야. 어쩌지? 오러마스터가 날 기다리··· 아니 노리고 있대···.]


[에이. 잘 됐죠, 뭐. 이제 같은 편인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 이참에 가상현실 대련 상대로 오러마스터도 한 번 넣어보자구요!]


오러마스터도 분석해 버리겠다며 미리는 의욕을 불태웠고 피사는 딸꾹질을 시작했다.



***



전서구는 발에서 편지를 뜯어내자마자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평생 한 마리도 보지 못한다는 붉은 색 비둘기. 조직 내에서도 단 두 마리만 보유하며 가장 급한 일에만 쓰인다는 전서구가 도일과 라일을 찾아왔다. 편지에는 단 네 글자만 쓰여있었다.


’복귀요망’


“···야. 그럼 어떻게 되는거냐, 우리?”


피사일행이 오라클 왕국으로 들어섰다.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아니, 이 정도 위치에서는 거꾸로 두 사람이 사냥감이다. 하지만 뒤돌아갈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도일이 선택한 방향은 남쪽, 톨리왕국이었다.


남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붉은 비둘기가 도착해 소식을 전했다. 도일은 네 글자 뿐인 편지를 곱씹어 읽더니 고개를 들어 라일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제도로.”


라일이 불안한 듯 물었다.


“괜찮을까? 우리는 끝내 두 사람을 제거하지 못했는데···.”


“응. 괜찮을 것 같다. 조직의 명령은 ’두 사람을 제거하라.’ 였어. 그 시한이 정해져있지는 않았다. 이 편지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우리는 실패한 게 아니라 ’조직의 명령에 의해’ 중단한거야. 그러니 괜찮아.”


죽을 상이었던 라일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그렇지?”


도일은 그런 라일을 본체만체하며 다시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야.”


“응? 뭐가?”


도일이 말했다.


“웬만해선 명령을 철회하지 않는 조직이 명령까지 철회해가며 우리의 복귀를 긴급히 요청한다는 게···. 그것도 이십 년 가까운 조직생활 중에도 본 적 없던 붉은 전서구까지 이용해서 말이지.”


라일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호..혹시 속임수?”


“아냐. 그렇게 보기엔 너무 티난다. 그리고 그건 조직의 스타일이 아냐. 우리 따윈 언제든 어디서든 죽일 수 있다.. 이게 조직의 스타일이지.”


“···그럼 무슨 일일까?”


도일이 고개를 들어 라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조직에 큰 일이 생긴 것 같다. 안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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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3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6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6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2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80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3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3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2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8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5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5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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