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77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21 08:44
조회
605
추천
13
글자
9쪽

피사-탈출 (4)

DUMMY

피사 일행은 국경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키리아를 나선 이후에도 이전과 큰 변화는 없었다. 열심히 걷다 보면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그즈음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 들어가 푹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을 나섰다. 키리아에서 출발하고 십육일 동안 노숙을 한 것은 한 번뿐이었다. 알렉스와 그의 아버지가 십 년 동안 짜고 다듬어온 제국 탈출 루트는 완벽했다.


여관에 짐을 푸는 날이면 피사는 항상 미리와 가상현실을 통해 수련했다. 싸움 상대는 부모님의 원수인 거대도끼를 사용하는 기사. 피사는 싸우는 족족 패배했다. 가상현실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죽음을 경험했을 때 받는 정신적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와의 대결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죽임당하던 피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버티는 시간이 늘어갔고, 끝내 몇 번은 이기기도 했다.


수련을 마치면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오러를 연습했다. 미리는 동굴에서 가진 회복 기간 동안 피사의 오러 운용법을 개선했다. 거대도끼 기사와의 싸움이 도움이 됐다. 특히 그가 도끼를 투척했을 때의 오러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참고했다. 덕분에 피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성장해갔다.


“오늘부터 며칠은 노숙을 해야 할 거다.”


점심을 먹으며 알렉스가 피사에게 말했다.


“어, 난 상관없다. 그런데 왜? 부스협곡에는 마을이 없나 보지?”


“있는데, 단 하나뿐이다. 큰 마을 작은 마을 다 합쳐서 하나. 당연히 그곳에는 제국 정보부의 눈이 집중되어 있지.”


피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캬. 정말···. 이런 환경 속에 마을이 한 개나 있는 것 자체가 용하다. 도대체 이곳에 마을을 건설한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알렉스가 피사에게 동감하며 말했다.


“인간이란 그래서 대단하지.”


미리도 덧붙였다.


[“버텨라, 끝내 버티면 이긴다.” 작가 앤드류 매튜스의 말이었죠.]


피사가 헛웃음 치며 대답했다.


“고대 사람들도 똑같았나 봐?”


[그럼요. 제가 아직 부스의 마을을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대의 어느 집념 어린 통치자들은 돌이 하나도 없는 사막에 돌로 된 건축물을 짓기도 했다고 해요.]


“허..허허허허허허허.”


피사의 어이 없어 하는 웃음이 끝날 즈음 알렉스가 말했다.


“고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협곡이 부스라고 불리는 이유가 좀 웃기는데, 협곡의 이쪽 편과 저쪽 편에 서로 다른 푯말이 꽂혀 있었단다. 한쪽에는 ‘Busan’, 다른 한쪽에는 ‘Las Vegas’. 처음에는 두 지명을 연결해서 부산라스베가스라고 부르다가 너무 길어 부르기 귀찮아진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서 ‘부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더군. 뭐, 믿거나 말거나.”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위치했던 큰 항구도시였죠. 라스베가스는 부산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아메리카 대륙의 도시인데, 부산으로부터 9,683킬로 미터나 떨어져 있었죠. 게다가 내륙이었고···. 도대체 어떻게 두 도시가 붙어버릴 수 있었던 거죠?!]


미리의 말이 맞다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속해있던 대륙과 라스베가스라는 도시가 속했던 대륙이 서로 일만 킬로미터를 달려와 충돌했다는 말이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피사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눈앞의 광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거대한 협곡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리의 말 정도 되지 않으면 이런 어마어마한 협곡은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으리라.


알렉스가 말했다.


“뭐 아무튼, 이 협곡을 건너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그 유명한 세상에서 가장 긴 흔들다리를 통해 건너는 방법. 하지만 우리는 이 방법을 쓸 수는 없다. 외길이라 걸릴 확률이 100%니까. 두 번째 방법은 협곡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방법. 내려가는 길도 여럿이고 밑에서 강을 건너는 선착장도 여럿이고 올라가는 길도 여럿이라 추적을 피하기에는 용이하지만 흔들다리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삼일은 족히 걸리지.”


