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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88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7 09:12
조회
666
추천
16
글자
8쪽

피사&로버트-습격 (8)

DUMMY

해골마법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로버트는 자기 앞에 앉아있는 그를 마주 보지 못하고 그의 발끝만 쳐다보았다. 전설의 9써클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뿌려대는 언데드···. 그는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책 속에 나오는 악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마나로프라고 소개한 악마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관계 정립부터 해보자.”


“···네?”


“너는 나를 해방시켜줬지.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만 어쨌든. 그 대가로 나는 너를 죽이려던 두 사람을 죽였다. 이제 너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는 없지. 나를 제외하곤.”


마나로프의 말을 듣고 있던 로버트는 그의 마지막 말에 머리털이 삐쭉 섰다. 마나로프는 계속 말했다.


“나로서는 너를 살려두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다시피 내 몰골이 좀 그렇잖아? 살아 돌아간 네가 어딜 가서 내 이야기를 한다면 난 여러모로 곤란해질 거야. 그렇다고 너를 죽이자니, 그건 또 좀 아깝다는 말이지.”


“···무엇이 아깝다는 말입니까?”


“나는 이루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을 위해서는 온 대륙을 하루가 멀다 않고 돌아다녀야 하지. 하지만 나에게 걸려 있는 빌어먹을 제약 때문에 나는 이 마을을 떠날 수 없어. 결국, 나는 나의 손과 발이 되어줄 그런 존재를 필요로 해.”


“······.”


“과거 언젠가 에는 나를 위해 일해줄 존재를 내가 직접 만들었지. 하지만 한계가 너무 명확하더군. 단편적인 명령만 간신히 수행해낼 뿐. 역시, 사람만 한 게 없더라.”


해골 마법사가 한쪽 턱관절만 올리며 웃었다. 아까처럼 소름 끼치는 그런 웃음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웃는 모습만 들어도 그때의 소리가 생각나서, 로버트는 잠시 어깨를 떨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군.”


“···나더러 당신의 손과 발이 되라는 말이군요.”


“맞다. 만약 네가 나의 대행자가 된다면, 나는 너를 통해 내 꿈을 이룰 수 있고, 너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고, 거기다 대륙의 지배자로서 모든 것을 누리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 거야.”


실로 소설책에 나오는 악마와의 계약과 다를 게 없었다. 로버트는 소설에 나오는 대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대가로··· 내 영혼이라도 바쳐야 합니까?”


해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은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너의 눈과 귀를 나와 공유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지.”


눈과 귀를 공유한다. 눈과 귀를 바치라는 말이 아니었기에 로버트는 조금 안심하며 말했다.


“수술이 뭡니까?”


“···뭐, 네가 지금까지 말한 수준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의식 같은 것이지.”


로버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해가 안 됩니다. 당신은 9써클 마법사입니다. 나를 강제할 방법은 넘쳐날 터. 어째서 제 동의를 구하는 것입니까?”


해골이 딱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마치 혀를 차는 것 같았다.


“계속 오해하는군. 물론 나는 네가 수술을 받게끔 강제할 수는 있지. 하지만 그 후에 네가 나의 말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세뇌라는 수법도 있지만, 불확실하고 이 세계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전혀 좋은 방법이 아니지. 내 목적을 이루려면 대행자가 세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니까.”


“···당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해골이 고개를 저었다.


“목적을 알려줄 수는 없지. 목적을 알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다만 그 과정만 보자면 나의 대행자인 너는 세상의 지배자가 되어야 한다.”


“······.”


“네게는 나쁠 게 없는 조건이지. 세상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 반인륜적인 것도 아니고. 비록 배후에는 내가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를 거야. 모양새가 이런 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악마 취급을 받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니 난 세상에 나설 수 없다.”


“······.”


“더 이야기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테니 정리하겠다. 나의 대행자가 되어라. 그러면 넌 살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너를 우러러볼 것이다. 세상에 나가기 전 너는 수술을 받을 것이고, 그럼 이곳을 떠나 멀리 있어도 나는 너를 통해 세상을 볼 수 있고 나의 명령을 너에게 전달할 수 있다. 거기에 하나 추가하자. 세상에 나가기 전 너는 내가 만든 독약을 먹어야 하고, 그 후로 매일 해독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것은 네가 나의 명령을 지키겠다는 최소한의 담보다. 만약 이 모든 것을 거절하면? 넌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골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주변에 수십 개의 매직미사일이 생겨났다. 캐스팅도 없이 발동된, 마법의 이치에 맞지 않는 엄청난 마법. 에너지탄들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언제든 로버트를 향해 돌진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로버트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거절하면? 죽음으로 끝이다. 돌이켜보면 좋았던 것 하나 없었던 풍진 삶.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승낙하면? 그는 악마의 힘을 업고 세상에 돌아갈 것이다. 돌아가서 스승의 원수를 갚고, 자신을 버린 가문에게 복수한 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싶었다. 어머니와 스승을 제외하고는 평생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이 천재는 해골마법사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삶의 잣대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인정, 사람들의 인정.


“···수술이라는 것,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해골이 소리 없이 웃었다.



***



피사는 눈을 떴다.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눈을 뜨니 천장에 달려있는 석순이 보였다. 동굴 안이었다. 그의 이마에는 물수건이 얹어져 있었다.


“···알렉스?”


피사는 정신을 잃기 직전에 보았던 친구를 불렀다. 내 목소리가 이렇게 힘이 없었나. 피사는 허탈하게 웃었다.


“웃을 힘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머리맡에서 알렉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피사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어깨의 통증에 도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알렉스가 말했다.


“대충 치료했다. 아니, 대충이라고 깎아내리면 미리가 화내겠군. 미리의 말에 따라 이 풀, 저 풀 떼어다가 치료했다. 밤새 고열로 힘들어 해서 이러다가 죽는 건 아날까 싶었는데, 살아난 걸 보니 미리가 돌팔이는 아니군. 아! 상황을 좀 파악하려고 미리를 좀 빌렸다. 말없이 빌려 미안하다.”


미안은 무슨 하고 중얼거리며 피사는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알렉스를 쳐다보았다.


“······.”


“······.”


“···아저씨는?”


“돌아가셨다. 네 부모님은?”


“···부모님들도···.”


“두 분다?”


피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닫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피사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다 나 때문이다.”


“음?”


피사는 지난 발굴에서 겪었던,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알렉스에게 말해줬다. 그의 이야기는 중앙대로에서 카롤과 만나고 마을로 돌아온 것에서 끝났다. 이야기를 끝낸 피사가 울먹거리며 덧붙였다.


“···내가 그 동굴에만 가지 않았어도···, 아저씨가···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실 일은 없었을 거야. 전부 다 내 잘못이다.”


울먹거리던 피사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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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피사-탈출 (4) +4 17.07.21 606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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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피사-탈출 (1) 17.07.18 672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80 19 9쪽
»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7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3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9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3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2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8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5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5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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