참고로 흔들다리를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건널 수 있다고 알렉스가 덧붙였다. 하지만 이용할 수 없는 길. 협곡의 유일한 마을 역시 흔들다리를 끼고 건설되어 있기에, 앞으로 최소 삼일은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피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면 물었다.


“여기만 지나면 바로 국경이지?”


알렉스가 대답했다.


“그래. 이 협곡만 넘으면 우리는 드디어 제국을 벗어난다.”



***



“흔들다리는 절대로 이용하지 않을 거다.”


혹여 흔들다리를 이용하면 어쩌냐는 라일의 물음에 도일이 자신 있게 답했다. 알렉스와 오러유저를 추적한 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 간다. 도일은 이제 자신이 쫓고 있는 이들의 성향을 얼추 파악했다.


“놈들이 흔들다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협곡을 내려갔다 올라올 거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감시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어. 아니, 정찰병을 드문드문 배치하여 발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길 수 있다.”


라일의 지적에 도일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정보부를 완벽하게 따돌려왔던 놈들이니 지금쯤 자신감이 좀 붙었을 거다. 자만심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내려오고 올라가는 경로를 꼬아서 짰을 리는 없어. 최단거리로 돌파할 생각일 거야.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어느 길로 내려오는 지만 파악한 후, 그들이 내려오는 동안 그 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오르막길에 매복해 있으면 돼.”


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도일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가 말했다.


“이번에는 죽어도 안 놓친다. 빌어먹을 질긴 놈들.”



***



피사와 알렉스는 작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숲으로 들어왔나 싶을 때 그들이 걷던 길의 각도가 아래를 향하기 시작했다. 여느 산처럼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나오는 길이 아니라 한결같은 내리막길이었다. 덕분에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에 두 사람은 협곡의 바닥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숙했다. 알렉스가 주변에 알람 마법을 깔아놔서 불침번은 서지 않아도 됐다.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알람 마법에 탐지된 침입자는 없었다. 위험은 없다. 알렉스는 그렇게 판단하고 최초의 계획대로 가장 가까운 오르막길을 이용하기 위해 강을 건넜다. 그리고 하선하자마자 나온 오르막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은 어제보다 훨씬 걷기 힘들었다. 어제 걸었던 내리막길은 내려가는 각도와 방향이 일정했는데, 오늘의 오르막길은 길의 경사와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걷는 것 자체에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길에 진입한 지 두 시간 만에 완전히 지쳐버렸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력이 더 약한 알렉스는 입 밖으로 나오는 거친 숨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알렉스에게 피사가 좀 쉬었다 가자고 말할 찰나, 미리가 경고를 보내왔다.


[주인님! 전방에 무장한 사람이 있어요!]


“음? 무장?”


[···오 맙소사. 그때 그 거대도끼 기사에요!]


피사와 알렉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 말도 안 돼.”


같은 말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다 피사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피사. 내가 너무 안일했다.”


알렉스가 사과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좌절하는 알렉스를 피사가 위로했다.


“괜찮아. 싸움 한번 없이 벗어나면 오히려 아쉬웠을 거야.”


피사가 눈을 빛내며 전방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부모님의 원수를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알렉스에게 피사가 다시 말했다.


“괜찮아. 렉스야. 아직 안 끝났어. 미리가 말했던 “개겨라 이길 것이다”라는 말도 있잖아.”


[···버텨라. 에욧!]


“큭큭큭.”


알렉스가 짧게 웃으며 스톤스킨을 시전한 후, 자신들 앞쪽 길에 마법을 시전했다. 3써클 ’폭발하는 룬문자’. 건드리는 순간 마나가 유리조각 같이 날카롭게 터지며 사방으로 비산해 상처입히는 광범위 공격마법이었다.


곧 피사 일행은 전방에서 내려오는 거대도끼를 든 기사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옆에는 예의 그때도 함께 있었던 기사가 있었다. 두 사람은 진즉에 올라와서 충분히 쉬다 나타났는지, 올라오느라 지친 피사와 알렉스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라일이 말했다.


“이제야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피사-정착 (6) 17.08.02 471 10 12쪽
48 피사-정착 (5) 17.08.01 441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4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2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9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3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 피사-탈출 (4) +4 17.07.21 606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6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2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80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3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3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2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8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5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